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95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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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소장은 어젯밤의 일을 꺼내지 않았다.
소장과 떡대의 지시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날이었다.
“동수야”
“형”
“니 무슨 좋은 일 있나? 종일 싱글벙글이네”
“날씨가 좋잖아요.”
“소장님하고는 좀 어떠냐? 불편하지 않나?”
“괜찮아요”
“오늘 컨테이너 몇 개 들어오는데 하나 니 줄까?”
“예? 주다니요?”
“자재 창고로 쓸려고 가져온 건데 하나 정도는 숙소로 해도 된다. 너 쓸래?”
“괜찮아요”
“소장님이 뭐라 그럴까봐 그런거라면 걱정 안해도 된다”
“형 진짜 괜찮아요”
“복학 안한다면서?”
“네. 그렇게 됐어요”
떡대는 궁금해도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서 좋았다.
가까우면서도 일정 거리를 둬서 부담도 없었다.
인부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식당이 없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인부들은 소장에게 빨리 함바를 설치해 달라고 했지만, 소장은 차일피일 미뤘다.
1주일 내내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공사가 중지되었다.
소장은 본사 전화 때문에 짜증을 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전 내내 사무실 전화기를 들고 살았다.
전화 안 들어올 때가 좋았다면서 투덜대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소장은 떡대에게 비설거지를 하고 이상 없으면 일찍 들어가라고 했다.
어차피 비 때문에 일 진행도 안 되는 데 있을 필요가 없었다.
떡대는 나를 데리고 창고로 갔다.
나는 비옷이 없어서 우산을 썼는데 바람 때문에 다 젖었다.
창고 안에서 천장이나 벽에 물이 새는 곳이 있는지 잘 보라고 했다.
나중에 시멘트 저장하고 할 땐 특히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창고 안도 이상 없었다.
“떡대 형님. 소장님 오늘 엄청 바쁘데요”
“아! 그거? 본사에서 전화가 와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 있는 건가요? 화를 엄청 내던데요”
떡대는 내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원래 현장이 시끄러워”
나도 캐묻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떡대도 집에 가고 소장과 단둘이 현장에 남았다.
“소장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커피? 고맙다”
소장의 얼굴은 종일 뭔가 안 풀리는 표정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소장이 함바를 약속한 업체가 있었는데 본사 높은 분이 치고 들어와서 복잡해 졌다고 한다.
“동수야”
“예! 소장님”
“기분도 조ㅈ 같은데 시내 갈까?”
“근무시간이잖아요. 전화는 누가 받고요?”
“근무시간은 무슨. 나갔다가 올라니까 너도 일찍 들어가 쉬어”
“네”
소장이 시내 나가자 본사에서 전화가 몇 통 왔다.
다짜고짜 소장 바꾸라고 소리쳤다.
자리에 없다고 하자 당장 찾아오라고 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소장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시내 어디 가서 어떻게 노는지 뻔히 알지만, 굳이 찾아가서 전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벨이 시끄럽게 몇 번 더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비 쫄딱 맞고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방 안에 비가 와서 하지 못한 빨랫감이 쌓여있었고 꿉꿉한 냄새가 났다.
창문은 비 때문에 못 열고 출입문만 열어놓았다.
빨래감 중에 소장의 팬티가 보였다.
그날 진한 밤을 보낸 이후로 이제 팬티 따위에 설렘은 없었다.
소장이 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여자 품으려고 나가는 소장을 보면 화가 났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어디 가지도 못하고 방 안에서 소장과 뒹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상상도 해 보았다.
이렇게 궁상맞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멀리서 차 한 대가 거칠게 다가왔다.
소장은 술 냄새를 풍기며 입에 욕을 달고 들어왔다.
“쌍년들이 경찰을 불러? 씨.발”
보나 마나 소장의 거친 행동에 참지 못하고 신고한 듯 보였다.
혹시라도 소장의 심기를 건드릴까 싶어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비 온다고 욕하고 본사 새끼 어쩌고 하면서 욕하고 있는 소장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다.
“씨.발 박.아주면 좋아할 년들이 디질라고”
소장이 이럴 땐 무서웠으나 이젠 무섭지도 않다.
오히려 그런 소장을 보는 게 즐거웠다.
그러다 내게 위로라도 받고 싶은지 큰소리로 나를 거친 투로 불렀다.
“야! 동수”
“네. 소장님”
“내가 잘못한 거야? 앙?”
