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서 만난 남자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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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최은호 시점, 준우형이 도쿄로 출장가기 6주전]



매니저인 현수 형의 입에서 ‘게이’ 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화들짝 놀라 걸음을 멈춰세웠다. 


“네? 그게 무슨...?”



난 태연한 척 그에게 다시 되물었다. 



“아니 일하면서 어플을 잠깐 켰는데 말야. 누군가 1명이 나와의 거리가 0M였다가, 5M 였다가 그렇게 변하지 않고 10M 내에 계속 1명이 주위에 있는데... 분명 손님은 아니고 매장에 남자직원은 남석이 너 나 이렇게 셋 뿐인데.


그럼 나 빼면 너 아니면 남석인데. 남석이는 여자친구가 있으니까...남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서 말야. 


직장 기숙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후배랑 룸쉐어하는 대학생도 아니고 니 나이에 친형도 아닌 아는 형이랑 한 집에서 같이 산다니까.. 이건 뭐 100% 확실하다 싶은데, 아니야?? (날 쳐다보며)” 

 


최근 마음도 심란하고 성욕은 자꾸만 차오르는데, 견디다 못해 휴무일에 잠시 깔아두었던 잭디를 아직도 휴대폰에서 지우고 있지 않던게 이렇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 줄 몰랐다. 


근데 잠깐만, 


현수 형도 그 어플을 한다는 건......



“매니저님, 설마 이 쪽이셨어요?”



놀란 나머지 현수형이 아닌 매니저님이란 말이 먼저 나와버렸다. 



“게이 맞구나. 너. 그럼 아까 그 같이 산다는 형은 아는 형이 아니라...이 쪽 애인인거지?”


“(아무말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서)”


“은호야”


“네 매니저님”


“아니.. 갑자기 나 불편해졌냐? 아까부터 갑자기 왜 자꾸 매니저님이래....게이라니까 바로 거리두기하네. 서운하게. 암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됐고..(붙잡고 있던 내 팔을 떼내며 날 바라보고는) 최은호. 난 여기 백화점 처음 와서 자기소개 하던 그 날, 너 처음 볼 때 부터 맘에 들었었는데, 계속 지켜보니 일도 열심히 잘 하고, 그리고 오늘 같이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다보니까 왠걸 니가 더 좋아졌다. 암튼 내 마음은 그래.”


“(생각지도 않은 현수형의 고백에 얼어붙은 채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며)”


“나 먼저 간다. 내일 보자. (손을 흔들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는) 야! 최은호! 너 내가 이 말했다고 갑자기 나 불편해하거나 그만둔다는 말 하면 너 진짜 나한테 혼난다...”


취한 상태로 내가 좋다며 고백한 채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가더니 택시 앞에 서서 뒷문을 열고는 이내 승차를 했다.


그리곤 형이 택시를 타고 떠나가는데


순간 매니저인 현수형으로부터 고백을 받았다는 사실에 형을 보내고 나서도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10분이 지나도록 계속 멈춰 서 있었다. 


무엇보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매니저님이 나와 같은 게이였다는 사실에 내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김준우 시점]



도쿄 출장 3일째. 



언제 잠이 들었을까.


눈을 뜨고 일어나보니 어느덧 아침 7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만지며 바스락 바스락 소음을 내며 뒤척이던 탓에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승준이 형도 동시에 뒤척이면서 눈을 떴다. 

 

“엇? 일어났어요? 준우씨? (형이 눈을 비빔과 동시에 하품을 하며)”


“조금 더 주무세요. 형~ 아직 7시 30분이에요~”


“아;; 아니에요! 덕분에 편하게 푹 잤어요~~~~”


난 형이 씻고 있는 동안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유부, 곤약, 무, 오뎅 그리고 한가득 담긴 오뎅국물과 함께 삼각김밥을 사왔다.


그리곤 올라와보니 언제 다 씻었는지 머리를 말리고 있는 형. 


“어딜 또 금새 다녀왔어요?”


“아침 먹어야죠 형! 편의점에서 뜨끈한 오뎅이랑 삼각김밥 몇 개 좀 사왔어요. 근데 우리 어제 술 마시는데에만 집중해서 항공권 변경도 못하고..아 이건 제가 아니라 형이 신경 쓰셔야 되는거 아닙니까?? (웃으며) 얼른 간단하게 먹고 일단 제 노트북으로 사이트 들어가서 항공권 변경부터 해요“


“아 아니에요. 넷카페가서 변경하고 인쇄까지 한꺼번에 다 하죠 뭐”


“알겠어요~ 일단 이거부터 얼른 같이 먹어요.”


