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상욱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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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게 읽었던 소설인데.. 뒷 부분이 없네요.. 혹시 뒷 부분 가지고 계신 분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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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번 방학엔 뭐 할거임? 미술학원은 계속 다님?" 

 "....." 

 "야 야, 그럼 뭐하는데. 할 거 없으면 나랑 수영이라도 가자." 

 "몰라...." 


 경민은 귀찮다는 듯이 대충 얼버무린다. 실제로도 아직 그런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경민은 무심코 고개를 쳐들었다가 잔뜩 찡그린 채 얼른 수그렸다. 햇살이 너무 강하다. 장마도 지나 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이 즈음이면 햇살이 뜨겁다못해 따갑다. 장마도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8월 중순은 된 듯한 날씨지만 사실은 이제 겨우 7월 말이다. 


 "으 너무 더워...." 


 걸음을 보챘다. 볕은 쨍하고 짙푸른 나뭇잎들은 사뭇 싱그럽기까지 하지만 경민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열기와 습기의 향연 속에 경민은 머릿속까지 눅눅해지는 기분이었다. 저 앞 횡단보도는 벌써 파란 불이다. 뛸까? 더운데. 관두자. 

 제법 신호가 길어 경민이 도착한 후에도 파란 불이 아직 깜빡이고 있었다. 건너편을 보니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어깨까지 걷어붙인 흰 티에 헐렁한 회색 반바지, 러닝화 차림. 이 날씨에 잘도 뛰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신호를 놓치고 말았다. 

 그 사람은 남자였다. 그것도 상당히 눈에 띄는. 큰 키, 작은 머리, 넓은 어깨. 거기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서도 드러나는 근육까지. 근데 저런 사람이 이 동네에 있던가? 경민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경민은 길 건너의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파란불이 들어왔다. 경민은 남자를 쳐다보느라 신호를 보지 못하다가 그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보고서야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경민은 좀 더 남자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남자가 워낙 빨리 뛰는 바람에 순식간에 지나치고 말았다. 경민은 이상해보일까 싶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어디로 갔는지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경민은 쩝 하며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녀왔습니다-." 


 경민은 무심코 인사를 하다가 아차 했다. 


 "맞다. 오늘 출국하셨지." 


 경민의 부모님은 두 분 다 해외에 계셨다. 두 분 다 과학자인데 유럽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나 결혼했다. 그러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벤처로 성공해 아예 눌러 앉았고, 어머니는 아직도 그 연구소에 계셨다. 본래대로라면 경민도 외국에 있어야 했겠지만 경민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해서 경민만 혼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해외에 계신 것 치고는 제법 자주 다녀가시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민은 혼자 생활하는 셈이었다. 


 가방과 양말을 아무렇게나 널브러뜨려놓은 채 경민은 거실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리곤 그대로 손만 올려 소파 위를 더듬었다. 손에 에어컨 리모컨이 잡힌다.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쏟아져 내리자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이 울려댔다. 


 까까똒! 까똒! 


 으, 대체 누구야? 


「야」 

「야ㅑ」 

「야양ㅇ야ㅑ야」 


 지훈이 놈이었다. 


「아 왜」 

「ㅋㅋㅋㅋㅋ야 수영장 가자고」 

「모른다고」 

「니ㅏ훔ㅇ;ㅎ이ㅏ;ㅎ 아 왜모름!」 

「아 몰라 안내킨다고....」 

「니 미술학원안나가면 할꺼도업자나ㅋㅋㅋㅋ나가도 할꺼업자나」 

「귀찮다고」 

「아쫌 그러지말고 ㅋㅋㅋ울형 짐 수영장서일함 가면 꽁짜로 수영도갈키줌」 


 계속 바람을 넣으니 경민도 약간은 마음이 동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보채는 지훈이 귀찮기도 하고. 게다가 수영장이면, 운이 좋으면 훈남들 눈요기도 실컷 할 수 있을지 모르고. 물론 운이 나쁘면 아줌마만 실컷 보겠지만. 근데 지훈이네 형? 누구더라... 


「너네 형이 누군데」 

「아왜 거기있자늠 스포츠센터 새로생긴데 울형 거기서 일하자늠」 

「거기가 벌써 개장을 했나?」 

「이쉑 기억력보솤ㅋㅋㅋㅋ울형이 개장도안한데서 일하겟냐며」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뭐 잘 나간 건 아니고, 수영선수 하는...했었던? 아무튼 형이 있다고. 이름이 뭐라고 그랬더라....근데 그 스포츠 센터는 어디 있었더라? 






 "으아! 미안하다 동훈아. 길을 잘못 들어서 완전 반대로 갔다. 아 첫날부터 이게 뭔..." 

 "흐흐 괜찮아요 형. 이 동네 처음이잖아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상욱은 거의 토할 듯한 기세로 숨을 몰아쉬었다.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갔다가 줄창 뛰어왔으니 당연했다. 땀이 너무 많이 흘러 티셔츠며 바지며 땀에 절어 몸에 쩍쩍 달라붙었다. 무릎을 짚고 서 있는데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에 맺혔다가 뚝뚝 떨어졌다. 동훈이 수건을 건네자 낚아채듯 받아 얼굴의 땀을 훔쳐냈다. 


 "헥..헥...넌 왜 여깄냐? 근무시간 아냐?" 

 "형님때문에요. 는 뻥이고. 어차피 지금 저 쉬는 시간임다. 간만이니까 잠깐 형님도 볼 겸 올라왔어요. 앞으로도 쉬는시간에 종종 놀러올지도 모름다." 


 동훈은 이 센터에 있는 실내수영장에서 수영 강사 일을 하고 있었다.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아서 풀타임은 아니고, 방학을 이용해 알바 비슷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상욱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고, 센터에서도 트레이너를 구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동훈이 상욱에게 추천한 것이다. 


 "근데 여기 다른 트레이너는 없어?" 

 "예압. 아직 오픈 전이라라서요." 

 "흠. 너는?" 

 "크크 전 수영이 전공이잖아요. 내 운동은 해도 남 가르치는 게 될지 모르겠어서 트레이너 지원은 안 했죠. 앞으로 형님한테 마이 배울라고요."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타났다. 그 사람이 사장이라고 동훈이 알려주었다. 사장은 동훈의 선배의 뭐라는 사람이었다. 

 면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상욱이 팀장을 맡기로 했다. 사장이 나간 후 상욱도 따라 나오니 동훈이 아직 밖에 있었다. 



 "얼, 빨리 끝났네요." 

 "엉. 넌 근데 아직도 안 갔냐?" 

 "크크 아직 쉬는시간 안 끝났어요. 뭐래요?" 

