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외 선생님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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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형이 어젯밤 늦은시간, 연속해서 보낸 취중 문자를 위 아래로 다시 한 번 훑어보고는 막상 어떻게 답장 또는 연락을 해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저렇게 취중 속에서 약 한시간 남짓 나에게 계속 문자를 보냈을 때 오롯이 나만 생각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지어졌다. 


다만, 내가 정말 한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형이 보낸 문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게다가 형에게 보낼 알맞은 한글말 또한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형의 취중 문자 고백에 답장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고 바보같이 또 하루를 넘겨버렸다. 



이튿날, 해는 지고 밤 아홉시가 넘어가던 시각 


형에게 연락을 빨리 해야하는데.. 이상하게도 전화나 문자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형이 무작정 보고 싶었다. 


난 연습장을 펼쳐 형을 그린 페이지를 손으로 찢어 반에 반으로 접은 뒤 손에 쥐고는 계절이 겨울인 것도 모르고, 그대로 얇은 겉옷을 집어들고선 집을 뛰쳐나와 버스를 타곤 형의 집으로 달려갔다. 


지금 내 심장이 무작정 달린 탓에 그런건지 아니면 형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인해 그런건지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어느새 다다른 형의 집 앞.


호흡을 가다듬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똑똑똑’



“누구세요”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아무말도 못하고는)”


“누구시냐구요......”


“저...(숨을 내쉬며) 저에요...형”


"현준이??"


‘딸칵’


문이 열리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날 아래위로 훑고는) 옷은 왜 이렇게 또 얇게 입었어. 혼자만 가을이냐!?”


형이 보고 싶어서 달려왔다는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서 현관 문이 닫기자마자 형에게 와락 안겨버렸다. 


형에게 안긴 순간 형도 아무말 없이 내 등을 토닥여 주었고, 동시에 성태 형의 감촉과 체온이 내 심장을 다시 한 번 뛰게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근데...뛰어왔어..? 왜 이렇게 몸이 뜨거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현관문 앞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형에게 오랫동안 안겼다. 


방금 막 샤워를 마친 후 맥주를 마셨는지 형에게서 약간의 알코올 향이 느껴졌다. 


그래도 난 뭐든 좋았다. 형의 모든 냄새까지도. 


하마터면 형의 수줍은 취중고백에 대답조차 해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 포옹으로 조그마한 답변을 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렵겠지만 어떤 문제든 같이 풀어나가자 보자고,


나도 형을 정말 좋아한다고  


형이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고..


그렇게 형에게 곧 말하기를 고대하며 5분 정도 포옹을 했을까. 


“현준아 얼굴 좀 보자. 저번에 형이 너 때린거 많이 아팠지. 정말 미안해.”


형이 잠시 포옹을 풀고 내 얼굴을 보고는 다시 한 번 날 꼬옥 안은 채로 저번 일에 대해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형의 진심이 몸으로 전해지 듯. 두 손으로 날 더욱 더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러곤 30초 정도 지났을까.


“잠깐만...”


잠시 우린 몸을 떼었다. 


“그나저나 이 밤에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니지?”


“아니에요.. 그냥 형이 보고 싶어서..(떨리는 마음으로) 그래서 왔어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 그래도 형이 현준이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


“네....?”


"사실 이게..전화나 문자로 하기가 조금 그래서..직접 얼굴보고 말하고 싶었는데. 너가 이렇게 직접 찾아오다니 텔레파시라도 통한건가 우리?(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나에게 할 말이 있다는 형의 말에 한번 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


그것보다 전화나 문자로 하긴 그렇고

직접 얼굴보고 말해야되는 말이라면..


아니 이건.. 누가 들어도


'널 좋아해' '우리 사귀자' 이런 말들 아닌가.


나에게 드디어 사귀자라는 말을 직접 입으로 꺼내려나보다 싶었다. 


그 때 부터 심장이 주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고 형이 언제 이야기를 꺼낼 지, 입술이 벌어지기만을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형이 그렇게 ‘형이랑 사귀자’ 라고 말하면..


난 뭐라고 또 대답을 해야하지.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 될까!? 아니면 장난스레 그럼 오늘부터 1일인거에요!!! 라고 받아치면 되는걸까?


그것도 아니면 드라마의 어느 한 장면에서 본 것 처럼 아무말 없이 형에게 키스를 해줘도 될까?


