[단편] 지구 최후의 날, 그를 만나다 (최종회)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9.


호웅이와 내가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한 것은 해가 뉘엇뉘엇 서산 뒤로 넘어가기 전이다.

이곳까지 오는 길은 대부분 순탄했지만 다리나 교차로 같은 곳에 사고로 망가진 차들이 방치되어

있는 바람에 때로는 길을 돌아가야 했고 때로는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차를 밀어내기도 했다.

그나마 호웅이가 워낙 힘이 좋은 탓에 차를 밀어가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지 만일 나혼자

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와... 확실히 높긴 높네요... 왠지 공기 중에 산소도 살짝 희박한 느낌도 들고..."


호웅이가 차 밖으로 나와 곰처럼 기지개를 쫘악 켠 후 깊게 심호흡을 한다.


"그나마 해지기 전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지구에서의 마지막 일몰을 감상할 기회를 놓치지 않아서..."


이미 해가 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서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나란히 선다.


"마지막 일몰이라... 일몰이라는 단어에 마지막이란 말을 붙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너무 당연했으니까요. 내일은 당연히 오는 거고, 해도 당연히 뜨는 거였으니까..."

"잃어보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그래서 존재하나봐요~"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더니, 호웅이와 나 둘 다 생각이 많아진다.


어제와, 아니 지금까지와 하나도 다를 바 없었던 똑같은 태양이 서서히 붉은 기운을 세상에서

거둬들여갈 무렵 호웅과 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각자의 배낭을 꺼내 휴게소 건물 안으로

올라간다.

이마트 편의점에 옆에 자리한 2층짜리 건물은 불이 꺼져 있다. 아무래도 이곳 주인은 여기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편의점 건물 역시도 불이 꺼져 있었는데 문에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걸로 보아서는 미련이 남은 편의점 주인이 혹시라도 돌아오게 될 경우를

대비해 안에 있는 물건과 집기들을 지켜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존중해 우리는 일단 편의점

물건들은 아예 손대지 않기로 한다.


"다행히 전기는 들어오네요! 태양열 전지판도 있고 뒤쪽에 발전기도 있는것 같아요"


건물 주변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호웅이가 밝은 표정으로 얘기한다. 그래... 적어도 오늘밤을 암흑

속에서 벌벌 떨며 보내지는 않아도 되겠구나.


건물 안으로 들어간 우리.

호웅이가 배낭에서 텐트를 꺼내 건물 내부에 설치하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능숙한 솜씨로 순식간에 대형 텐트의 설치를 마친 그가 나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한 채 웃는다.

나는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는 내 배낭에서 음료수와 먹을 것 들을 꺼내 놓는다.


"저녁으로 라면 어떻습니까? 현수 형님~ 햄이랑 파 송송 썰어 넣어서~"

"아침에 먹는 것보단 저녁에 먹는 라면이 제격이죠. 이번에도 기대할게요!"


나에게 요리를 해주는게 즐거운 일이라는 듯, 재료를 준비하고 라면을 끓이는 호웅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맛있게 먹고 칭찬해 주는 것 밖에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저녁을 먹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 12시를 알리는 스마트폰 알람음이 들린다.


"이제 12시간 남았네요~"


덤덤한 말투로 얘기하는 호웅.


"오늘 밤 잠이 안 올 것 같아 걱정이에요. 이게 내 인생에서 마지막 밤이라니..."


내 말투에 배인 짙은 아쉬움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입고 있던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기 시작한다.


"현수 형님... 지금 제가 형님한테 해 드릴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네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을테니

현수 형님이 하고 싶었던 거... 그게 뭐든 저한테 한번 다 해 보세요~"


"호... 호웅씨..."


어느덧 팬티만 남긴채 모든 옷을 벗은 호웅이가 두툼한 근육덩어리 몸을 드러난채 빙그레 웃는다.


"고마워요 호웅씨... 그럼 호웅씨는 내가 해달라는 것만 조금씩 도와줄래요?"

