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기차가 없다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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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학기와 용주가 함께 사는 집의 거실에는 해마다 사진이 바뀌어 걸렸다. 서로 대판 싸우면 주말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서 섹스를 하며 갈등을 풀었고, 여름휴가 때는 일본으로 날아가 기차를 타고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주로 시골 온천을 물색해서 기차를 타고 돌아다녔지만 유명한 문화유적지는 빼놓지 않았고, 대도시에서 머물 때는 게이바도 찾아가 훈도시를 입고 사진도 찍었다. 성진국으로 위상이 높은 일본이었으므로 오사카 여행에서는 우메다역 근처에 있는 헵파이브를 타고 키스를 비롯해 오럴 섹스까지 감행했다.


  학기와 용주가 둘이서만 여행을 간 것은 아니었다. 용주의 게이 친구 경수 커플과도 함께 떠난 적이 있었다. 일본 여행이 처음인 경수 커플에게 학기와 용주가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선 여행이었다.

  첫날밤은 모든 객실이 독채로 된 료칸에 투숙했다. 제법 큰 노천탕이 딸리고, 이부자리 4개가 깔려도 공간이 남는 곳이었다. 함께 여행을 왔으니 첫날은 함께 온천욕을 즐기고 여행 일정을 얘기하기 위해서 한 방을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곧 실수임이 드러났다. 경수의 애인 택진이가 이제 갓 서른이 된 젊은이라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숨소리가 자꾸만 거칠어지는 택진이를 보고 눈치를 챈 용수가 학기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학기야, 쟤네들 섹스하고 싶은가봐. 우리가 자리 피해주자.”


  학기와 용주는 노천탕에 들어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하하하하 젊은 게 좋은가봐. 경수 형은 좋겠다. 젊은 애 기 빨아먹고 살아서 자꾸 젊어지는 거 같애.... 형 자꾸 택진이한테 눈 돌아가던데, 그래서 눈치 챈 거지?”


  “하하하하 택진이 진짜 귀여워. 너도 젊을 때 택진이처럼 귀여웠는데....”


  “지금도 귀엽거든? 근데 누가 탑이야? 택진이가 탑이겠지?”


  “아닐 걸? 경수가 젊은 애 사귀는 게 다 이유가 있어. 얼마나 조ㅈ부심이 강한 새낀데.... 지금에야 말하는 거지만.... 경수가 뚱식이 아니었으면 아마 내가 대시했을 거야.”


  “괜히 나도 꼴리네.... 형.... 전에 경수 형이 했던 말 있잖아.... 택진이가 나 따먹고 싶다고 그랬던 거....”


  “응. 기억나.”


  “형.... 나.... 오늘만 바람 펴도 돼?”


  용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너 뚱뚱한 사람도 돼?”


  “응.... 형 만나기 전에 인상만 좀 좋으면 아무나 만났어.... 나 원래 그런 놈이야.... 욕망을 쫓아서 극장에나 가던 놈....”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너 몰래 바람도 폈었는데....”


  “형은 내가 바람피우는 거 싫지?”


  “응.”


  용주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근데.... 니가 하고 싶으면 해. 나 몰래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경수랑 택진이 믿을 만한 사람이고.... 집밥만 먹으면 질리잖아. 외식도 해야지....”


  “형은?”


  “쟤네 둘 다 뚱식이잖아. 난 그냥 여기 있을게.... 뭐해? 얼른 들어가.”


  학기는 용주에게 등을 떠밀려서 자지를 세우고 방으로 들어갔다. 경수와 택진이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누워 자지를 빨고 있었다. 학기는 그 옆에 슬그머니 누웠다. 경수 커플은 기다렸다는 듯이 학기의 온몸을 주무르고 핥았다. 미닫이 문 틈으로 용주가 훔쳐보는 것이 보였다. 학기는 흥분이 달아올라 경수 커플에게 몸을 맡겼다.