 "대박이다. 솔직히 될지 어떨지 잘 몰랐는데 합격이다. 인맥빨이 좋긴 좋네. 너 평소에 선배들한테 엄청 잘 하고 다니나보다." 

 "형님 크크 제 별명 기억 안나요? 십상시. 근데 형님은 경력 돼 자격증 있어 몸 돼 안 뽑을 이유도 사실 없잖아요 크크." 


 상욱은 십상시 드립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맞어 간신배새끼 크크. 야, 너 혹시 오후에 시간 되냐?" 

 "나요? 왜요?" 

 "너 수영장에 하루종일 있는 건 아니잖아? 너 트레이너도 관심 있어했잖냐. 여기서 트레이너 일 배워가면서 회원들 운동 간단한 건 니가 좀 봐주고 그래도 될거같다. 필요하면 사람은 더 뽑아도 된대. 그러니까 니가 알X몬에 광고도 좀 때려주고." 


 채용을 빌미로 은근슬쩍 귀찮은 것까지 떠넘기는 상욱이었다. 하지만 동훈은 불편한 기색은커녕 짐짓 내시 흉내를 내며 익살을 떨어댔다. 


 "어련하시겠슴까요 크크크크." 

 "아 미친 하지마 그거." 

 "아 왜요 아양떠는건데. 형님 일단 씻고나 나와요 크크." 


 땀은 어느 정도 말랐지만 워낙 많이 흘렸던지라 좀 찝찝한 것이 사실이었다. 상욱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야 근데 이거 학교 가는 길 아냐?" 


 경민이 손차양을 만들며 말했다. 이 길은 대로변이다 보니 그늘 같은 것이 별로 없었다. 저 앞쪽에는 아까 건너왔던 네거리 건널목이 보였다.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길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아지랑이 때문에 바닥이 일렁여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저기서 그 남자 봤었지. 그 겁내 색스런 남자. 


 "어 맞음. 근데 건넌담에 직진이 아니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조금 가야됨. 공원하고 붙어있잖음." 

 "레알? 근데 왜 난 못봤지?" 

 "니 눈이 호구라서" 

 "뭐 임마? 야이....." 


 경민이 뭐라 하려는 찰나 요란한 알림음이 울려퍼졌다. 길가가 한산하다보니 그 소리는 한층 크고, 열기에 뒤섞여 한층 짜증스럽게 들렸다. 


 까 까 오 또-끄! 


 "아 야 그거 좀 바꿔라. 나 그거 들을 때마다 짜증나." 

 "그러는 니 카톡음은 경망스러운 꺄똒꺄똒 아님?" 


 지훈은 흥 하며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확인했다. 


 "어 형이 위로 올라오란다. 잠깐 헬스장에 올라가있대." 

 "그래? 수영강사라며 거긴 왜가셔." 

 "모름. 가봄 알겠지머." 


 헬스장도 있구나. 하긴 그냥 수영장에도 부대시설로 딸려있는 게 헬스장인데 스포츠센터니까 당연한가? 스파도 있으면 좋겠다. 어, 근데 헬스장이면...에휴. 그 남자가 거기 트레이너일 리는 없겠지. 기대를 했다가 아니면 괜히 더 김만 빠지는 법. 경민은 얼른 그 섹시남 생각을 지우고 수영장에 훈남이나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판 글자 크기가 교장 머리통만큼이나 커보였다. 근데 왜 아까는 못 봤지? 그 남자 찾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나. 길을 건너 건물 앞까지 가보니 상당히 규모가 컸는데, 공원 바깥에 붙어있다기 보다는 공원의 일부처럼 가장자리에 들어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올. 야 스파도 있음." 

 "어 그러네." 

 "존X 좋다 크크 짱이네 여기. 너 스파덕후." 

 "크크크크킄크크크크크 어 X나 좋네. 스파도 개좋을거같다. 진작 와볼걸. 아, 나 수영장보다 스파 더 많이가는거 아냐?" 

 "헐. 근데 넌 그럴지도. 야 헬스장 몇층임?" 


 경민은 로비 옆 벽에 붙어있는 층별 안내판을 쳐다봤다. 지하는 주차장. 1층이 수영장이고, 2층은 스파. 3층은 메디컬 센터와 피트니스 센터. 

  

 "3층." 

 "오키. 고고싱." 


 3층까지 올라가니 좌우에 문이 나 있었다. 오른쪽은 메디컬 센터. 그리고 왼쪽은.... 


 "울형인듯?" 


 지훈이 말했다. 왼쪽에 전체가 유리로 된 문 안쪽에는 헬스장 로비가 있었고, 그 앞에는 보통 정도 키에 호리호리하면서도 오밀조밀한 팔근육의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위에는 티를 한 장 걸쳤지만 아래는 수영복 차림이었다. 경민과 지훈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왔냐." 

 "형 여서 뭐함." 

 "아 걍. 누구 좀 기다려." 

 "누구?" 

 "선배...는 아니고 학교 아는 형인데 여기 트레이너임. 샤워하고 나온대서." 

 "근데 그걸 형이 왜기다림." 

 "음. 지금 여기 사람이 없음. 그래서 잠깐 내가 지키고 있는거야." 

 "아그래?" 


 경민은 말없이 두 사람을 쳐다봤다. 경민은 열여섯이다. 경민 친구인 지훈도 열여섯이다. 근데 듣기론 이름이 동훈이라는 지훈의 형은 스물 몇은 된다고 했다. 못해도 네 살은 터울이 지는데... 

  

 '와. 쌍둥이래도 믿겠네.' 


 두 사람은 생긴 것만 비슷한 게 아니라 키나 체격도 비슷했다. 심지어 삭은 정도도 비슷했다. 확실히 지훈은 또래 중에서도 삭은 편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지훈은 근육이고 나발이고 없다는 정도랄까. 지훈이 운동을 하면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 근데 친구 데려왔음 소갤 시켜줘야지." 

 "아맞다. 형 얘 내친구." 

 "니친군줄은 알엄마." 


 지훈은 또 흥, 하는 소리를 냈다. 


 "임경민임. 야 울형 동훈이형. 걍 동훈이라고 불러."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우쥬워너 숨짐?" 


 또 실없는 장난질을 치며 서로 좋다고 낄낄대는 것까지 비슷했다. 그러다가 퍼뜩 뭔가 생각난 듯 동훈이 말했다. 


 "근데 너네 언제 올거냐? 내가 수영장에 하루종일 있는 건 아니라서. 난 일단 새벽반 아침반 하거든. 오후 타임은 안 돔." 