그렇게 형과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뒤

신주쿠역 근처에 있는 넷카페로 이동을 했다. 


일본의 넷카페는 우리나라 PC방 + 숙박개념을 합쳐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형은 어렵지 않게 항공권 변경을 마쳤고 항공권 예매 확인증까지 모두 출력을 해두었다.


“그래도 형 여권을 안 잃어버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러게요. 한국가면 얼른 신분증이랑 분실접수한 카드부터 재발급 신청 해야겠어요”


“형!”


“네”


“우리 오늘 시간도 많은데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오다이바나 갈래요!?”


“엇...!?(놀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왜 그래요...?”


“아니.. 사실 시부야에서 이틀 묶고 난 다음에 오다이바로 넘어가려고 했었거든요....정말 신기해요. 준우씨한테 오다이바는 말도 꺼낸 적 없었는데...(멋쩍어하며)”


“도쿄 여행이 다 거기서 거기죠 뭐!!(웃으며)”



그렇게 지하철을 함께 타고 오다이바에 도착해서는



“오오!!!! 레인보우 브릿지다!! TV에서만 봤었는데 이걸 실물로 보네요”


“아 도쿄에 처음오신다고 하셨죠!!”


“네 처음이고, 레인보우브릿지도 처음봐요~~~신기하네요!! 아 이걸 제 카메라로 담았어야 했는데...”


“전 몇 번 와봐서~~(웃으며) 요새 핸드폰 카메라 화질도 엄청 좋으니 핸드폰으로 같이 많이 찍어요~~”


“넵”


형과 난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이는 오다이바 해변공원을 거닐었다.


마치 뉴욕을 축소라도 해 놓은 듯한 것처럼 한 편에는 작은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고 고개를 돌리면 레인보우브릿지 너머 보이는 빌딩숲까지.


눈 앞에 펼쳐진 오다이바는 정말이지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쿠아시티 오바이바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은 뒤 덱스 도쿄 비치에서 게임도 하고, 여러 가지 체험도 하며 재미있는 구경을 맘껏 했다. 


그 다음 다이바시티 도쿄 프라자로 이동해서는 그 앞에 있는 랜드마크인 기동전사 건담과 동일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데 


“형 손을 더 위로 들어봐요!!!! 슈퍼맨처럼”


“아...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잖아요. (작은 목소리로) 얼른 찍어요! 준우씨!”


이상하게 부끄러워 하는 형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 그랬을까. 난 일부로 사진이 이상하다며 형의 모습을 계속 사진에 담았다. 

 

어제까지만해도 신주쿠 시내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며 우울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카메라 속 안의 형은 밝고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그런 형을 보니 동시에 내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우린 오다이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신주쿠로 돌아와 저녁을 먹기 전까지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형은 침대에 누워 한국어로 써져있는 도쿄 관광지 팜플렛을 보고 있었고 


나는 내일 있을 미팅 때문에 노트북을 키고는 마지막으로 회의 자료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일 있을 미팅 준비를 모두 점검한 뒤 


“형 우리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요?(노트북을 접으며)”


아무 대답이 없는 형


"형?? (형을 쳐다보며)"


형에게 오늘 뭐 먹을까 물어보며 고개를 돌려보는데 침대 위에서 팜플렛을 보다 노곤했는지 금새 잠이 든 것 같았다.


난 이불을 끌어다가 자고 있는 형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그렇게 이불을 덮어주며 형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는데


처음 시부야역 앞에서 형을 마주친 일부터 오늘 지금 이 순간까지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방 안이 너무나 조용해서 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분명 시계 초침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째깍째깍이 아닌 콩닥콩닥 거리며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소리는 분명 내 심장소리였다. 


왜 자꾸만 그의 앞에서 내 마음이 흔들리는건지..


그냥 단순히 내가 게이이니까 잘생긴 남자 앞에서 생기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며 고개를 양 옆으로 휘젓고는, 


'정신차리자. 그나저나 은호는 뭐하려나'


형이 자는 동안 은호에게 문자를 했다. 


