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바다... 그리고 두 사내 (6부)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14.


바다에 뛰어들 줄은 몰랐던 우리.

어쩔 수 없이 젖은 팬티는 벗고 반바지만 입은 채 차로 걸어간다.

노팬티 차림의 그의 반바지를 힐끔거려본다.

그의 묵직한 물건이 반바지 아래에서 덜렁거리는 듯.

덩달아 내 반바지 아래의 물건도 그를 따라 덜렁거린다.

그나마 조용한 해변이라 우릴 보는 사람이 없는게 다행이다.

차에 먼저 도착한 그가 뒷자리에서 대형 타월 하나를 집어 들어 나에게 건넨다.


"헤헤... 마침 수건이 하나밖에 없네. 지웅이 먼저 닦고 나 줘~"

"형 먼저 닦으세요. 전 셔츠로 대충 닦을게요~"

"그건 안되지. 지웅이가 먼저 닦을때까지 형은 기다릴테니 알아서 해~"


그가 두툼한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 나를 빤히 처다본다.

형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알기에 최대한 빨리 내 몸을 닦은 후 수건을 그에게 건넨다.

철호 형 역시 수건으로 그 거대한 몸을 대충 쓱쓱 닦아 낸다.

그리고 아직 물기가 남은 몸 위로 흰색 티셔츠를 걸치고 차에 올라탄다.

내가 그의 옆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레인지로버의 시동을 건 후 천천히 차를 출발시킨다.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를 향해 말을 건넨다.


"형... 지금 기분이 어때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그가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헤헤... 말해 뭐해? 형 기분 지금 최고다! 요 근래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이 있나 싶다"
 

그의 두꺼운 손이 내 허벅지 위에 올라온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다.

일반 옆에 있다보면 감수해야 할 고통이다.

그에겐 별다른 의미가 담기지 않은 수컷끼리의 스킨쉽이겠지만

나는 그의 손길 하나에 수만가지 감정과 생각 사이를 오가야 하므로.


"그나저나 아까 씨름... 나한테 진거 인정하지?"

"네 형...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요. 저는 형 적수가 안된다는 걸..."

"헤헤...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왠지 지웅이가 형한테 한수 접어준것 같단 말이지~"

"그럴리가요... 저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 지웅이 말 믿을게. 그럼 이제 형 소원 얘기해도 되는거지?"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변한다. 도대체 나에게 형이 바라는게 뭘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뭐든지 할게요~"

"그럼 얘기할게. 내가 지웅이한테 바라는 소원이 뭔지..."


그가 잠시 뜸을 들인다. 아까부터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그의 손에 힘이 실린다.


"일단 형이 지웅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솔직함이야. 형은 거짓말 정말 싫어하거든..."

"......"

"그냥 맞다 아니다로만 말하면 되는데 이것저것 말이 길어지면 왠지 거짓말 같이 느껴져~"


왠지 모를 불길함이 엄습한다. 내가 대답하기 곤란할 질문을 그가 내게 던지려 한다.


"그래서 말인데, 내 소원은 지웅이가 내 질문에 예 아니오로만 정직하게 대답해 주는거야. 해줄수 있지?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지한 표정을 한 그의 얼굴을 보니

더이상 선의의 거짓말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 형. 형 말대로 솔직하게 예 아니오로만 말씀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지웅아."


그의 말투가 사뭇 부드러워진다.

차 속도를 줄인채 앞만 응시하던 그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연다.  


"그럼 일단... 오늘 웨딩촬영일정 어제는 몰랐다는거... 그 말 사실이냐?"


제길... 역시 애초에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었다.


"아닙니다... 철호형..."


내가 거짓말한 사실에 화를 낼만도 한데 철호영은 내 대답을 그저 담담히 듣고 있다.


"그래... 그럼 엊그제 그 일 때문에 미리 울진에 내려온거지?"

"네..."


내 대답을 듣고 있을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하지만 나는 감히 그를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럼 어제 울진에서 볼 일 다 끝났다고 거짓말한거... 그거 혹시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거야?"

"네..."


아직 그의 목소리 톤에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대답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게 분명하다.


"이 먼 곳을 힘들게 다시 와야 하는데, 그저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서울까지 따라온거네..."


이게 질문인지 그냥 혼잣말인지 몰라 나는 입을 다문다.

그가 나를 처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시간이 좀 걸리는 것으로 보아 다음 할 말을 신중히 고르고 있는 중이겠지.


"혹시 지웅이 너... 나 좋아하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이 질문의 무게감이 그와 나한테 같을 수 없음을 잘 알기에...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것도 같다.

내 대답에 따라 이 껄끄러운 상황이 끝나리라는 것도 안다.


"아.... 아뇨..."


그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내 몸이 앞으로 쏠린다.


"바... 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잘 못 들은것 같은데...."


그의 평정심이 깨져있다. 아까와 확연히 다른 떨림이 그의 목소리에 배어 있다.


"아니라고 했습니다. 철호형..."


오히려 내 목소리가 차분해진다.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 질문 전까지의 내 대답은 형도 이미 예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 대답은 그렇지 않은게 분명하다.  

전혀 예상 못했다는 듯, 엄청난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철호 형.

그의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떨리고 있다.


자업자득이란 말이 떠오른다. 내가 형을 좋아하냐고?

그런 당연한걸 굳이 물어보는 그가 야속하다.

애초에 둘중 하나의 답만을 강요하는 그가 너무나도 서운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있는 그를 향해 진짜 내 진심을 보여준다.


"저 형 좋아하는거 아닙니다...  저 형... 사랑합니다!"


제기랄... 루비콘 강을 건널때 시저도 이런 심정이었겠지?

대형 사고를 처버렸지만 오히려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듯 홀가분하기까지 하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는거...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may209" data-toggle="dropdown" title="po8747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po8747</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앗 고백을! ㄷㄷ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