  학기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세 명이서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경수와 택진이의 자지를 잡고 번갈아 빨기도 하고, 택진이의 젊고 탄탄한 몸을 애무했다. 경수가 구경을 하다 학기에게 말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둘만 살았는지 신기하네.... 택진이 젋으니까 좋지?”


  “응.”


  학기에 이어서 경수도 택진이를 애무했다. 뒤집어서 등과 엉덩이를 애무하다 자지를 엉덩이 사이에 넣고 문질렀다. 택진이는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경수의 자지가 항문에 비집고 들어갔다. 택진이는 신음을 토하며 학기의 자지를 빨았다. 택진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던 학기와 경수는 키스를 나눴다.


  “택진이가 너랑 셋이서 하고 싶댔는데 오늘 소원 성취했어.... 너도 택진이한테 박을래?”


  학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경수와 택진이는 포지션을 변경했다. 택진이가 경수의 항문에 자지를 박고, 경수는 학기의 자지를 빨았다. 택진이가 학기의 젖가슴과 뱃살을 만지며 말했다.


  “형 엄청 섹시해요. 용주 형이 왜 형을 좋아하는지 알겠어요.”


  학기는 웃으며 택진이와 키스를 했다. 여전히 열린 문틈으로 용주가 보고 있었다. 택진이는 경수를 바로 눕히고 다리를 들어 자지를 박았다. 용주와 달리 경수는 항문으로 자지를 받으면서도 계속 발기가 되어 있었다. 학기는 경수의 자지를 자위하듯 어루만졌다. 택진이가 연신 자지를 박으며 말했다.


  “우리 자기 자지 크죠?”


  학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택진이가 학기의 자지를 만지며 물었다.


  “형은 탑만 해요?”


  학기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탑 바텀 번갈아 하면 좋은데.... 형한테 박으실래요?”


  “아니. 괜찮아.”


  경수가 포지션을 다시 바꿔 택진이를 눕혔다. 택진이가 오금을 잡고 다리를 들어올렸다. 경수는 택진이의 항문에 자지를 박으며 학기에게 말했다.


  “용주가 너 엄청 많이 좋아하는 거야.... 저 새끼 너 만나기 전에 탑이었어.... 학기야.... 뒤에서 박아줘. 앞뒤로 느끼고 싶어.”


  학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두 사람끼리 집중해. 나는 이제 우리 형이랑 할래.”


  학기는 용주에게 손짓을 했다. 용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기는 용주를 눕히고 온몸을 핥았다. 평소보다 더욱 격정적인 애무였다. 용주가 학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쟤네들이랑 왜 애널 섹스 안 했어?”


  학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용주를 뒤집어 놓고 등과 엉덩이를 애무하다 위에 올라타서 목덜미를 애무하고는 귓등에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용주에게 속삭였다.


  “형 마음을 이제야 알았어.... 형이 최고야. 형보다 나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학기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고 기술적으로 용주와 한몸이 되었다. 그리고 용주와 함께 씨를 뿌리고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다.


  학기와 용주는 일본만 고집한 것도 아니었다. 베트남에도 기차는 있었으므로 일본보다 더 멀리 날아가기도 했다. 잘 짜맞춰진 것 같은 일본에 비해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 나름의 질서가 있고, 적당히 불결해 보이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베트남에 학기와 용주는 매료되었다. 물가가 싼 것은 덤이었다. 새로운 곳을 개척해 가는 것은 자칫 권태로워질 수 있는 삶에 활력을 제공했다.


  “학기야.... 우리 유럽 갈래?”


  “형은 방학이 있지만 나는 겨우 일주일 휴간데....”


  “지금 가자는 게 아니라 나중에 우리 은퇴하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타고, 유레일패스 끊어서 막 다니자. 어때?”


  “굿아이디어. 돈 조ㅈ나 모아야겠네.”


