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데뷰하던 날. 마지막 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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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어깨에 기대어 첫 연인을 생각하면서 울다.
딱 1년을 사귀었던 시절.
처음으로 몸과 마음을 같이 섞었다고 생각한 사람.
같이 볼링을 치고, 야외운동을 같이하고
원두커피에 대해서,
오페라에 대해서
일본어에 대해서,
일본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정말 좋았던 주제, 서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면서 보냈던 1년.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가지 불만이 있던 것이
그분이 한국에 오면 늘 머물렀던
호텔에서만 주로 만남이 이루어졌었고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살던 나의 집에서는
같이 하룻밤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
유일한 나의 아쉬움.
한국에 오는게 한달에 1~2번 이었던건
나름 괜찮았어요.
그분을 만나는 동안
나는 거의 매일 나갔던 종로에
발길을 완전히 끊고서
평일에는 회사생활
주말에는 운동에 매진하면서
간만에 아주 아주 충일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는...
그러던 어느날 한국에 들어왔는데
늘 머물던 호텔룸에서
비지니스 미팅이 조금 늦어질것
같다고
오늘은 서로 얼굴 보기 힘들것 같다는
그분의 말에
마침 회사에서 회식이 늦게 끝나고
알딸딸한 술 기운에
택시를 타고
그분이 머무는 호텔에 내려서
1박에 30만원이나 하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서
그분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그날은 연락이 안되었다는....
내 생각은 나의 공간에서
한번도 주인의 입장으로서
그분을 접대한 적이 없었으니
한번이라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그분은
나와의 마지막 전화통화,
언제 끝나도 좋으니 끝나면 전화 달라는
나의 말에
프론트 내려오다가 보니
호텔 체크인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구서
짜증이 났다는.
그렇게 만나지도 못하고
서로 오해만 담은채
연락도 없이 시간이 두어달 흘러서
기다리다 못한 내가
그분의 회사로 국제전화를 했더니
한국에 들어가셨다고.......................
바로 전화를 걸었지요.
늘 오던 호텔에 그분의 이름을 대고
투숙객 아무개를 바꿔달라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말자
딱 한마디만 했네요,
형, 우리 여기까지만, 그만 만났으면 해요.
너무도 쉽게
너무도 가벼이
그래, 그러자. 그런데 너 목소리에 왜 그리 힘이 없어?
그렇게 첫 애인하고도 아주 쉽게 이별을 마무리했다는.
시간이 몇년 흘러서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라보엠의 표를 나한테 보내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다시 만나면 안되겠냐고 할때는
나는 다른 사람을 잠시 만나고 있었고
또다시 몇년이 흘러서
내일 모레 한국에 가는데
식사라도 꼭 한번 하고 싶다는
전화를 하면서
사과라는건 정말 못하는 성격을 가진 분이
그때엔 정말 내가 생각을 잘못했고
미안하다고 하던 분이
약속한 날짜에 연락도 없는 걸 보구
그럼 그렇치 생각했는데
시간이 좀 되서
나하고 통화하고 난
그날 밤 늦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걸 알게 된 그날
나는 이제는 그냥 술친구처럼
되버린 첫사랑과 그 일행들하고
종로에서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그 소식을 들은 뒤
자리를 옮겨서 간 다른 술집에서
내 첫사랑한테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만큼은 어깨를 좀 빌려
달라고 부탁한 뒤에
그분의 어깨에 기대어서
사람이 많은 종로 술집에서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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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를 사랑해 가지고...어떤 결과물도 없이 ...자기 추억에
빠져 우는 님..
그 순수함이 멋지기도 하지만 사랑함으로 자기 일에도 충실하게 되는 씨너지는...
넘 좋아 보인다는, 그런 이반들의 사랑이 널리 퍼지길
사랑한다고 자기 모든것을 던지는 님의 모습에 짜증나 보이는 그 분도 ..
연모했던 젊은 놈의 순수함에 그랬을 거라는 자기는 순수하지 못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