[저녁 먹었어? 형은 오늘 오다이바 다녀왔어~]


[오다이바에서 찍은 사진]


하지만 바쁜 시간이라 그런지 은호에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승준이 형이 침대에서 1시간 정도 잤을까?


“(눈을 뜨고는 고갤들어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시계를 보고는) 어!?? 죄송해요. 순간 잠들어버렸네요..”


“더 주무셔야 되는거 아니에요~~많이 피곤하셨던 것 같은데..”


“아니에요..(이불을 걷어 젖히곤) 밥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급하게 거울을 보며 정돈을 하고는) 배 많이 고프시죠. 괜히 저 때문에....”


“어!? (괜히 놀라며) 저 형 잘 때, 밖에서 밥 먹고 왔는데..”


“아!!...(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구나.. 잘 하셨어요~~”


“에이 농담이거든요!!!! 살짝 삐치신 표정 다 봤습니다!!!! (웃으며) 형 두고 어떻게 혼자 밥을 먹겠습니까. 얼른 준비하고 저녁 먹으러 나가요. 저 지금 배 겁나 고파요. (배를 스스로 매만지며)”


형과 무얼 먹을지 호텔을 나가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간단하게 라멘(라면)을 먹은 후 오모이데요코초를 가기로 했다.


신주쿠역 서쪽출구 방향에 있는 오모이데요코초는 추억의 골목이라는 뜻에 오래된 이자카야 선술집이 줄지어 늘어선 곳으로 매일 밤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여기저기서 닭꼬치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가게 바로 옆으로 지하철과 신칸센이 다니는 선로가 있어서 열차가 지나갈 때 마다 큰 소음과 함께 정겨움이 느껴져왔다. 


“(맥주를 마시며) 근데 저, 일본에 출장 온 게 아니라 형이랑 같이 여행 온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죠?”


“여행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내일 걱정 하지 않고 맘 편하게 마실텐데 (웃다가 뒤로 지나가는 열차를 보며) 오!! 또 지나간다!!!!!! 그나저나 그저께 까지만 해도 진짜 멘붕 그 자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전화도 기다리지 않게 되고 그냥 자연스레 잊게 됐어요. 저 이렇게 편하면 안 되는 건데..(맥주 잔을 들어 한 모금을 마시다 내려놓고는) 근데 여기 맥주 진짜 맛있네요.”


“그거 왜 그런지 아세요?”


“??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그)”


“저랑 같이 마셔서~ 그런거랍니다~~~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헤헤헤”



태연하게 그에게 능청스런 농담을 해버렸다. 


은호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처럼  


나 자신 또한 그에게 조금씩 어리광을 부리는 걸 보게 되었다.


  

난 내일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취하지 않게 마시려 했으나 생각보다 승준이 형이 이제는 편해졌는지 맥주와 사케를 함께 계속 마시는데도 취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취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가 사실은 취한 것인데.


왜 그걸 또 간과했는지.


자정이 넘어서 내 발음은 꼬이기 시작했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순간 휘청거릴 정도로 몸을 가누질 못하고 있었다. 


"어어~~~~ 준우씨!!! (형이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나 내 쪽으로 오고는 날 붙잡으며)"


"아 저 안 취했어요 형!!!!!!!!!!!!!!"


"네네~~ 안 취한거 알아요~~ 근데 이제 그만 마시고 숙소 들어가요. 준우씨 내일 아침부터 일도 있고, 것보다 저 피곤해요~~"


"아 승준이형. 술 이렇게 약하기 있기?????! (웃으며) 알겠어요!!!!! 근데 저 일단 화장실 좀..............(취한 채로 화장실로 이동하는데 또 한번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고 휘청거리며)"


"준우씨.. 그러지 말고 같이가요. 화장실 올라갈 때 계단도 있던데 잘못하다 엎어지겠어요."


완전히 취한 날 부축해서는 화장실로 이동하는데


남자 화장실 안으로 함께 들어와 소변기 앞에 서서는


지퍼만 내리고 속옷만 내리면 될 걸..


한 껏 취해버렸는지


허리띠를 풀고, 지퍼를 내린 후, 바지와 속옷을 허벅지 중간까지 내리곤 


앞에 있는 벽에 두 손을 댄 후, 부랄까지 다 드러난 자지를 손에 쥐지도 않고는 소변기 안으로 오줌을 갈겨댔다.


