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게이즈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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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게이즈 출연진 소개]
박군 - 순박한 곰상 청년 / 33세 / B / 182cm 105kg
최군 - 인싸력 만렙 훈남 / 33세 / T / 177cm 82kg
강군 - 외유내강 돌직구남 / 35세 / AB / 172cm 90kg
윤군 - 끼스러운 분위기 메이커 / 36세 / B / 170cm 58kg
김군 - 중후한 엘리트 의사 / 43세 / T / 180cm 86kg
장군 - 불도저 큰 형님 / 44세 / AT / 176cm 110kg
[4일차 아침]
시간이 참 빠르다. 내일이면 4박 5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최종 결정. 누군가는 노력의 결실을 맺고, 누군가는 홀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야겠지.
넷째 날 아침이 밝자마자 식스 게이즈의 두 큰 형님 장군과 김군이 부지런하게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바로 샤워를 하고 깔끔하게 단장을 하는 김군. 거울 속의 본인에게 자신있는 눈을 마주치며 머리를 만진다.
어젯 밤 장군을 혼란스럽게 흔들었던 김군은 지금 오히려 편안한 모습이다. 팔만 넣어 걸친 셔츠 안으로는 근육질 김군의 상체가 드러나 있다. 조각같은 몸매. 식스 게이즈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김군이 마성의 남자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그 시각, 부엌. 여유로운 김군과는 달리 기상하자마자 정신 없이 1층으로 내려온 장군은 뭐가 그리 분주한지 모르겠다. 장군은 잘 때 입던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고기를 반죽하고 있다. 그런 장군 옆에 쌓여있는 햄버거 빵과 이미 깨끗하게 씻겨진 각종 채소들. 마요네즈, 케찹부터 각종 바베큐맛 소스까지 일자로 가지런히 정렬해놓은 모양을 보아 하니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 때, 이제서야 자다 일어난 듯 공용 주방으로 나오며 냉장고를 여는 최군. 최군은 아직 잠결에 눈이 부은 채로 장군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묻는다.
‘아침부터 무슨 고기에요?’
‘아. 패티. 햄버거 패티’
‘와 햄버거 직접 만드시는 거에요? 대박인데’
꿀꺽-
최군은 말은 대박이라면서 눈을 반은 감은 채로 물을 한모금 꿀꺽 마시며 대답한다. 물을 마시니 그제서야 조금 정신을 차리겠는지 물컵을 든 채 장군에게로 한 걸음 다가오는 최군. 장군이 씩씩한 손놀림으로 반죽하는 고기를 마저 내려다보다 말을 잇는다.
‘대체 어떤 매력의 남자길래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장군님을 움직이게 만드는 거죠?'
‘ㅋ’
모두가 알다시피 장군은 식스 게이즈 첫 날부터 단 한 사람 외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다 알면서 장난스럽게 말하는 최군이 웃기다고 피식 웃으며 반죽을 마무리하는 장군. 고기에 간장, 생강, 마늘, 양파, 간장, 술, 후추.. 장군의 정성이 가득 담긴 반죽이 완성된다.
그제서야 주방을 한 번 정리하듯 치우고 손을 씻는 장군. 그러다가 갑자기 고장난 듯 몸을 버벅인다. 장군은 시계를 바라본다. 아침 7시. 눈치가 빠른 최군도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말을 잇는다.
‘박군님 강군님 둘이 저기 방에서 안나와서 그렇지 지금쯤 항상 일어나시던데요.’
‘아, 그러면 바로 구워야겠네’
‘근데 왜 하필 햄버거에요?’ 아침에 좀 헤비하지 않나?
‘…그런가……별로인가?’
[인터뷰 - 장군]
‘어제 아침에 라면 후루룩 할 때, 박군이 본인은 해장에 딱 두개라고 했습니다. 일, 라면. 이, 햄버거. 흐흐흐.’
하나 둘 세며 브이를 하는 장군. 이틀 연속 준비하는 박군을 위한 아침. 박군이 흘러가듯 한 말을 기억하고 있던 장군은 굳이 햄버거를 몰래 해주겠다고, 어제 데이트가 끝나고 폭우를 뚫고 나가서라도 햄버거 재료를 구해 온 남자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할 수 있는 건 일단 다 해볼 겁니다. 이거 다짐육 구하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다고.’
나름대로 즐거웠던 어제 박군과의 데이트. 하지만 장군은 어릴 적 만났던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혹시 박군이 오해했을까봐. 전 애인을 잊지 못해 닮은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것처럼. 사실 그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장군의 감정이 그렇게 얕지 만은 않다.