"제가 어떤 자세로 있으면 될까요?"

"그냥 자연스럽게 서주세요. 대신 눈은 좀 감아주고~"

"네... 눈 꼭 감고 있을게요~"


호웅이가 눈을 질끈 감은채 서 있다.

나 또한 옷을 모두 벗어 던진 채 그의 뒤에 나란히 서서 팔을 겨드랑이 사이로 내민다.


"으음..."


내 손이 그의 두꺼운 근육질 젖가슴에 닿자 호웅의 입에서 즉각적으로 신음 소리가 터져나온다.


물컹하면서도 단단한 그의 근육덩어리 가슴을 내 손으로 주물럭거리다 보니 내 아랫도리에서

서서히 내 성기가 고개를 처들기 시작한다.


"허억... 혀.... 형님..."


호웅의 툭 불거진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집중적으로 돌리고 꼬집고 비틀자 그 저릿한 쾌감에 호웅이

몸을 벌벌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혀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고 있다.


"젖꼭지 애무해주니까 기분 좋아요?"

"예 형님... 지금까지 이렇게 제 가슴을 만져준 여자는 없었거든요... 이런건... 형님이 처음이에요..."


내 애무에 그의 숨소리가 점점 더 가빠진다. 한 손은 그의 젖꼭지를 계속 유린하며 다른 한손으로

그의 육덕진 몸을 부드럽게 만지며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살짝 튀어나온 복부를 쓰다듬고 털투성이

배꼽의 움푹 파인 곳을 간지럽히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팬티 앞섶이 터질듯 부풀어 있다.

내 완벽한 이상형인 그의 몸을 마음대로 애무한다는 생각에 꼿꼿하게 솟은 내 성기가 호웅의

엉덩이 골 사이를 찌를듯 스치고 있다. 내가 비록 탑 취향은 아니지만 그의 탄탄한 엉덩이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을 잠깐 해 본다.


"형님... 도저히... 도저히 못참겠어요..."


그의 간절한 애원을 신호삼이 그의 물건을 옥죄던 팬티를 벗겨 버린 나.

그의 앞으로 돌아와 언제봐도 그 위용에 감탄하게 되는 호웅의 굵직한 성기를 두 손으로 살며시

쥐어본다. 호웅이 내 머리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자신의 성기 쪽으로 당긴다.


"어흑...."


입을 벌려 호웅의 성기를 내 입안 가득 담자마자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프리컴의 비릿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의 성기는 마치 아이스바처럼 내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


"형님... 흐윽... 으으..."


빨아들이는 강도를 높이자 점점 더 거칠어지는 호웅의 숨소리와 신음소리에 내 정신도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두 손을 위로 뻗어 호웅의 가슴을 더듬는다. 손가락에 호웅의 딱딱해진 젖꼭지가 만져지자 있는 힘껏

잡아 비튼다.


"허업... 으읍.... 으으... 허억..."


내 애무에 결국 호웅은 무너져내리고 내 입안 가득 끈적한 정액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끝도 없이 뿜어져 나올듯한 사정이 끝나자 호웅은 온 몸의 힘이 풀린 듯 뒤로 털썩 자빠지고

그 모습에 나 역시 흥분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때 호웅이 자신의 손을 뻗어 내 성기를 거머쥔채 흔들기

시작한다.


"헉... 호웅씨... 허억... 으윽..."


예상치 못한 그의 손길에 순식간에 사정해 버린 나.

그런 내 모습이 신기하다는 듯 호웅이 웃으며 내 얼굴을 쳐다본다.


"헤헤.... 형님 어디 급하게 갈때 있으세요? 1분도 안된것 같은데..."

"흐... 호웅씨 손길이 너무 자극적이라서... 오래 버틸수가 없었네요~"

"네? 제가 그렇게 애무를 잘한다구요?"