  “그래서 나도 중학교 탈피 하려고.... 이제 고등학교 갈 거야.”


  “보충수업하기 싫어서 안 간다며?”


  “나도 돈 많이 벌어야지. 보충수업 수당이 쏠쏠하단 말야. 누구는 연봉이 1억이 넘는데.... 조ㅈ나 부러워.”


  “형은 연금이 있잖아. 나 나중에 형이 연금 받으면 그거 뜯어 먹고 살 거란 말야.”


  “그러든지....”


  용주는 50이 다 된 나이에 고등학교에 출근했다. 학교 내에서 정치질을 하는 게 싫어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평교사로 남겠다는 용주였다. 방학 때도 출근을 한 용주는 보충수업 수당이 적힌 월급명세서를 흔들며 학기에게 자랑을 했다. 학기는 나이가 들어도 해맑게 웃는 용주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용주가 만으로도 나이가 50이 되던 때였다. 새학년 새학기를 얼마 앞두지 않은 때에 용주가 짜증을 냈다. 고2 담임을 맡아서였다. 학기도 같이 짜증을 냈다.


  “그게 뭐라고 이렇게 짜증을 내. 짜증나게스리....”


  “내가 짜증 안 내게 됐냐? 2학년 담임이라니까 2학년.... 내가 중학교 근무할 때 1학년이랑 3학년 담임만 맡은 거 몰라?”


  “2학년이 어때서 그래. 별 것도 아닌 걸로 짜증을 내.”


  “성과급 잔치를 하는 데 다니는 니가 학교를 어떻게 알겠냐.... 너 중고등학교 2학년 때 뭐 했는지 기억 안 나? 다 까먹었어?”


  “2학년 때 편했는데.... 그냥 학교에서 공부하는 거 똑같잖아. 2학년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


  “수학여행 가잖아. 수학여행.... 내가 수련회 따라가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수학여행까지 따라가게 생겼단 말야....”


  그해 5월, 학기는 또 짜증을 있는 대로 냈다. 수학여행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여행을 가는 곳이 더 문제였다.


  “씨.발.... 제주도가 뭐야.... 조ㅈ나 짜증나.”


  “나는 제주도 가는 거 부럽기만 하구만.... 할 수만 있으면 형 대신 내가 따라가고 싶네. 공짜로 여행 가고 좋잖아.”


  “너 내가 제주도에 안 좋은 기억 있는 거 몰라?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


  학기는 용주가 결혼식을 올리고 떠났던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싸우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또 들어야했다. 그렇게 진절머리를 내는 걸 보면 정말 안 좋은 기억이지 싶었다.


  수학여행 당일, 용주가 캐리어를 끌고 새벽같이 나가는 것을 문 앞에서 배웅하며 학기는 장난을 치듯 말했다.


  “올 때 꼭 초콜렛 사와. 제주도 갔다 온 직원들이 늘 사오는데 조ㅈ나 맛있더라. 감귤이랑 백년초랑 종류별로 다 사와.”


  “씨.발.... 너 죽여 버린다.... 지금 바쁘니까 갔다 와서 진짜 죽일 거야.”


  그랬던 용주가 오후가 되면서부터 학기에게 간간이 사진을 보내왔다. 물론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셀카로 찍은 사진도 있고, 풍경만 찍은 것도 있었다. 하나같이 멋져 보이고, 용주의 표정이 아침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학기가 사진을 감상하고 있을 때 용주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 제주도 조ㅈ나 좋아.


  수학여행 기간 내내 용주는 학기에게 사진을 보내왔다. 학생들과 함께 웃는 용주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 학기도 기분이 덩달아 좋았다.

  그런데 수학여행 마지막 날 오후에 용주에게서 짜증이 섞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 씨.발 벌써 끝났어. 공항이야. 더 있고 싶은데.... 이따 집에서 봐.


  곧바로 사진도 도착했다. 초콜렛 상자를 찍은 것이었다. 학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여행은 누구랑 같이 가느냐가 중요한 거야.”