심지어 그 상황에 다시 끼어들어 박군을 흔드는 김군. 김군이 얼마나 강력한 상대인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장군은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옛 애인이 떠난 후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나 4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도 그 때의 기억에 고통받고 방황하고 있는 장군. 그 누구나 세월이 가면 잊혀진다지만 그 사람이 남겨 놓은 가슴 한켠 쓰라린 기억은 여전히 아프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너무나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박군.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 대체 몇년 만일까. 이렇게 장군의 감정은 하루하루 지날 수록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남지 않을테니까.
[인터뷰 - 장군]
‘후회요? 아뇨. 후회할 상황 조차 없을 겁니다. 왜냐? 내가 어떻게든 박군 마음 잡을 거니까. 여기서 박군을 본 순간 내가 그동안 얼마나 한심하게 살아왔는지 느껴버려서 나는 이제 박군 없이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그렇게 오로지 박군을 생각하며 장군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각의 야외 테라스에는, 자다 일어나서 테라스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는 강군이 보인다. 펼쳐진 숙소의 정원 풍경을 바라보며 통통한 두 볼에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번 꼬집어보고 싶은 뽀얀 얼굴과 매력적으로 기른 수염. 이번 식스 게이즈의 숨은 복병이자 자타공인 인기남이었던 강군의 여정도 이렇게 끝을 달리고 있다.
드르륵-
‘하이요’
그 때, 양 손에 모닝 커피를 들고 테라스로 나타나는 최군. 강군은 아침부터 귀엽게 인사하며 등장하는 최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살짝 손을 흔든다.
‘하이’
‘잘 잤어요?’
끄덕끄덕-
역시 최군과 강군 두 사람의 분위기는 좋다. 비슷한 나잇대의 두 사람.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또래의 연인 같다. 최군은 강군을 위해 준비한 커피를 건네고, 강군 역시도 꾸벅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커피를 건네받아 한 모금 마신다.
홀짝-
‘크흐으.. 으 좋다’
사실 일상에서는 이런 여유로운 아침조차 흔치 않다 보니 지금 이 순간 자체가 큰 힐링의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 여유롭게 고소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시니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강군. 최군은 그런 강군이 귀엽다는 듯 얼굴에 웃음기를 띄고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평소에는 워낙 동안이라서 못느끼는데 은근 이럴 때 보면 형인 거 실감나요’
‘네? 뭐가요?’
‘아니, 크흐으~ 하는 게 아저씨 같잖아’
‘무슨 아저씨에요ㅋㅋ 우리 둘이 몇 살이나 차이난다고 이렇게 선을 그어요. 내가 아저씨면 최군님도 아저씨지.’
장난스레 한 두마디를 건네고는 서로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다시 정면을 바라보는 두 사람. 둘 다 은은하게 안정감 있는 미소를 띄고 있다. 이 분위기가 참 설렌다.
홀짝-
그러다 잠시 말 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두 사람. 둘 다 어떤 생각에 잠긴 듯 멍하니 촬영을 준비하는 제작진들을 바라본다. 들고 있는 커피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던 강군이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연다.
‘최군님은 내일 어떻게 할지 어느정도 정했어요?’
‘내일이면, 최종 선택이요?’
‘네네’
질문을 하며 최군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눈을 마주치는 강군. 그러자 최군은 잠시 눈을 돌리며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
‘으음?’
‘응?’
‘음?’
장군이 박군에게 그러했듯 첫 날부터 강군에게만 직진을 했던 최군. 강군은 애매한 최군의 대답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최군이 위로해주듯 말하긴 했으나, 김군과의 사건 때문에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내버렸다고 생각하는 강군. 그래서 강군은 순식간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온다.
‘아직 못정했구나. 아직 하루 남았으ㄴ..’
강군이 괜히 머쓱해서 먼저 말을 잇자 최군은 그저 가만히 강군을 바라보다가 씨익 미소를 짓고 대답을 잇는다.
‘아니 누구 선택할 지는 진작 정했는데, 이게 언제부터 이렇게 정해졌나도 말해주고 싶어서요’
‘아..’
‘근데 기억이 안나요. 내가 첫 눈에 반했었나? 나 잘 안그러는데.’
강군은 최군의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이 풀린다. 그리고 그런 강군의 숨김 없는 리액션에 빵 터지고야 마는 최군. 최군은 강군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몰라 괴롭게 몸을 꼬며 말한다.
