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기의 '태양의 아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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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탈에 선 나무들 - 강번개에게




수업이 파함과 동시에 임시숙소에서 간단한 짐을 챙긴 나는 교문 앞에서 만난 번개와 함께 학교 인근 허름한 단독주택 이층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ㄱ' 계단을 꺾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층으로 올라가자 역기와 샌드백 등 간단한 운동기구가 몇 가지 보였고 학교 운동장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부분 부분 낡아서 삐걱거리는 알루미늄 새 시문을 열자 싱크대 위로 먹다 남은 찌꺼기가 붙어있는 냄비들이 나뒹굴고 있는 주방이 보였고 바닥에는 화려한 디자인의 일류 메이커 신발들이 함부로 벗어 팽개쳐진 듯

"어라? *팔놈들 오늘 수업 땡 깠구나"

미간을 찌푸리며 궁시렁 말함과 동시에 녀석은 방문을 거칠게 당겼다.

"!"









한마디로 방안은 가관이었다.

때가 꼬질꼬질 묻은 이불들은 걸레처럼 나뒹굴고 있었으며 방구석에서 구석까지 대각선으로 걸어 둔 주홍색 빨랫줄 위로 페인팅 청바지와 타월, 밀리터리룩 여러 벌과 회색, 검은색 츄리닝들이 걸려있었다.

단 하나뿐인 책상 위로 19인치 컴퓨터 액정 모니터와 화상 캠과 키보드, 그리고 거꾸로 뒤집힌 광마우스만이 덩그러니 얹혀있을 뿐 어디를 보아도 교과서나 참고서 등은 보이지 않았다.

올 때부터 그렇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도저히 시험을 한 달 여 앞둔 수능 생의 방이라고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닫힌 투명한 창으로 저녁햇살이 역광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뽀얀 먼지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요즘 인터넷에서 XX여고 3대 얼짱이라 소문이 자자한 아주 예쁘게 생긴 '하림'이란 애가 우리 학교에서 번개 녀석보다 주먹으로 서열 2위며 오른팔 격인, 자칭 경상도 출신의 최고 얼짱이라는 185㎝의 키를 넘는 덩치를 가진 야구부 '신 태극'이란 놈의 듬직한 허벅지를 베고 누워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이다.

"어머! 오빠가 웬일이지? 수업 마칠 시간까지 앉아 계셨다니 별꼴이네? 호호홋!"

커트(cut) 머리가 참으로 세련되게 잘 어울리는 하림이었다.

"내 약까지 다 처먹었지?"

녀석은 애들을 보자마자 이상한 약 타령을 하고 있었다.

"찾아보면 있다 아이가"

"이번 시합 어떻게 됐냐?"

"XX고에 깨져서 4강에 못들었으니 대학이고 나발이고 이제 백수지 모"

페인팅 청바지가 얼마나 잘 어울렸던지 '뺑기통'이란 별명을 가진 태극이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냐! 오빠, 액스터시는 모두 삼켰고 뽕은 한 번 찌를 건 남았다구요, 아참 러미날은 몇 개 있겠다"

번개는 망설임 없이 어깨에 메고 있던 책가방을 팽개치고는 책상서랍을 여는가 싶더니 투명한 액체가 든 0.5cc 일회용 주사기를 꺼내들며 재빠른 솜씨로 팔목을 걷고는 대충 이빨로 감아 당기더니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았다.

굵은 팔뚝엔 시퍼렇게, 혹은 거뭇거뭇하게 여러 개의 바늘자국들이 보였다.

금방 녀석의 눈동자가 몽롱해지고 있었다.








최근 들어 놀랄 일들이 하도 많아서 이제 눈앞에서 때려 죽일 일들이 발발한다 해도 그냥 그대로 무덤덤하게 넘기겠다고 생각했지만 방문 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본 나는 '잘못 왔구나' 후회하는 순간

"아참! 나무야 들어와라! 깜박했네"

"어라? 울 학교 최고 범생 아이가? 웬일이고?"

이제서야 태극이 녀석도 나를 본 모양이다.

"저 오빠가 범생?"

"그래 하림아 인사 땅기렴 이제부터 나랑 지낼 거니까, 나무야 들어와라."

번개는 발로 이불을 대충대충 걷어찼고 난 어정쩡한 발길로 방 턱을 넘어서는 순간

"어머? 같이? 번개오빠 그럼 우린 어쩌고?"

하림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마디 거드는 순간 요란스럽게 휴대폰이 울렸다.









"!"

",,,,,네 알겠습니다"

번개의 몽롱했던 눈빛이 휴대폰을 받는 순간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태극아 출동이다, 가자!"

"그래?"

"오빠 지금?"

"나무야 미안하지만 주방에 보면 쌀과 라면 있으니 대충 챙겨 먹고 공부해라 알았지? 밤에 보자!"

누워있던 녀석들은 번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람처럼 방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갑작스런 공허로 움에 슬픔과 화가 북받쳐 올랐다.

좀 불편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계시는 경로당에 그냥 그대로 있을 걸 등*처럼 왜 따라왔나 싶었고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니 별의별 생각들이 엄습했다.