내 머릿속이 이제는 행복한 고민으로 복잡해 지고 있었다. 


그렇게 형의 말을, 형의 고백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형.. 다음주에 군대가”




고백이 아닌 군대를 간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그 순간,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처럼 잠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군대를 간다니, 잘못들은 걸로 아니 듣지 않은 걸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네??...(표정이 굳어져선)”


“군대간다고 임마~~~표정 풀어~~ 어디 죽으러 가냐”


그러고 보니 형의 나이가 이제 22살이었다.


난 사실 형이 약대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교를 모두 마친 후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군대를 간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안 그래도 이번주에 이 집 정리하고, 다시 본가로 들어갔다가 바로 입대하기로 했어."


“....전....이 말 들으려고 이 시간에 온 게 아닌데.....(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응???(형이 되물으며)”


“군대 갈 거면서, 그렇게 가버릴거면서... 그젯밤 왜 저한테 문자로 그런 말을 한거에요. 문제를 같이 풀어가보자면서요.. 제가 좋다면서요. 그거 저랑 사귀자는 고백 아니었어요..? 제가 형의 문자를 잘못 이해한거에요 형...?”


“(잠시 생각을 하더니) 지금 내가 누군가에 대해 갖고 있는 이 감정을 아무 표현도 못 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그리고 어디 떠나는거 아니라 잠시 군대 가는거라고, 군대... 그리고 넌 이제 당장 올해 열 아홉인데 공부에 매진해야지 임마! 저번에 어머니 만났을 때 어머니가 네 걱정 정말 많이 하시더라. 그러니 앞으로 일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만 해!! 어머니가 아닌 너 자신을 위해서~”


"지금 공부가, 수능이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지금 니 나이땐 그거보다 중요한 건 없어.(단호하게)" 


형의 공부 이야기 따윈 들리지 않았다.


"저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형이라구요"


"너 지금 그거 치기 부리는거야. 바보같은 말 하지 마. 그리고 나 같은 놈 때문에 니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지도 마."


“나...낭비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는) 형을 좋아하는 게 낭비에요? 형 진짜...어떻게 그렇게 까지 심한 말을.." 


"이게 다 도현준 널 위해서야(형도 목소리를 키우며)"


"전 이해 안돼요. 드라마에서나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헤어진다고들 하는데 그게 말이나 돼요? 좋아하는데 왜 헤어져요. 좋아하는데 왜 떠나냐구요!!(목소리가 커지며)"


그렇게 형을 몰아붙이는데 형이 날 다시 한 번 끌어 안더니 침착하게 내 등을 토닥이며 입술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현준아. 나도 널 좋아하고, 너도 날 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이 형이 국방의 의무를 위해선 2년 가까이 군대를 다녀와야해. 그 이후에도 우리가 이 감정 그대로면 사귀는걸로. 대신, 넌 그동안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야해. 이건 약속할 수 있지?"


"...군대갔다가 제대하면, 이 감정 그대로 우리가 계속 만날 수 있는거에요?”


“.....(아무말 없이 날 쳐다보며)”


형이 잠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군대에 가도 상관없으니까, 군대 가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든 나보고 헤어지자고 한들 그건 그 때가서의 문제고 일단 그냥 사귀자 라고 당장이라도 내뱉고 싶었지만 다음주에 바로 군대를 간다는 형을 두고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 무엇보다 성태형을 만나오면서 한가지 찝찝했던 부분이 나를 계속해서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찾아온 정적 이후, 난 어렵게 목 끝까지 차올랐던 말을 꺼냈다. 


“형도 혹시 저와 같은 성향인거에요...?”


“어?(놀라선)”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가 맞냐구요....”


“게이가 맞냐고? (머리를 긁적이곤)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도현준, 난 전에도 말했듯이 그냥 니가 좋아”


“제가 좋다고만 하지마시고,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게이가 맞다 아니다 이 두 가지에서만 선택해서 대답을 해줄 순 없는거에요? 그 정도 성향은 본인이 제일 잘 알잖아요.”


“내가 만약 게이가 아니라면, 넌 날 멀리할거냐?”


“아...아니요..”


“근데 왜 그런걸 물어보는거야?”


“그냥.... 게이가 아닌 사람은 언젠가는 돌아설 것 같아서요.. 그게 좀 두려워서요.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라구요..."


“어린 놈이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 넌?”


“....제 성격이 이런 걸 어떡해요..”