‘푸핫ㅋㅋㅋ강군님 순간 쫄렸죠? 표정에 다 드러나요’
‘..응 쫄렸어요’
‘ㅋㅋㅋㅋㅋㅋ아 너무 귀여워’
[인터뷰 - 최군]
‘그 전부터 호감은 있었지만, 어젯밤에 비 내리는 정자에서 이야기할 때. 그 때 확실히 정했어요. 아 나는 강군님 선택하는 게 맞구나’
식스 게이즈의 공식 비주얼. 다소 장난끼 있어보이는 훈훈한 외모의 최군. 개성 넘치는 여섯 남자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고 장난스럽다가도 어른의 면모를 보여주는 든든한 남자 최군은 강군을 생각하며 터져나온 웃음기를 머금은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 때, 강군님은 엄청 불안해보였어요. 아니, 불안했겠죠. 제 눈치도 봐야 하고, 의도치 않게 흘러간 상황에 속상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 정자에서 비까지 무섭게 내렸잖아요. 물 튀고 거의 난장판이었죠.’
‘근데, 저는 그 순간에 강군님에 대해 느끼고 판단했던 건 이거 딱 하나에요. 이 사람 엄청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구나.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잖아요. 근데 모두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숨기려고만 하고, 누구나 지닐 법한 불안들을 감추려고만 하고. 그러다가 100이면 100 잘못된 방향으로 터져버린다고 믿거든요. 그런 경험도 스스로 많이 했었고. 그래서 저는 그 불안한 마음을 열어서 보여줄 수 있는 강군님의 용기에 더 반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상대가 저라서 감사했고요.’
[공용 주방]
햄버거 빵을 열고 준비한 각종 채소와 맛있게 구워진 패티를 올리는 장군. 다른 출연진들과 몇몇 제작진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햄버거 십여개를 만들며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하고 있지만, 유독 마지막 햄버거는 손까지 덜덜 떨어가며 정성스레 쌓아올리는 것 같다. 투박하고 굵직한 손에 비해 아기자기해 보이기까지 하는 햄버거를 두 눈이 몰릴 정도로 집중해서 쌓는 장군.
‘됐다.’
그렇게 완성한 마지막 햄버거 뚜껑을 닫으며 허리를 피고 혼잣말을 하는 장군. 장군은 손을 씻고 한번 얼굴을 문지르며 퉁퉁한 허리에 두 손을 받치고 자신이 만들어낸 쌓여있는 햄버거들을 바라본다.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군. 이 정도면 만족이다. 박군은 아직 자고 있는지 보이질 않지만 장군은 박군에게 주려고 가장 정성스럽게 만든 마지막 햄버거와 흰 우유를 따라낸 컵을 트레이에 올린다.
장군은 지금 긴장해서 경직된 모습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박군을 위한 아침밥. 김군보다 확실히 자신이 있는 요리로 마음을 표현하는 장군의 전략이 꽤 괜찮은 것 같다.
드디어 트레이를 두 손으로 들고 박군의 방으로 걸어 올라가는 장군. 박군이 이 햄버거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좋아할까? 부담스러워 할까?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서 먹기에 거북해할까? 장군은 머릿 속에 드는 수많은 고민들에 긴장이 되는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공들여 쌓아올린 햄버거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박군의 방으로 걸어간다.
똑똑-
‘박군님 일어나셨습니까’
혹시 박군이 아직 잠들어있을까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는 장군. 다시 한번 들고 있는 트레이를 내려다보며 정성스레 만든 햄버거에 문제라도 있을까 이곳 저곳 살핀다.
덜컥-
‘어어, 네! 안녕하세요.’
그리고 곧이어 문을 열고 나타나는 박군. 잠시 떨어져있었다고 밤새 그리던 그 얼굴. 언제보나 사랑스러운 박군의 얼굴을 보자 장군의 입꼬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활짝 올라간다. 헌데 장군이 들고 나타난 햄버거를 보고 어딘가 모르게 몹시 당황한 듯한 박군의 표정. 박군은 한 손에 헤어 드라이기를 들고 머리를 말리고 있었던 것 같다.
‘어제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아서 해장하시라고.’
‘와.. 햄버거! 감사합니다..’
장군이 당당하게 건네는 트레이를 받고 꾸벅 인사를 하는 박군. 장군은 트레이를 건네주고 나서야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박군의 방 안을 힐끔 둘러본다.
