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바다... 그리고 두 사내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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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울진군 보건소 건너편에 위치한 조촐한 예식장.
낮 12시부터 진행된 결혼식에서 내게 맡겨진 임무는 
메인 사진 촬영이 아닌 결혼식 주변 모습을 담고
참석한 사람들의 자연스럽고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는 스냅 사진 촬영이다
내가 이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신랑 신부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그들의 시선은 나를 향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참석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마음껏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아무래도 내 성적 취향 때문에 신랑의 남자 친구들 사진이 훨씬 더 많이 찍힌다
그런 때는 사진 수를 조절하거나 포토샵으로 남자가 많은 부분은 잘라내어
의뢰인에게 보내준적도 많다.
오늘도 남자답고 듬직한 풍채의 신랑 친구들 사이를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보니 어느새 시계바늘이 오후 2시를 가르킨다.
식장 3층에 마련된 부페 식당에서 배를 채운 나는 작업을 의뢰한
신부측 지인에게 다음주까지 결과물을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예식장 문을 나선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에 들어가 핸드폰을 꺼네든다.
어제밤부터 누를까 말까 수십번도 더 고민했던 그의 번호...
하도 많이 눌러봐서 이제는 외어버린 그의 핸드폰 번호.
막상 발신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던 찰나
"부르릉..."
결혼식 때문에 진동으로 바꿔 놓았던 핸드폰이 내 손바닥 위에서 요동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액정 화면에 뜬 이름을 바라본 나는
그자리에 얼어 붙은 듯 숨죽이게 된다.
액정화면에 뜬 건 단지 "철호형" 이란 세글자 뿐인데... 
글자 세개에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가슴이 설렐 수 있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빨간색 통화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내 귀에 가져간다.
"철호형..." 
"헤헤... 뭐하느라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핸드폰의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그의 목소리.
그와의 첫 전화 통화라 그런지 실제 목소리보다는 좀 낯선 느낌이다.
하지만 그를 향해 곤두선 내 감각세포들을 깨우기엔 충분하다.
"제가 먼저 전화하려고 했는데..."
"우리 지웅이 너무 튕기는거 아냐? 너 전화 기다리다가 목빠질거 같아서 내가 먼저 전화했다!"
"죄송해요 철호형..."
"죄송할것까진 없고... 지금 바빠?"
"예? 바... 바쁘진 않는데..."
"어? 지웅이 너 지금 서울 있는거 아냐?"
"그... 그게..."
"갈색 피케 셔츠에 카키색 반바지 입고 있는거... 그거 너 아냐?"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뻔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검정색 SUV 한대가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전면 그릴 위에 RANGE ROVER 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차.
의심할 여지 없는 철호 형의 차다.
12.
"그러니까... 갑자기 오늘 웨딩 촬영 의뢰가 들어왔단 말이지?"
그의 옆좌석에 앉아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 나에게 그가 말을 건넨다.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나...
그만 좀 질문했으면 좋겠지만 오늘따라 그는 유달리 궁금한게 많은 모양이다.
"그것도 엊그제 우리가 만났던 울진에서?"
"그... 그러게 말이에요... 우연치고는 참 공교롭네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걸까...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러니까 지웅이가 어제 서울 올라올때는 오늘 일정을 아예 몰랐다는 거네?"
"그... 그럼요..."
들릴락 말락한 모기같은 소리로 대답한다. 내 대답에 그는 짧은 한숨을 토해낸다.
"휴... 그래... 지웅이가 그렇다면 뭐 그런 거겠지..."
"그런데... 형은 오늘 울진에 왜 내려오신 거에요?"
내 갑작스런 질문에 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철호 형.
"나? 나는... 어제 여기 두고간게 있어서.... 그거 찾으러 온거야~"
"택배로 보내 달라고 하면 되지 굳이 시간이랑 돈 써가면서요?"
상황을 역전시켰다. 이번엔 그가 쩔쩔매며 뭐라고 답할지 고민하고 있으니까.
"그... 그러게... 그야 내 시간과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소중한 거니까 그런 거겠지?"
더 캐묻고 싶었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방어한 것 같다.
그 역시 더이상 질문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다.
어제만 해도 우리 사이의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견디기 힘들만큼 불편하다.
철호 형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던걸까? 
갑자기 핸들을 크게 돌린 그가 남쪽으로 운전하며 말한다.. 
"지웅아? 너 나랑 씨름 한판 안할래?"
13.
그와 나는 지금 우리가 엊그제 만났던 벤치 앞 모래사장에 서 있다.
먼저 차에서 내린 그가 트렁크에서 샅바 두개를 꺼내 하나를 내 손에 들려준다.
"철호형... 이걸... 늘 가지고 다니시는 거에요?"
내가 놀라는게 즐거웠던지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헤헤... 내가 명색이 씨름 선수 출신이잖아! 골프 선수가 골프채 차에 넣고 다니는 거랑 이거랑 뭐가 다르냐?"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어 그가 건넨 샅바를 일단 받아 든다.
