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게이즈 10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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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님~’
그 시각, 2층 강군의 방으로 걸어 올라오며 강군을 부르는 최군의 목소리. 강군 역시도 작성하던 종이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집어 넣고 최군을 맞이한다.
‘네에?’
‘이거 다 썼어요?’
최군은 아직 빈칸으로 남아 있는 종이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강군에게 묻는다. 강군은 그런 최군과 눈을 마주치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강군의 반응에 순간 입꼬리가 씰룩대지만 괜히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는 최군.
‘아 다 쓰셨구나. 엄청 빨리 쓰셨네요.’
‘저는 뭐 딱히 고민할 게 없어서요’
‘오호 그래요?’
강군이나 최군이나 마지막 이 순간까지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 최종 결정 때 선택을 하고 말고는 본인의 자유다. 아직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한 번이라도 강군의 분위기를 살펴보려고 올라온 듯한 최군. 강군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마음을 이미 정했다고 말하니까, 안심이 되면서도 동시에 불안하고 긴장이 된다. 그 때, 상황파악하러 티나게 찾아온 최군이 귀엽다고 능글맞은 목소리를 뱉는 강군.
‘최군님은 고민이 많나봐요. 관심 가는 남자가 많으신가보네요. 나는 한명인데.’
‘아. 아아. 오키.’
강군이 주는 힌트일까. 그제서야 알겠다고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하며 해맑은 미소로 미련없이 뒤돌아 뛰어내려가는 최군. 그리고 최군이 떠나가자 혼자 방에 앉아 다시 작성한 종이를 열어보는 강군.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강군의 마음이 다시 또 두근대기 시작한다.
[주차장]
데이트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김군의 차. 주차를 하자 박군이 고생했다고 인사를 하며 안전벨트를 풀어낸다. 그 때, 박군의 가슴을 가로막고 박군을 쳐다보는 김군.
‘잠시만요.’
놀란 박군의 두 눈동자. 김군이 뒷 자석으로 손을 뻗어 선물 상자 하나를 꺼낸다. 또 다시 명품이다. 김군이 무심하게 선물을 주려는 듯 휙 건네자, 박군은 깜짝 놀라 팔을 숨기며 말을 잇는다.
‘아아, 아니에요. 이런 거 안주셔도 돼요.’
‘받아요. 4박 5일 동안 너무 고생 많이해서 선물로 주는 거에요.’
‘제가 고생하긴요. 아 정말 괜찮아요. 저 어짜피 촌놈이라서 이런거 잘 쓰지도 못해요. 괜찮습니다.’
‘음? 안 받으면 또 너무 서운할 것 같은데?’
김군은 부담스러워서 손사레를 치는 박군을 보고 서운하다는 듯한 표정 연기를 한다. 그런 김군의 익살스러운 귀여운 표정을 보고도 어쩔 줄을 몰라 표정이 경직되어 있는 박군. 김군은 끝까지 박군이 안받으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알겠어요. 너무 착한 박군님. 제가 그러면, 이건 우리 정식 커플 되면 다시 드릴게요.'
‘아..'
‘그건 괜찮죠? 어짜피 커플인데. 선물 줄 수 있는 거잖아. 오다 주웠다~ 이런 느낌.’
‘아..아아 넵.’
원치 않는 거절을 해야하는 이 상황조차도 부담이 되고 버거워서 땀을 뻘뻘 흘리는 박군과 그런 박군을 이해한다는 듯이 다시 선물 상자를 뒷자석에 놓는 김군. 박군이 눈을 꿈뻑이며 김군의 눈치를 보자, 김군은 가슴 안주머니에 접어두었던 제작진이 전달해준 종이를 꺼내며 입을 연다.
‘이건 다 쓰셨어요?’
‘아뇨 아직요..’
‘그러면 우리 이거 같이 쓸래요?’
‘아..’
‘음 만약 같이 쓰는 게 조금 부끄러우면 바꿔 써주는 건 어때요?’
계속 입만 벌리고 있는 박군. 김군은 한술 더 떠서 아예 바꿔 쓰자며 자신의 종이를 건넨다. 박군 역시도 종이를 꺼내들고는 꼬깃꼬깃 만지작대고. 용기가 부족한 박군이 혹시나 제대로 본인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포기할까봐 김군이 머리를 쓰는 것 같다. 혹은 박군은 완전히 잡아버리려는 마지막 한 방일 수도 있고.
‘바꿔 쓰는 건 조금..’