‘지금.. 아침부터 햄버거 먹기 좀 그러면 이따가 먹고요. 해장엔 라면이랑 햄버거라고 해서. 어제는 라면 오늘은 햄버거 준비했습니다ㅎㅎ’
‘맞아요 햄버거 너무 좋죠. 이거를 직접 만드신 거에요? 너무 고급 햄버거 같은데요?’
어떻게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박군의 의지는 느껴진다. 하지만 당황한 탓일까 행동이 조금은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심지어 이미 외출할 때 입을 법한 청바지로 갈아입은 박군. 장군은 그런 박군을 바라보며 살짝 마음이 불안해져 표정이 굳어간다.
박군만 괜찮다고 한다면, 아니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만들어준 정성이 있으니까 같이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할 자격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그게 불가능할 것 같다. 장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본인이 낼 수 있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럼.. 맛있게 드시고. 먹고 맛있으면 말해요. 언제든 또 해줄 수 있으니까’
‘네. 정말.. 감사히 먹을게요. 장군님 꺼는..?’
‘저기 많이 만들어 놨어요. 이거는 가장 맛있는 거 스페셜로 만들어서 하나 갖고 온거고.’
‘아 그럼 이거는 제가 꼭 다 먹을게요’
‘ㅎㅎ그러세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며 입을 꾹 다문 채 입꼬리를 올리며 박군을 한 번 쳐다보는 장군. 애써 실망한 마음을 숨기고 있다. 박군은 다시 한번 목례를 하듯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장군이 뒤돌아 서자 박군은 장군의 눈치를 살피며 이걸 어쩌지 싶어 입술을 꽉 깨문 채로 방 문을 다시 닫는다.
터벅- 터벅-
‘와 이거 먹어도 되죠?’
‘응. 다 먹어라’
‘이걸 어떻게 혼자 다 먹어요 ㅋㅋ 아싸 잘 먹을게요. 대박 맛있겠다. 어 강군, 일로와. 햄버거 먹어. 장군님이 만들었어.’
아침부터 고기 냄새 가득한 햄버거가 쌓여있는 모습에 신난 윤군. 공용 주방으로 다시 내려와 물을 벌컥 벌컥 마시는 장군을 보고 먹어도 되냐고 물으면서 이미 손은 햄버거를 잡고 있다.
장군이 만들어준 음식을 보고 신나서 활짝 웃는 윤군의 저 모습. 장군은 그런 윤군의 반응에 더 마음이 착잡해진다. 박군의 성격상 윤군처럼 방방 뛸 수는 없겠지만, 상황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자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이 드는 장군. 장군은 그대로 두툼한 등을 돌리며 2층으로 올라가버린다.
그리고 비어있는 최군의 커피잔까지 같이 들고 들어온 강군은 윤군의 부름에 주방으로 걸어온다. 강군이 힐끔 바라본 계단을 올라가는 장군은 어깨가 축 쳐져있는 것 같다.
‘잘 먹을게요 장군님~!?’
그렇게 강군이 계단까지 들리게 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외치자, 장군은 상심한 마음에 알겠다며 손을 대충 휙 들어준다.
[김군과 장군의 방]
‘으으읏.’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햄버거를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 밖에 안했다. 장군은 이제서야 피로감이 몰려온다. 평소 김군이 눕는 침대에 엎어지듯 누워버리는 장군. 장군은 대자로 뻗어서는 침대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며 장군을 내려다보는 김군. 장군이 파묻은 얼굴로 한쪽 눈을 떠서 김군을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
‘어디 나가시나?’
‘데이트 없으면 나갈 수가 없으니 저만치 멀리 산책이나 하고 오려고요’
‘누구랑’
‘한 명 밖에 더 있습니까? 기회를 드려도 못 받아먹으시니 뭐’
이제는 보기만 해도 화가 뻗친다. 김군의 여유로운 미소. 장군은 이정도면 내가 조울증인가 싶다. 마치 자신이 승리자라는 듯 장군을 내려다보는 김군의 표정. 은은하게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건 내 피해의식일까. 산책하러 간다면서 셔츠 차림한 모양새도 마음에 안들고. 너무 말끔한 아우라가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으니 더 짜증이 난다. 결국 장군은 김군을 보기 싫다고 목을 벽 쪽으로 돌려버리며 말을 잇는다.
‘밥은 맥이고 움직여야지 아침부터 강행군을. 쯧.’
‘박군님 원래 아침 안 드신다고 괜찮다던데요? 갔다 옵니다.’
