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in the 의장대 -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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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 징계의 시작 (1/4)
-아, 네 대장님이 당직이시구나. 성당입니다.
“네,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성당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자, 공군대장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신부와 통화를 이어나간다.
-오늘 김진현 이병 성당에 오는가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저 신부님”
공군대장은 ‘혹시 장관님도 오셨습니까?’라고 묻고 싶었으나, 이내 그만둔다. 그가 전화를 해서 진현을 찾는 이유는 그저 하나 뿐일 테니.
-네, 대장님.
“아닙니다. 수고하십쇼”
공군대장은 공군행정반에 전화해서 진현이한테 천주교 종교참석을 다녀오라 전달하라 일렀고, 행보관과 하준에게도 이 사실을 각각 알렸다.
진현은 오늘 만큼은 성당을 가기 싫었다. 장관이든 보좌관이든 다 필요없었다.
‘하아… 가기싫다.’
하지만 하고싶은 일만 할 수 있는것도 아니었고, 하고싶지 않은 일을 피하기만 할 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진현은 학교 가기 싫은 학생처럼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천상병에게도 같이 가면 안되겠냐고 물었으나, 이번에도 역시 ‘행사용 총 관리’로 인해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늘 그랬듯, 지통실에 보고를 하고 성당을 향해 걸어가는데 그 발걸음이 상당히 무겁다. 후문을 지나 성당 정문에 다왔을 때 쯤, 보좌관이 성당 앞에서 진현을 맞이한다.
“보좌관님, 왜 나와 계십니까?”
진현의 무거웠던 발걸음이 깃털이 달린 듯 조금 가벼워진다. 그에 따라 입꼬리도 살짝 올라간다.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진현은 다시 진지한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슬며시 내린다.
“진현씨 마중 나왔습니다. 가시죠.”
진현은 보좌관의 걸음에 맞춰 발걸음을 옮긴다. 둘이 걸을 때 바짓단이 스치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장관님께서는 오늘 미사에 참석 안하실겁니다.”
“네? 그럼 보좌관님은 왜 오신거에요?”
“장관님께서 혹시 모르니 잘 살펴보고 오라고 하셔서… 그리고 맛있는 밥까지 사 먹이고 인증사진까지 찍어 오라 하셨어요”
진현은 장관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그냥 둘이 한가로이 데이트를 하라고 보좌관을 보내지는 않았을텐데, 과연 그는 무슨 생각으로 보좌관을 보낸 것일까.
보좌관과 함께 성당에 들어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그땐 보지 못했는데, 보좌관의 왼 손목에는 묵주가 채워져 있었다. 보좌관은 그 묵주를 꺼내어들고 묵주기도를 드린다. 진현도 옆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기도를 드린다.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아멘’
진현이 기도를 마치자 그의 오른편에 누군가 와서 앉는다.
“여기 있었군”
“행보관님…? 충성!”
육군행보관이었다. 진현은 갑작스런 그의 방문에 어리둥절하다. 진현이 그에게 인사를 하자, 육군행보관은 손을 내리라 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장관님은?”
“잘 모르겠습니다. 장관님을 왜 저한테…”
장관님의 행방을 묻는 육군행보관을 보고, 보좌관은 진현으로부터 살짝 떨어져 앉는다.
“이 육군행보관이 우리 진현이한테 잘못해준게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오늘 미안하다 말할려고 왔지. 그리고 말하는 김에 장관님께 부탁도 드릴 겸…”
육군행보관은 왼손으로 진현의 오른 허벅지를 계속해서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장관님께 긴히 부탁 좀 드리려고 했는데, 안계시네? 뭐 끝나고 만나기로 했나?”
“그런 사실 없습니다.”
“에이, 행보관은 우리 진현이가 친조카 같아서 그래. 그냥 편하게 터놓고 말해도 돼.”
행보관의 손이 진현의 허벅지 깊은곳까지 닿는다. 진현은 그의 손길이 무척이나 불쾌해 소름까지 끼친다. 그래도 육군행보관이고, 여긴 성당이었기에 큰소리를 낼 수 없어 속으로만 화를 삭히고 있는 진현이었다.