소장 성격에 이럴 땐 비위를 무조건 맞춰줘야 탈이 없다.
“아니요. 소장님 잘못은 없습니다”
“그치? 씨.발 년들이 날 물로 보고 씨.발”
“화 푸세요. 소장님”
“씨.발! 화는”
“TV 틀어줄까요?”
“TV는 씨.발. 너도 내가 우습냐?”
속으로는 ‘우습지 새끼야’ 하면서도 위로해 주었다.
“아닙니다. 소장님. 우습다뇨”
“기분도 조ㅈ 같아서 물 좀 뺄라고 했드만 씨앙년들이”
그날 밤 이후로 소장에게 더 깊은 관계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서운했다.
“야! 니가 함 빨아볼 텨?”
“예?”
“뭘 꾸물대 새끼야. 니까지 나 무시해?”
소장은 취하면 아무에게나 욕을 하는 버릇이 있다.
“아 아닙니다. 소장님”
소장은 옷을 훌러덩 벗더니 다리를 쩍 벌리고 큰 대자로 누웠다.
나도 옷을 벗고 소장에게 다가갔다.
“씨.발. 그래도 조ㅈ은 니가 잘 빨드라”
난 흥이 나면서도 감추고 그곳을 입에 넣었다.
“니는 남자 새끼가 뭘 이리 잘 빠냐?”
소장은 고개를 살짝 들고 말했다.
“똥구멍도 빨아 줄거제?”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오늘은 꼭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와 땀으로 젖은 소장의 몸은 축축했다.
첫날엔 처음이기도 하고 분위기도 그랬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도 소장을 제대로 맛보고 소장도 내 몸에 푹 빠지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시작했다.
가장 민감한 젖꼭지에 침을 발라 축축하게 적시고 혀로 살살 굴렸다.
소장은 돌에 맞은 개구리처럼 다리를 쭉 폈다 접으면서 자극을 견뎌내려고 했다.
한 손으로 젖꼭지를 만지면서 따뜻한 입김을 귀에 살짝 불어 넣자 온몸을 비틀어댔다.
머리를 두손으로 꽉잡고 소장의 두팔을 발목으로 누르고 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혀끝으로 귓바퀴를 핥았다.
소장은 숨넘어갈 듯 헐덕이며 발버둥 쳤다.
그러면서도 밀치지 않고 견디고 있었다.
혀를 귓속에 넣고 깔작대자 입을 쩍 벌리고 배 울림소리를 내었다.
벌어진 입에 키스를 했다.
소장은 거부하지 않았다.
혀를 넣고 입속을 휘저었다.
소장의 혀를 내 입에 넣고 빨기도 했다.
잠시 멈추고 소장을 내려보았다.
소장이 잠깐 눈을 떴다 다시 감았는데 초점을 잃은 눈빛이었다.
여전히 입을 벌리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입속에 침을 떨어뜨려도 가만히 있으니 점점 내 것이 되는 것 같아 기뻤다.
소장의 몸을 정복하는 기분으로 구석구석을 핥아내려갔다.
소장의 몸을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어도 잘 따라주었다.
소장의 몸을 굴리자 알아서 엎드렸다.
몸 위에 포개고 다시 귀를 핥고 등골을 따라 핥아 내려갔다.
그렇게 발뒤꿈치의 각질과 발바닥까지 핥았다.
그러는 내내 소장은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소장은 구멍에 넣고 박을 줄만 알았지 이렇게 자신의 몸을 눌러서 해 주는 애무는 처음 받았을 것이다.
다시 바로 눕혔다.
소장은 풀린 눈으로 매우 만족한 듯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소장의 볼을 살짝 두드렸다.
그리고 소장의 몸에 엎드려 입맞춤을 하자 입을 알아서 벌렸다.
이젠 소장도 혀를 내 입에 넣고 굴리며 내 혀를 빨기도 했다.
내 눈을 마주치면서 떨어뜨리는 침을 입을 벌리고 받았다.
나는 몸을 일으켜 발기된 소장의 성기를 항문에 맞췄다.
소장은 뭔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전처럼 자신의 성기를 치우지 않았다.
천천히 들어가자 입을 순간 벌리면서도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귀두 아래 모통이 스무스하게 들어가자 소장은 “하~” 하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완전히 들어가자 소장은 눈을 감고 힘을 쭉 빼고 늘어졌다.