  

 헐. 경민은 뜨악했다. 말인즉슨 하려면 새벽반을 들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 아닌가. 기껏 방학이 되어서까지 일찍 일어나고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동훈이형도 제법 쌔끈하긴 했지만 친구 형이라서인지 별 생각은 들지 않았고. 게다가 눈요기거리마저 없다면 새벽 수영은...그야말로 하는 의미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 글쎄요. 아직 거기까진 생각을 안 해봤는데. 새벽 말고 다른 시간은..." 

 "아 왜 또. 뭐가문제임?" 


 갑자기 변심할 듯한 경민의 모습에 지훈이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지만 경민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어? 걔들 누구냐 김동훈?"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쓴 채 대충 흔들며 물기를 털어내고 있는 그 사람은 낯이 익었다. 어깨까지 걷어붙인 헐렁한 흰색 티셔츠, 무릎보다 약간 짧은 회색 반바지. 

  

 "아 형님 무슨 앙드레김이예요? 크크. 같은 옷이 몇개야." 

 "야 이거 두개거든. 난 원래 보통 맘에 드는 거 두개씩 산다고." 


 분명 아까 집에 갈 때 봤던 그 사람이다. 가까이서 본 그는 생각보다도 훨씬 섹시했다. 헐렁한 티셔츠를 입어도 느껴지는 적당히 두툼한 근육질,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체형은 둔하지가 않다. 뭣보다도 처음 봤을 때 느낀대로 개마고원같은 어깨와 태평양같은 등판이 압권이다. 그러면서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 짜리몽땅한 느낌도 없다. 

 게다가 제대로 마주하고 보니 얼굴도 훈훈했다. 다듬은 듯 곧게 뻗은 진한 눈썹, 외꺼풀의 서글서글한 눈매. 젊은 숫놈의 색기가 흐르는 매끈한 얼굴이다. 그런데도 소년스러운 느낌이 도는 것은 개구진 표정이나 인상, 그리고 역시, 팽팽한 피부 때문인 것 같다. 대체 나이가 몇이지? 

  

 "근데 얘네 누구냐고. 헬스장 등록하러 온거야?" 

 "아 아뇨. 얘는 제 동생이고 얘는 동생 친구요. 오늘 방학해서 수영 등록하러 왔는데 언제 올건지 시간 얘기하고 있었슴다. 아 근데 형님도 수영 올거죠?" 

  "어. 어차피 최소한 사람 더 뽑을 때까진 내가 헬스장 오픈해야 되니까. 오픈하기 전에 가서 하면 될 거 같다. 너 그때가 타임이지?" 

 "이예압. 그렇스므니다." 

 "크크크 미친 하지말라고. 야 그럼 나 수영하는 건 니가 좀 도와주면 되겠다. 나 물에서 놀아본지도 오래라." 

 "에헤이 그래도 형님 어디 가나요. 좀만 하면 금방 부활이져." 


 그렇게 말하며 동훈과 그 형이란 사람, 상욱은 낄낄 웃어제꼈다. 경민은 갑자기 열기가 오르는 기분이었다. 일반인데, 근데 이상형이어도 너무 이상형이다. 언제나 경민이 상상하던 바로 그런 남자가, 경민의 머릿속에서 직접 튀어나오기라도 한 듯한 모습. 그저 잠깐의 지나쳤던 사람과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본 순간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경민의 오랜 욕망이 호르륵 끓어올랐다. 조금만 더 끓어 넘치면, 자칫 이성을 잃고 실수라도 할 듯한 기분. 저 두툼한 가슴을. 헐렁한 바지 위로도 느껴지는 묵직한 가운데를..... 


 "너넨 어떡할래? 역시 새벽은 무린가?" 


 경민은 동훈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아뇨 괜찮아요. 형 덕에 공짜로 수영도 배우는데 시간은 맞춰야죠." 


 그렇게 말하며 경민은 가식 가득한 미소를 흩날렸다. 그 모습을 본 지훈은 토 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민은 한번 더 확인하듯 로비 뒤편 벽을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거기 써 있는 것을. 



Open 7:00.

경민은 실내수영장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그냥 놀러 야외 풀장에만 가본 정도. 그런 경민에게 레인이 갖춰진 실내수영장의 풍경은 생경했다. 

 밖에서 본 대로 규모는 상당히 컸다. 25미터 8레인 성인용 풀에 어린이용 풀까지 따로 갖춰져 있었다. 공원에 면한 우측 벽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밖으로 보이는 짙푸른 나무들이 시원해 보였다. 약간 지각한 경민은 8레인 쪽에서 사람들이 스트레칭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왼쪽에 있는 지훈 곁에 슬그머니 가서 섰다. 


 "하이. 님 늦음." 

 "어. 늦잠 잤어." 

 "난 너 못나올줄 알았음." 

 "크크 닥치고. 뭐 어떻게 하래?" 

 "맞다 니 설명 못들었지." 


 신축이고, 시설도 좋은 까닭에 새벽반임에도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유감스러운 소식은, 지금 새벽반에 초급은 단 한명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그건 당연히 경민이었다. 


 "헐 나머진 다들 중급이라고?" 

 "상급인지 고급인지도 있다함. 너 수영 배운적 있음?" 

 "아니." 

 "그럼 초급." 

 "야 잠깐. 너 수영 할 줄 알어?" 


 지훈은 대답 대신 경민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승리의 썩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헐. 경민은 순간 암울해졌다. 지훈이 놈이 수영을 할 줄 안다고? 운동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젓가락 몸매로? 경민은 왠지 모를 자괴감을 느꼈다. 게다가 그렇다면 지훈도 없이 혼자서 강습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닌가. 구석에서. 우울하게. 


 "그래서 넌 형이 안 가르친대." 


 그럼 누가 가르치는 거냐고 물으려는 찰나 누군가의 손이 경민의 머리를 턱 짚었다. 큼지막한 손이었다. 


 "여, 또 보네." 


 경민은 찌릿 하고 몸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경민은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았다. 희지도, 검지도 않은 적당한 톤의 피부. 살짝 붉은 기가 도는 입술. 진한 눈썹과 그 아래의 살짝 날카로운 듯한 눈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상쾌하게 희석해주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 그 헬스장 남자다. 가벼운 충격으로 경민이 경직된 사이 동훈이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 너도 왔네. 형도 왔네요." 


 동훈이 말했다. 


 "어, 아까 말했지만 경민이는 못 들었을테니까 다시 말해줄게. 원래는 내가 이 반을 다 가르쳐야되는데 접수를 받다보니 좀 상황이 이상하게 되서. 생각보다 인원도 좀 많고, 근데 또 초급자는 너무 없더라고." 

 "야 잠깐. 원래 이거 접수 받을때 인원 정해서 받지 않냐?" 


 상욱이 말했다. 


 "네. 원래는 그게 맞는데 위에서 일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이렇게 됐네요." 

 "아하." 