“그만 좀 하시죠. 왜 다른 사람 허벅지를 그렇게 쓸고계십니까”
진현의 왼편에 살짝 떨어져 앉은 보좌관이 본인의 뒤에 앉은 청년에게 눈치를 준다. 그러자 그 청년이 일어나 행보관을 향해 소리친다. 행보관은 젊은 남성이 자신을 지목하자 지레 겁을 먹었지만, 본인의 주특기인 시치미를 떼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이 이등병이 행보관님이라고 하는거보면, 상사정도 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성당에서 병사를 추행하십니까”
“아니! 이 사람이! 내가 무슨 추행을 했다고 그래! 그냥, 우리 병사가 착하고 이쁜게 아들 같아서 쓰다듬은 것 뿐인데!”
“행보관님 아드님이 이런 추행 당하면 기분 좋으실까요?”
“이 사람이! 못하는 말이 없어!”
“행보관님께서는 못하는 행동이 없으시지 않습니까. 그럼, 제가 이 영상을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려볼 테니 잘잘못은 거기서 따져보면 되겠습니다. 거기서도 아들 같아서 그랬다고 하십쇼”
그 청년은 그대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성당문을 나선다. 육군행보관 역시 그를 따라 나선다.
지이이이잉-
“진현씨 왔네요”
“어떤게 말씀이십니까?”
보좌관은 그 청년이 보낸 동영상 메시지를 진현에게 보내준다. 그제서야 알아차린 진현은 보좌관을 향해 웃어보인다. 진현의 미소를 보자, 보좌관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숨겨둔 미소를 살짝 보여준다.
“자, 그럼 여기에 진현씨 행보관님이랑 대장님 번호 입력해서 문자 보내세요”
“음… 번호 못외우는데… 아, 잠시만요”
진현은 하준의 번호는 외우고 있었기에 하준에게 문자를 보낸다. 동영상만 받으면 하준이 놀랄 것 같아 내용도 입력하려고 하는데, 그새를 못참고 하준이 전화를 했다.
-누구십니까?
“아, 형. 나야. 진현이”
-아… 이건 누구 폰이야?
진현이 보좌관을 바라보자 보좌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본인의 정체를 말하지 말라는 그런 뜻이었다.
“아, 성당 신자분께서 찍어주셨어.”
-하, 알겠어. 이건 형이 알아서 처리할게. 괜찮아?
“이정도야 뭐. 이거 옆에 분 전화라서 이만 끊을게”
-아, 응. 꼭 감사하다고 인사드려.
“어련히 알아서 할까. 걱정은. 끊어”
“음… 감사인사는 제가 원하는 것으로 받아도 될까요?”
통화가 들렸는지, 보좌관이 진현에게 먼저 말을 건다.
“네, 말씀만 하십쇼. 뭐 돈을 달라고 하면 몸을 팔아서라도 드리겠습니다”
“돈은 괜찮고… 누구한테 팔 몸이면”
보좌관은 살짝 떨어져있던 몸을 다시 진현에게 바짝 붙이고, 그의 귀에 속삭인다.
“제가 그 몸을 받아도 될까요?”
진현은 세상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진현이 그런 표정을 지을것이라 생각을 못한 보좌관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서 동공이 흔들거린다.
“보좌관님,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아, 죄송해요. 진현씨…”
진현은 고개숙여 사과하는 보좌관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속삭인다.
“완전 좋습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보좌관.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오던 그였는데 진현의 앞에서는 그마저도 무너지고 만다. 보좌관은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저, 근데 보좌관님 부탁이 있습니다”
“네, 어떤 부탁입니까”
진현은 부탁을 말하는 그 순간까지도 고민을 했다. 이것을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으나, 그래도 일단 보좌관이기에 말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젯밤, 피복실에서 서일병이 천상병에게 저지른 그 일에 대해 보좌관에게 말을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했다.
보좌관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내 진현에게 대답을 한다.
“우선, 행보관님께서 어떻게 처리하시는지를 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우선 기다려보고, 석연치않은 결정이 나오면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근데…”
“네,”
“아무래도 성과 관련된 스캔들이다보니 피해자가 더욱 피해를 입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래서 피해자는 드러나지 않게 ‘성’을 빼버리는 것도 이 경우에는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서 행보관님께서 일부러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진행한게 아닐까요?”
진현은 그의 날카로운 눈 만큼이나 날카로운 말투가 멋있게 느껴졌다. 본인이 꿈꿔온 어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넵”
“아닙니다. 일단 행보관님 결정 나오면 나중에 따로 연락 한번 주세요”
진현과 보좌관은 미사에 집중했다. 사실, 신자인 보좌관은 미사에 집중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진현은 미사를 드리는 보좌관에게 집중했다.
