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학원, 2화 (정식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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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채민. oo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백수다. 24살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군대도 다녀 왔다. 왜 대학에 못 갔냐고? 좋은 고등학교만 가면 나머지는 다 되는 줄 알고 놀았지, 뭐! 어쩌라고..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려고 이곳 기숙학원에 등록했다. 다행히 학원 시험을 잘 봐서 다행이었지. 특례입학도 있고 여러 전형이 있다고는 했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들어왔으니 상관 없다.
며칠 지켜 본 결과, 원생들은 상당히 표정 없이 공부를 했다. 말을 걸어도 잘 대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는 꽤 사교적인 편이어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편이 좋은데..
"모두들, 공부 시작하도록."
아침이 되어 자리에 앉자마자 학생들이 기계처럼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곳은 선생님의 감독이 따로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이런 학원이었는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은 수업이 없다. 수능이 다가오면 수업도 한다고는 하는데, 공부한 지 오랜만이어서 궁금한 게 많은 나는 학원에서 나눠준 자료들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다행히 질문을 할 수 있긴 하다고 한다. 대신 다른 동에 있는 건물의 높은 층까지 걸어서 가야 한다. 다녀 올까 고민을 몇 번 하긴 했지만, 결국 가진 않았다.
드르륵..
힘없이 열리는 문. 어제 질문하러 갔던 학생이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어제 오전에 나가고선 이제야 들어온 게 좀 이상하긴 하다. 표정도 안 좋다.
"잘 다녀 왔니? 지도선생님과도 미팅을 가졌다고 들었다. 문제는 잘 해결 됐니?"
잔뜩 긴장한 표정에 공허함이 깃들어 있다. 왜 저런 건지는 모르겠다.
"..네."
"잘 됐구나. 어서 공부하렴."
"......"
힘없이 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 다른 학생들은 관심도 없는 듯 자기들 공부만을 하고 있다.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지만, 나도 내 공부가 바쁘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개인적인 일이 있었겠지 생각해버리고 공부에 집중한다.
며칠동안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이곳은 좀 이상하다. 지정석이 아닌 건 이해가 가는데, 책상 배치도 이상하고 책상에는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있다. 선생이 있는 곳에는 그 흔한 칠판조차 없다. 종합적인 공부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인강조차 들을 수 없다는 것은 큰 단점이다.
그래도 온전히 자습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나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전국 종합학원 중 상위권 대학교, 학과에 있어서 최고의 진학률을 자랑한다. 아마 아직은 내가 모르는 이후의 커리큘럼이 있겠지 싶다.
아무튼, 내가 걱정하거나 신경쓸 일은 전혀 없을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자습 체질이다. 이곳에 오기 위한 입시공부도 혼자서 다 했고, 고등학교 입시도 집안에 돈이 없어서 혼자서 다 했었다.
"시간이 다 됐다. 점심 먹으러 가라."
드디어 점심 시간이다.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가벼운 걸음으로 급식실로 향한다. 이곳 급식은 꽤 맛이 있어서 급식실에 가는 것은 즐겁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로 아까 그 학생이 눈에 띤다. 꽤 비척거리는 걸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저런 걸음을 할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다가간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
학생의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 그 학생이 움찔거리며 경직한다. 표정이 엄청나다. 경계심, 불안감, 절망감, 공허함이 겹쳐 있다.
'왜 저러지?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셨나?'
"......"
말없이 그 자리에 굳어버린 학생.
'멋쩍어지네..'
나는 그 학생을 두고 혼자 급식실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밥을 받아서 자리에 앉는다. 이곳은 급식실에서마저도 칸막이가 되어 있다.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구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구석에 조금은 있긴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랑은 상관없지, 뭐. 친구를 만들 생각도 아니었고. 밥이나 먹자.'
올해 안으로는 무조건 대학교에 가야 한다. 꼭 최상위권 학교가 아니어도 좋다. 잡과여도 상관없다. 무조건 가서 인생을 제대로 펴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 그 학생이 내 맞은편에 자리한다.
"..같이 먹어도 돼요?"
억지로 괜찮아보이려는 표정과 목소리. 나는 입안에 음식을 가득 머금은 채 환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죠! 저기 가서 같이 먹어요!"
나는 식판을 들고 움직인다. 그 학생도 나를 따라온다. 아까보다는 걸음이 빨라진 느낌. 여전히 이상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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