철호 형은 망설임 없이 옷을 훌훌 벗어 던지더니 팬티 바람으로 샅바를 착용하기 시작한다.
막상 그의 벗은 모습을 보니 내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와 맨살을 맞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나도 그를 따라 입고 있던 티셔츠와 반바지를 훌훌 벗어 벤치 위에 던져 놓는다.
샅바를 동여 매는 내 모습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와... 우리 지웅이 벗으니까 몸 진짜 좋네? 형은 이렇게 돼지 같은 몸매인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철호 형의 몸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보기 좋았다.
원래 근육덩어리 몸에 살이 더해져 마치 보디빌더들의 비시즌 몸처럼 벌크업이 된 몸매...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몸매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내 이상형의 실제 몸을 영접한 이 순간,  
내 앞섶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자꾸만 그를 향해 빳빳이 고개를 처들기 시작한다.
어느새 백사장에 무릎을 꿇고 나를 기다리는 그를 향해 다가간다.
내가 자리를 잡자 그가 두 팔을 뻗어 내 샅바를 꽈악 틀어쥔다.
엄청난 손아귀 힘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지는 사람은 무조건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다!"
그의 도발에 나 역시 오기가 생긴다.
"그런 승부라면.... 형한테 절대 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샅바를 거머쥔 내 두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헤헤... 우리 지웅이 파이팅 넘치는데? 간만에 재미있는 승부가 되겠는걸~"
"예... 형님이라고 봐주는거... 그런거 저는 모릅니다~"
"내가 원하는 바야. 그럼 지금부터 힘 좀 써볼까~"
엄청난 기합소리와 함께 그가 나를 자신의 배 위로 들어 올려 들배지기를 시도한다.
이 상황을 이미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던 나.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그의 몸에 붙어서 내 체중으로 그를 압박한다.
그러다가 그가 힘이 빠져 나를 내려 놓는 순간
내 모든 힘을 실어 회심의 반격을 가해 승부를 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 계획에 변수가 생기고 만다.
아까부터 발기된 내 물건이 그의 맨살과 맞닿은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풀 발기해 버린다.
막상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나...
그가 날 내려놓을때 계획한대로 되치기를 시도하려고 그의 몸을 끌어당긴 순간
내 발기된 성기가 그의 허벅지에 부딪혀 옆으로 꺾이고 말았다.
말할수 없는 통증에 한순간 힘이 쭉 빠져버린 나...
한때 최고의 씨름 선수였던 그가 이런 내 변화를 놓칠 리 없다.
내가 움찔한 틈을 번개같이 파고 들어 내 다리를 걸고 그의 육중한 상체로 밀어 붙인다.   
그 엄청난 힘과 기세에 눌려 제대로 반격 한번 못하는 나.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날 깔아 뭉갠채 내 몸 위에 올라탄 그가 빙그레 미소 짓고 있다. 
"금방 끝나서 아쉽지만... 좋은 승부였다 지웅아!"
그가 내민 손을 잡는다. 
별 힘 안들이고 나를 일으켜 세운 그는 여전히 뭔가 아쉬운 표정이다.
"이거이거... 오랫만에 힘 좀 쓰나 했는데...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걸~"
불안하다. 그의 얼굴에 삐딱한 미소가 새겨지는 것을 본다.
갑자기 그가 내 다리와 등에 두 팔을 넣고 번쩍 안아든다. 
"혀... 형님..."
"헤헤.... 우리 지웅이 생각보다 가볍네~ 나처럼 만들려면 맛있는거 많이 먹여야 겠는걸~"
100kg에 육박하는 날 가볍게 안은 그가 바닷가로 뛰어간다.
바닷물이 허벅지까지 차오르자 그가 나를 그대로 집어 던진다.
내 무게 탓에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물에 빠진 생쥐꼴로 고개를 들어본다.
그가 마치 킹콩처럼 가슴을 두드리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다.
20여년전 한라장사 타이틀을 처음 거머쥐었을때 처럼. 
털이 수북히 난 겨드랑이, 꽉 찬 통나무 같은 팔 근육.
두꺼운 젖가슴과 그 아래에 유달리 튀어나와 보이는 시커먼 유두까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각인하고 싶은 그의 모습 하나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가 껄껄 웃는다. 마치 아무 근심 걱정 없는 어린아이처럼, 
나 역시 그를 따라 웃다가 그에게 물장난을 친다.
그가 파도를 막으려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순간, 
나는 럭비선수처럼 그에게 돌진해 어깨로 태클하며 두 팔로 그의 가슴을 밀어낸다.
그 기세에 밀려 그가 뒤로 벌렁 넘어진다.
알 수 없는 쾌감에 도취된 나 역시 두 팔을 들어 올려 한마리 곰처럼 포효한다.
어느새 몸을 일으킨 그가 허리춤에 두 손을 올리고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도 웃으면서 그의 사내답게 잘생긴 얼굴을 쳐다본다.
그와 나. 영락없는 두마리 곰이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우리 둘만의 추억이 넘실대는 파도와 함께 여름 바다에 아로 새겨진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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