 "근데 진짜 보통은 이렇게 잘 안하지 않나? 어, 하여튼, 그래서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해봤거든. 그래서 너는 상욱이형이 봐주기로 했다." 


 경민이 다시 뒤를 돌아봤다. 이 남자 이름이 상욱이구나. 


 "글고보니 통성명도 아직 안하지 않았나? 어 뭐 방금 말했다시피 이 형님이 상욱이형이고. 형님 얘 이름 알아요?" 

 "알어. 걔가 니 동생 지훈이고. 얘는 니가 좀전에 경민이라며." 

 "어, 맞네요. 하여튼 그렇게 됐다. 근데 형님 진짜 괜찮아요? 나야 고맙긴 하지만 돈받고 하는 것도 아닌데." 

 "상관없어 임마. 어차피 난 놀러오는 거니까 슬렁슬렁 연습하면서 이 꼬마도 봐주면 돼." 


 뭐, 꼬마? 경민은 왠지 괜히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훈이 뜨악 하는 표정으로 경민을 쳐다봤다. 이쪽이건 저쪽이건 친구들 사이에서 꼬마라거나, 하여튼 경민의 키나 어려보이는 외모에 대한 얘기는 금기(?)였다. 


 "와 진짜 감사요. 솔직히 형님 많이 쉬었다더니 별로 쉰 느낌도 안남다. 올림픽 나갈 거 아니면 그정도면 충분하지. 어~여튼 그런 줄 알고. 형님이 원래 지도자의 자질이 탁월하시다. 형님한테 배우면 너도 금방 중급 넘어올거야." 

 "야 야, 이제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빨리 가서 다른 회원들이나 봐줘라." 


 동훈은 상욱이 보내지 않으면 강습시간이 끝날 때까지 떠들어 댈 기세였다. 상욱이 말하자 그제서야 동훈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휘적휘적 다른 회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지훈도 동훈의 뒤를 따라 가버렸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조금 후에 상욱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흠, 흠. 아, 이렇게 어린 친구하고 뭐 해보는 건 또 처음인 거 같네. 초등학교?" 


 또 울컥. 순간적으로 자제심을 잃은 경민은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부라렸다(보통 지훈에게 자주 하는 표정이다). 아차, 표정관리 표정관리. 


 "하하, 농담. 근데 진짜 너무 어려보여서. 수영은 처음이랬지?" 


 경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처음은 복잡한 건 없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거니까. 그러니까 잘 봐봐...." 


 상욱은 물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것들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민의 귀에는 상욱의 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눈으로 상욱의 온 몸을 핥느라. 

 상욱이 설명을 하느라 움직일 때마다 팔근육이 꿈틀거렸다. 거기서 두툼한 가슴을 한 번 훑고, 가슴골을 따라 내려온다. 상욱은 손바닥만한 빨간색 삼각 수영복 차림이었다. 수영복이 타이트한데도 유독 눈에 띌 정도로 불룩한 앞섶이 경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되는 거지. 듣고있냐?" 


 경민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봤나. 하지만 상욱에게서 별다른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상욱은 척척 걸어가더니 먼저 물에 훌쩍 뛰어들었다. 


 "일단 발차기부터 해보자!" 


 윽, 몸에 반응이 올 것 같다. 경민도 얼른 상욱을 따라 물에 뛰어들었다.

"어이, 너까지 들어오지는 말고. 일단 처음이니까 바깥에 걸터앉아서 킥 동작부터 익혀보자고." 


 상욱은 경민에게 기본적인 자세를 알려주고 킥을 연습하게 했다. 그리고는 약간 떨어져서 경민의 동작을 지켜봤다. 지금은 경민이 자신을 보고있는 것 같지 않았다. 


 '큰일날 뻔 했다.' 


 상욱은 눈에 띄지 않도록 앞섶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잠깐 사이 반쯤 발기해버린 자지를 불편하지 않도록 옆으로 뉘었다. 귀두에 가해지던 압박감이 사라지자 한결 살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 미친 것은 갑자기 왜 꼴리고 X랄이지....아 미치겠네' 


 상욱은 흠칫 놀라 다시 경민을 쳐다봤다. 시선이 느껴진 것 같았는데. 하지만 경민은 여전히 발차기 연습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상욱은 새삼 경민을 처음 봤을 때를 생각했다. 


 남자놈 치고는 참 희었다. 체구도, 키도 작다. 그런데도 비율은 좋다. 제법 곱상한 마스크이지만 여자같은 얼굴은 아니고, 개구진 남동생 같은 느낌. 데려다 동생 삼고 싶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훈이놈 동생 친구란 걸 알았을 때에는 충격이었다. 그냥 보기에는 초등학생이래도 믿겠는데. 마주 서면 경민의 머리가 상욱의 턱에 겨우 닿기나 할까. 그때도 뭔가 묘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확실히 그랬다. 좀전에 설명을 할 때도 그랬고, 경민이 상욱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게 아닌가? 


 '으...아파.' 


 상욱은 물건에 가해지는 압박감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갓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죽기를 바랬건만. 더욱 성이 나버린 상욱의 물건은 이제 수영복 안에 제대로 담기지도 않았다. 맘같아선 그냥 물건을 꺼내놓고 싶었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럴 수도 없었다. 


 '또 시작이네 사춘기도 아닌데...' 


 그때 갑자기 들려온 경민의 목소리에 상욱은 흠칫 고개를 들었다. 


 "언제까지 해야 돼요 이거?" 


 경민이 상욱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 음. 잠깐만" 


 아 이거 미치겠네. 설마 경민이 뭔가 눈치 채거나 보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상욱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슬슬 다음으로 진행할 시간이었다. 


 "그정도면 된 거 같다. 물에 들어와 봐." 


 상욱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경민쪽으로 걸어갔다. 일부러 동작을 크게 해서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자꾸 경민의 눈치가 보인다. 이상해보일까? 눈치채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는 벽을 잡고 연습 해 볼 거다. 근데 잡는다고 해서 꽉 움켜쥐는 게 아니고, 일단은 상체를 반절 정도 바깥에 걸치고 해보는 거야." 



            *   *   * 



 겨우 강습을 마친 상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습 내내 상욱의 물건이 섰다 죽었다를 반복한 것이다. 몇 번이나 시선을 느꼈는데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시범도 몇 차례 보여주지 못했다. 그 점은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경민에게는 일부러 먼저 가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다시 발기해버린 상태여서 도저히 같이는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은 마지막으로 레인을 한번 돌고 나가겠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경민을 보내고 나니 완전히는 아니지만 제법 가라앉아 있었다. 


 "어때요 형님. 할만했슴까." 


 어느새 가까이 온 동훈이 상욱에게 말했다. 


 "어 뭐 그럭저럭." 