내 말에 놀란 듯 그의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나는 그의 곁에 나란히 누워 예전처럼 그의 두툼한 젖가슴 위에 손을 올린채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젖꼭지를 간지럽힌다.


"형님... 자꾸 그렇게 애무하시니까 또 설려고 합니다~"

"아... 미안해요... 내가 습관적으로 그만..."

"괜찮아요~ 어차피 다른 할일도 없는걸요 뭘~"


그가 내 몸 위로 올라탄다.

그의 육중한 몸에 눌린채 나는 그와의 두번째 라운드에 즉시 돌입한다.


10.


텐트의 열린 틈 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온다.

눈을 뜨니 밖이 환하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 이제 4시간 30분 남았다.


내 옆에는 벌거벗은 호웅이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다.

평화롭게 잠든 그의 사내답게 생긴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본다.

그러자 내 마음속에 세워둔 계획에 대한 확신이 더욱 굳어진다.

이렇게 멋진 호웅과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에 대한 기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내 확신.


그가 일어나기 전 나는 마지막 준비를 한다.

그와 함께 할 마지막 식사... 뜨끈한 옥수수 스프.

그리고 그와 함께 마실 마지막 커피를 끓인다.

이 커피에 내가 준비한 약을 타 넣으려다가 최소한 그의 의사는 물어보는게 도리인 것 같아서

일단 약은 준비한 약통 안에 넣어 둔다.

그가 잠든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다가 손을 뻗어 그의 젖가슴을 흔들어 깨운다.


"호웅씨... 8시에요. 이제 그만 일어나요~"

"아웅.... 벌써 그렇게 됬어요?"


졸린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의 앞에 나는 스프를 담은 쟁반을 내어 놓으며 말한다.


"이거 먹어요. 마지막 아침은 내가 손수 차려주고 싶었어요~"

"와... 제가 스프 좋아하는건 어떻게 아시고~ 헤헤... 잘 먹겠습니다!"


배가 고팠던지 허겁지겁 스프를 떠 먹는 그를 바라보며 나도 스프 몇 숟가락을 입안에 넣었지만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다. 내 두뇌는 지금 온통 그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어떻게 그를 설득할지에

몰두해 있으니까.


식사를 마친 그가 샤워를 하겠다고 밖으로 나간다.

그 사이 나는 커피를 머그컵에 담고 그 옆에 약통을 놓아 둔다.

그에게 해야 할 말들을 조심스레 고르면서.


"형... 밖에 나와봐요.... 저게... 우리를 작살내러 오는 소행성인가봐요~"


그의 목소리에 밖으로 나간 나.

이맘 때면 파랗게 눈이 부셔야 할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여 어둑한 가운데 하늘에 긴 꼬리를 단

거대한 유성이 내 두눈에 똑똑히 보인다.


"플래닛 킬러라고 부른데요. 지구 정도의 행성을 박살낼 수 있는 운석이나 소행성을..."

"이름 한번 살벌하네요... 플래닛 킬러라니..."


그와 함께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서 있기도 힘들 만큼 강한 돌풍이 몰아쳐서

어쩔 수 없이 실내로 들어온다.


캠핑 의자에 마주보고 나란히 앉은 우리 사이로 잠시 적막감이 흐른다.


"저기... 호웅씨... 그래서... 생각은 해 봤어요?"

"아... 벌써 아홉시에요? 휴... 이런 얘기는 안했으면 했는데... 일단 형님 생각을 먼저 듣고 싶네요~"


다행이다 싶다. 그가 먼저 어떤 의견을 내었다면 나로선 그걸 반박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나도 생각 많이 해보고 내린 결정이에요. 음악을 들으며 12시를 기다릴까... 아니면 그냥 나란히 앉아

딥임팩트 같은 종말 영화를 보며 12시가 되기를 기다릴까...  

그러다가 굳이 기다릴게 뭐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어차피 죽게될거 떨면서 기다리느니 조금 먼저... 편안하게 가는 방법도 있다는 거를..."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내 말에 호웅이가 많이 당황했을 터...