  용주는 학기에게 제주도 예찬론을 펼쳤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하지만 용주가 보여주는 사진을 보며 학기도 인정을 했다.


  “학기야.... 비행기 타고 오면서 생각한 건데.... 우리 제주도 가서 살래?”


  학기는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방금 한 말.... 나랑 같이 살자고 한 거 이상으로 뜬금없는 거 알아?”


  “응. 알아. 근데 제주도 너무 좋아. 가는 데마다 다 그림이야.”


  “아무리 그래도 제주도에서 살자는 건 좀 생뚱맞지 않아?”


  “너나 나나 혼잔데 여기서 사나 제주도 가서 사나 마찬가지잖아. 여기나 거기나 학교 있고, 니네 회사 제주도에도 지사 있을 거 아냐. 여기서 월급 받나, 거기서 월급 받나 매한가지잖아.”


  학기는 늘 용주가 댔던 핑계를 댔다.


  “제주도에는 기차가 없잖아.”


  “제주도에 여행 갈 때나 그런 거고, 제주도 가서 살면 그냥 일상이 되는 건데 기차가 무슨 필요가 있어. 또 제주도에 살면 일상이 여행 같을 거 아냐. 그치?”


  “그렇긴 할 거 같은데....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그래. 지금 당장 갈 것도 아니니까.... 나는 학교를 제주도로 옮길 수 있는지 알아볼 테니까 너도 제주도로 발령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


  학기는 용주의 설득에 끝내 넘어갔다. 사랑하는 용주가 그토록 바라는 데에 학기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사실도 큰 몫을 담당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제주도에 발령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있었다.

  사전 답사 겸 해서 여름에 제주도에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용주의 보충수업과 학기의 휴가 날짜가 겹쳐서 갈 수가 없었다.


  용주의 발령은 의외로 빨리 났다. 맞교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제주도에서 대도시로 나오려는 사람은 많고 제주도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므로 바로 새학년 새학기부터 제주도의 학교에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학기는 아직이었다.


  용주가 먼저 제주도로 떠나기 전, 설날 연휴를 이용해 학기와 용주는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여행을 떠났다. 정동진은 기차를 타고 떠날 수 있는 가장 먼 곳 중의 하나였다. 제주도에 살게 되면 기차 여행을 할 수 없으니 국내에서 마지막 기차여행인 셈이었다. 

  학기와 용주는 추운 날씨에도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바다로 나갔다. 용주는 졸음이 가시지 않아 학기의 넓은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고, 일출 직전에 학기는 용주를 깨웠다. 그리고 붉은 해가 공중에 솟아오를 때까지 아무 말 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학기가 용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첫 여행으로 떠난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용주가 말했던 것처럼 한 마디를 던졌다.


  “좋지?”


  용주가 기대고 있던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학기를 바라보며 답했다.


  “응.”


  짧게 한 마디를 대답하고 용주는 다시 학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우리 처음 부석사 갔을 때.... 나도 너한테 그냥 좋냐고 물었잖아. 기억나지?”


  “응. 그래서 나도 지금 써먹었어.”


  “근데 이 질문 잘못된 거 알아?”


  “왜?”


  “문장에 주어가 없잖아.”


  “이용주 선생님 또 직업병 나오네....”


  “근데 주어가 없으니까 참 좋아.... 내 마음대로 주어를 만들 수가 있잖아. 바라보는 풍경이 좋고.... 내 옆에 있는 정학기가 좋고.... 정학기랑 같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게 좋고.... 다~~ 좋아. 특히.... 정학기 넓은 어깨에 기댈 수 있어서 진짜 진짜 좋아....”






  -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정동진역에 도착합니다. 미리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안내 방송 소리에 학기는 눈을 떴다. 용주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학기는 용주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형.... 이제 다 왔어. 내리자.”