 상욱이 대답했다. 


 "왜요. 뭐 문제 있었어요?" 

 "아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오늘 컨디션이 이상한 거 같다." 

 "컨디션이 이상해요?" 


 나쁜 게 아니고,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위를 너무 안 해서 그런가? 상욱은 자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제법 완고한 집안에서, 때론 무시무시하다고 생각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주 고지식한 교육을 받으면서. 집안에서 받은 영향 탓인지 상욱은 가능한 한 자위나 야한 생각을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설마 하니....' 


 경민 때문은 아니겠지.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상욱은 퍼뜩 놀라 고개를 휘저었다. 말도 안되지. 그냥 자신이 아직도 혈기가 왕성해서 그렇겠거니, 상욱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상욱은 물에서 나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근데 걔 좀 특이하지 않냐." 

 "누구요?" 

 "니 동생 친구." 

 "아~임경민이. 왜요? 뭐 이상한 짓 했어요?" 

 "그게 아니라. 그냥 뭐 분위기같은 거." 

 "음. 걔가 엄청 어려보이긴 하죠. 남자새끼가 피부도 좋고." 

 "그런 거 말고 임마." 


 동훈이 당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상욱은 손을 휘 내저었다. 


 "됐고. 나도 이제 올라가 봐야겠다. 일단 오픈 해놓고 트레이너 면접도 봐야되니까. 수고해라 임마." 


 상욱은 수영장에서 나와 간단히 샤워를 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시간은 6시 36분. 오픈 전에는 전체적으로 운동기구의 상태를 점검하고, 의자 높낮이 따위도 원래대로 바꿔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곳 헬스장은 오늘이 오픈 첫날이었고 중요한 부분은 어제 다 봐뒀기 때문에 크게 할 일은 없었다. 헬스장 안을 전체적으로 한바퀴 돌아보던 상욱은 갑자기 우두커니 멈춰섰다. 헬스장 벽면을 덮고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시간은 6시 39분. 오픈까지는 아직 20분여 남았다. 물끄러미 정문의 유리 너머 밖을 보았지만 사람 하나 없이 정적만 감돌 뿐이었다. 


 상욱은 자신의 손을 사타구니에 갖다 댔다. 혼자 있자니 아까의 흥분감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젠장, 여긴 일하는 곳인데. 여기서 이러는 건 안되는데. 혹시라도 누가 오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지만 오히려 상욱은 묘하게 흥분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장소 가리지 않고 주체 못하는 성욕은 상욱의 말 못할 고민 중 하나였다. 


 "후..." 


 맥박이 오르자 호흡이 가빠지는지 상욱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한 손으로는 허벅지를 문지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주물렀다. 얼마 만지지도 않았는데 금방 몸에 열기가 오른다. 팔을 머리 위로 교차시켜 상의를 당겨 벗는다. 다음에는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쥐고 내려버린다. 그리고 가슴을 주무르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유두를 비틀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본다. 


 "흐...읍" 


 누가 듣기라도 할까 싶다는 듯 상욱은 입술을 짓씹으며 신음을 삼켰다. 갑자기 아까 수영장에서의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꾸만 느껴지던 누군가의 시선. 그건 정말 경민이었을까? 

 상욱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흥분하고 있었다. 상욱은 자신의 번들거리는 물건을 움켜쥐었다.

집에 가려던 경민은 센터 입구에서 멈춰섰다. 수영 수업 때 생각이 났다. 

 경민은 내내 상욱을 훔쳐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만지는 건 어찌어찌 참아도 자꾸 눈이 가는 것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경민은 보고말았다. 

 경민은 호흡 연습을 하느라 물속에 머리를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심코 물속에서 상욱을 쳐다보았다. 상욱의 수영복은 오른쪽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옆으로 누운 상욱의 물건 윤곽이 선명하다 못해 노골적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수영복에 다 담기지 않은 귀두가 밖으로 돌출되어 있었다. 

 그 순간 경민은 당장이라도 만지고 싶은 것을 참느라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왜 발기가 됐던 걸까? 경민때문에? 


 "이뇬아 일반이야 꿈깨" 


 라고 여느 게이 친구라면 말하겠지만 경민은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어려웠다. 혹은 다른 이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거나. 

 문득 경민은 아직 상욱의 번호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아쉬운대로 번호라도 물어볼까? 그래서 경민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헬스장에 들어가려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라 옆으로 몸을 숨겼다. 


 '지금 내가 제대로 본 거야?'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다시 보았다. 투명한 유리 문 너머 안쪽에 그가 있었다. 옷은 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상욱은 양말에 운동화만을 신은 채 정신없이 용두질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벗은 것보다 오히려 그게 뭔가 더 야하고 음란해보였다. 


 '미친거 아냐? 누가 오면 어쩌려고 이런 데서 저러고 있지?' 


 그러면서도 경민은 거의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카메라를 작동시키고, 녹화를 눌렀다. 슬쩍 휴대폰을 옆으로 내밀자 상욱의 음란한 모습이 경민의 휴대폰 안에 남김없이 담기기 시작했다. 경민은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는 것을 느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걸 어떻게 이용하지? 대놓고 협박? 아니, 그건 왠지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그건 정 안될 때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미뤄 두자. 

 상욱은 보통의 남자들과는 어딘가 다르다. 경민에게는 어떤 심증 같은 것이 생기고 있었다. 



            *   *   * 



 피가 몰려 붉어진 상욱의 물건은 배꼽에 달라붙을 기세로 꼿꼿이 솟아 있었다. 왼손으로 밑둥을 쥐고 앞으로 기울이자 끝에 맺혀있던 프리컴이 길게 늘어져 내렸다. 상욱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더욱 흥분했다. 상욱은 오른 손을 들어 귀두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후......헉........."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상욱의 귀두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느슨하게 쥔 손바닥이 스칠 때마다 귀두 끝에서부터 전기가 오르는 듯한 자극이 퍼져나왔다. 

 상욱은 점점 더 강하게 손을 움직였다. 상욱의 움켜쥔 손이 성기의 뿌리 쪽에 강하게 부딪힐 때마다 처덕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상욱은 숫제 장소가 어딘지도 잊은 듯 거칠게 신음 섞인 숨을 토하고 있었다.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이었다. 


 "헉...!" 


 희미하게 통화하는 말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생각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허겁지겁 바지부터 집어 들고 얼른 다리를 끼워 넣었다. 하지만 실수로 속옷의 한쪽에밖에 다리를 넣지 못하는 바람에 그대로 까칠한 바지 안쪽 면이 상욱의 귀두를 문질렀다. 그러면서 바지가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욱의 귀두를 압박하자 다시 사정감이 급속도로 밀려왔다. 항문과 회음부와 ㅈ뿌리가 묵직하게 뻐근해져왔다. 상욱이 사정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는 사이 문이 열리고는 경민이 들어왔다. 상욱은 얼른 바닥에 떨어져 있던 상의를 집어 들어 엉거주춤하게 앞섶을 가렸다. 