신부님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미사는 찬송가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성당의 군종장교 역시, 노래를 좋아하는 신부였기에 대부분의 기도문들을 다 노래로 진행을 했다.
“와, 보좌관님 노래도 잘하십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고마워요”
진현의 칭찬에 보좌관은 쑥쓰러운듯 대답을 한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보좌관은 그 다음 찬송가들부터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는 듯 한다.
진현과 보좌관은 미사를 다 드리고 신부님께 인사를 드린 후 성당문을 나섰다. 성당을 나오니 하준이 앞에서 진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하준 대위님! 어쩐 일이십니까?”
“아, 이분이셔?”
“네, 그렇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육군의장대장이자, 김진현 사촌형 되는 성하준대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나성용입니다.”
“아… 혹시 계급이나… 직책은?”
“민간인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여기가 아무래도 군성당이다 보니, 민간인분들도 오신다는걸 제가 깜빡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 보면, 그냥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대화처럼 들리겠지만, 눈빛은 서로를 탐색하는 호랑이와 사자의 눈빛이다.
하준은
‘왜, 굳이 그 때, 진현이의 옆에 앉아서 이걸 찍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의심을 하고 있고,
보좌관은
‘진현씨의 사촌형인데, 흠. 뭔가 있는게 분명해’
라는 육감에 의한 의심이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겨눠봤지만, 큰 소득을 얻진 못했다.
“진현씨, 그럼 감사의 식사는 다음에 휴가나오면 사주세요. 간부께서 이렇게 마중 나온거보면, 무슨 일이 있나보네요”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괜찮습니다. 불편한 자리에서 식사는 체질에 안맞아서요”
진현은 멀어져가는 보좌관에게 손을 흔들지만 보좌관은 진현을 보지 못했는지 그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보좌관님!’이라 소리치고 싶어도, 지금까지 그의 정체를 숨긴게 탄로나기에 그러지도 못한다.
“성용이 형! 조심히 가세요!”
진현은 결국 그의 본명을 말하며 불러세웠고,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멀리 있긴 했지만, 보좌관이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형… 이라고 했다…’
작은 호칭 하나에도 좋아하는 보좌관이었다.
“네, 장관님. 오늘 그 간부 영상 촬영해서 넘겼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사주려고 했는데, 진현씨 부대에서 간부가 대기를 하고 있는 바람에 사주지는 못했습니다”
-흠, 아쉽군. 그 친구는 잘 있던가?
“네, 여전히 빛나보였습니다. 장관님께도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참 사람 기분 좋게 하는구만. 그래, 조심히 복귀하고
“네, 알겠습니다. 장관님”
“보좌관님!”
“엇, 진현씨! 아까 같이 가신 것 아니었어요?”
진현은 하준에게 그래도 이 일이 해결되게 도와준 사람이고, 이미 공군대장도 점심까지 먹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다녀올 수 있게 허락을 구했다.
하준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다녀오라 했다. 이미, 어느정도 눈치를 챈 하준이었다.
“김진현, 장관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아니면 보좌관님께라도.”
“어….어? 난 모르는… 알았어!”
“보좌관님, 저희 괜히 연기했어요. 다 눈치 챘어요”
“하하하. 그래요? 그럼 장관님께 전화 다시 드려야겠네요”
“제가 전화 받아도 될까요?”
“장관님 전화 받는거 안 무서우세요?”
“왜 무서워요?”
진현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단 표정으로 반문한다. 보좌관은 그런 진현이 신기한듯 바라보며 장관에게 전화를 한 후 진현에게 건넨다.
“장관님 충성! 김진현입니다!”
-오늘 오후에 같이 못있겠다고 전달을 받았는데, 용케 같이 있네?
“장관님 뵙고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허허허, 나도 자네가 보고싶은데, 오늘은 시간이 안되네. 내가 좋은 곳 예약해뒀으니, 오늘 좋은 시간 보내고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게
“넵! 충성!”
넉살좋게 장관과 통화를 마친 진현을 보고 보좌관은 그저 웃을뿐이다. 보좌관은 진현을 차에 태우고 장관이 미리 예약해둔 곳으로 차를 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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