항문의 힘을 몇 번 주자 소장도 성기를 까닥거렸다.
꽉 물었다 풀자 소장도 힘을 꽉 주더니 풀었다.
소장과 이렇게 교감하는 순간이 감동이었다.
내 입속에 잔뜩 싸 줬던 것처럼 속에다가도 잔뜩 싸 주기를 기대하면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짐승같은 소장이 고분고분하는 모습이 미치도록 귀여웠다.
흥분해 있는 소장의 얼굴을 보면서 ‘이젠 넌 내 거’ 라고 속으로 말했다.
소장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더 깊이 넣으려고 했다.
잠깐 그러더니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박은 채로 나를 눕혔다.
그리고 화난 멧돼지처럼 그르렁 거리며 빠르게 박았다.
너무 거칠게 박.아대서 몸이 뒤로 밀려나더니 머리가 벽에 닿았다.
그때 소장은 내 성기를 잡고 마구 흔들어 사정하게 했다.
사정하고 나니 더 아팠다.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며 소장도 사정했다.
잠시 후 쑥 빼더니 휴지를 잘라 내게 주고 자신의 성기를 닦았다.
소장은 대충 닦고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아 씨.발 비 존나 오네”
그리고 나를 보고 말했다.
“동수 니도 담배 하나 피 봐라. 꿀맛이다”
소장은 나를 빤히 보면서 내 입에 담배를 넣어주었다.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눈빛 같았다.
담뱃불도 붙여주면서 내 엉덩이를 두 번 두드렸다.
“괜찮나?”
“예. 괜찮아요”
“마! 사내 녀석이 뭐 이리 잘 받나? 끝내주데”
소장이 담배를 피우면서 한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는데 심쿵했다.
소장은 여자하고 하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고 말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면 완전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니 내 몸에서 냄새 안 나드나?”
“소장님한테 나는 냄샌데요 뭘”
소장은 허탈하게 웃고 말했다.
“이거 웃기는 놈이네”
담배를 피우고 나서 누웠다.
TV 정규방송 시간도 아니고 비가 와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 건 좁은 방 안에 있는 것 뿐이었다.
소장 팔에 머리를 대고 누웠는데 소장은 옆으로 누우며 날 안았다.
“똥구멍도 괜찮데. 똥만 싸는 건 줄 알았는디 말이여. 니 많이 해봤제?”
“조금요”
“쑥~ 하고 잘 들어가든디?”
“소장님이 좋아서 그런가보죠”
“니 나 좋아하나?”
난 대답을 하지 않고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래도 남자가 박.아야제. 똥구멍 벌리면 되겠나”
대답을 하지 않자 소장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다. 좋으면 되지 않겠나. 동수 좋았제?”
“예”
“그럼 됐다”
소장에게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소장은 날 부드럽게 쳐다보았다.
“나 잘 박제?”
난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나들 마! 뻑 가 분다. 니도 뻑 가 분나?”
소장은 쪽팔리게 하는 질문을 해댔다.
“말해봐라. 뻑 갔나?”
“예”
대답하자마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더니 빗줄기가 거세졌다.
“나 현장 좀 갔다 올라니까. 니는 여기 있어라”
밖에는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우산을 쓸 수 없었다.
소장은 우산도 가져가지 않고 비옷도 입지 않고 나갔다.
나간 지 10분쯤 지나자 뛰어와서 급하게 나를 불렀다.
“동수야”
나는 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았다.
소장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고 뭔가 급해 보였다.
“떡대 새끼 비설거지 하라 했드만. 일단 따라와라”
도착한 곳은 야외에 쌓아놓은 자재를 천막으로만 덮어놓은 곳으로 빗물이 들어간다면서 물줄기를 파야 한다고 했다.
소장과 함께 삽과 곡괭이로 천막 주변에 고랑을 팠다.
젖은 옷이 말려들어서 소장과 함께 팬티만 입고 일했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를 맞고 일하는 것이 왠지 즐거웠다.
웃통 벗고 곡괭이질 하는 소장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다.
소장의 모습에서 노가다 판다지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저런 모습의 소장과 교감하며 했던 조금 전 섹스가 뿌듯했다.
내 안에 소장의 정액이 있다는 생각이 기운 나게 했다.
소장은 확실히 성격이 급했고 급할 땐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스타일로 보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곡괭이질 하는 소장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날 이후로 소장은 시내에 가지 않았다.