괜히 이겨보겠다고 지적을 하는 장군과 그러든 말든 무심하게 거울 한 번 쳐다보고 방을 나가는 김군. 장군은 엎어진 채로 미동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있다. 그러다가 터져나오는 괴로운 목소리.
‘……아이씨…’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박군이 아침을 잘 안먹는다고? 장군의 섬세함이 부족했던 걸까. 장군은 이틀 내내 아침을 차려줬는데, 이게 다 헛수고였을까. 장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와서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잡으며 우스꽝스럽게 몸을 웅크린다.
[강군과 박군의 방]
‘와 이거 진짜 개맛있음.’
강군이 장군이 만들어 놓은 햄버거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며 말한다. 산책갈 준비를 모두 마친 박군은 힐끔 강군을 쳐다본다. 김군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에 쫓겨서 아직 다 먹지도 못한 햄버거가 박군의 옆에 놓여져있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에 급한 와중에도 꾸역꾸역 입에 집에 넣은 박군은 이 난감한 상황에 마치 살려달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강군을 바라본다. 두 볼 터지게 아직 삼켜내지 못한 햄버거가 입 안 가득하다. 강군은 그 모습에 빵 터져서는 박군의 옆에 앉으며 말을 잇는다.
‘잘먹었다고 인사라도 해줘요. 장군님 보니까 완전 삐졌던데요. 입꼬리가 이렇게 내려갔어. 불독 같이.’
강군은 박군을 놀리듯이 지나가며 본 장군의 상심한 표정을 따라 짓는다. 그런 강군을 보고 더욱 난감해하는 박군.
‘인사는 당연히 드려야죠. 아 어떻게 하지.. 죄송해서 미치겠어요. 제가 평소에 아침을 안먹어서 누가 아침을 만들어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이거 만들고 계신 거 알았으면 산책 시간이라도 늦췄을텐데.’
‘어쩔 수 없죠. 사랑은 타이밍인데. 냠. 장군님이 좀 앞뒤 안보고 밀어붙이는 게 단점이지만 또 매력이잖아.’
강군은 태평하게 햄버거를 한 입 더 베어물면서도 룸메이트 박군의 난감한 상황에 공감해주며 함께 고민하듯 눈동자를 굴린다. 김군과 약속한 시간이 다 돼서 급하게 문 쪽으로 걸어가는 박군. 그러면서도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강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제가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건가요? 왜 이렇게 상황이 꼬이지?’
문고리를 돌리며 묻는 박군. 강군은 먹던 햄버거를 모두 입에 집에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서 질문의 대답을 생각하듯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게 씹던 햄버거를 꿀꺽 삼키고 대답을 잇는 강군.
꿀꺽-
‘실수는 모르겠고, 계속 노선을 왔다갔다 하니까 꼬이는 건 당연한 거지. 슬슬 확실히 하면 되지.'
[마지막 프로그램]
김군과의 산책은 무난했다. 여느 서로를 알아가는 커플처럼 긴장했고, 웃었고,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게 됐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장군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김군 앞이기에 밀어내기도 한 박군이다. 그렇게 점심까지 여유로운 자유시간을 보내고 제작진의 부름에 거실로 모인 여섯 남자들.
김군에게 마지막까지 크게 한방 맞고 전투력을 다 써버린듯 허무함에 쇼파 끝에 반쯤 드러눕듯 앉아 있는 장군과, 그런 장군의 기분을 살피듯 힐끔 쳐다보는 박군. 평소라면 진작 눈길을 주고 한껏 흥분한 톤으로 말이라도 걸었을 장군인데, 계속해서 엇갈리는 타이밍에 속이 상하긴 했는지 다소 허탈한 듯 무표정을 짓고 있다. 뭘 해도 안되니 그럴 만도 하다. 아침 안 먹는다는 사람에게 밀가루 폭탄을 맥였으니.
이번에는 강군이 제작진의 메시지를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경쟁 대상이자 목표 대상인 다른 남자들을 한 번씩 둘러보면서 두 손에 깍지를 끼고 귀를 기울이는 김군. 이 남자는 오늘도 전투 준비 완료다.
‘여섯 게이들은 내일 아침 최종 선택을 준비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합니다. 각자 종이에 자신의 마음이 담긴 문장을 완성해주세요. 또한 오늘은 자유롭게 데이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트 포기도 되나요?’
