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데뷰하던 날. (7) 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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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붓기(?)




30년도 더 넘은 그 시절을 이제 다시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는 정말 사춘기 시절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치열한 질풍노도의 시절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육체적인 2차 성징에 따른 사춘기 보다도


훨씬 가혹하고 심각한


정신적인 3차(?) 성장을 겪어야만 했던 시절.



너무도 우연히 금기의 땅에 발을 디뎓었고


내 스스로 더욱 더 깊은 곳으로 걸어들어갔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아주 치열한 갈등이 수시로 벌어졌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정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회의 통념이나 가족, 친구, 선후배 등 


전반적인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결코 인정하면 안될것 같았던 끊임없는 내적 갈등.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매 순간순간 후회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며


어쩔줄 모르고 허덕였던 많은 시간들....



어쨌던 간에 그나마 나는 이반세계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식도 거의 없다시피 했고


아는게 별로 없으니 욕망도 별로 없었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아는 격.



그런데 내가 마음을 뺏긴 사람은 일단 베테랑이었다.


속된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되었지만 


개인적 성격으로 보면 모나거나 거칠지 않고


전반적으로 오히려 순하고 착한 분이었는데


섹스나 잔정 같은 부분에서 보면


너무나도 차가운


어느쪽이 진짜 성격인지 모를 


양면성이 아주 강한 분이셨다.




각설하고 이십대의 끝자락에 서있던 


미혼의 나는


사십대 중반의 유부남인 그분에게 


심하게 빠져있었다.



그저 만날 기약도 없는 이쪽 술집에서 


우연히 그분을 보게 되면 얼굴 한번 


보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고



이쪽 술집에서 뉴페이스가 갖는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해봤다.



아무리 잘생기고 멋있고 젠틀해도


이미 혼자만의 짝사랑에 눈멀고 귀먹은


나한테는 전혀 와닿지 않았으니까.



정말 열받고 속상했던 것은 그분의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쉽게 말해서 몸을 막 굴렸다.



아주 아주 객관적으로 평가하더라도


나보다 외모나 행동이나 지식이나 품위나


뭐로 따져도 훨씬 나보다 못한듯이 보이는


사람들하고는 잘도 원나잇을 하면서


나한테는 정말 한번의 기회도 주시질 않더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가정을 가진 기혼자로써


처음부터 너무 진지하고


흐트러진 행동을 아예 안하던 내가


충분히 부담스러웠을 듯.



어쨌든 그 당시의 나는 정말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때때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회식과 이어진 2차에서 여자를 사서


내 자신의 남성성이 살아있음을


아주 허무하게 확인하면서



거의 꽉찬 1년을


아주 아주 힘들고 우울하게 버텨왔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처음 짝사랑한 동경의 대상


동성 아저씨와는 나는 인연이 아니었다.



단지 아주 치열하게 내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내 식성이 어떤지에 대해서 눈 뜨게 된


계기였을뿐.




1년여동안 혼자만의 짝사랑에 지치고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진듯한


아주 치열한 질풍노도의 시기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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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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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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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서먹하게 보였던 글쓰기가....ㅎㅎ
역시 실연 넘버 7.에 ㅋㅋ 오니..
정말 프로 작가의 성숙한 내면을 보는 듯 하네요..
문장 자체가 확 달라지고 깊이가 보입니다..
그런 자정작용이 ...누구나 다 한번 아픔을 겪여 생긴거라고 봅니다.
당신의 짝사랑... 상대의 흠집이 용납한되던 그때가 정말 아름답지 않았나 ?..
하는 댓글 올시다..
고부장님 현재 모습 까지 ...쭉 건필 부우~~탁 해애요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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