매일 나를 품고 해소했다.
그리고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런저런 편의시설들이 하나씩 설치되고 있었다.
늘어나는 인부들이 씻을 수 있게 샤워기가 6개 달린 샤워실도 마련했다.
그래 봐야 천막으로 된 대형 텐트 형식이었다.
그래도 외부에서 보지 못하고 비 맞을 일 없으니 좋았다.
인부들은 여전히 식당을 설치해 달라고 소장에게 항의했다.
소장은 곧 설치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소장은 사무실에서 본사 전화로 화를 많이 냈다.
떡대와 나는 소장의 눈치를 보느라 없는 듯 조용히 있었다.
수화기를 때려 부수듯 내려놓으며 혼자 욕을 해 댔다.
“이 씨.발럼이. 내가 지 속을 모를 줄 아나 보네. 개 조ㅈ만 한 새끼가”
떡대는 나를 보면서 조용히 나가자고 손짓했다.
살며시 나가려고 하자 소장이 소리쳤다.
“야!”
떡대와 나는 얼어붙듯 멈췄다.
“니들 어디가”
“바람 좀 쐬고 오려고요”
“씨.발 바람은. 본사 새끼 전화 오면 없다고 그래. 알았제?”
“네”
그날 밤 소장은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혼자 욕을 해대다 잠들었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 보였다.
깊이 잠든 시간에 컨테이너를 몽둥이로 때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 문을 발로 찼는지 날아가듯 세게 열렸다.
소장과 나는 놀라서 잠을 깼다.
바로 4명의 덩치가 들어왔다.
일어서려고 하자 밀쳤다.
키도 크고 배도 나오고 짧은 머리에 딱 봐도 조폭이었다.
그중 2명은 겁주려고 웃통을 벗고 전신 문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주얼로 공포심을 조장했다.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는 놈이 소장을 보고 말했다.
“소장이 누구야. 니가 박영태야?”
그리고 방망이로 소장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너야?”
“니들 누구여”
방망이 조폭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
“이 씨.발 놈이 분위기 파악을 못 하네. 누구여? 응? 씨.발 놈이 디질라고”
이렇게 말하더니 방망이로 소장을 내리쳤다.
소장은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같이 온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야! 뒤져”
3명의 조폭은 여기저기 뒤지며 뭔가를 찾았다.
방망이 조폭은 소장 앞에 쪼그려 앉아 소장의 턱을 치면서 말했다.
“야이 씨.발 놈아 엔간하면 찌그러져라. 응?”
소장은 분해서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형님”
방망이 조폭은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예. 형님. 아무것도 없습니다. 형님.”
“네. 사무실도 이 잡듯 뒤졌는데 없습니다. 형님.”
“알겠습니다. 형님”
통화가 끝나자 부하에게 말했다.
“야! 가져와”
부하는 계약서를 건넸다.
“어이! 박소장. 쉽게 쉽게 갑시다. 이거 뭔지 알지?”
함바 계약서였다.
“밤도 늦었는데 빨리 끝냅시다”
소장은 강제로 볼펜이 쥐어진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토록 살기를 보이는 소장의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겁을 먹지 않는 소장의 모습에 더욱 빠져들었다.
소장은 볼펜을 던져 버리고 소리쳤다.
“씨.발 새끼”
방망이 조폭은 여유롭게 소장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계속하쇼”
“계속해 보라고 씹새끼야”
“찬물도 위아래가 있고 똥물도 파도가 있단다. 씹새끼야”
조폭은 소장의 뺨을 일정 속도로 계속 때리면서 말을 이었다.
“야! 야! 영태. 씨.발새끼야. 적당히 해. 응? 적당히 하라고 개새.끼야”
조폭은 계약서를 다시 소장 앞에 놓았다.
“야! 뭣들 하냐? 볼펜 안 갖다 주고”
볼펜을 받아 든 소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결심한 듯 서명했다.
조폭은 부하에게 계약서를 건넸다.
“야! 이거 챙겨라.”
“예! 형님”
조폭은 소장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박소장! 때린 건 미안한데 말이오. 거 욕심 좀 작작 부리쇼. 되지도 않는 걸 가지고 고집부리면 쓰것소?”
조폭은 일어나면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야! 연장 챙겨라. 가자”
무슨 일 때문인지 자세히 모르겠으나 함바 계약 문제 같았다.