 "어...어, 갑자기...웬일이냐. 여긴. 뭐 놓고 갔냐?" 


 뭘 놓고 갔을 리가 있나. 놓고 갔어도 여기가 아니라 수영장이겠지. 경민은 속으로 피식 하고 웃었다. 


 "형 뭐 하고 계셨어요?" 

 "아니. 그냥. 운동 좀." 

 "아하.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셨으면 목덜미까지 빨갛게 됐네요." 


 누가 봐도 뭔가를 암시하는 말이었지만 경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상욱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땀이 너무 많이 나셨길래요. 물어봤어요." 


 그렇게 말하며 경민은 상욱의 가슴을 쓱 훑었다. 상욱의 복근에 힘이 들어가며 선명하게 갈라지더니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상욱이 손에 쥔 상의로 자신의 앞섶을 살짝 누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경민은 모르는 체 했다. 조금 있으니 진한 밤꽃냄새가 경민의 코를 자극했다. 


 경민은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상욱은 한 손으로만 휴대폰을 받아들어 번호를 찍고는 말없이 돌려주었다.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 해 보면 앞으로 당분간 계속 뵐텐데 친하게 지내고싶어서요. 수영 가르쳐 주셔서 고맙슴다. 헤헤. 그럼 운동 마저 하세요!" 


 경민은 씩 웃어보이고는 몸을 돌려 헬스장을 빠져나갔다. 


 상욱은 온 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그냥 어지러울 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봤을까? 봤다면 어디부터 봤지? 못 봤더라도....방금 상황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겨우 정신을 추스르며 바지를 들춰보니 프리컴 섞인 정액이 바지 안을 온통 적시고는 바지 아래로 허벅지까지 흐르고 있었다. 망할. 속옷을 제대로 못 입는 바람에 그대로 흘러내린 것이다. 이 와중에도 상욱의 자지는 정액으로 범벅이 된 채 여전히 핏대를 새우고 꺼떡대고 있었다. 


 "아....X발. ㅈ됐네....." 


 상욱은 혼란과 불안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상욱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새벽이 깊어서야 잠들었다. 상욱은 꿈을 꾸었다. 상욱이 졸업한 중학교가 나오는 꿈이었는데, 일어나 보니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꿈이었는지 상욱은 자는 사이 사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옘병할...이 나이에까지도 몽정이네...” 


 조금 잠이 가시자마자 바로 어제 일이 떠올랐다. 그렇다. 겨우 어제 일이었다.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벌써 며칠은 된 것 같은데. 

 경민은 그때 뭘 봤을까. 뭘 보지 못했더라도, 경민 앞에 선 상욱의 모습은 수상해도 너무 수상했다. 게다가 마지막에 상욱은 경민 앞에서... 


 “아. 씨X.” 


 그 생각을 하니 상욱은 수치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남자놈, 그것도 10살이나 어린 동생 앞에서 그렇게 되어버리다니. 상욱으로선 인정할 수 없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가슴 한켠에서는 이상한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상욱은 앞섶을 움켜쥐었다. 물컹한 감촉 대신 잔뜩 약이 오른 물건의 뻣뻣함이 느껴졌다. 몽정한 바로 직후인데. 


 “후...내가 미친 거지...” 


 상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냥 요새 들어 더 욕구가 많이 쌓인 것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자. 

 시계를 보니 5시 16분이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을 것 같기에 상욱은 조금 일찍 나가기로 했다. 


 상욱은 며칠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일자리를 옮기면서 집도 함께 옮긴 것이다. 3년 정도 전에 지어진 아파트인데 위쪽으로는 바로 대로변이라 다니기도 편하고, 오른쪽으로는 큰 공원이 붙어 있었다. 동훈에게 듣기로는 공원길을 관통해도 되었지만 이 근방이 아직 낯선 상욱은 그냥 대로를 따라 센터로 갔다. 

 수영장은 아직 개장시간 전이었지만 센터에서 일하는 상욱은 이 시간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서는 개장 전에 막바지로 잡다한 것들을 동훈이 살피고 있었다. 동훈은 상욱을 발견하자 반색했다. 


 “어, 형님! 뭐 이리 일찍 오셨슴까?” 


 동훈이 말했다. 


 “그냥 잠이 안와서.” 


 상욱이 대답했다. 


 “그래요? 이상하네. 형님 원래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나 잘 자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이사 온 지 며칠이라 적응이 덜 됐나보다. 니 동생은?” 

 “금마는 아직 자죠. 개장시간 딱 맞춰 아슬아슬하게 올검다.” 


 상욱은 인사 대신 수고하라는 표시로 동훈에게 손짓을 하고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경민과 딱 마주쳤다. 

 상욱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상욱은 할 수만 있다면 경민과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욱은 경민을 개인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수영에 나오면 피할 수가 없었다. 설령 수영을 빠진다고 해도 상욱이 어디서 일하는지는 경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시간에 이런 상황에서 마주칠 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 


 “어?” 


 인기척을 느낀 경민이 상욱을 돌아보았다. 


 “형, 일찍 오셨네요?” 


 상욱은 경민이 무슨 말을 할까 싶어 신경이 온통 곤두섰다. 하지만 경민은 그저 상욱을 말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차라리 뭐든 말해버리면 시원할 것 같은데 이러고 있자니 더 답답했다. 

 상욱은 경민의 표정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무시해버리기엔 짧지 않은 정적이 흘렀다. 경민이 입을 여는 모습이 상욱에게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나온 너무나도 평이한 얘기에 상욱은 그만 맥이 탁 풀려버렸다. 


 “형 무슨일있어요? 얼굴이 나쁜데.” 

 “......” 

 “상욱이형?” 

 “후. 아니야. 그냥 좀 잠을 설쳤거든.” 

 “왜요?” 

 “아니다- 아무것도. 그냥 내 착각이었나 보다.” 


 상욱은 혹시나 싶어 경민의 기색을 더 살폈지만 역시나 별다른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너는 뭐 이렇게 일찍 왔냐.” 

 “음. 그러니까요. 원래 늦잠킹인데. 어제 일찍 자서 그런가 일찍 눈이 떠졌어요.” 

 “그래?” 

 “네. 할 때는 괜찮은 거 같았는데 집에 가니까 급 피곤해지더라구요. 수영을 처음 해봐서 그런가......” 