‘그래요? 나는 재밌을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서로 잘 모르는 것도 많으니까 본인에 대해서 직접 쓰고, 교환하기로.’
김군은 계속해서 젠틀한 목소리로 말을 이으면서 어느새 박군이 쥐고 있는 종이를 가져가려는 듯이 손을 뻗는다. 엉겁결에 종이를 뺏기고 김군의 종이를 건네받는 박군. 어짜피 같은 문장 양식이 적혀있는 작은 종이일 뿐인데. 박군은 마지막 순간에 거의 융단폭격 하듯 쏟아지는 김군의 전략에 거의 반쯤 넋이 나가 있다.
‘이따가 자기 전까지 써서 교환합시다. 응?’
김군은 여느 때와 같은 일관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거의 대답을 강요하듯 박군을 쳐다본다. 결국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군. 그제서야 김군은 알겠다며 잠시 박군의 어깨를 쥐어잡고는 차 문을 나간다.
[그 날 밤, 취침 직전]
약속했던 시간이 되어 2층 한복판에서 만난 김군과 박군. 각자가 써준 자신의 종이를 교환하며 최종 선택 전 마음을 확실히 주고 받는다. 당당하게 종이를 건네는 김군과, 얼마나 고민을 한 건지 거의 걸.레짝이 될 정도로 구깃해진 종이를 조심스레 건네는 박군. 김군이 그런 박군의 고민의 흔적이 귀엽다고 피식 웃으며 말을 잇는다.
‘지금 읽어보지 말고, 내일 최종 결정 때 읽도록 하죠. 그래야 더 감동적이니까. 이상한 말 써놓은 거 아니겠죠?’
‘아.. 아니에요. 제가 뭐 잘난 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서 그냥 평범하게 썼어요.’
‘괜찮아요. 그게 박군님 매력이니까 누구보다 박군스러운 표현을 했을 거라고 믿어요.’
‘넵..’
그 때, 김군과 박군이 있는 줄도 모르고 방 문을 열고 나오다가 놀라서 멈칫하는 장군. 마지막 날 밤까지 대화를 하고 있는 김군과 박군을 보고 바로 모른 척을 하고 1층 계단으로 몸을 돌려 빠른 발걸음으로 내려가버린다.
‘저 사람은 신경 쓰지 마요’
그리고 그런 장군을 비웃으며 눈을 흘기고는 박군의 손목을 잡는 김군. 박군은 장군을 보자마자 마치 범죄의 현장을 들키라도 한 듯이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오른다.
[5일차 아침]
드디어 길었던 식스 게이즈의 4박 5일의 여정이 끝이 났다. 최종 선택을 위해 촬영 준비를 하고 있는 제작진들과 대기하고 있는 여섯 게이들. 평소라면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겠지만 오늘 이 순간 만큼은 모두 진중한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다.
어젯 밤부터 거의 반쯤 넋이 나가있는 박군과, 그 어느 때보다도 멋있는 정장을 차려입고 반듯이 앉아 있는 김군. 강군은 다시 첫날처럼 귀여운 초록 모자를 쓰고 마음이 안좋은 듯 박군을 쳐다보고 있고, 최군과 윤군은 서로 인스타 아이디를 알려주며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그리고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는 장군. 박군은 장군을 생각할 때면 자꾸 마음이 무거워져서 거친 호흡을 내쉬게 된다.
꽈악-
그리고 그런 박군의 마음을 읽는 건지 박군의 손을 꽉 잡아주는 김군. 박군은 애써 진정하려고 심호흡을 하며 창 밖을 바라본다.
그 때, 박군의 눈에 들어오는 창 밖 저멀리에 있는 장군. 촬영을 준비하는 제작진들 옆에 서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 차라리 저게 마음이 편해서 저러는 걸까. 누가 제작진이고 누가 출연진인지 모를 정도로 위화감 없는 비쥬얼이긴 하다.
‘잠시만요’
그리고 그런 장군을 보자마자 김군의 손을 살짝 떼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박군. 김군은 계획에 없던 장군의 반응에도 아직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숙소를 나가는 박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박군을 재밌다고 지켜보는 강군. 강군은 박군을 말 없이 응원하듯이 두 눈에 힘을 가득 준다.
‘장군님,’
‘아 거따가 치시면 여기 바람이 이렇게 불잖어요. 아 이 감독님 똑똑한 줄 알았는데 순.’
‘장군님!’
‘?’