하지만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하는 호웅의 목소리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저도 형님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다행이네요~ 이 문제로 서로 설득할 필요가 없어서~"

"그... 그러네... 내심 호웅씨 생각이 다르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대신 준비는 제가 할게요 형님~ 그래도 되겠죠?"

"호... 호웅씨도 준비를 했어요?"

"그럼요~ 저도 형님이랑 같은 생각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준비해 둔 머그컵 두개를 가져와 내 손에 하나 쥐어준다.


"살아 생전 마지막 커피네요."

"커피말고 차를 끓일걸 그랬네요. 생각해보니 커피는 각성제잖아요~"

"헤헤... 걱정마세요. 대신 약을 잔뜩 탔으니까 깨어날 일은 절대 없을 거에요~"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이번 생에서의 마지막 커피를 한방울도 남김 없이 꿀꺽 들이킨다.


"호웅씨... 나 마지막 소원이 있는데..."

"형님 저도 마지막 소원 있거든요~"


서로 대화가 겹치자 멋적게 웃는 우리. 나는 그에게 먼저 말해보라고 양보를 한다.


"형... 저 마지막 순간에 형님 끌어 안고 잠들고 싶어요. 그렇게 해줄거죠?"


호웅이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본 것일까? 내 소원 역시 그의 품안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인데...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호웅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가득차 오른다.

자리에서 일어선 호웅이 나를 번쩍 안아 든다.

그리고 텐트 속으로 들어가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는다.

옷을 벗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어느새 팬티 바람의 호웅이가 내 옆자리에 눕는다.

나 역시 옷을 벗고 팬티 바람이 된 후 호웅의 품으로 파고 든다.

그런 나를 자신의 넓고 두꺼운 가슴 안에 백허그 자세로 가득 안아 주는 호웅...

내 등에 닿는 호웅의 불룩한 배와 젖가슴의 감촉... 내 어깨를 감싸안은 호웅의 두꺼운 팔까지...

그의 품에 안긴 채 따스한 체온을 느끼자 내 마음은 너무나도 차분하고 편안해진다.

나도 모르게 약기운이 도는 건지 저절로 눈이 스르륵 감긴다.


"형... 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요?"

"그럼요~"

"왜 저한테 말 안낮추는 거에요? 아직도 제가 그렇게 어려워요?

저는 형이 말 편하게 낮춰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친동생처럼..."


몸을 비틀어 그를 향해 돌아선다.

호웅의 진지한 눈빛... 나는 그의 눈을 쳐다보며 천천히 대답한다.


"이번생에는 이 정도만 해도 너무 과분해서요... 만일 다음 생이란게 있으면...

그러면... 그때는 말 편하게 할게요... 그러니까, 다음 생에도 나 만나줄 거죠?"


내 대답을 듣고 있던 호웅의 눈망울이 그윽해진다. 갑자기 그가 나를 와락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꼭 껴안으며 말한다.


"그럼요... 다음 생에도 우리 꼭 다시 만나요. 대신 다음번에는 제가 형 먼저 찾아 나설게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딴 놈 만나지 말고... 나 기다려야 되요~ 알았죠?"


굳이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내가 그러리라는 건 누구보다 호웅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 벅찬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행복한 꿈을 꾸며 깨어나지 못할 깊은 어둠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11.


처음엔 꿈인지 생시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죽음이라는게 그저 차가운 것인줄 알았는데 여전히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게 이상하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여전히 나를 품에 안은 채 팔베게 자세로 누워있는 호웅의 얼굴이 보인다.


"일어났어요 형님?"

"여기가... 어디에요? 우리 지금 저세상에 와 있는거에요?"

"푸하하... 형님도 참... 저세상이 치고는 너무 아까랑 똑같은 환경 아닌가요?"

"그럼 아직 꿈속인건가..."