다음 날 소장은 떡대와 나를 밖으로 내보내고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분한 듯 소리치는 소장의 떨린 목소리가 밖에서도 크게 들렸다.
소장은 급하게 나오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야! 서울 갔다 올 테니까 여기 정리 잘하고 있어라. 오늘 못 온다”
이렇게 말하고는 회사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다.
“동수야! 뭔 일이냐? 혹시 아는 거 있어?”
나는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함바집?”
“네. 그거 계약서에 서명하니까 들고 가던데요”
“결국, 터졌네. 터졌어”
“뭐가 말입니까?”
떡대 말에 따르면 함바집은 소장이 점 찍은 업체가 있는데 본사 김 부장이 끼어들어서 그런 거라고 말했다.
“그럼 소장님은 어디로 간 겁니까?”
“나도 모르지.”
“김 부장 만나러 갔을까요?”
“김 부장이 소장님 만나 줄 급은 아니지. 개 무시 당할걸”
“식당 그게 뭐라고요”
“얼라! 노가다 판에 함바집은 완전 노다지지”
오늘을 일찍 일을 끝내고 들어왔다.
떡대에게 같이 있어 달라고 했는데 가봐야 한다면서 가 버렸다.
라면으로 배 채우고 샤워까지 끝냈지만, 아직 환했다.
혼자 누워 TV를 틀었다.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로 왜 지방에서도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하얀 눈썹 할아버지가 점잖게 얘기하는 걸 보니 당선되지 않을까 싶었다.
소장이 걱정되었다.
TV를 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바람에 안테나가 돌아갔는지 잘 나오지도 않았다.
안테나 때문에 밖에 나갔다.
깜깜했다.
불빛이라곤 컨테이너 전등밖에 없었다.
안테나 방향을 돌리고 나서 담배를 피웠다.
산속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이것도 뭐 괜찮았다.
불을 켜 놓고 TV를 보다 잠들었다.
한참 자고 있었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야! 동수”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소장이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와 있었다.
“벌써 자냐? 밥은 먹었나?”
밤 9시였다.
“네. 소장님은요?”
“씨.발 내가 굶고 다닐 놈이냐?”
소장은 옷을 벗는데 취해서 비틀거렸다.
내가 상의를 벗겨주고 눕혔다.
눕자 바지와 양말을 벗겨주었다.
소장은 팬티를 내려 발로 걷어차듯 벗으면서 말했다.
“김부장 씹새끼. 디질라고”
소장은 술에 취해 욕지거리를 혼자 해 댔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야! 동수야”
“예. 소장님”
“니 김 부장 알제?”
“김 부장이요?”
“새끼야 몰라도 안다고 그래”
“예. 압니다.”
“그 씹새끼 내가 완전히 보내버렸다. 개새.끼”
“어디로요?”
“씨.발 어디긴. 알아서 뭐하게”
“예”“궁금하냐?”
“예”
“이새끼 오늘 존나 이뻐 보이네”
“예?”
“이리와라 함 안아보자”
소장은 나를 안고 귀에 입을 대고 음흉한 투로 말했다.
“오늘은 씻고 하자. 알았제?”
자다 일어나서 샤워장으로 갔다.
어쨌든 소장이 웃고 있으니 나도 좋았다.
샤워하고 옷을 벗고 소장 옆에 누웠다.
소장은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빨아 봐야제”
소장의 성기는 아무리 빨아도 발기되지 않았다.
소장은 잠깐 잠들었다 깨서 말했다.
“야! 동수야”
“예. 소장님”
“니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알았제?”
“예. 소장님”
소장은 빨리면서 혼자 중얼거리다 잠들었다.
다행히 일이 잘 해결된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아침을 먹고 소장이 말했다.
“오늘부터 함바집 공사 들어가니까 며칠 지나면 이렇게 밥 안 먹어도 된다. 며칠만 더 고생해라”
떡대가 물었다.
“소장님 함바집 그거 결정 났습니까?”
“났으니까 공사하제”
떡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와? 뭐가 궁금한데?”
“아니 뭐 궁금하기보단.”
“내가 전에 말한 북 사장 알제?”
“예. 그 북극성 사장님 알죠”
“여기서 함바집 하니까 잘해 드려. 인부들 하고 다툼 생기면 서운하지 않게 해 드리고. 뭔 말인지 알제?”