4박 5일 동안 함께했던 제작진이어서 출연진들만큼 친해진 모습. 장군은 해맑게 웃으면서 제작진들과 간이 세트장을 설치하다가 예상치 못했던 박군의 등장에 놀란 듯 박군을 쳐다본다. 그러다가 바로 표정을 굳히는 장군. 어제 아침 이후로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두 사람이기에. 어색하다. 이미 결과는 정해진 듯 느껴지는 마지막 날. 장군은 박군을 피하고 싶었던 걸까.
‘잠시만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어, 그럼요. 예.’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손을 탈탈 털고 박군에게로 다가오는 장군. 두 사람은 그늘진 구석으로 걸어가고, 저만치 거실 창문 안으로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김군이 보인다.
탈탈-
‘네, 어제도 잘 주무셨습니까?’
‘넵..’
장군은 애써 태연하게 몸을 털며 늦은 인삿말을 건네고 박군은 그 옆에 서서는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침을 꿀꺽 삼키고 있다.
‘다행이네. 아까 아침에 김치찌개 끓여놨는데 그건 드셨.. 아, 맞다. 아침 잘 안드신다 했지.’
장군은 또 다시 생각 없이 실수를 하는 자신을 꾸짖듯이 괜히 본인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는 아무 일 없는 듯 어깨 스트레칭을 한다. 이런 장군의 은근 소심한 모습이 색다르다.
그러면서도 박군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장군. 시선은 괜히 먼발치를 바라보고 몸을 훌훌 털어내듯 몸을 흔든다. 누가봐도 박군과 눈을 마주치기 힘든 듯한 장군의 태도. 그런 장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박군이 용기내 입을 연다.
‘다름이 아니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감사? 뭔 감사? 아 괜찮아요~’
장군은 손사레를 치며 잠시 박군과 눈을 마주치다가는 다시 시선을 피한다. 이어지는 박군의 목소리.
‘제가 제 인생 살면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4박 5일이었고, 장군님이 그 사랑을 주셨어요.’
박군이 이렇게 용기내어 말한 적이 없었기에 장군 역시도 괜히 입술을 모아 소리 없는 휘파람을 부는 척을 하다가는 서서히 박군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다시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마음을 전달하지 못할까봐 너무 걱정이 됐어요. 지금 어떻게 용기를 내서 하게 됐지만..’
‘박군님 어렵게 굳이 말 안해도, 감사해하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괜찮아요. 나도 이제 박군님 스타일 아니까’
‘그래도요. 말로 표현해야지 그나마 보답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로 표현하는 게 나으니까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나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없고.’
장군은 고맙다면서, 오히려 굳게 다짐한 듯 입을 다물고 괜찮다고 박군의 어깨를 두들겨준다. 누가봐도 최종 선택을 하기 전 마지막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박군의 모습. 장군은 결과를 이미 예측하고 있는 듯이 애써 박군 앞에서 후련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때, 장군의 따뜻한 손길에 애써 잠재운 감정이 다시 터져올라서 말을 잇는 박군.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학교도 못다녀서 눈치도 많이 보고 겁이 많아요. 해야되는 말도 잘 못하고, 사실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도 잘 몰라요. 이게 혹시 장군님에게 피해가 됐을까봐.. 죄송합니다.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셨던 거 평생 못잊을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몰랐던 박군의 사정을 듣고 두 눈동자가 떨리는 장군. 이야기를 마치며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하는 박군. 어쩌면 나보다도 아픈 사연을 온 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박군이 그저 대견해보이고 안쓰려워 보인다. 결국 장군이 아예 박군 쪽으로 몸을 틀어 팔을 벌리며 말을 잇는다.
‘괜찮아요. 서로 좋은 기억 남긴 거니까. 근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딱 안아봅시다.’
푸욱-
은근 박군의 눈치를 보며 안아보자고 제안하는 장군. 하지만 장군의 고민이 무색하게 박군은 장군이 팔을 벌리자 마자 장군의 품 안에 안기며 고개를 파묻는다.