그 때, 손을 들고 묻는 윤군. 최군은 깜짝 놀란 듯이 윤군을 돌아보고 윤군은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제작진을 쳐다본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어서요~’
어짜피 자유니까 윤군 말고도 포기할 사람이 있냐고 되묻는 제작진. 김군은 재밌다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남자들을 한번 둘러본다. 마찬가지로 포기 의사는 없는 듯 사람들을 돌아보는 박군과, 서로 한 번 눈을 마주치고는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최군과 강군. 이 와중에 장군은 그저 정면만 보고 무표정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다.
작성해야 하는 문장의 기본 양식이 적혀 있는 종이를 각자 건네받고, 공지가 끝나자 바로 쇼파에서 일어나서 방으로 올라가버리는 장군. 그리고 그런 장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군. 그 때, 김군이 박군에게 바로 적극적인 대시를 하듯 말을 건다.
‘아까 산책하면서 말한 곳 가실래요?’
‘아, 물회 집이요?’…아 가보고 싶기는 한데..’
‘그러면 몇시까지 준비하고 만날까요? 저는 바로 갈 수 있는데’
‘아.. 지금.. 바..로요?’
김군은 전략적으로 마지막 남은 상대인 장군과 말도 못섞게 박군을 하루종일 차지하려는 모양이다.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약속을 잡아버리는 김군에 박군은 또 다시 당황한 듯 말을 버벅이고, 2층에 올라가는 장군도 두 사람의 대화가 다 들렸던 건지 힐끔 올라가는 계단에서 박군과 눈을 마주친다. 어딘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장군의 눈빛. 박군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지 정말 당황한 표정이다.
툭-
‘박군님이 원하는 걸 말해요. 시간이 아니고 갈지 말지부터 먼저 정해야죠.’
그 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강군이 정신 차리라는 듯 박군의 어깨를 다소 세게 툭 치며 말한다. 그런 강군을 힐끔 바라보는 김군. 강군은 이미 관계가 끝나버린 김군이 이제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다며 똑바로 김군과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다시 박군에게 말을 잇는다.
‘하루 밖에 안 남았어요. 박군님 마음대로 움직여요.’
‘맞아요. 그러셔야죠. 그게 맞죠.’
오히려 맞장구를 치는 김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걸까, 아니면 괜히 데이트해달라고 매달리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 쿨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박군은 자신의 속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강군이 용기를 주자 잠시 강군의 눈을 마주친다. 허나 그 때, 들려오는 김군의 목소리.
‘근데 어제 우리 데이트 하기로 이야기된 거 아니었어요? 아침 산책이 데이트는 아닐 거고.’
[강군과 박군의 방]
‘오늘 데이트 하기로 한 거 아니에요? 찌질하다 찌질해. 자기 뜻대로 안되고 궁지에 몰리니까 본성을 드러내는 거야.’
방에 들어와 문을 잠그고 나서야 입을 여는 강군. 잠시 생각 좀 하다가 대답을 주겠다고 방으로 들어온 박군과 박군을 따라 들어온 강군. 강군은 괜시리 미운 김군의 멘트를 따라하며 궁시렁댄다. 박군은 마지 최종 결정의 순간인 것 만큼이나 깊은 고민을 하며 방 안을 돌아다닌다.
‘강군님 나 좀 도와줘요. 지금 머리 터질 것 같아.’
‘어휴. 답답해. 박군님은 그 얼굴 그 몸 갖고 왜 그렇게 굴어요? 일단 여기 앉아봐.’
탁탁-
침대에 앉아보라고 침대를 두드리는 강군. 외모는 엄청 밝히게 생겨서는 완전 연애 쑥맥인 박군을 작정하고 도와주고 있는 강군이다. 박군은 유일한 희망 강군 형님의 말에 바로 침대에 걸터앉고, 강군은 박군의 한 손을 잡으며 말을 잇는다.
‘지금부터 내가 물어보면 두 명 중에 딱 골라요’
‘뭘 물어ㅂ..’
‘아 그러니까 일단 들어보고 딱 고르라고요 장군이냐. 김군이냐.’
‘넵’
강군은 답답하다고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 쥐어잡은 박군의 손을 놓아주고 머리를 굴리듯 고개를 기울인다.
‘둘 중에 누가 더 식돼요’
‘…으음..’
‘고민하지 말고 뱉어요. 박군님은 좀 본능에 충실해야 해. 3’
‘2’
‘아, 잠시만요’
‘잠시만은 없어. 시간이 어딨어. 내일이면 끝인데. 1’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또 망설이는 박군에게 빡세게 대답을 요구하는 강군. 박군은 강군이 카운트다운을 세자 마음이 더 급해져서는 입을 살짝 벌리고는 고개를 들어올려 천장을 바라본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이에요? 얼른.’
