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데뷰하던 날. (3) - 어랏? 이런 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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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그 당시 대부분의 직장들이 그랬듯이
주6일 근무하되, 토요일은 오전근무만 하던 탓에
회식은 늘 평일에 했었고
따라서 단체 회식후 나만의 입가심은 늘 평일.
그런데 그날은 토요일 오전 근무후에 오후에 단합대회
형식으로 가벼운 단체산행이 있었구
총무팀에서 미리 주문했던 통돼지 바베큐를 하산 지점이
아닌 등산로 입구로 가지고 와서
어쩔수 없이 신입사원이고 체력 짱짱했던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라면박스에 꽉 차게 담긴 돼지고기박스를
어깨에 올려메고 산행을 마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등산후 회식자리에서 임원들이 수고했다며
사발에 따라주는 소주를 넙죽넙죽 받아 마시고는 만취.
회사앞까지 데려다 주는 대절버스를 타고
꾸벅꾸벅 졸다가 회사앞에서 내려서 잠시 망설였었다.
평소보다 다소 많이 마셔서 힘이 드는 상태였는데
아지트에 들렀다 갈까 말까하는 망설임도 잠시.
내 발걸음은 저절로 인사동길을 지나서
낙원상가 밑 신호등을 건너고 있었다.
건들건들 지하로 내려가는데 엥? 시끄럽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확 쏟아져 나오는
시끄러운 말소리들과 동시에 나한테 동시에
꽂히는 시선. 시선들.
그건 신병이 자대배치 받고 처음에 내무반에
들어갈 때나, 아니면 신입사원이 보직 발령받고
처음으로 부서에 출근했을때 쏟아지던 눈길하고는
많이 달라서
전자의 그것이 총알처럼 몸을 관통하고 가버리는
느낌이라면, 이건 아주 미세한 시간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내 얼굴에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빙글빙글 맴도는 듯한 끈적거림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난생 처음 받아보는 시선들이었고,
취중임에도 확실히 뭔가 느낌이 달랐다.
한마디로 이질감.
날보고 조금 당황한 듯한 사장님의 표정이
내가 그나마 한자리 남아있던 구석 테이블에
앉자 뭔가 체념한 듯한 얼굴로
평소에 그랬듯이 맥주 2병하고 팝콘을 갖다주셨다.
술집안은 금방 다시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꽉 채워졌고
맥주 한잔을 마시자 급격히 올라 오는 취기속에서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들이 귓가에 채곡채곡 쌓여갔지만,
분명 한국말인데 뭔 소리들인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ㅂㅗ갈....때짜....길녀....싸롱
잠시 후에 번뜩 생각나는게 있었다.
여기가 그런 술집이었구나!!!
엄청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간간이 나에게 쏟아지던
부담스러운 곁눈질들을 의식하면서
잠시 눈감고 고개 숙이고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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