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uty Lov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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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든 시간은 다 지났다...
그때는 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내 편견이었다.
나는 겨우 내 인생의 첫발을 내딛었고, 어른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수능을 치고 지방의 대학이지만, 그럭저럭 원하는 대학에 붙고 ...
이젠 걱정거리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취업난이라지만. 그건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다.
1년 정도는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우리 대학은 그렇게 명문도 아니니까... 뭐 1학년은 그렇게 힘들이지 않아도 보낼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군대가기 전엔 걱정없이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 나서 모든 것이 부질 없는 생각임을 알았다.
... 아! 그를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를, 아니 그 선배를 처음보았을 때 나의 느낌은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듯하다.
눈처럼 깨끗한 피부에 크고 선명한 눈동자...
무엇보다 쌍꺼풀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남자는 처음보았다. 눈동자를 보고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려 보기는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당황한 것은 나였다.
입학하고 여자친구까지 벌써 하나 만든 나였다. 물론 그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그런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여자를 처음 사귄것은 대학에 올라와서 처음...
여자에게 깊이 끌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쉽게 단정할 일은 아니었다. 뇌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그의 모습에 죽을 만큼 괴로운 나였다.
무엇보다 이번에 복학한 그 선배는 내가 우연히 든 동아리의 선배였다. 차라리 그 후로 보지 않았으면 잊혀질 것을 우연으로 다시만난 것은 최악이었다!!!
난 인연이라는 것에 약하단 말이야!!
다행스러운 것은 그 선배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동아리 사람들하고 별로 친한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모임에 자주 나오는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별다른 말도 없고 조용히 있다가 갈 뿐이다. 눈에 띄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그것 역시 나에겐 최악이었다. 조용한 그의 아름다운 모습은 나를 더욱 흔들리게 했다.
그에 대해 알수 없을 수록 그에 대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던 것이다.
어느 날은 부실에서 그 상민선배와 함께 단둘만 남아 학교 신문에 올릴 원고를 쓰게 되었다. 사실은 내가 먼저 와서 기사를 쓰고 있는데 그 선배가 갑자기 들어온 것이다.
" 안녕하세요. "
내 어색한 인사에, 상민 선배는 나를 힐끔보더니 그냥 아무말 없이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말 없이 두 사내가 조용히 글쓰고 있었다. 이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선배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나는 기사도 제대로 못쓰고 쓰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 자꾸만 선배의 모습에 눈이 갔다.
상민 선배는 키도 작은 편이고 체형도 작은 편이다. 얼굴도 작고 손도 작다. 큰 것은 오직 눈망울 뿐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쁘게 보였다^^:: 미치겠다....
그러다 선배와 눈이 마두쳤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 황급히 말을 꺼냈다.
" 선배, 음료수 안 드실래요? "
" ... 콜라. "
상민 선배는 대뜸 500원짜리 동전을 내게 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게 선배와 나눈 첫번째 대화였다.
나는 그래서 별로 멀지 않은 자판기에 가서 음료수를 빼왔다.
선배는 콜라를 조금씩 마시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말했다.
"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
" 아... 아뇨. "
" 그럼 쳐다보지 마. 난 그런 시선 별로 안 좋아해. "
" 네... 주의하겠습니다. "
최악이었다. 나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매우 당황했다. 선배는 잠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시간이 늦은 것을 그제야 눈치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선배가 갑자기 물었다.
" 어디 살아? "
" 네? XX동이요. "
" 그래? 그럼 XX까지는 방향이 같겠구나. 거기까진 태워줄께. "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나는 상민 선배의 차에 탔다. 선배는 거울을 통해 나를 힐끌 쳐다보며 말했다.
" 아까 한말은 신경쓰지마. 내가 원래 성격이 좀 그래서 그래. "
" 네... 괜찮아요. "
다행이 상민 선배가 무슨 눈치를 챈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xx까지 별다른 말도 해보지 못하고 도착했다. 나는 좀 뻔뻔스럽지만 그 이후 상민 선배에게 자주 차를 얻어타게 되었다.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단순히 호감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남자에게도 호감이 생길 수는 있잖아...
