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 붙었는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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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 붙었는데 불가마인들 따뜻할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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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하고 조야한 글이지만 여러분의 비평과 댓글은 저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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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황망한 중에도 방에 들어왔던 것일까?


눈을 뜨고 보니, 빨간 담요가 깔린 그 방이다.

 

길상은 어디로 나간건지 보이지 않고,

방 밖에서는 개가 짖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다.

 


아차, 오늘은 길상의 스승님이 오신다고 했는데하는 마음에

어서 서둘러 일어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맨손으로 세수하듯이

얼굴을 문지르는데

뻣뻣한 기운이 느껴진다.


눈물을 흘린걸까? 눈가에 굳어있는 흔적이 느껴진다.

 

이불을 정돈해서 한쪽에 개켜두고,

옷을 걸쳐입고 방문을 나서려니, 똥개녀석이 달려와

꼬리를 흔든다.

 


신발을 꿰어신고, 늘 그렇듯이 사타구니춤에 손을 넣어

옷차림을 정돈한다.

 

모든 남자들이 비슷하다고 하던데

사타구니에 손을 넣은 다음엔

자연스럽게 손이 코로 향한다.

 

벌써 며칠째 속옷을 갈아입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어제 땀을 흘리고 바로 잠이 들어 그런것일까?

좋지 못한 냄새가 코에 올라온다.

 


선생님 일어나셨어요?”

 


옆에서 길상의 아침인사가 찾아온다.

참 부지런하기도 한 길상씨

어제는 남사스럽게도 길상씨의 품에 안겨 울었던 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다른 남자의 품에서 울다니...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아침인사를 할 경황도 없이

바쁜것처럼 어딘가로 자리를 뜨고 싶은데,

나는 갈 곳이 없지 않은가?

 


한쪽만 방향을 틀었던 발을 다시 원위치로 돌리고는

조심스레 길상을 바라본다.

 


조금 있으면 저희 스승님께서 오실거에요.

스승님께는 그냥 제 아는 형이라고 이야기 할테니,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

 

아침은 저기 상에 차려놨으니 드시면 되요.

전 일좀 더 할 게 있어서...“

 


그렇게 길상은 뭐가 그리 바쁜지 잰걸음을 놀려

멀어져가고, 똥개녀석도 주인을 따라가버렸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서 보니,

상위에 음식을 차려둔것인지 신문지가 덮혀있다.

신문지 아래의 그릇이 몇 개인지 셀 수 있을 만큼

울룩 불룩한 형태의 그릇들이 보인다.

 


조심스레 신문지를 걷어내고 보니,

뚜껑이 덮힌 흰색 사기 밥그릇과 몇가지 반찬이 보인다.

 


어제 소화가 덜된 탓일까?

깔깔한 입에 몇 술 떠 넣고 물로 간신히 삼키려니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린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오종종하게 생긴 아흔은 족히 되었음직한

할머니가 한분 문 손잡이를 잡은채 나를 보고 있다.

 


뭐여? 천치놈 친구여? 그 참 팔자 더럽게 생긴 상판이구먼

 


하며 초면부터 거친 말을 날리고는 문을 닫고 나간다.

저분이 스승님인가? 나는 왠지 가만히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에 수저를 놓고 일어나 문밖으로 나간다.

 

왠지 잘 보여야 길상씨에게 덜 미안할 것 같은 마음에

벌써 뒤통수를 보이며 몇걸음을 걸어간 노인네

뒷머리에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노인네는 짐작되는 나이보다 정정한지,

내 인사를 어떻게 알아듣고는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래도, 인사는 하는 것 보니 천치놈 보단 낫구먼. 따라와!”

 


라는 말을 남기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스승님.

저 사람이 말하는 천치놈은 길상씨를 말하는 건가?

나는 또 다시 이어지려는 상념을 끊어내고

걸음을 바삐 놀려 노인의 뒤를 따른다.

 

노인의 뒤를 따르며 향한 곳은

무슨 작업을 위한 공간인지,

넓은 지붕만이 놓여있고, 사방이 벽이 없이 뚫린 공간이다.

 

바닥에는 흰색 자기들이 줄을 지어 놓여있고

길상은 어디서 구했는지, 머슴같은 흰 한복을 입고

한 켠에 서 있다가 스승님을 발견하고는 달려온다.

 


오셨어요. 이번에 가마에서 나온 자기들입니다.”

 

왔으니까, 있지. 천치같은 놈. 어디 이번에는 잘 구웠나 보자.”