‘어려워요.. 김군님요.’
‘오케이’
아무래도 박군이 몇 번이나 완식이라고 표현한 김군을 장군이 이길 수는 없지. 강군은 박군이 김군을 고를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럼 둘 중에 누가 더 섹스 잘 할 거 같아요? 피지컬 좋은 거 말고 엄청나게 황홀한 섹스.’
‘아니..’
‘3’
‘아.. 이건 장군님요’
‘푸훕’
생각보다 바로 터져나온 박군의 대답. 강군조차 몰랐던 박군 혼자만의 시각인지라 강군은 웃음이 터져버린다.
‘왜 웃어요 ㅋㅋㅋ’
‘아 그냥 웃겨서요. 그랬구나.’
‘이거 나 비웃을라고 하는 거에요?’
‘ㅋㅋ 아니죠. 다음 질문, 둘 중에 누가 더 연애하면 잘해줄 거 같아요. 이 사람이랑 연애하면 사랑 많이 받을 것 같다.’
‘장군님’
‘오호’
박군은 강군의 취조 타임에 익숙해진 건지 이제는 바로바로 본인의 본능을 들여다보고 대답을 하기 시작한다. 2연속 장군이 나오자 동시에 진지해지는 분위기. 강군은 박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을 잇는다.
‘이 사람은 바람 절대 안필 것 같다’
‘장군님’
거의 답이 정해져있듯이 장군을 뱉는 박군. 강군은 오히려 그런 박군의 모습에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고, 박군은 결국 이마를 두 손으로 짚고는 다음 질문을 기다리듯 다리를 덜덜 떤다.
‘이 사람이랑은 오래 연애할 수 있을 것 같다’
‘김군님’
‘이 사람은 내 속 많이 썩일 것 같다’
‘…’
‘3.’
‘김군님’
‘아하, 이제 알겠다.’
쏟아지던 질문이 멈추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강군과 눈을 마주치는 박군. 강군은 어느새 팔짱을 끼고 박군에게 입꼬리를 올린 채 묻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냐 딱 그거네 지금. 호감이 가장 많이 가지만 내가 고생할 게 눈에 보이는 김군이냐. 그보다는 덜 하지만 나를 엄청 사랑해줄 것 같은 장군이냐.’
‘…네 맞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그 사람들이 지닌 것들에 집중하기 보단 박군님의 상황을 들여다봐봐요.’
그 때, 예상하지 못한 강군의 조언에 바로 의미를 캐치하지 못한 듯이 진한 눈썹을 움직이며 강군을 쳐다보는 박군. 강군은 답답하다면서 장난스러운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말을 잇는다.
‘박군님은 감사하게도 두 명의 사람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으니까. 이제 본인을 들여다보고 정하면 돼요. 박군님이 살아오면서 쌓아온 연애관, 인생관, 혹은 감정선, 텐션 등등 많잖아.’
‘…아.’
그렇게 속 깊은 강군의 조언에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이 입을 벌리는 박군. 강군은 지겹다며 그런 박군에게 손바닥을 내밀며 장난을 친다.
‘복채나 주고 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뷰 - 박군]
‘4박 5일 동안 저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겉보기와 달리 소심하고 겁도 많고 그렇습니다.’
식스 게이즈에서의 마지막 밤, 인터뷰 시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박군. 마냥 듬직하던 박군이 오늘따라 안쓰러워 보인다. 박군은 마지막 밤의 감정에 젖어든 듯 촉촉한 눈으로 인터뷰를 이어간다.
‘사실 처음 말하는 거지만,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얼굴도 모르고요. 몸이 안좋으셨던 어머니랑 둘이 살다가 저 초등학교 졸업식하는 날 어머니도 돌아가셨어요.'
자신에게 진솔해지는 시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가정사를 공개하는 박군.
'졸업장을 받고 그게 그겋게 좋다고 자랑하려고 엄마 지내시는 병원으로 뛰어갔는데, 그 날 오전에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대요.’
말을 하며 애써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는 박군. 박군의 눈이 순식간에 충혈되고 눈물이 맺힌다.