그 이후로 한달이 지나도록 상민 선배와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선배가 너무나 말수가 적었고,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선배 앞에만 가면 말을 못했다. 무엇보다 선배는 어떤 상황에도 동요가 없었다. 일부러 농담이나 혹은, 선배의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배는 별로 표정의 변화가 적었고 감정의 표현도 거의 없었다. 사교성이 부족한 성격이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런 면에 더 글렸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사건이라면 사건이 생긴 일이 있다.
우리 동아리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선배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셨다. 말없이 술을 마셨기에 나는 감히 조금 마시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선배는 평소에 술을 조금만 마시는 것에 비해 의외로 주량이 쎈 편이라 별로 취하지는 않았다. 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너무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나는 선배가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계단에서 재빨리 부축을 했다. 자칫하면 발을 헛디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배가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매몰차게 팔을 뿌리쳤다.
" 놔, 안취했어. "
나는 당황했지만 선배가 걱정되어 뒤따라갔다. 선배는 비틀거렸지만 쓰러지거나 하진 않았다. 선배가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내가 말렸다.
" 선배, 음주운전은 안되요! "
" 짜증나게 하지 말고 가! "
선배가 무뚝뚝하긴 해도 함부로 남을 대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나는 더욱 당황했지만, 선배를 말려야 했다. 다행이라면 선배가 크게 소리치진 않았다는 것이다.
" 네가 무슨 상관이야! "
" 상민 선배, 이러지 마시구요. ... 차라리 제가 운전할께요. "
선배의 차가운 태도에 나는 무섭기(?)까지 했는데 의외로 선배는 대신 운전하겠다는 말에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다행히 면허를 일찍 따두었기에 운전석에 올랐다. 나는 선배와 늘 가던 xx까지 차를 몰고 말했다.
" 선배, 집이 무슨 동이에요? "
" ... ... "
선배는 그 사이 곤히 자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나는 선배를 흔들어 깨웠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하긴 그렇게 마셔댔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나는 일단 우리집으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주차할 곳이 있어서 안전하게 주차를 마치고 선배를 업었다. 엘레베이터까지 멀지 않았기에 집에 도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침 집에는 여동생만 있어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다만 누구냐는 말에 학교 선배라고 간단히 대답해 주면 되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선배를 눕히고, 옷의 단추를 풀어 느슨하게 해주었다. 나는 간단히 세안을 하고 선배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 보다가 바닥에 누웠다. 이렇게 내 방에서 선배의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잠시 나쁜 생각을 했다. 선배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나는 민망한 생각을 황급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나는 그냥 선배로서 상민 선배를 좋아하는 거다.
나는 아쉬움을 접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해할수 없는 일이다.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보니 상민 선배가 침대에서 내려와 나를 등뒤에서 껴안듯이 하고 누워 있었다.
나는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배는 힘주어 나를 껴안았다. 순간 온몸이 후끈 달아올라 정신이 아찔하다.
혹시 선배도 나를? ... 하지만, 그런 것 같지 않던데?
그 동안 선배를 쭉 보아왔지만,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차에 태웠다는 것 정도 뿐이다. 그건 단순히 방향이 비슷했을 뿐...
어떤 따스한 시선도 말도 느끼지 못했다.
선배가 나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에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
혹시 내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내가 처음에 자주 시선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조심을 했다. 나의 마음을 눈치챌 만한 어떤 행동도 한 기억이 없다.
아... 선배의 손이 나의 가슴을 더듬고 있다. 더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유야 어쨌거나 너무 기분이 좋았다.
뭔가 본능적인 거부감을 밀어내는 선배의 매력이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유발시키며 쾌감을 극대화 하고 있었다. 옷 위로 조금 만지는 것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침을 삼키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흥분되었다.
