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바다... 그리고 두 사내 (최종회-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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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철호형이 미리 예약해 놓은 바닷가 펜션에 도착한 우리.
바깥 경치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과 연결된 테라스에 나간 나는 입이 떡 벌어진다.
바다 위로 가덕도와 거제도를 연결하는 웅장한 다리 거가대교가 보인다.
"우와... 여기 경치 죽이네요~"
"헤헤... 지웅이랑 같이 오는 첫 여행인데 이정도는 되야지~"
그러고보니 철호형과 내가 만난게 고작 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게 신기하다.
물론 그 삼일동안 우리는 내내 붙어 있다시피하면서 많은 것들을 함께 공유했기에
그를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거겠지.
"그나저나 우리 지웅이 오늘 뭐하고 싶어? 아차차! 오늘도 중요한 일정 있는건 아니지?"
"어쩌죠? 오늘 저녁에 일때문에 서울 가야 하는데..."
"뭐? 에구구... 아쉽지만 어쩔수 없지... 지웅이 일이 먼저니까..."
풀이 죽은 그의 모습을 보는데 웃음이 터져 나온다.
"형... 농담이에요~ 저 한동안 일 없어요. 설사 일 있어도 형이랑 같이 있는게 최우선 순위구요~"
"뭐? 지웅이 너 날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해도 되는거야!"
속은게 분한 듯 지웅이 형이 나를 향해 쿵쿵거리며 달려온다. 
그리고는 마치 쌀가마니를 어깨에 지듯 나를 들쳐업고 뛰기 시작한다.
"형...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줘요~"
"헤헤... 이 형을 놀려 먹은 댓가를 거하게 치르게 해줄테다!"
100kg에 달하는 나를 가볍게 어깨에 들쳐맨 그.
내 배에 닿은 그의 넓찍한 어깨 감촉을 느끼며
내려놓으라는 말 대신 장난스레 그의 등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그러자 형은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린다.
"우리 지웅이... 이참에 못된 버릇 좀 고쳐놔야겠다! 앞으로 형한테 거짓말 할거야 안할거야?"
"아... 안할게요...."
"정말이지?"
내 엉덩이를 몇차례 더 때린 철호형이 파도가 살랑이는 해변으로 돌진한다.
"헤헤... 앞으로 거짓말할때마다 이렇게 만들어줄거야!"
"형!!"
그가 어제 그랬던것처럼 나를 바닷물 속으로 던져 버린다.
또다시 물에 빠진 생쥐, 아니 물에 빠진 곰이 되어 버린 나.
그런 나를 보며 철호형이 껄껄 웃는다.
"형! 저랑 씨름 한판 더 해요. 이번에도 이긴사람 소원 들어주는 조건으로~"
"흐흐... 씨름 도전이라면 언제든지 받아줄게. 근데 그 손으로 괜찮겠어?"
"괜찮아요. 대신 샅바 없이 그냥 넘어뜨리기 하죠? 손바닥이나 무릎, 등이 닿으면 지는걸로~"
"헤헤... 그렇게 해봤자 나한테는 안될걸? 좋아~ 도전을 받아주지!"
그가 웃통을 벗고 반바지 차람으로 모래사장에 우뚝 선다.
나를 들쳐메고 오며 힘을 쓴 탓인지 그의 두툼한 가슴이 들썩거린다.
여전히 내 시선을 사로잡는 그의 벗은 몸을 보니 또 내 아랫도리가 흥분한다.
나도 그를 따라 젖은 셔츠를 벗고 물기를 짜낸다.
셔츠의 물기가 사라지기 전 최대한 신속하게 시합을 끝내는게 내가 이기는 길이다.
모래사장위에 마주보고 선 그와 나.
레슬링 자세를 취하며 그가 상체를 낮춘다.
"자... 드루와! 드루와!"
그가 나를 향해 도발한다. 손에 붕대까지 동여맨 내가 그를 이길 길은 오직 한가지뿐이다.
나는 그에게 달려들어 등에 깍지를 낀채 내 온 몸을 실어 체중을 등뒤로 집중한다.
이대로면 내 힘과 체중에 그의 체중까지 더해져 내가 넘어질때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터.
이런 내 전략을 예상 못한 듯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틴다.
나는 있는 힘껏 뒤로 몸을 기울이고 철호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내 등이 닿기 전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만다.
바닥에 누워 그의 사내다운 수염투성이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는 나.
그리고 내 전략에 감탄한 듯 빙그레 미소지은채 나를 내려다 보는 그.
"헤헤... 지웅이는 내가 이렇게 할 줄 알고 있었구나~"
"죄송해요 형... 피지컬로는 형한테 상대가 안되니까. 이기려면 이 방법밖에 없겠더라구요~" 
 
그가 먼저 일어선 후 내 손바닥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내 등에 붙어 있는 모래를 부드럽게 털어 주며 그가 말한다.
"그래.. 형이 진거 인정하마. 그래서 우리 지웅이 소원이 뭘까? 궁금해 미치겠는걸~"
"제 소원은 두가지에요."
내 말을 듣던 형이 과장스럽게 불만족스런 표정으로 팔짱을 낀다.
"뭐야? 난 당연히 하난줄 알고 어제도 하나만 말했는데 넌 왜 두개야? 이건 좀 불공평한데!"
"그렇게 따지면 저도 소원은 사실상 한개인거나 다름없어요."
"그래. 일단 그거라도 들어보자~"
나는 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침착하게 말한다.