장군은 그런 박군을 넓은 가슴으로 한 가득 껴안아준다. 이내 한 남자의 눈물로 축축히 젖어 들어가는 장군의 가슴. 장군은 고개를 들어 괜히 얼굴을 찡그리며 젖어들어가는 눈을 깜빡인다. 못 다 전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미 터져버린 서러움의 눈물을 억지로 억누르고 있는 장군은 더 이상은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
[최종 결정]
새로운,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사랑을 찾으러 이 곳에 모인 여섯 게이들. 그들의 용기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시간. 최종 결정 시간이 찾아왔다. 일자로 서있는 여섯 게이들. 각자 만의 개성으로 이곳에서의 4박 5일을 아름답게 채워준 그들의 마지막 문장을 들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첫 번째 결정, 강군]
첫 번째 순서로 다섯 남자의 앞에 서는 강군. 강군은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펼쳐들고 읽기 전에 다섯 남자를 한 번씩 바라본다. 그 중에서 최군과 눈을 마주치고 베시시 웃는 강군. 강군의 미소에 설레는 최군. 그렇게 우리의 초록 모자 강군이 양식에 맞게 정성스레 준비한 문장을 읽어내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숨기고 싶은 모습까지도 꺼내어 놓을 사람이 있는가?’
강군이 읽어내리는 첫 문장에 결국 웃음이 터져버리는 최군. 최군은 밀려오는 지난 4박 5일 간의 기억들에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 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강군을 바라본다. 오동통한 손으로 종이를 꽉 쥐고 경직되어 서있는 강군의 모습. 최군은 고개를 끄덕끄덕 댄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오~~’
마음을 전할 사람이 있다는 강군의 결정에 가슴이 벅차 올라서 하늘을 바라보는 최군. 정말 이제는 때가 됐다. 그렇게 강군은 마지막 문장을 읽어내리기 시작한다.
‘그 사람은 최군입니다.’
짝짝짝-
강군이 마지막 결정을 발표하자 있는 힘껏 박수를 쳐주는 남자들. 하지만 아직 최군의 결정을 들은 것이 아니기에 환호하기엔 이르다. 강군이 자리로 돌아오고, 이어서 다음 차례로 모두의 앞에 서는 최군. 강군은 계속 긴장이 되는지 침을 꿀꺽 삼키고 땀에 젖은 손을 허벅지에 닦아낸다. 여기저기서 긴장의 한숨 소리가 터져나온다.
[두 번째 결정, 최군]
‘벌써 끝이라니 아쉽네요. 우리 나가서도 다 연락하고 지내는 거 맞죠?’
그저 긴장해서 FM대로 결정을 한 강군과 달리 아주 여유롭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최군. 역시 넘치는 최군의 인싸력에 모두들 웃음이 터지고, 윤군은 나가서 바로 전화하라면서 귀 옆에 손을 갖다대고 딸랑댄다.
‘제 앞에 어떤 잘생긴 분이 뭐라 뭐라 하시던데 그분 얼굴 감상하느라 잘 못들었어요. 저도 한 번 용기내서 뭐라 뭐라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분위기 좋게 장난을 치면서도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종이를 펼쳐드는 최군. 강군은 고개를 살짝 숙인다. 최군이 준비한 문장을 읽어내리기 시작한다.
‘당신은 세상 누가 아니라고 해도 끝까지 그렇다, 괜찮다 말해주며 위로의 어깨를 내어주고픈 사람이 있는가?’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완성한 문장이 오그라든다는 듯 표정을 지으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는 최군. 최군은 마지막 문장을 읽는다.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연히 강군입니다!’
‘와~~~!!!!!’
짝짝짝-
‘키스해! 키스해! 아, 이거 아닌가, 죄송합니다.’
누가 뭐래도 식스 게이즈의 예비 공식 커플이었지만, 실제 커플이 성사되는 순간을 보니 모두가 하나같이 설렘을 느끼고 박수를 쳐준다. 윤군이 흥분해서 장난을 치다가는 재치있게 한 발 빼고, 제작진이 신호에 맞춰 강군이 최군에게 걸어가 두 사람이 나란히 선다.
‘와..’
이렇게 실제 커플이 탄생하는 현장을 보니 소름이 돋는 박군. 최군은 감사하다며 다시 한번 강군에게 인사를 하고, 강군 역시도 따라서 목례를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최종 커플이 되고, 다음 차례가 다가온다.
[세 번째 결정, 윤군]
‘나는 뭐 다들 듣기 좋은 말 해주려고요~’
어쩌면 가장 마음 고생이 심했을 법한 윤군, 하지만 윤군은 이 경험을 통해 또 다른 깨달음과 자신감을 얻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 윤군은 그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는 듯 하다.
‘당신은 여기 식되는 사람이 있는가? 아뇨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이 ㅈㄹ~’
‘푸핫.’
윤군다운 스타트에 강군이 빵 터져서 웃고, 최군 역시도 그런 윤군을 재밌다고 바라보면서 어느새 강군과 손을 깍지낀 채 꼬옥 잡고 있다. 고개를 돌려 최군과 눈을 마주치는 강군. 최군은 눈 앞에 있는 이제 남자친구가 된 강군이 믿기지 않는지 황홀함을 느낀다.
