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들어가버렸습니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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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 지났다. 일단 형수는 당황스러움을 온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진수가 아까전에 깨어난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진수가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자기를 못 알아보는게 맘에 걸렸다. 그리고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진수의 몇몇 행동들이 이상해보였다. 평소같으면 계단공포증때문에 한계단씩 내려가는 것도 고역이던 놈이
"근데 매점 어디있어?"
"2층인거 같던데..."
"오케이! 알려줘서 감사감사!"
매점 위치를 알려주자마자 뛰어가더니 계단내려가는걸 잘 하지 않나? 먼 옛날 트라우마땜에 스카치테이프 만지는 것도 두려워하던걸 늘 보다가
"어떡하지?"
간호사 한 분이 스카치테이프 떼는걸 힘들어하자
"줘보세요. 제가 한 번 해볼께요."
자기가 스카치테이프 대신 떼질 않나? 기억상실증덕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하면 극복할 마음 1도 없는걸 단번에 해내는걸 보자마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진짜 권진수맞아? 다른건 몰라도 이런거 잘 하는 아이는 아닐텐데...'
그렇게 하루만에 퇴원을 하게 된 권진수... 그리고 그의 몸에 들어가게 된 박성태... 성태는 뭔가 자신이 진수라는 남자의 몸에 들어간게 신기했다.
'얼굴 잘 생겼지. 몸매 좋지. 그 몸으로 1년 정도 빡쎄게 해야 가질 날씬한 몸을 이렇게 하루만에 얻을줄이야... 물론 다른 사람 몸에 빙의된거긴하지만... 근데 빙의된거치고 뭔가 착붙이긴하네.'
진수의 몸에 들러붙게 된 성태는 진수의 방을 둘러보았다.
'얘 공시 준비중이었구나. 노잼이게시리... 일단 내가 묵어야할 곳이긴하네.'
그리고 방을 나와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공용 주방에 들어갔다. 키 185센치의 키크고 얼굴 약간 까무잡잡하지만 섹시한 느낌이 낭낭한... 김형수를 보게 되었다. 그의 모습을 본 성태는
'쟤가 권진수의 친구라는거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훈남을 보자마자 쑥쓰러워했지만
"음... 니가 내 친구지? 물어볼 거 있어."
당황하지않은 척 당당한 척이라는 온갖 척은 하면서 쫀티내지 않을려고 애썼다.
"뭔데?"
"나말야. 공시준비중인거같은데... 나 따로 일하는거없어? 진짜 기억 안 나서 그래. 아니면 부모님께서 대주시나?"
진수의 몸에 박성태라는 인간의 영혼이 씌여있는줄 모르고 진수를 바라보는 형수는
'얘 고아출신인 것도 까먹었어? 심각한대.'
진수에 대한 걱정이 점점 쌓여져만 갔다.
"며칠전까지 식당 알바했었잖아. 근데 그 식당 폐업하는 바람에..."
"그렇구나. 나 혼자서 쭉 해결했던거네. 알겠어. 그러고보니 오늘 불금이네."
진수가 갑자기 뛰어나가는걸 보는 형수는
'뭐지? 내가 아는 진수는 평일이건 주말이건 공부에 목숨걸던 아이던데... 가끔 가다가 같이 술마시는건 해주는 편이긴한데... 근데 뒷모습도 귀엽긴하네. 안 그래도 날 친구로만 보던 놈인데 지금은 날 친구로도 안 봐주는거같은 느낌이 드는건 뭐지?'
이런저런 감정을 가진채 상념에 빠진채 넋을 놓았다.
진수의 몸을 가진 성태는 은행에서 카드 비밀번호알아낸뒤에 잔액조회했다.
'약 200만원... 뭔가 딱 놀기에는 반틈 쓸만한거같아보여.'
그가 먼저 향한 곳은 동네 목욕탕이었다.
'일단 제대로 놀기전에 청결은 기본이지.'
금요일이라지만 평일 오후 서너시쯤이라 한적한 시간이었다. 온탕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 성태... 눈을 감다가 다시 떠보니 괜찮아보이는 근육남이 보였다. 문신투성이였지만 몸이 너무 보기 좋은터라 시선이 갈수밖에 없었다.
'몸이 너무 좋네. 저 문신만 아니면 함 꼬셔볼까 생각중인데...'
얼굴을 보자마자 안좋은 기억들이 성태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렇다. 성태는 학창시절에 학교 폭력에 시달렸으며 특히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 무리들중에 한 사람에게 매일 얻어터지는건 기본이었다.
'설마... 날 괴롭혔던 편강윤??? 근데 왜? 여기에...'
두려움에 얼굴을 돌렸다.
편강윤... 대전 출생인 그는 성인이 되자마자 서울에 와서 조폭이 되었고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부두목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서 온 목욕탕... 한적한 시간대라 나름 나쁘지않았다. 온탕에 앉아있는 잘생긴 남자를 보자마자
'예쁘다. 뭔가 내 스타일인거같은데...'
넋을 제대로 놓았고 그 남자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나 무서운가? 아참! 나 문신했지. 등하고 팔 그리고 다리... 참 많이도 했네. 근데 쟤 귀엽긴 귀엽네.'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성태는 자신을 괴롭혔던 강윤이 다가오는걸 느끼다가
'아참! 나 권진수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거지. 그래. 나 쟤랑 모르는 사이야! 오케이?'
다시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강윤이 자신의 옆쪽을 앉은걸 느낀 성태... 비록 서로 몸이 닿은건아니지만 탕이 넓은거치고 두 사람의 거리간격이 비교적 좁은게 진수 측에서는 매우 난감했다.
'이 ㅅㄲ 왜 이렇게 가까이 앉았대?!'