"일단 제 소원은 형이랑 같이 해보고 싶은 것들이 되겠구요, 이 하나의 소원에 두개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뭐? 크하하... 우리 지웅이 머리 좋네. 좋아! 인정하마. 그래서 우리 지웅이가 형이랑 하고 싶은게 뭔데?"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어 펜션으로 돌아가며 말한다.
"일단 제가 형이랑 하고 싶은 것 중 첫번째가 뭐나면요..."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철호 형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22.     
 
"흐흐 남자 둘이 노래방이라... 지웅이 덕에 별의 별 경험을 다 하게 되네~"
형과 나는 펜션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에 앉아 있다.
우리 덩치를 보더니 주인아주머니가 군말없이 가장 큰 방을 내어 준다.
형은 맨정신에 노래방 와 본 적이 없다며 캔맥주 네병을 주문했고
우리는 사이좋게 한캔씩 서로 나누어 마신다.
형이 두번째 맥주 캔을 딸때 나는 무선 마이크를 꺼내들고 그에게 말한다.
"죄송해요. 그런데 저 어릴때부터 형 노래하는 모습이 어떨지 정말 궁금해했거든요~
대신 서로 부담 안가게 우리 딱 한곡씩만 부르기로 해요."
"한곡이라... 그럼 아무 노래나 부르면 안되겠네?"
노래방 책자를 펼쳐든 그가 신중하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일단 제 노래 들으시고 나면 형도 어떤 노래 부르셔야 할지 감이 올 거에요~"
내 얘기를 듣고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방 책을 내려 놓는다.
내 노래에 집중하겠다는 듯.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 노래방기계에 내 18번 곡의 번호를 입력하고 전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수백 아니 수천번을 들었기에 너무나 익숙해진 키보드음이 노래방 스피커에서 흘러 나온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때 /
 요즘엔 뭔가 텅빈것 같아 지금의 난 형이 필요 한것 같아~"
"와 지웅이 목소리 좋은데?"
마이크를 잡고 서 있는 나에게 형이 엄지손가락을 지켜들며 윙크를 한다.
"내게로 와줘 내생활 속으로 / 형과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 형과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어느새 가사에 심취한 그가 말이 없어진다. 나는 눈을 꼭 감고 내 모든 진심을 노래에 꾹꾹 눌러 담는다.
"서로에 대해 거의 모든걸 지켜보며 알게된다는게 / 말처럼그리 쉽진않겠지 그렇지만 난준비가 된것 같아
 형의 대답을 나 기다려도 되겠니..."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몸을 서로에 기대며 / 그날의 일과 주변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노래를 마친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떠본다.
등 뒤로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냄새, 그리고 그의 숨결과 함께.
내 등에 그의 두꺼운 가슴이 와닿는다. 그의 불룩하지만 단단한 배가 내 허리를 지그시 누른다. 
그리고 내 어깨를 감싸는 그의 두 팔...
날 무장해제시키는 형의 빽허그...
"지웅아... 노래 잘 들었어. 우리 지웅이... 재주가 많네~ 그럼 형도 답가를 해야겠지?"
내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건네받은 그가 노래방 기계에 주저 없이 번호를 입력한다.
갑자기 그가 노래방 기계를 등지고 나를 바라보며 노래를 시작한다.
가사를 외울 정도로 자신 있는 노래인가보다.
"너와나 둘이 정신없이 가는곳 정처없이 가는곳 정해지지 않은곳 / 거기서 우리
 서로를 재워주고 서로를 깨워 주고 서로를 채워주고"
철호 형이 이 노래를 부를 줄이야...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진다.
그의 바리톤 저음의 목소리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꿈이야 너와나 둘이서 추는 춤이야/ 기분은 미친듯이 예술이야 우예오 우예오~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야 죽어도 상관없는 지금이야 / 심장은 터질듯이 예술이야 우예오 우예에~"
흥겨운 비트에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수 없던 나.
남은 마이크 하나를 들고 형과 어깨동무를 하며 추임새를 넣는다.
"예술이야" "예술이야"
"예술이야" "예술이야"
"예술이야" "예술이야"
"이런날이 올줄이야"
막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형. 그리고 그런 형의 어깨를 붙잡고 방방 뛰는 나...
말 그대로 흥이라는 것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겁게 노래를 부르던 와중에 
노래가 마지막 클라이막스로 향할때 형이 갑자기 반주를 꺼버린다.
갑작스런 고요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를 보며 형이 무반주로 노래를 이어간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꿈이야 너와나 둘이서 추는 춤이야 / 기분은 미친듯이 예술이야 우예에 우예에~"
"하늘을 날아 가는 기분이야 죽어도 상관없는... 지금이야... 심장은... 터질 듯이..."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던 형의 음성이 점점 떨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노래를 부르다 말고 뒤로 돌아선다.
노래 가사처럼 형과 나 둘이 정처 없이 찾아온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채워줬다.
그와 나 둘이서 춤추며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이런게 행복이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에게 다가간다. 형이 끝내지 못한 이 노래의 마지막 소절은 내가 불러 주고 싶다.
"형과 나... 언제까지나.... till the end of time..."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는 철호 형.
그의 눈동자에 그렁그렁 맺혀 있는 눈물.
그의 어깨를 붙잡은 채 나는 형에게 내 두번째 소원을 말한다.
"형... 저 형이랑 키스하고 싶어요..."
(최종회 - 하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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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갖구안될거같은데요~~
우람한 두분의 물빨~이상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