 


노인은 욕설이 입에 밴건지 길상을 한번 째려보고는

열을 지어 놓여있는 자기들 사이로 걷기 시작한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

그나마 안면이 있는 길상 옆에 서려고

처마 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 노인이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난건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 들어오지마!! 어딜 살맞은 놈이 함부로 여길 들어와!!!”

 

“.......살이요?”

 

옘병! 모르고 있는겨? 암튼 거기서 꼼짝말고 들어오지마!!”

 


 

나는 살을 맞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았다.


사십 넘는 인생이 살이라는 단어가 뭘 의미하는 지는

이해를 시켜주었지만, 그런 말은 무속인들이나 입에 올리는

단어로 알고 있던 내게 살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닿게 해줄 능력은 없었다.

 


나는 어정쩡하게 서서 노인이 하는 양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노인은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는 건지, 형형한 눈으로

노려보듯이 자기들을 하나씩 보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간혹 멈춰서서 자기를 들어올려 살펴보고는

고개를 젓고 내려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에잉~ 지랄맞게도 나왔네. 천치놈아! 네 놈건 이쪽거냐?”


 

라는 말과 함께 따로 한켠에 놓여져 있는 

여나믄개의 자기들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화병인지 그릇인지 모를 커다랗고

둥근 자기들이 비슷비슷한 모양새로 줄을 지어 있었다.

 

길상은 노인이 자신의 자기들로 걸어가자

갑자기 몸에 힘을 주고

긴장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인은 아까와는 달리, 길상의 자기들을 하나씩 들어올려

한참을 노려보기도 하고, 손을 표면으로 쓰다듬어 보기도 했다.

대여섯개의 자기를 만져보고 지나치던 노인이 하나의 자기를

들어올려 손으로 표면을 만지다가 눈을 감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난 당장 노인의 형형한 안광을 보지 않아도 되자,

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노인의 행동에

긴장을 하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나도 먼발치에서 자기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도기나 자기에 대해서 조예는 전혀 없지만,

학창시절 고려청자니 분청자기니 등등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분명 저것은 백자일 것이다.

 


, 하얀색이니 당연히 백자겠지.

 


하며 스스로를 비웃고 다시 노인의 하는양을 보자니

항아리의 모양새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들고 있는 항아리는 흔히 박물관에서 보던

자기 표면이 유리처럼 매끄러운 자기가 아니라,

만지면 뽀얀 분이 묻어날 것 같은 느낌이 주는 모습이었다.

 


무광으로 하는 것인가? 당췌 뭘 알지를 못하니....

 


항아리는 사람의 몸통만한 커다란 원형이었는데,

주둥이와 굽 부분이 비슷한 크기로 되어 있었고

아무런 그림이나 장식이 되어 있지를 않은

밤하늘의 달덩이처럼 커다란 원형일 뿐이었다.

 

그때였다.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던, 노인의 입이 열린 것은...

 


옘병, 이 바보같은 놈... 아직도냐?”

 


나는 반사적으로 길상의 얼굴로 시선이 향했다.

나의 시선이 향한 곳엔 언제나처럼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은 길상이 아니라,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의

길상이 있었다.

 

노인의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가

길상이 마침내 울어버리기를 바란다는 듯이

길상을 채찍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됐다! 너한테 뭘 바란 내가 미쳤지. 이것들 다 치워버려!!”

 

“......스승님...”

 

그리고, 이쪽 놈은 뭐냐? 어디서 지 같은 걸 주워왔어?”

 

“......스승님.........제가 아는 형님이신....”

 

됐다. 이쪽 놈도 낯짝을 보아하니 세상 온갖 고민은 다 안고 있는 놈 같은데,

일단 데리고 있어라.“

 

“......스승님...”

 

 

길상은 네 스승님이라는 대답 밖에는 못하는 것일까?

 

노인네의 형형한 안광은 언제 사라진 것일까?

진물이 흐를 것 같은 눈으로 변한 노인네의 시선이

내 얼굴에 잠시 붙었다가 멀어진다.

 

그렇게 노인은 잠시 날 보는 듯 하다가

뒷짐을 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노인의 등 뒤에서

나를 향한 말인지, 길상을 향한 말인지 모를

말이 날아들었다



나중에 같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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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fairy6912" data-toggle="dropdown" title="둘레둘레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둘레둘레</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글 중의 [천치놈]은 원래 [X신]이라는 단어로 작성되었는데,
시티의 정책상 등록이 안되네요.
느낌이 다소 어색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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