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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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 불가마인들 따뜻할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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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길상이 철화를 건드립니다.
하하하 이렇게 글머리에 적어두면
여러분이 더 집중해서 보아주시게 될까요?
낚시 죄송합니다. 하하하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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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가 어떻게 파했는지 모르겠다.
길상은 취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길상과의 분위기에 취한 것일까?
한껏 떠들고 술에 취해 잠든 길상을
방에 눕히고는 길상의 옆에 기대어 앉아
길상과의 대화를 반추해본다.
“선생님...전 사실 고아로 자라왔어요. 그러다가
18살이 되어서, 자립금과 함께 고아원을 나와야 했었죠.
고아원의 원장선생님께서 저는 손재주가 좋고
감각이 있으니, 도예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지금의 스승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아라... 가끔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고아들을 만나보기는 했었다.
그때는 생각지 못하였는데,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고아원에는 성인이 없었다.
하긴 당연한 것인가? 성인까지 돌보아줄 이유는 없겠지.
“고아원에서 다른 생각 없이 나오고 손에 쥔 몇백만원이라는 돈은
그 동안 별다른 돈을 만져보지 못했던 제게는 뒷일을 생각지 않고
그냥 흥청망청 쓸 수 있는 충동의 수단이었어요...”
하긴, 돈을 써보지 못한 어린 친구라면 당장 손에 돈이 들어오면
어떻게 쓸지부터 생각하게 되겠지...
인생의 계획이라는 것도 경험에서 시작되는 거니까...
“그때, 고아원에 있던 먼저 나간 형이랑 같이 살게 되었어요.
스승님의 작업실에는 인사만 드리고 찾아가지 않았었죠,”
고아원도 선후배간에 연락을 하고 만나는가 보구나....
“...그런데...그 형은 제가 가진 돈을 받아서 생활비라고 써버리고는
돈이 떨어지자 절 두고 사라졌었죠.”
이런 일이 많다고 들었다. 북에서 온 탈북자들...
새터민이라고 하던가.
그들의 얄팍한 호주머니를 터는 일도 많다고 들었지...
“당장 돈이 떨어지자, 고아원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스승님의 작업실에도 올 생각을 못하고 노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그러다가....그..일을 알게 되었어요...”
그 일? 무슨일일까?
나도 모르게 점점 길상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때였다. 길상이 손에 든 잔을 떨어뜨리고
테이블 위로 상채를 기댄 것은.
나머지 이야기는 청하기도 어렵지만
언젠가는 길상이 이야기 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길상을 눕혀 간단하게 옷을 벗기고 눕혔다.
탄탄하게 보이던 길상의 몸에는
벗기면서 보자니, 자잘한 흉터가 많았다.
웃옷을 벗고 장작도 나르고, 가마일을 하다보니
상처가 많이 난 것일까?
취해서 늘어진 건장한 사내를 옮겨 눕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지,
호흡은 가빠지고, 결국 벽에 등을 기대앉게 하였다.
내일은 길상에게 물어볼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나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회사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지...
그 결정이 시급했다.
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우선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이 급할 것이다.
내일은 그것부터 챙겨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나도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을 잔걸까.
불현듯 잠이 깼다.
아직 창에서 빛이 들어오지 않고 있고,
밖이 고요한 것으로 보아선
동이 트려면 먼 시간인 것 같다.
갑자기 담배가 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에 생각이 많아지며 피우기 시작한 담배...
나도 이제 중독이 시작되는 것인가?
아까 낮에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다가 말았던
기억이 나서, 다시 한번 찾아보려, 몸을 일으키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오래되고 무거운 담요만의 무게는 아닌 것 같다.
옆을 돌아보니, 자고 있는 길상의 팔이
내 가슴위에 올라와 있다.
나를 애인으로 착각이라도 한 것일까?
나 상의 안으로 파고 든 두툼하고 거친 손이 느껴진다.
딱히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또 자고 있던 중에 생긴일이니
뭐라 책망할 일도 아닌 것 같아
조심스레 길상의 팔을 떼어낸다.
팔의 각도가 많이 꺾이면
슬프게 잠이 든 길상이 깰 것만 같아서,
상의를 걷어 올리고 길상의 손을 잡아
팔을 떼어내본다.
길상은 엎드려 있는 자세이니
팔을 높이 들어서 뗄 수는 없을 것이다.
손목을 잡아 아래로 끌어내리는데,
갑자기 길상의 손이 내 허리를 감아 안는다.
흠칫 놀라 길상의 가슴을 밀치는데,
길상은 팔은 풀어지지 않는다.
길상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가?
놀라서 길상의 얼굴을 바라보며
밀쳐내다가몸이 굳어버렸다.
길상의 베개가 흥건히 젖어 있는 것이 만져졌다.
그리고 길상의 중얼거림도 들려왔다.
“...형....가지마....”
형이라? 나에게 하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아까 말했던 형의 이야기인가?
다른 사내에게 허리춤을 잡혀 안겨있는 불쾌함 보다는
길상에 대한 동정과 형에 대한 호기심이 앞선다.
그때까지 길상의 가슴을 밀고 있던
손을 떼내고 다시 가만히 상체를 눕힌다.
그래 꿈에서 슬픈일을 겪고 있는 것이리라...
길상이 부둥켜 잡은 허리춤의 손을 그대로 둔 채
가만히 길상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둠에 눈이 익어서일까?
창 밖에서 들어오는 미미한 달빛에
길상의 얼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길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형....잘못했어...”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내가 알아서는 안될 일이겠지...
갑자기 길상이 애처롭고 작아보인다.
가만히 팔을 내려 내 허리춤에 있는
길상의 손을 잡아간다.
이유는 모르겠다.
다른 남자의 손을 잡아주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것 같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손을 잡으니,
길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잠에서 깨 있는 것일까?
길상의 두텁고 거친 손마디...
조금이라도 여자의 고운 손길을 떠올리기에는
어려운 손이다.
바로 누워 길상의 손을 잡은채로
고개만 외로 꼬아 길상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가만히 본적이 있던가?
지금까지 길상의 인상은 큰 눈과 원숭이 상의 귀
그리고 검은 피부에 가려져서 다른 것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참 호감 가는 상이다.
콧날도 오똑하고, 입술도 단단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미남이라고 말하기엔 어딘가 미흡한 얼굴이다.
아마도 길을 걷다 마주친다면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잊혀지리라.
하지만, 길상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길상의 외모가 빛나보인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자잘한 수염이 있는 약간은 두툼한 길상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또 잠꼬대가 흘러 나온다.
“...형...사랑해...제발...”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친구 아니, 고아원에선 형제라고 해야할까?
형제간에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나?
아니면 고아원에선 서로간에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라고
가르치는 걸까?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군대에서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 교육의 일환인 것일까?
잠시간 꺼림칙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길상이 어떤 사람이던 나와는 관계 없지 않은가?
담배 생각은 어느덧 잊혀지게 되었고,
나도 그냥 다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길상의 팔에 힘이 들어 간 것은,
놀라서 반응할 틈도 없이
팔에 힘을 주어 나를 당기고는
내 입술로 길상의 입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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