“그나저나 과외는 다른 샘한테 잘 받고 있냐.? (괜히 화제전환을 하고는)”


“네. 하고는 있는데... 그 쌤은 진짜 공부만 해요. 완전 공부만. 좀 답답하기도 하달까. 그래서 그런지 형의 수업이 더 그리워졌어요.”


“야...누가 들으면 나랑은 완전 논 줄 알겠다.. 나도 완전 열심히 가르쳐줬거든??(목소리를 높이며)”


형이 날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현관 앞에 서서 계속 이야기 하는 내가 불편해 보였는지


“드...들어와서 뭐라도 한 잔 마실래?”


들어오지 않겠냐는 물음을 건넸지만 난 지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좀 필요했다. 


“....아 아니에요.”


“그..그래?”


“저 피곤한데 이만 갈게요.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좀 필요하고...형. 그럼, 군대 가기 전에 한번 더 볼 수 있음 꼭 봐요.”


“그래. 그러자 현준아.”


“그럼 저 갈게요..아.. 그리고 형에게 저번에 줄 게 있다고 했던거..(주머니에서 슬쩍 거내고는) 이거..”


“이게 뭐야..(접었던 종이를 펼치며..) 응!?? 이거 나 아냐..? 이건 또 언제 그렸어...”


“과외하다 형 잠깐 제 침대에서 자고 있을 때...”


“(웃으며) 잘 그렸네.....”


연습장에 있을 땐 꽤나 그럴싸 해보였는데 구깃구깃한 볼 품 없는, 그것도 찢어진 연습장 종이 한 장에 그려진 형의 그림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던지


“아..정말 죄송해요.. 액자에라도 끼워서 드려야 하는데, 급하게 나오느라 연습장에 있던거를 그냥 찢어왔...”


이런 저런 핑계를 늘어놓고 있는데 형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형의 입으로 내 입을 가로막았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니 맘 다 알고 있다는 또 하나의 대답이라도 하듯이.


그리곤 촉촉하고 부드러운 형의 혀가 내 입술 안을 파고 들어오더니 잠시 얼어있던 추운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었다. 


그렇게 형과 뜨거운 키스를 나눈 후 조심스레 입술을 떼고는


“저 진짜 갈게요...”


“그래. 조심히 잘 들어가. 그리고 정말 고맙다. 현준아. (그림을 들며) 이것도.”


“네.. 형 추운데 나오지 마세요.”


“그래...”


그렇게 형의 집을 나오는데 집을 나오고 나서, 너무 긴장을 했을까. 앞에 있는 벽은 눈 앞에서 다가왔다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날 어지럽게 했고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걷는 것조차도 버거움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달콤하고 행복해야 할 순간인 형과의 그 입맞춤은 이상하게도 슬픔으로 전해져 왔다.  


형에게 그 입맞춤은 어떤 메시지 였을까.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앞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이 생각보다 아래로 쑥 빠지는 느낌에 휘청거리기도 했다.

 

어렵게 버스 정류장 까지 다 다라 무거운 내 몸을 차에 실었다. 


추운 날씨에도 마음이 답답했는지 난 창문을 살짝 열었다.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차창 너머 밤하늘에 뜬 둥근 보름달이 오늘따라 유난히 크고 밝아 보였다.


서울하늘에 잘 보이지 않던 별들도 오늘만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그 옆에서 함께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군대 가기 전에 한번 더 볼 수 있으면 꼭 보자 약속을 했건만 자꾸만 어긋나는 시간은 우리 둘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고 가기 전에 한번 보자는 말은 약속이 아닌 그저 ‘나중에 밥이나 한번 먹자’ 는 예의상 건네는 말처럼 인사치레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흘러 

 

우린 다시 만나지 못한 채로, 형이 군에 입대를 했다. 



형이 군대를 가고 나서, 휴대폰 연락이 단절된 이후 트위터나 페북같은 것도 하지 않았던 우리가 서로 연결 할 수 있는 수단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형이 내 삶에서 훅 하고 사라진 순간


우리 둘이 연애를 한 것도 아니였는데 꼭 오랜 시간 연애를 하다 헤어지면 이런 기분인걸까? 싶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할 때면 형이 어느샌가 내 옆에 앉아 잘 하고 있는지 날 지켜봐주고 틀린게 있으면 다시 한 번 가르쳐주면서 그렇게 책상에만 앉을때면 형은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방 안엔 나 혼자였다. 