그가 갑자기 나를 꽉 안는다. 그 엄청난 힘에 눌려 비명 소리를 지른 나.

그제서야 나를 자신의 품에서 풀어준 그가 웃으며 말한다.
    
 
"이제 꿈 아닌거 아시겠죠?"

"그럼 혹시.... 아직 12시가 안 지난거에요?"


내 말을 듣고 있던 그가 스마트폰을 내 눈앞에 내민다. 액정화면에 나타난 숫자에 나는 헉 소리를

내지르고 만다. 상상도 못했던 숫자... 16시 22분이라는 숫자가 막 16시 23분으로 바뀌고 있다.


"12시 지난지 네시간도 넘었어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소행성이 간발의 차이로 지구를 비켜간

모양이에요. 지금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는 축제 분위기에 난리 났다네요~"


그가 스마트폰 앱을 눌러 유투브 영상을 보여준다.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채

서로 끌어안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그... 그럼 우리... 안죽은 거에요?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에요?"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요 형님~"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대충 옷을 갖춰 입고 건물 밖으로 나간다.

오전에만 해도 어둑했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파랗게 개어 있고 기분 좋은 산들 바람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간다.


"어때요 형? 이제 살아났다는 실감이 좀 나요?"

"어... 어떻게 이런 일이... "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를 호웅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 등 뒤에서 또다시 백허그를 한다.

호웅의 불룩한 배와 두툼한 가슴이 그의 호흡에 맞춰 들썩이며 내 등을 누르는 느낌이 황홀할 정도로

좋다. 이런 기분을 앞으로도 계속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내 가슴이 먹먹해져오기 시작한다.


"형... 저 사실 형한테 고백할게 하나 있어요~ 화 안내고 들어주실거죠?"

"지금 상황에서 화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뭐든 말해 봐요~"

"저... 사실 아까... 커피에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

"뭐... 뭐라구요? 그... 그러면 호웅씨는 내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이잖아요..."


호웅이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동의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베팅해 본거죠. 형은 이번 생에 더 바랄게

없으셨을수 있겠지만, 저는 아니거든요. 천에 하나,  아니 만에 하나라도 종말이 비껴가게 되면,

그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그치만.... 만약 종말이 왔는데 우리 정신이 말짱했다면... 그 엄청난 충격과 죽음의 고통이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면 어쩔뻔 했어요? 그 생각은 안해봤어요?"


"플라시보 효과라고 아시죠? 저는 그걸 믿는 사람이에요. 무언가를 철썩같이 믿고 있으면... 그 효과는

어떤 상황에서건 발휘될 거란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형은 굳이 약을 안타도 잠들거란 확신이 있었고,

저는 어찌되었건 끝을 봐야 한다는 제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에요~"


결국 호웅의 어처구니 없는 기대가 우리 둘 모두를 살린 셈이다. 이번 생에 미련이 많다는 그의 후회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잠에 빠져들었을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네요... 호웅씨가... 죽음을 선택한 나를 다시 살려낸 거네요. 고마워요 호웅씨... 아니... 호웅아..."

"혀... 현수 형..."


처음으로 그를 호웅이라고 불러 본다. 그 역시 내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린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이다.

한참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

그러다가 갑자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양 팔을 벌린 채 서로를 품안에 가득 안는다.

호웅의 든든한 품에 안긴 나.

그 넓은 품 속에서 나는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을 속으로 되내어 본다



호웅아... 정말 고마워... 다음 생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게 해줘서...

이제부터 내가 너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게.

너 역시 언젠가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올 때, 미련과 아쉬움이 남기 보다는

이번생은 이정도로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이런 내 마음이 전해진걸까...

나를 안고 있는 호웅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내 가슴은 내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와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



지금까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장르물이라 제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했을 수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제가

충분히 재미있게 글을 쓰지 못한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좀 더 흥미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생기면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ldj1999" data-toggle="dropdown" title="고부장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고부장</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h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수고하셨읍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