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데뷰하던 날. (4) - 각성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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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이 황당한 아니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약간의 충격과 그에 동반한 멍한 상태에서
치솟아 오르는 술기운을 못이겨 깜빡 졸았던 듯.
부지불식간에 고개가 아파와서 서서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앉은채로 고개를 처박고 졸고 있었구
그닥 넓지 않은 가게를 꽉 채웠던 사람들은 어느새
다 빠져나간듯 가게안은 사장님 혼자서 테이블을 치우고
정리를 하고 계셨다.
사장님하고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고 부랴부랴 계산을 하고
뛰쳐 나오듯이 가게를 벗어나서 집으로.
한동안 그쪽은 일부러 피해서 다녔다.
뭐가 뭔지 모를 혼란스러움과 두려움 그리고 스멀스멀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더 차오르는 묘한 두근거림 아니 호기심.
그리고 그동안에 애써 봉인하듯이 묻어놓고 까마득히 잊고
지냈었던 거의 십여년 전의 기억이 수면 위로 치고 올라왔다.
사람들로 꽉찬 만원버스 안에서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신사가
내 중요한 부위를 집요하게 더듬어 대던...
그리고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제대로 꼼짝할수도 없던
상황에서 내 멋대로 반응해버렸었던 나의 몸.
어쨌든 분명한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격한 두려움과
동시에 차츰차츰 뭔가 내면적인 갈증이 차오르기 시작,
결국 나는 약 두어달 만에 그 술집에 다시 발을 들여 놓고야
말았다.
평일인데다가 아직은 초저녁이라서 역시나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나를 본 순간 사장님의 표정이 뭔가 다채로운
감정인 듯 했다. 놀람? 안도? 호기심? 등등이 복합적으로 섞인.
늘 술에 잔뜩 취해서 기본안주인 팝콘에 맥주 2~3병만
마시던 전과는 달리 과일안주도 시켰다.
웬지는 몰라도 꼭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서로 별다른 대화도 없이 맥주만 들이키다가 나왔구
그 뒤로 종종 그 술집에 들리면서 차츰차츰 사장님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조금씩 하게 되면서
나는 한발 한발 종로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훨씬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보통 극장이나 사우나에서 처음 이쪽을 접한 뒤에
마지막(?) 코스로 술집에 데뷰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특이하게도 극장이나 사우나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즉 이쪽 문화나 지식이 전혀 갖추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술집부터 알게 된 케이스.
당연히 이쪽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었고
내가 진짜 이쪽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사실 그런 성향은 이미 잠재해 있었지만
애써 억누르고 부정하고 있던 상태였을듯)
덜컥 술집을 알게 되고 또 천천히 빠져들고 있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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