근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몸을 잡더니


"어어~~~~준우씨.. 제대로 조준 하셔야 되는... 지금 옆에 다 튀기잖아요..;;(내 몸을 살짝 왼쪽으로 틀어주며)"


"아 뭐야!!!!! (한 껏 취해서는) 왜 여기까지 와서 남에 꺼 막 보고 그래요!!!!!!!! (소변기 앞으로 바짝 붙어선)"



순간 정신을 차리고는 오른손으로 자지를 손에 쥔 채 볼일을 마치는데.



"(순간 정신을 차리곤) 우리 같이 화장실 왔었어요?? 언제부터 제 뒤에 있었어요.? (한숨을 쉬곤) 이젠 하다하다 형한테 별 걸 다 보여주네요...화장실 따라오시지 마시지...너무해..(취한 상태로 조금 쑥스러운 듯 말 끝을 흐리며)"


"남자끼리 뭐 어떻습니까~"


그렇게 손을 씻으려 하는데


승준이 형이 이제야 볼일을 보려는지 지퍼를 내리고 속옷 안에 있는 그것을 꺼내 오줌을 누는데


"준우씨꺼 본게 그렇게 억울하시면, 준우씨도 제꺼 보시던가요...."


그렇게 형이 자기 물건을 보라며 소변기에서 조금 떨어져 그것을 손에 쥔 채로 오줌을 누는데


묵직하면서도 두툼한 귀두 끝으로 세게 뿜어져 나오는 오줌발에 순간 흠칫 놀라곤...


"됐거든요!!!!!!!!!!!!!! 저 먼저 나갈래요."


그렇게 화장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준우씨 지금 많이 취해서 조심히 가셔야 해요. 앞에 계단도 있단 말이에요"


라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형의 도발적인 행동에 조금은 술이 깬 건지 난 휘청거리지 않고 자리로 돌아왔고 


약 1분후 형도 자리에 앉자 


"우리 맥주 1잔만 딱 더 하죠.."


"괜찮으시겠어요?"


"형 저 진짜 안취했다니까요!!!!"


"내일 미팅도 있는 사람이 정말 괜찮은 겁니까?"


"스미마셍, 나마 후타츠 오네가이 시마스 (여기, 맥주 2잔만 더 주세요)"


난 형의 말을 무시하고는 맥주 2잔을 추가로 더 주문했다. 


사실 그만 마셨어야 하는건데 그 맥주 한 잔을 더 마시고는 술에 완전히 취해버려서 새벽 1시 30분이 넘은 시간에 형의 부축을 받아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씻고 자야 하는데, 침대를 보자마자 쓰러진 것만 기억나고 그 다음은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다음 날 


AM 7:00 


머리가 지끈거려 눈을 떠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아....머리야...(머리를 긁으며)"


형도 어제 나와 같이 달리다 많이 취했는지 아직도 깊게 잠이 든 것 같았다.

 

미팅 시간이 두 시간 밖에 남지 않아 부랴부랴 샤워를 마치곤 형의 잠을 혹시라도 방해할까싶어 드라이기를 포기하고 마른수건으로 빠르게 머리를 말린 뒤 정장을 갖춰 입고 다 마른 머리카락 위로 왁스를 얇게 펴발랐다. 

 

그리고 나가기 전 테이블 위에 만 엔 한 장을 올려두곤 그 옆에 메모지를 올려 두었다. 


[형! 저 오늘 미팅 2건에 저녁엔 거래처 회사랑 회식까지 있어서 진짜 많이 늦을 지도 몰라요. 이걸로 아침, 점심, 저녁 잘 챙겨 드세요 형. 물론 이것 또한 다 청구할거니까 부담 절대 NO!]




미팅하러 가는 아침 


AM 8:30


휴대폰을 보는데 어제 술에 취해

은호에게 답장이 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 못한 문자 3통 


[와!!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 다리!!!! 나도 형이랑 같이 오다이바 가고 싶다. 오늘 저녁은 뭐 먹어!?]


[뭐야~~ 30분이 지나도 답장도 없고 많이 바쁜가보네]


[형 지금 열두시 지났는데. 내 문자 아직도 안 읽었음. 이거 실화? 혹시 무슨 일 있는건 아니지? 잘 자고 있는거라 믿을께 형.]



‘내 정신 좀 봐, 은호한테 문자 온 것도 모르고’



[은호야 미안. 나 지금 미팅하러 가는 길인데, 니 말대로 어제 내가 술에 취해서 문자 온 것도 몰랐다.]