그렇게 잠드는 시간을 빼고 대부분 성태형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난 어쩌면 미술학원에서 처음 형을 봤던 그 날, 아마 그 날부터 형을 맘에 뒀는지도 모르겠다. 


고3이라 하루 빨리 정신 차려야 하는데 가끔 엄마가 부르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매일 난 멍해지기 일쑤였다. 


길을 잃은 미아가 이런 기분인걸까?


그냥 울고 싶었다. 그렇게 실컷 울다 보면 형이 내게 와서 잔소리와 함께 따뜻한 위로를 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위로가 필요한 건 내가 아닌 형 이라고 생각했다. 


자꾸만 형의 그 몸과 마음의 상처를 떠올리고 떠올릴 때 마다 내 가슴이 미어져왔다. 


형이 입대를 하고 난 후, 100일 휴가에 맞춰서 혹시나 볼 수나 있을까 싶어 입대일을 기준으로 100일을 계산해서 7일간의 오차범위를 두고

총 14일동안 형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1표시는 끝내 지워지지 않았고 형과의 문자 방에서 나홀로 계속 외로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형이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앞으로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남몰래 베게에 눈물을 적시곤 했다. 


방은 어두컴컴한데도 형이랑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고 과외수업을 하다 중간에 쉬는시간이면 형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내 방안에서 성태 형과 같이 귀에 이어폰 하나씩 나눠 꽂고, 함께 음악을 들었던 일도 떠올랐다.


그리고 형의 목소리가 듣고싶을때면 녹음 어플로 들어가


형이 마지막으로 불렀던 [너의 모든순간] 이라는 노래를 재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형이 노래를 다 부르는 것을 듣고는 녹음 버튼을 끄려고 하는데


“야!!! 도현준!!! 점수 봤냐?? 헤헤 100점이다 100점 (웃으며) 내가 이 정도야” 


“(웃으며) 원래 지르면 100점 잘 주거든요. 형은 발라드도 냅다 지르는 스타일이네.”


“뭐래”


형과 티격태격 하던 우리들의 대화까지 전부 녹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난 형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가 한번 더 재생시작 버튼을 눌렀다. 


====


이윽고 내가 한눈에 너를 알아봤을 때

모든 건 분명 달라지고 있었어

내 세상은 널 알기 전과 후로 나뉘어

니가 숨 쉬면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니가 웃으면 눈부신 햇살이 비춰

거기 있어줘서 그게 너라서

가끔 내 어깨에 가만히 기대주어서

나는 있잖아 정말 빈틈없이 행복해

너를 따라서 시간은 흐르고 멈춰

물끄러미 너를 들여다 보곤 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너의 모든 순간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차올라 나는 온통 너로


============


저 노랫말 가사처럼

내 모든 순간이 형이고 형의 모든 순간이 나였으면 ..


그렇게 형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길 바랬다.  


하지만 우린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한 이후부터 평행선처럼 만날 수 없는 선상에 놓여있는 듯 했다. 


내가 고3을 거쳐 갓 20살 대학생이 되었을 땐 형은 계속 군인이었을테고, 형이 제대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내가 군에 입대할 차례가 되었다. 


무엇보다 형의 휴대폰 번호는 이미 없는 번호로 바뀌어 있었고 본가 주소는 아예 몰랐기 때문에 형을 찾고 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형이 22살이고 내가 19살 때 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내가 22살이라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제 성태형은 25살이 되었으려나.


이 때 분명 형도 대학생의 신분 이었을텐데 왜 형이 다니고 있는 서울대학교 학과사무실을 찾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긴 찾아간다 하더라도 무턱대고 개인정보를 쉽게 알려주진 않았겠지. 


그렇게 형을 보지 못한 채로 해가 계속 바뀌며 나이를 먹고 있었고 그만큼 형에 대한 감정도 무뎌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성태형은 최근 유행하는 인스타그램, 틱톡 조차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도 만날 방법이 따로 없었다. 


혹시나 우연이라도 길을 걷다가 형을 마주칠 수 있을까 상상을 해봤지만 그런 우연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형을 점점 잊어가고 있는걸까?


아니면 너무나 긴 시간이 흘러감으로 인해 그렇게 시나브로 잊혀져가는 걸까?


이번 생에 형을 다시 보는 건 포기해야 되는걸까...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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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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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케다시만나게될려나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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