‘형제 자매도 없는 제가 안쓰럽다고 외삼촌이 저를 거둬주시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음성에서 지내와서. 제가 세상 물정도 잘 몰라요. 다행히 숙모와 외삼촌이 저를 친아들처럼 길러주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잘 살고 있지만, 사실 제 마음 속에 상처가 많은 것 같아요. 오늘에서야 다시 느꼈어요.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구나.. 네 그렇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손등을 들어 눈물을 닦는 박군. 제작진이 건네주는 휴지를 받아들고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를 하는 박군의 모습이 너무 선해서 더 안쓰럽다.
[김군과 박군의 데이트]
결국 김군에게 거절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데이트를 나온 박군. 근처 맛집이라고 소문난 물회집에 와서 밥을 먹고 있다. 훈훈한 미소로 박군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김군. 박군은 그런 김군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꾸벅이고 물회를 한 숟가락 가득 떠먹는다.
‘오우, 잘 드시네. 입맛에 맞나요?’
‘으움. 넵.넵 너무 맛있습니다.’
‘많이 드세요.’
김군은 잘 먹는 박군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듯이 박군을 바라본다. 박군은 김군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복잡한 마음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애써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밥을 먹고 있다. 그 때, 들려오는 김군의 젠틀한 목소리.
‘왜 고민했어요? 제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요?’
‘으웁. 크훕.’
그렇게 우걱우걱 물회를 먹다가 저돌적인 김군의 질문에 목이 턱 막혀버리는 박군. 박군은 헛기침을 하듯 입을 막고, 김군이 재빨리 티슈를 뽑아서 챙겨준다. 겨우 입에 있는 음식을 삼키고, 대답을 하는 박군.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고민이 좀 됐어요.’
‘장군님 때문에?’
‘..네.’
‘ㅎㅎ’
장군 때문에 고민을 했다고 솔직하게 대답을 하는 박군. 김군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평온한 미소로 박군을 바라본다. 어디 튀진 않았을까, 티슈로 식탁을 닦는 박군. 김군은 아예 수저를 내려놓고 그런 박군을 가만히 바라보다 말을 잇는다.
‘내일은 그러지 말아요.’
‘..네?’
‘조금 서운하더라구요. ㅎㅎ. 너무 멋있는 박군님이 나랑 다른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니까. 좀 불안하고 그랬어요.’
‘아아..’
박군은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어설프게 끄덕인다. 김군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마저 식사를 하자고 수저를 다시 들고, 박군은 그런 김군을 힐끔 힐끔 올려다보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 때, 이어지는 김군의 마지막 한 마디.
‘박군님처럼 잘 먹고 튼튼한 남자들이 힘도 잘쓰지ㅎㅎ. 우리 많이 먹읍시다.’
그 시각, 숙소. 장군은 거실에 윤군과 함께 있다. 사실 함께라기에는 멀리 떨어져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는 두 사람. 윤군은 방바닥에 엎드려 있고, 장군은 쇼파에 앉아 무릎을 올리고 본인의 굵은 넓적다리를 책상 삼아 제작진이 전해준 종이를 받치고 있다. 최종 선택 때 본인의 마음을 전달할 문장을 작성하고 있는 것 같다.
‘썼어요? 장군님?’
‘아니’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는 장군. 박군은 결국 마지막 날까지 김군과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 숙소에 남겨진 장군은 오늘도 창 밖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어느덧 어둑해진 밤이지만 데이트를 나간 차는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뭐, 쉽네.’
‘거기에다가 내 이름은 쓰지 마라.’
‘내가 미쳤어요? 자뻑이 심하시네. 왜 저러실까’
윤군은 자신은 마음을 결정하기가 쉽다고 금방 문장을 써내고 엎드린 몸을 일으킨다.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험상 궂은 무표정을 짓고 장난을 치는 장군과, 4박 5일 동안 장군과 많이 친해져서 어이없다고 웃는 윤군. 윤군은 장군이 쓰고 있는 종이를 보는 척 까치발을 들어 힐끔 종이 안을 보려고 하고, 장군은 재빨리 손가락으로 종이를 접어 가슴팍으로 숨긴다.
‘뭐야? 이런 건 또 부끄러워 하시네? 좀 보여줘봐요’
‘다 썼으면 저리 가.’
‘ㅋㅋㅋㅋ참나.’
윤군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장군은 윤군이 저만치 걸어가자 다시 품에 안은 종이를 펼치며 넓적다리에 받친다. 아직 빈칸으로 남아있는 장군의 문장들.
‘으하아..’
이건 외로운 밤 나 혼자만의 고민일까. 그렇게 장군은 고민이 깊어지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올리며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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