아침인데도 일찍 일어났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1 표시가 지워지고는


[그럼 그렇지! 누구랑 그렇게 술을 마셨대?]


[거래처 사람이랑]


나도 모르게 나온 거짓말. 


그 때 이야기 했던 시부야 형과 우연히 신주쿠에서 만나 저녁에 술 한잔 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흐름인데.


왜 거짓말을 해버린걸까.



[출장이 아니라 술 마시러 일본 갔구만! 아주 좋겠어! 흥]


[아냐, 오늘도 아침부터 거래처 미팅에 오후에도 또 있어.. 게다가 오늘 저녁에 회식..]


[오늘 엄청 바쁘겠구나...]



괜히 미안한 마음에   



[형 우리 은호 얼굴 보고 싶은데 잠깐 영통이라도 하까?]


[안돼! 지금 자다 일어나서 완전 쉣 이란 말야!!!!!!...그냥 문자 해]


[아니 우리 사이에 무슨 상태를 따져~~ 계속 바빠서 문자 연락도 제대로 못했는데 그냥 너 얼굴보고 싶어서 그러는거지. 잠깐만 해 그냥. 거 되게 비싸게 구네!]


[알았어..]


그렇게 영상통화를 거는데


당연히 침대 위에서 받을 줄 알았는데

화장실 거울이 보였다. 


“(화면이 보이자) 엥? 화장실이야? 으이구. 얼굴 부은거 봐라. 또 술마셨어?”


“오줌 누고 양치하려고 그러지!!! 술 안마셨거든. 라면 먹어서 그런거거든!!!”


“라면 먹지 말고 밥 챙겨 먹으라니까~~”


“그나저나 형 정장 입어서 그런가! 아침부터 뽀대 좀 난다? 이래서 영통하자고 그랬구만. 흥”


“아냐; 미팅 가는 길인데 어제 먹은 술이 막 올라오는 것 같고, 샤워했는데도 몸에서 술 냄새 나는 것 같아.. (한숨을 쉬며) 진심 가기 싫어 죽겠다.”


그렇게 영상통화를 이어나가는데 은호가 양치를 하려 그러는지 자연스레 화면을 돌리다가 칫솔이 있는 세면대가 잠깐 보였다.   



‘근데......저거 뭐지....’


‘저 빨간색 칫솔...’


‘내 칫솔은 분명 파란색이고 은호 칫솔은 노란색인데..’


처음 보는 빨간색 칫솔이 세면대 위,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놓여져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그런지 은호의 말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형!!!!!!!!!! 내 말 듣고 있어??? 혹시 와이파이 끊겨???? 형!!!!!!!!”


“어어~~~~~~~~ 아냐.. ”


“뭐야..진짜.. 영통하고 싶다고 해놓고 나한테 집중도 안하고 칫...”


“조금 끊기는 것 같기도 하고...(또 다시 뱉은 거짓말) 은호야. 형 이제 끊어야 될 것 같아. 얼른 씻고 ~ 아침 든든하게 챙겨 먹어!!!”


“알겠어!!! 미팅 잘하고. 형 내일이면 보네?”


“은호야”


“어? (양치를 하며)”


“뭐 갖고 싶은건 없어?”


“아 맞다. 바빠서 뭘 사달라고 알아보지도 못했네..”


“생각나면 문자 보내줘~ 문자 없으면 아무거나 사간다??”


“알겠어~~~~~ 형 나 양치하고 세수하게”


“어어~~~~ 알았어~ 끊을게”



그렇게 은호와의 영통을 마치는데

세면대 옆에 있던 빨간색 칫솔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뭐지...처음보는 칫솔인데 


도대체 누구 칫솔인거지?


혹시 나 없는 동안 집에서 번개라도 해서 안방의 그 침대 위에서 몸이라도 섞은걸까?


진짜 최은호 이녀석이 정말 태균이 말대로 지금 다른 남자라도 만나고 있는걸까.



그렇게 은호와 쌓아왔던 신뢰라는 믿음의 탑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은호에 대한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고 



'태균이 말이 정말 사실이었구나'


'그래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있었어'


'그 남자랑 우리 집에서 잔 게 100% 확실해'



이제는 더 이상 의심과 의혹이 아닌 

확신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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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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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랑 준우 이야기 너무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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