‘하지만 당신은 그 어느 때보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에서 나를 이해해준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가?’
‘나에게는 그런 사람..~’
사실 진심으로 준비한 또다른 문장을 읽다가 말을 멈추는 윤군. 다들 놀라서 윤군을 동시에 바라본다. 윤군은 다소 능글맞게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어간다.
‘들 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입니다!’
‘크흡. 푸하핫’
‘그리고 시청하고 계신 당신도 포함~’
바로 자신을 찍는 카메라에다가 윙크를 하며 애교를 부리는 윤군. 내내 근엄하게 서있던 장군 빵 터져서는 웃음이 터진다. 끝까지 윤군스러웠던 윤군의 결정까지 끝이나고, 자리로 돌아오는 윤군에게 리스펙의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 김군도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친다.
[네 번째 결정, 김군]
김군의 차례가 되니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다. 불어오는 바람이 쌀쌀하게까지 느껴지고 서늘함이 든다. 김군과 가장 많은 사건이 있었던 건 사실 강군도, 박군도 아닌 장군일 수 있다. 장군은 이제 모든 게 끝나가는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 오히려 편안해진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고 김군을 내려다보고 있다.
‘즐거운 4박 5일이었습니다.’
깔끔한 한 마디와 함께 젠틀하면서도 각이 있는 움직임으로 접어둔 종이를 펼치는 김군. 김군의 의도대로 박군이 써준 박군에 대한 문장이다. 박군은 어째서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ㅎㅎ’
박군이 고민하며 썼을 문장을 본인도 처음보고 웃음이 터지는 김군. 김군이 그렇게 문장을 읽기 시작한다.
‘당신은 본인이 못난 줄 알고, 매력이 없는 줄 알고,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박한 사람이어서 더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자신이 썼던 문장을 살짝 비틀어서 읽는 김군에 놀라서 고개를 다시 드는 박군. 김군은 이것까지 계획했던 것 같다. 김군은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박군과 눈을 마주치고 문장을 잇는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박군입니다.’
짝짝짝-
예상이 갔던 김군의 결정이 마무리 되고 박수를 치는 남자들. 하지만 장군은 박수를 치지는 않는다. 아직 박군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역시 환호성도 터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큰 게 하나 남아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다섯 번째 결정, 장군]
식스 게이즈의 씬스틸러, 장군이 당당한 포즈로 모두의 앞에 선다. 처음 만난 날처럼 언제봐도 엄청난 존재감. 하지만 그 때는 마냥 위협적으로만 보였다면, 지금은 장군이 짓고 있는 섬세한 눈빛과 미세한 미소까지 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벌써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 게 아쉽습니다.’
‘그러게요 이제 장군님이 해주는 아침밥 못먹잖아’
‘왜 못먹어, 우리 가게 놀러오면 차려주지’
진심으로 장군과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서 아쉬움이 가득해보이는 목소리의 윤군과 그런 윤군에게 언제든지 놀러오라고 듬직하게 대답하는 장군. 그러다가 장군은 시선을 돌려서 박군과 눈을 마주친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 과연 장군은 어떤 최종 결정을 하게 될까.
‘그럼 나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차분하게 종이를 펼치는 장군. 장군은 긴장한 숨이 가득 들어찬 가슴을 활짝 벌리고 입을 꾹 다문 채로 자신의 문장을 잠시 내려다보다 입을 연다.
‘당신은 평생을 그리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너무 소중해 끝까지 그 마음과 영혼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역시나 장군은 박군을 포기하지 않았다. 안되더라도 끝까지 마음을 전달하는 장군. 오히려 장군답게 문장을 두개나 써버린다. 장군의 진심이 가득 묻어나는 문장에 공감을 하며 바로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윤군. 강군 역시도 장군과 박군의 엇갈리는 모습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입장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살짝 고개를 돌린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박군입니다.’
짝짝짝짝짝-
‘와아- 멋있다!!!’
장군은 박군의 이름을 부르며 살짝 울컥하지만 무사히 문장을 마무리한다. 김군이 문장을 읽었을 때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남자들. 끝까지 용감한 모습을 보여준 장군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고 있다.
‘후우!’
