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SM)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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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일을 섣불리 진행했다간 초기에 일을 그르칠수 있었다. 계획은 신중하고 철저하게 세워야했다.
난 먼저 그의 집 위치를 토대로 그가 사는 호수번호를 알아냈고 우편함에 온 고지서들을 통해 그의 이름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박정훈.'
이름도 얼굴만큼이나 훈한 놈이었다.
자, 이제 최대한 그의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한 복장을 하고 그를 미행했다.
그는 외출할때마다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나와 같은 학교, 경제학과였다.
그의 정보, 아니 그 주변인물의 정보를 캐내야 한다.
그의 치부를 주변의 가까운 지인에게 폭로하는 것만큼 그를 공포에 떨게 만들 것은 없었다.
대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아니나 다를까, 그는 친구들과 만났다 하면 저녁엔 술을 들이부었다.
난 그들이 있는 술집 안을 서성거렸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북적대고 있었고 시끄러웠기 때문에 나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목표는 그의 '핸드폰'이었다.
그는 계속 한 여자와 붙어있었다. 여자친구인가? 그때 그 관계를 가지던 그 여자? 잘 모르겠다. 여자에 관한 것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는 그 여자와 유독 붙어서 술을 마셨고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취해보였다. 난 계속해서 그를 관찰했다.
그의 핸드폰이 오른쪽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고 화장실에 가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잠시 휘청거리더니 약간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지금이 기회다. 화장실 안에서 우연히 부딪친 척 하면서 녀석의 핸드폰을 가로채는 것이다. 성공확률도 높지 않으며 걸릴 경우 도둑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용기없이 미남을 가질순 없는 법.
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그가 들어간 화장실로 들어섰다. 하늘은 나의 편이었다.
소변을 보고 있을거라 예상한 그가 대변칸에 문도 잠그지 않은채 오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난 아주 친절한 사람처럼 그에게 접근해 등을 토닥여주었다.
"많이 취하셨네.. 괜찮아요?"
그러면서 그의 주머니에 슬쩍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그는 일어나 잠시동안 나를 응시했다. 방금 토한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침착해보였으며 그의 얼굴은 빛이 날 정도로 잘 생겼다. 영상으로만, 멀리서만 보던 그를 가까이서 보니 다시 내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난 맘 속으로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 정훈아.'
잠깐의 정적 이후 그는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화장실을 나갔다.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녀석도 갑작스런 낯선이의 접근에 당황했는지 변기물도 내리지 않고 나갔다.
나는 잠시 동안 그의 몸에서 나온 분비물을 내려다보다 손잡이를 눌러 변기물을 흘려보냈다.
그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달려왔다. 녀석의 핸드폰을 들고.
암호가 지문으로 걸려있다면 핸드폰 잠금을 해제하는데 애를 먹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늘은 나의 편이었다.
암호는 패턴이었고 패턴을 푸는 방법은 TV나 인터넷에서 익히 들어왔다.
형광등 불빛 밑으로 그의 핸드폰을 비추자 패턴들 위로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놈. 고작 4개의 패턴만 사용했다. 경우의 수는 크지 않았고 어렵지 않게 그의 핸드폰 잠금을 해제할수 있었다.
그 순간,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은혜♡'
이제야 핸드폰이 없어진걸 안 건가? 은혜? 아까 그 녀석 옆에 붙어있던 그 여자인가? 하트? 여자친구? 아무래도 이젠 상관 없다.
나는 곧바로 통화를 거절하였고 그녀의 번호를 차단했다. 계속 전화해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욕망에 사로잡혀 혼자 중얼거렸다.
"이젠 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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