'엄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방바닥 이불을 당겨 이불 모서리로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어릴 적 습성이다.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면 어떤 모서리에 손바닥을 간질이면 마음이 안정되곤 했는데, 자꾸만 부모님과 함께했던 그 시절들이 생각났다.














비몽사몽 간에 문소리가 들렸으나 눈을 뜨기 싫었다.

도대체 지금 몇 시일까?

'딸각' 하며 스위치 누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고 싶었고 만약 이대로 눈을 뜬다면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막연히 모든 것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감고 있는 눈꺼풀의 느낌이 환해지며 불이 켜진 것 같았고 서랍 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 부스럭거리며 옷벗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소독약 냄새가 왈칵 풍겼다.

의아해서 살며시 눈을 떠보았다.

세상에!

번개 녀석이 내가 누워있는 바로 앞쪽에서 옷을 벗고 몸을 뒤로 비틀어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며 피가 뚝뚝 흐르는 어깨 부근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있었는데, 옷을 걸치고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옷을 몽땅 벗고 나신을 보이니 태산처럼 거대한 덩치에 아주 탄탄하면서도 유연한 허벅지를 거쳐 두웅큼쯤의 부* 위로 검은 음* 밑으로 아주 힘차게 도드라진 *이 흔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지럭거리며 잠시 등을 보이자 커다란 키에 비해 굵은 허벅지보다 작고 야무진 엉덩이를 거쳐 엉덩이 둘레만큼 유연한 허리 위로 역 삼각형의 삼두박근 쪽으로 피 몇 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녀석은 피가 흘러내리는 어깨 뒤까지는 손이 닿지 않는지 끙끙거리고 있었다.

",,,,,쉐,,,,,팔,,,,,"

도저히 손이 닿지 않자 작은 소리로 궁시렁 거렸다.









",,,,,"

난 조용히 다가가 방바닥에 던져둔 소독 솜을 집어 피가 흐르는 어깨 위로 얹었다.

"!"

",,,,,"

",,,,,"

"초,,,촌스럽게 어딜 다녀 왔는지는 묻지 않겠지?"

",,,,,"

"!"

",,,,,"

녀석보다 키가 작아 팔을 뻗으며 상처부위를 지그시 누르자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른 약은 없냐? 상처가 깊다."

",,,,,"

아무리 솜을 대어도 피는 지혈되지 않았다.

"이 부근에 약국 있지?"

"크큿! 지금 새벽 3시라구"

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을 당겼다.

"?"









학교 부근이라 지리에 익숙해서 새벽 거리를 뛰어다녀 봤지만 약국은 모두 문이 닫혀있었고 겨우 24시 대형 할인매장에서 간단하게나마 솜과 항생제 연고와 붕대 등을 구입해서는 곧장 달렸다.

상처가 꽤 깊게 보였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자 번개 녀석은 그래도 밀리터리룩 하의는 걸친 채 두 다리를 열십자로 벌리고는 이불 위로 엎드린 채 맥이 빠진 듯 겨울바람처럼 누워 있었는데

일단 솜으로 어깨에 난 상처부위를 지혈하며 지그시 눌렀다.

",,,,,"

"!"

",,,,,"

어느 정도 지혈되자 가루 항생제를 뿌리며 연고까지 덧바른 후 붕대를 감고는 반창고까지 붙여 주었다.

"나,,,,,나무야,,,,,"

"!"

이불 위로 얼굴을 파묻고 있던 녀석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는데 낮에 보였던 개구쟁이 같던 눈매에서 눈물 몇 방울이 반짝 빛났다.

",,,,,"

"넌 자유가 뭔지 아니?"

마른 목소리로 엉뚱하게 질문했지만

",,,,,"

",,,,,이런 모습 보이려고 널 집으로 데려온 건 아닌데,,,,,"

",,,,,"

"!"

이불을 당겨 커다란 덩치의 녀석을 덮어주는데 갑자기 팔을 잡아당겼다.

"그래도 누군가가 집에서 날 기다려 준다는 건 무지 기분좋은 걸? 크큿!"

녀석보다 워낙 작은 체구라 엉겁결에 안기듯 쓰러져 버리자 엉뚱하게 키득거리던 놈은 한쪽 다리를 올리는가 싶더니 나의 허리를 감아버렸다.

"!"

"난 피를 보는 날은 되게 꼴*거든? 흐흣!"

급하게 나를 안고는 넓은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









어제는 최고 얼짱이란 권위의식에 휘둘려 엉겁결에 번개 녀석의 사*을 느꼈고 중심부까지 닦아 주었지만 지금 놈의 거친 말과 행동들은 묘한 느낌만 들었을 뿐 순간적으로 이유 없는 거부감과 야릇한 충동감만 밀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번개 녀석도 갑자기 끌어당길 때와는 반대로 그대로 자신의 목 밑으로 얼굴만 품은 채 가만있었다.









두 사람의 심장이 쿵쾅 쿵쾅 뜀을 느꼈다.

그냥 느낄 수가 있었다.









죽음 같은 고요가 깃들였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순간

"!"

번개 녀석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는데 그 소리가 천둥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




계속-




■ '태양의 아들' 3편은 단어 선택이 아주 자유로운 위 채널 커뮤니티 중 '이반웹진' 퀴어소설 게시판에 연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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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읽다보니 번개같은 친구를 가지고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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