그러면서 강윤의 상체를 보자마자
'몸은 디게 좋나봐. 그래. 나 권진수야.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거야.'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강윤은 그런 상상을 했다. 둘이 목욕탕이 아닌 집에 있는 화장실 욕조에 같이 있었다면 이렇게 가만히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들었다. 그리고 자기 옆에 있는 미남이 애인이 되어서 서로 욕조에서 사랑을 나누기까지...
성태도 강윤의 몸을 힐끔힐끔 살짝 쳐다본 뒤에 자신의 머릿 속에서 이상한 이미지를 그렸다. 자신이 왕따당했던 설움을 강윤의 몸을 덮침으로서 갚는건데 생각만해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나 미쳤나봐.'
그러면서 겉으로는 서로 초면일수밖에 없는 현실에
'정신차려. 넌 이제 권진수로서 새로운 삶은 사는거니까 이제 저 ㅅㄲ는 지우자. 나는 나대로 잘 살면 되는거지.'
아무렇지않게 웃어넘긴채 탕을 나온채 샤워기 앞에 가서 틀고 몸을 씻었다.
이름모를 미남의 뒷모습을 슬쩍 쳐다보는 강윤은
'일단 찐따는 아닌거같고... 암튼 보기 좋네.'
침을 삼키면서 혀를 다셨다.
진수는 목욕탕에서 몸 씻고 닦은 뒤에 비치되어있는 스킨과 로션을 대충 발랐다. 그리고 옷을 입고 밖에 나왔는데
'아참! 얘도 시력 안 좋네. 아... 걔 책상에 안경이 있던데...'
안경을 안 쓰고 나온게 신경쓰였지만
'아냐아냐. 놀러갈거고 돈있는데 뭐하러 안경써? 렌즈사러가야지.'
다시 생각해보니 안경은 아닌거같아서 렌즈맞추기로 결정했다. 렌즈전문점에서 맞춘 렌즈가 착붙인 그... 비록 성태 시절 한번도 안 껴본 렌즈라 끼우는게 엄청 힘들었지만 막상 맞춰보니
'권진수가 이렇게 잘 생긴 아이일줄이야...'
나쁘지 않았다. 렌즈끼고 결제한 뒤 밖에 나왔더니
'일상 생활하기 나쁘지 않지만... 일단 미자는 아닌게 다행이네. 99년생... 성태는 89년생인데... 10살 어려진게 이런거구나.'
민증을 보며 자신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거에 신이 났다. 그리고
'이 옷... 일상생활하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오늘 이거 입고 놀러갔다가는 촌스럽다는 소리 백번천번만번 들을거 뻔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한지 결국 진수의 휴대폰으로 아이돌 사복 검색해봤다. 성태 시절에 덕질했고 지금도 가슴뛰게 만드는 아이돌... Sun Light[썬라이트]...
'맞다. 우리 햇빛이들...'
성태 시절에는 이들 아니였으면 최소 우울증앓았을거라도 단언할 정도로 그들은 성태의 외로운 마음을 늘 치유해주었다. 특히 최애이자 비쥬얼 담당 그리고 센터인 라온[본명 이해주]은 아직도 진수의 몸에 들어온 성태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지만
'미안하지만 오늘은 니 사복 참고만 할께.'
오늘 여기저기 놀러갈 진수에게 그저 정보입수용으로밖에 쓰일 수 없었다. 라온이 입었던 사복은 하얀색에 가슴 쪽에 로고가 박힌 스웨터... 바지도 명품 브랜드에서 파는 체크무니... 이 정보를 입수한 그는 유명브랜드 매장 두곳을 돌고 딱 그 옷들을 샀다. 물론 다른 의상들도 눈이 갔지만 지갑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다보니 라온 손민수용으로 쓰일 옷만 샀다.
'이 스니커즈는 잘 안 신은거같은데... 이 형님이 오늘 신고 잘 놀아봐주겠어. 진수씨... 눈뜨게 되면 얼마나 기절 초풍할건지... 됐고!'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혼밥하기 딱 좋은 식당에서 밥을 시킨 그...
'그러고보니 권진수는 따로 sns 안 하나봐. 내가 권진수 정보로 가입해서 해야지. 뭐 어쩌겠어?'
유명 sns 앱을 깔고 회원가입 후딱 한 뒤에 먼저 셀카를 찍은뒤에 업로드해봤다.
[#무보정 #셀카]
성태 시절에는 음식 사진만 찍었는데 진수의 몸에 들어와서 얼굴에 자신이 생겼으니
'이젠 남의 얼굴이라고 생각 안해. 왜냐? 난 권진수 그 자체니까.'
어느새 그의 마음은 뻔뻔함으로 무장되어있었다. 음식 사진도 찍어올렸고... 그렇게 저녁을 떼운뒤에 인근 카페에도 가봤고... 아메리카노 인증샷까지...
'1시간이라... 카페에 오래 있었어. 거긴 조금 있다가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인근 pc방에서 원래 했던 게임을 하질않나? 그렇게 시간을 소비하던 그는 11시가 되자마자
'게임은 여기까지 하면 되는거고...'
진수의 몸에 있는 성태는 한층 가볍고 자유로워진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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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오리지널물이라 뭘 어떻게 적어야할지
막막했네요. 그래도 독자 분들의 뜨거운 반응덕분에
2화도 그냥 냅다 적었어요. 설 연휴인데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안 분위기가 냉랭하다보니 주로 피시방하고
카페가 피난처가 되었네요. 그래서 글이 잘 적히는거같아요.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남은 설 연휴
뜻깊게 보내시길 바래요. 그럼 저는 남은 설 연휴에도
더 업로드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소설을 더 쓸지
아님 다른 작품인 세 남자 다음 스토리로 다가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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