“예. 알다마다요”
“그럼 가서 일 봐. 떡대는 동수 데리고 새끼들 안전모 쓰는지 확인해 봐”
사고 때문에 안전모 미착용 단속이 잦아져서 무척 신경 쓰인다.
인부들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덩치 형. 북 사장은 누굽니까?”
“어 있어.”
“누군데 소장님께서 저리 말씀하십니까?”
“소장님 어렸을 때 두목”
“그러면 소장님 조폭이었습니까?”
“어렸을 때. 너처럼 어렸을 때 일이야!”
“저 안 어립니다”
떡대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말했다.
“니 몇 살?”
“스물둘이요”
“난 몇 살?”
“모르는데요”
“서른여덟”
“그렇게 안 보이는데 아저씨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니 어린 거 맞지?”
“하! 또 그러니까 할 만 없는데요”
“야! 여기서 좀 앉았다 가자. 담배 피우고 싶으면 피워”
“근데 북극성이 이름입니까?”
“이름이겠냐”
“뭔가 좀 무섭게 느껴지는데요”
“야! 담배 연기 저 짝으로 뿜어”
“아 네”
“나도 본 적 없어. 소장님이 하도 옛날 얘기해 대니까 알게 된 거지”
“소장님 말 없지 않습니까?”
“전에 술 먹을 때 안 봤냐? 말 졸라 많이 하는 거. 뻥인 거 알면서도 맞장구쳐주니까 계속하더라”
“근데 김 부장은 어떻게 했을까요?”
“뭘 어떻게 해. 뻔하지 뭐”
“뭐가요”
“넌 알 거 없어. 일어나 일해야지”
“아니 떡대형. 좀 더 앉아 있다가 가요”
“뭐가 궁금한데? 김 부장?”
“네”
“우리 소장님이 본사에 이사 한 명을 관리하고 있어. 관리가 뭔지 알지?”
“뭔데요?”
“그냥 그런 거 있어. 암튼 친하다는 거야. 이사가 부장보다 높은 건 알지?”
“그건 알아요”
“높아도 좀 높은 거 아니라 겁나 높아 알지?”
“근데요?”
“그러니까. 하~ 이 새끼 말하는 것 좀 보소”
“아 계속해요. 궁금해서 그래요”
“그러니까. 나 말 안 해. 졸라 기분 나빠”
“아이! 형님. 형님 하라는 거 다 할게요”
“진짜지?”
“예”
“진짜 너 딴소리하면 디진다.”
“예”
“그러니까 그 이사가 김 부장 불러서 뭐라 했겠지”
“아 그렇게 된 거구나”
“소장님이 김 부장님 비리를 엄청 많이 알고 있거든. 전에도 당한 적 있어서 비리 자료 수집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아 그래서 밟아버렸다고 그랬구나”
“소장님이 그렇게 말했다고?”
“예”
함바집 공사는 7일도 안 걸렸다.
주방 쪽만 샌드위치 패널로 지었고 밥 먹는 공간은 비닐하우스로 만들었다.
이제 밥 준비는 안 해도 된다.
식당 문 여는 날 북 사장이 방문했다.
소장은 북 사장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북 사장은 숙여있는 소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를 받았다.
“니들도 인사드려. 여기 함바집 사장님이셔”
떡대와 나는 가볍게 인사를 했다.
“떡대는 여기서도 보는구나”
“예. 소장님따라 왔습니다.”
“그래. 박 소장 따라다니면서 진급도 하고 그래야지”
북 사장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이 친구는 첨이군”
“형님. 우리 알바 한동숩니다. 형님”
“아! 정식 직원 아니고?”
“예! 그렇습니다. 형님”
사장은 악수하려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거 반갑소. 나 북극성이요”
나는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이 친구 훤칠한 게 잘 생겼구먼”
“일도 싹싹하게 잘합니다. 형님.”
북 사장은 날 보고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하오”
“예? 예”
소장은 북 사장에게 갑의 위치일 텐데도 을처럼 행동했다.
북 사장에게 깍듯이 대하면서 우리에게 지시했다.
“떡대는 우리 형님 불편하지 않게 해 드리고. 야! 동수”
“예. 소장님”
“넌 말이야. 당분간 식당일 도와 드려. 이제 문 여는 거니까 잔 일이 많을 거야. 당분간 형님 일 도와드려. 알았제?”
“예. 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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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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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도 탄탄하고 전개도 물흐르듯..
긴 글이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단숨에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