장군은 이제서야 모든 마음이 후련해진 듯이 자리로 돌아오며 크게 숨을 한 번 내뱉는다. 그러면서 힐끔 눈치를 보듯 박군을 바라보는 장군. 장군의 두 눈에 담기는 박군은 언제부터 무릎에 힘이 풀린 건지 허리를 숙이고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의 진심 가득한 마지막 고백이 박군을 저리도 힘들게 만든 걸까. 장군은 끝까지 본인이 이기적인 선택을 한 걸까 느껴져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마지막 결정, 박군]
식스 게이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는 박군의 최종 결정. 이 결정에 따라 한 커플이 추가될 수도, 혹은 아닐 수다 있다.
‘제가 소심하긴 해도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요. 어제부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감정이 격해졌네요. 잠시만요 ㅋㅋ’
‘괜찮아~~ 잘생겼으면 다 돼!ㅋㅋ’
짝짝짝-
박군은 어제 오늘 계속 약한 모습을 보이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자리에 나와서도 잠시 뒤를 돌아 눈가를 닦아낸다. 그런 박군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강군. 강군을 따라 모든 남자들이 박수를 쳐주고 다시 웃음을 되찾은 박군이 자리에 똑바로 선다.
‘너무 좋은 형님들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앞으로 게이로서 살아가면서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게이라는 게 자존감을 많이 깎아먹을 때도 있었는데, 형님들 보면서 너무 당당하고 멋있는 사람이 많구나 느꼈습니다. 앞으로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요’
모두에게 전하는 박군의 소감에 고개를 끄덕이는 최군. 하지만 장군과 김군은 사뭇 긴장하는 표정을 보이며 박군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두 큰 형님에게 시선을 돌리는 박군.
땀에 젖어들 정도로 꼭 쥐고 있는 박군의 종이에는 분명히 김군의 이름이 적혀있다. 애초에 망설임이 많은 장군을 위해 김군이 직접 적어준 종이니까. 그렇게 잠시 장군과 김군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말을 잇는 박군.
‘여기서 많은 걸 배웠지만, 제가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으려고, 항상 용기내지 못하고 남들에게 맞춰서 살아왔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종이를 만지작 대면서 열지는 않고 계속해서 말을 잇는 박군의 예상 밖의 행동에 모두가 놀라서 박군을 쳐다본다. 박군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몰입되는 절정의 순간.
그 때, 무언가 눈치 챘다는 듯이 피식하고 입꼬리를 올리는 강군. 김군은 뭔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음으로 무척이나 당황한 듯 괜히 제작진을 쳐다본다.
‘그래서 마지막 기회인 지금. 제가 5일 동안 내지 못했던 용기를 한 번에 몰아서 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쥐어잡고 있던 종이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는 박군. 그런 박군의 행동에 모두가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 해지고, 윤군은 거의 기절할 듯 팔딱 대며 괜히 최군의 등을 때린다. 그 때, 두 눈을 꾹 감는 박군.
‘다.. 당신은..’
눈을 감고 마음 속의 문장을 생각해내며 뱉기 시작하는 박군. 결국 김군은 허탈한 듯 삐딱하게 서서 한숨을 내뱉고, 그 옆에 서있는 장군은 순간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 듯 굳어서는 가만히 놀란 표정으로 박군을 바라본다. 이어지는 떨리는 박군의 고백.
‘사실은 너무 무섭고, 혼자 숨어 울게 만드는.. 이 세상에..'
'나를 던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장군입니다.’
‘와아아!!!!!!!!’
결국 박군이 온 맘 가득 내뱉은 서툰 문장의 끝은 장군이었다. 박군의 문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촬영지가 떠내려갈 만큼 큰 환호성을 지르는 강군.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장군이 박군에게 달려든다. 장군은 울컥하며 눈물이 터져버리고, 최종 선택을 받지 못한 김군은 아예 뒤를 돈 채로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이 썩는다.
달려오는 장군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한 미소를 짓고 팔을 벌리는 박군. 장군은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인생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그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소중한 애인을 다시 한 번 껴안아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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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개월 동안 연재한 식스 게이즈를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소설을 쓰고 엔딩을 지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식스 게이즈는 홀로 여행을 하던 중 술 한 잔 먹고 적적한 마음에 1화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 엔딩을 지은 오늘 역시도 집이 아닌 낯선 공간에 여행을 와있는 제가 신기하고 재밌네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노트북 펼칠 수 있는 곳이면 아무데나 앉아서 끝맺음을 지었어요. 이야기 속의 최종 결정 때 문장을 읽는 방식은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아름다운 문장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어떤 분이 적어두신 문장인지는 모르지만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소설에서 다시 만나뵙기를 바라며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 하나 남겨주셔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놀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