 그렇게 말하며 경민은 씩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상욱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역시 상욱이 지나치게 생각한 걸까. 다른 한편으론 그런 경민의 모습이 썩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연하지 임마. 발차기 하고 기본적인 거 배우는 것도 보기에는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처음 하는 사람한테는 은근 힘들어. 아무래도 땅 위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동작들하고는 사용되는 근육도 좀 다르고. 다르다기보단 이쪽이 좀 더 다양하게 쓴다고 해야 하나.” 

 “그렇구나. 형은 수영 되게 잘하나봐요 헤헤.” 

 “어? 아니 뭐. 못하지는 않지. 하하.” 

 “쳇. 자랑하는거죠 지금?” 

 “아냐아냐. 너도 처음 하는 거 치곤 잘하더라. 솔직히 내가 보기엔 동훈이 동생보다 니가 낫겠던데. 걔는 헤엄을 치긴 치는데 자세가 너무 이상해서.” 

 “오. 진짜요? 오와.” 


 금새 입을 삐죽거리다 다시 또 씨익 웃는 모습을 보니 상욱도 웃음이 나왔다. 상욱이 경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경민이 상욱을 기습적으로 껴안았다. 


 ‘윽.’ 


 워낙 갑작스러워 상욱은 저도 모르게 움찔 했다. 갑작스럽게 경민이 왜 이러지? 나도 같이 안아줘야 되는 거야? 

 하지만 진짜 당황스러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상욱을 껴안은 경민의 몸이 상욱의 물건을 압박해온 것이다. 이대로 발기하기라도 하면.....상욱의 뇌리에 어제의 기억이 스쳤다. 


 ‘으. 신경쓰지마. 의식하지마. 아...으......으!’ 


 상욱은 황급히 경민을 떼어냈다. 그대로 있다가 자신의 발기한 물건을 경민이 느끼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러고 아래를 내려다본 상욱은 하마터면 사래가 들릴 뻔 했다. 잔뜩 발기해버린 상욱의 자지가 앞섶을 한껏 추켜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씨X. ㅈ됐다. 

 상욱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냥 두자니 너무 노골적이고, 가리자니 너무 뻔하다. 킥킥대는 웃음소리에 상욱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와 형.” 

 “어...어.” 


 이번에는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상욱은 귀까지 빨개졌다. 쪽팔림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정작 경민은 그냥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우와. 형 진짜 크다.” 

 “......” 

 “이렇게 큰 건 첨봐요. 어른이라 그런가? 친구들중엔 이렇게 큰거 못봤는데.” 


 경민은 거리낌 없이 상욱의 앞섶에 쳐진 텐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제발 가라앉아라. 가라앉아라. 상욱은 머릿속으로 간절하게 생각했다. 


 “형 한번만 보여주면 안돼요?” 

 “큽. 쿨럭!” 


 상욱은 사래가 들려 기침을 했다. 


 “쿨럭......야. 그게 무슨......” 

 “에이 뭐 어때요! 남자끼린데!” 


 경민은 초롱초롱하고, 뭔가 따가운 시선으로 상욱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그냥 목욕탕만 가도 흔하게 보는 게 남자 성기니까. 다만 이건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라 꼴린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정황상 상욱은 경민에게 여간 찔리는 게 아니었다. 역시 안될 것 같다. 


 “저기...경민아. 형이 어제 잠을 좀 설쳤댔ㅈ......!!!" 


 상욱은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경민이 마음대로 상욱의 바지를 내려버린 것이다. 상욱의 물건이 용수철처럼 튕겨올라왔다. 그 순간 몇 방울이나 되는 프리컴이 경민의 얼굴에 튀었다. 쪽팔림과 수치심으로 상욱은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상욱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임마!” 


 경민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아. 그게 아니고. 어이. 야.”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인 경민은 상욱을 바라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설마 우는 건가. 상욱이 어정쩡하게 경민을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경민은 홱 돌아서더니 뛰쳐나가버렸다.

상욱이 어정쩡하게 경민을 향해 손을 내밀었을 때 경민은 홱 돌아서더니 뛰쳐나가버렸다. 갈 곳 잃은 상욱의 손이 멋쩍게 허공에 멈춰 섰다. 


 ‘아. 찜찜하다. 왜 내가 미안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거지.’ 


 제멋대로 버릇없게 군 건 경민인데.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만은 없는지도 몰랐다. 사실 상욱이 꼴리지만 않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일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순간적인 쪽팔림에 괜히 더 화를 낸 것도 같았다. 


 ‘......찾아봐야 되나.’ 


 상욱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동훈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뭔 일 있슴까 형님.” 

 “그냥 좀. 아~골치아프네.” 

 “무슨 일인데요?” 


 상욱은 동훈에게 아주 약간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민 때문에 꼴렸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경민이 갑자기 껴안는 바람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고만 얘기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엉성했지만 달리 더 나은 이야기는 생각나질 않았다. 


 “저도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닌데요 형님.” 

 “어. 말해봐.” 

 “걔가 아마 혼자 살 거예요.” 

 “뭐? 중3 아냐?” 

 “저도 지훈이한테 들은 거라 까먹어서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사정이 있어서 혼자 산다는 거 같더라고요.” 


 켁.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헐...뭐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그런 거냐 설마.” 

 “거까진 모르겠고요.” 

 “그래도 그게 나 껴안는 거랑은 무슨 상관인데.” 

 “거야 저도 모르죠 형님. 음. 어, 이건 어디가지나 제 생각인데, 애가 외로움을 타거나 그런건 아닐까요.” 


 뛰쳐나가기 직전 경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상욱의 목소리에 겁먹은 듯 움츠러들어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모습. 아 미친 이상욱아, 왜 그러게 소리는 질러가지고. 


 “야. 고맙다. 나 나가볼게.” 

 “어 형님!” 


 상욱은 동훈의 이야기를 마저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혼자 산다는 걸 보면 형제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상욱을 형처럼 느끼고 그런 행동을 한 거였다. 그곳을 보여달라고 한 것도 그런 친근함의 연장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꼭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놈은 아직 그냥 꼬마에 불과한데. 지금 와서 떠올려 보면 경민의 태도는 그냥 호기심일 뿐이었던 것 같다. 

 근데 이 녀석을 어디서 찾아야 되지? 막상 뛰쳐나오긴 했지만 상욱은 경민의 집은 고사하고 이 동네 지리도 잘 몰랐다. 잠깐 고민하던 상욱은 결국 무작정 뛰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경민을 찾을 수는 없었다. 



 “헉......헉......” 


 상욱은 네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무릎을 짚고 선 채 숨을 몰아쉬었다. 땀에 젖은 흰 티가 몸에 달라붙다 못해 엉겨 붙었다. 바지도 마찬가지였다. 속옷에까지 땀이 차 질척거리는 느낌이었다. 시계를 보니 6시 40분이다. 이제 헬스장 오픈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더 이상 경민을 찾아다니는 건 무리였다. 간단하게라도 씻고 오픈을 하려면 지금쯤은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파란 불이 켜졌다. 상욱은 길을 건너 센터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경민을 발견했다. 경민은 헬스장 출입구 곁 화분의 나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야!” 