  학기는 용주와 함께 기차에서 내렸다. 어둠이 깔려 있었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새벽에 일출 보러 가자.”


  용주는 지난 번 여행 왔을 때 갔던 모텔로 앞장을 서고 바로 뒤에서 학기가 따라갔다. 용주가 먼저 침대에 누웠다. 학기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모텔에 들어오기 전에 편의점에서 사온 소주를 까서 새우깡을 안주 삼아 홀짝 홀짝 마셨다. 용주가 변해버린 이후로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회식 자리에서도 겨우 맥주 한 잔만을 비우고 사이다만 마시던 학기가 아니었다. 그만큼 지난 2년은 학기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소주 한 병을 다 비운 학기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침대 위에 올라가 용주의 옆에 누웠다. 용주는 여행 기간 내내 한 마디로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로 학기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래도 학기는 용주에게 돌아누워 가슴을 토닥이며 말했다.


  “형.... 우리 할까? 나 하고 싶은데....”


  용주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학기가 팬티에 손을 넣어 자지를 만져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지가 부풀어 올라 단단하게 발기까지 되었다. 학기는 용주의 팬티를 벗기고, 자신도 팬티를 벗었다. 용주의 자지에 젤을 바르고 그 위에 내려앉았다. 헤테로 남성이었다면 구실을 톡톡히 했을 용주의 자지가 학기의 항문 안으로 들어갔다.

  학기의 말을 무시하고 대꾸조차 하지 않아도 그나마 섹스는 학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에 학기는 용주의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다. 단지 서로의 포지션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학기는 항문 안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자지를 흔들어 정액을 뽑아냈다. 그리고 바로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일출을 보려 했던 계획과는 달리 학기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에야 일어났다. 용주는 학기가 일어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용주가 먼저 앞장을 서고 학기가 바로 뒤에 붙어서 모텔을 나왔다. 용주는 지난 번 여행에서 학기와 일출을 봤던 모레시계 소나무로 방향을 잡았다. 여행 내내 그랬듯이 용주의 뒤를 학기가 바짝 붙어서 따라갔다.


  해풍에 시달려 약간 옆으로 기울어진 소나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용주는 의자에 앉고, 학기는 용주의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형.... 좋아?”


  용주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바다 보니까 좋아? .... 나랑 같이 있어서 좋아? .... 아직도.... 나랑 같이 바다 보니까 좋아?”


  용주는 학기의 질문에 하나도 대답을 않았다.


  “형도 기억나지? 우리 세 번째 만난 날 처음으로 바다 보러 갔었잖아. 그날 형이 만들어 준 카페라떼가 내가 마신 커피 중에 제일 맛있는 거였어.... 서로 하고 싶었으면서 말도 못하고 백사장만 하염없이 걷고.... 우리 그때 둘 다 20대 젊은이였는데, 지금은 흰머리 희끗한 아저씨가 되어 버렸네.... 그래도 좋아.... 내 인생의 반을 형이랑 같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후회 없어. 다시 태어나도 형이랑 같이 살 거야.... 형.... 우리 옛날 그때처럼 백사장 걸을까?”


  용주는 여전히 입을 닫고 학기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 걷기 싫은 거 알아.... 근데 나는 형이랑 같이 걷고 싶어.... 내가 업어줄게.”


  학기는 용주의 앞으로 가서 두 팔을 어깨에 걸치고 일어났다. 미끄러져 내리는 용주를 위로 올리려고 허리에 반동을 줬다. 그 바람에 용주가 앉아 있던 의자가 발에 채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기는 의자를 잡으려 했으나 용주를 업고 있어서 잡을 수가 없었다.


  바퀴가 달린 의자는 계단을 굴러 난간에 처박혔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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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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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제주에는 기차가 없단 말이 이해가 될듯 하네요
재미납니다
엄청
작가님의 역량을 감탄 또  감탄
진한 커피 한잔 대접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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