 상욱이 반색해서 소리쳤다. 그 소리에 경민이 퍼뜩 놀라 상욱을 쳐다보았다. 


 “어? 형, 웬일이예요?” 


 상욱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런 데 있었을 줄이야. 대체 뭐하러 그렇게 뜀박질을 한 거지? 얼굴을 손으로 쓱 훑어 땀을 떨어냈다. 


 “임마. 여기가 형 일하는 데인 거 모르냐.” 

 “아 그러네. 헤헤 깜빡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경민은 씨익 웃었다. 뭐야, 생각보다 멀쩡한데. 그래도 상욱은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잠깐 뻘쭘하게 서 있다가 상욱이 말했다. 


 “혹시. 음. 어. 그게...울었냐 너?” 

 “엥 내가 왜요?” 

 “아까 내가...음. 형이 경민이한테 소리 질렀잖냐.” 

 “아.” 


 상욱은 갑자기 경민이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깜작 놀랐다. 


 “에이 뭐 그런 걸로 울어요. 솔직히 놀라긴 했어요 빈정도 쫌 상하구. 그래도 내가쫌 버릇없게 군 거 같아서. 사실 형이랑 본지도 오늘이 삼일짼데.” 


 뭐 빈정이 상해? 거침없는 경민의 말을 들으며 상욱은 참 당돌한 녀석이다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 상처받지 않은 듯해 다행이었다. 


 “휴 임마 형이 걱정했잖냐. 형 땀봐라. 너 찾는다고 동네 뛰어서 이래 임마.” 

 “올. 나 울어야돼요? 감동먹어서? 크크 형 보기 좋은데요. 지젼 짐승남인 듯.” 

 “임마. 장난치지 말고. 어?” 

 “에이 괜찮아요 진짜. 미안해 안 해도 되는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상욱은 경민이 혼자 산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걸 알고 나니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 


 “진짠데. 음. 정 그렇게 미안하면 아까 부탁한 거 들어주셔도 되구 크크.” 


 상욱은 순간 망설였다. 또다시 꼴리기라도 하면 그렇게 쪽팔린 일도 없을 텐데. 하지만 아까 소리를 질렀던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또 알 수 없는 기분에 상욱은 승낙을 하고 말았다. 


 경민의 손이 다가올수록 상욱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와 동시에 상욱의 눈치없는 물건이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상욱은 급히 경민을 부르려고 했지만 그 전에 경민이 상욱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려버렸다. 

 벌써 반쯤 꼴린 상욱의 ㅈ껍질 끝으로 귀두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때 경민이 기습적으로 상욱의 ㅈ기둥을 잡아 뿌리쪽으로 당겼다. 상욱의 귀두가 당겨진 포피 밖으로 튀어나왔다. 프리컴이 한 줄기 흘러나왔다. 상욱은 심하게 헛숨을 들이키며 허리를 튕겼다. 


 “아 형! 아파요?” 


 눈치가 없는 건지...상욱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잠깐사이에 완전히 꼴린 상욱의 자지는 서 있는 자세인데도 배꼽에 달라붙을 기세로 솟아 있었다. 족히 20센티는 되어 보이는 길이에 굵기도 4센티 가까이 되어보였다. 


 “와! 대박이다. 형 무슨 야동에 나오는 사람같아요!” 


 경민은 상욱의 물건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구경했다. 상욱은 몇 번이고 요도가 찔끔거리는 걸 느꼈다. 그럴 때마다 상욱의 귀두에선 프리컴이 꿀럭대며 쏟아져나왔다. 워낙 많이 흘러 불알까지 흥건히 적시고는 바닥으로 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러다 순간 위험신호를 느낀 상욱은 다급하게 경민의 손을 떼어 냈다. 


 “으!” 


 경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상욱을 쳐다보았다. 


 “죄송해요! 아팠어요?” 


 하지만 상욱은 사정을 참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사정을 눌러 참자 다리 사이가 뭐에 얻어맞은 것처럼 뻑적지근해왔다. 


 “아..아니 그건 아니고. 휴. 이제...됐지? 형 이제 일하러 들어가 봐야겠다.” 


 상욱은 경민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 싶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경민의 태도는 그냥 친한 형을 대하듯 특별할 게 없었다. 


 “헤헤. 넵. 형 부탁 들어줘서 진짜 감사요 크크. 사실 진짜 들어주실 줄은 몰랐는데. 형 앞으론 진짜 친하게 지내요. 아 형 생겨서 기분 좋다 헤헤.” 


 경민은 그렇게 말하며 천연덕스럽게 웃어보였다. 상욱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 노골적인 상황을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체 하는 건지. 이미 욕정으로 잔뜩 헝클어진 머릿속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상욱을 향해 경민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경민 앞에서 사정하는 것만은 참았다. 상욱은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한번 올랐던 사정감은 가라앉을지언정 한 번 끓어오른 욕구는 가라앉지 않는 것이었다. 

 상욱은 상하의를 완전이 벗어 한쪽에 던져버렸다. 이 정도로는 하지 않으면 상욱의 욕구가 충족될 것 같지 않았다. 누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도 오히려 더 흥분감이 들었다. 벌써 제법 높이 떠오른 태양빛이 계단의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땀줄기가 흘러내리는 상욱의 근육질 나신이 훤히 드러났다. 상욱은 또다시 자신의 몸을 무절제한 욕정에 내맡겨버렸다. 



 일주일이 훌쩍 지나 7월도 말일이었다. 

 상욱은 점심을 먹은 후 헬스장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요사이 수영을 자주 나갔기 때문에 수영복을 한 벌쯤 더 살까 싶어서였다. 그런 상욱의 옆구리를 향해 손 하나가 슬쩍 다가왔다. 


 “에헤이. 뻔하다.” 


 상욱은 슬쩍 몸을 틀어 피하면서 경민의 손을 낚아챘다. 경민은 일주일 동안 매일같이 사무실에 놀러왔다. 


 “아! 형!” 


 경민은 울상을 지었다. 상욱은 경민이 정말 아파서 그러는지, 아픈 척을 하는 건지 헛갈렸다. 대부분은 후자였다. 상욱이 슬그머니 경민을 놔주는 것 같으면 경민은 어느새 다시 짖궂은 웃음을 띠면서 상욱에게 덤벼들었다. 그럼 다시 상욱이 경민의 손을 낚아채는 일이 반복되었다. 


 “야 넌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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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박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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