나는 몸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슴 근육이 있었다. 선배는 그 감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운동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거울을 보며 하던 자기만족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 거기에 있었다. 그 느낌을 무어라 말해야 좋을까?
왜 그렇게까지 황홀하게 느껴졌는지 나도 그 순간의 이유를 알수가 없다.
선배가 갑자기 혀로 내 귀를 건드렸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 움직일 뻔했지만, 가까스로 가만히 있었다. 따스하고 촉촉한 느낌...
낯설고 당혹스런 자극이 느껴진다. 무언가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피하고 싶기도 한 묘한 느낌이다.
선배가 내 몸을 당기며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입술이 맞닿으며 옅은 키스는 점점 깊어지며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누구와도 그런 딥키스는 처음이었다. 처음 사귀었던 여자친구도 내가 선배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낀 후 죄책감이 들어 헤어졌다.
저항하지 못하는 나에게 선배는 깊은 키스를 했다. 키스는 열정적이고 길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배가 지금의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키스를 하는 도중에 선배의 손이 나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 이번엔 옷위에서 만지는 것이 아닌 피부와 피부가 만나는 진한 접촉이었다. 선배가 가슴을 만지자 나는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다. 선배도 느꼈을 것 같지만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자는 척 할수 밖에 없었다. 무엇을 하기엔 내가 너무 순진했고 경직된 상태였던 것이다.
선배의 손이 배꼽을 지나 그대로 팬티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찔할 만큼 부끄러웠지만, 피할수 없었다. 선배의 손이 이미 부풀어 오른 내 물건을 함부로 만졌지만 나는 어찌 할수 없었다. 아니 솔찍히 오히려 좋았다...
선배의 애무에 너무 흥분한 나는 그만 일찍 사정을 해버렸다. 뜨끈한 정액이 팬티를 적시며 선배의 손에도 뭍었다. 챙피한 느낌이다.
선배는 티슈 같은 것으로 내 물건을 닦아내 주었다. 선배가 내 물건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볼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선배는 나를 꼭 안고 잠들었고 나도 어느세 잠이 들었다.
나는 감히 선배가 한 행동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선배의 마음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두려웠다. 선배는 예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나를 대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후로도 선배가 나를 만져주길 바랬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동아리에서 엠티를 가게 되었다.
나는 선배가 간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당연히 엠티에 참석을 했다. 나는 솔찍히 기대를 했다.
엠티를 가면 밤에는 선배와 자게 된다. 모르는 척 선배에게 당해주고 싶었다. 사실 나는 그날 이후로 선배를 생각하며 자위도 했다. 죄책감은 있었지만, 그냥 자위하는 것보다 자극이 강했기에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선배는 술을 별로 마시지도 않았고, 엠티 첫날 선배 옆에 눕기는 했지만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덤빌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정체성에 대해서도 아직 부정하고 시픈 마음이었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마음에 선배를 안고 자기만 하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안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매몰찬 반응이었다. 선배가 매몰차게 뿌리쳤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그 때의 그 일은 단순한 장난이었던 것일까?
그것이 선배의 단순한 장난이라도 좋다. 그래도 좋으니 딱 한번만 선배를 안고 싶다.
이제 선배는 그런 장난을 하고 싶지 않은 걸까?
나는 마음이 몹시 혼란스럽고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선배를 이미 많이 좋아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미 그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 단순한 호감이라고 자신을 속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많은 성격이 아닌데... 오히려 남자답다는 소리를 듣는데...
나는 바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다음날 나는 선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날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혹시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어보지 않고서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선배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에 기회를 잡는 것은 쉬웠다.
" 상민 선배. "
" 왜? "
" 그 날은 왜 그랬나요? "
다행히 선배는 무슨 말이냐고 되묻거나 부인하지도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마음이 약해져 오히려 내가 얼버무렸을 지도 모른다.
"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그냥 그날은 널 만지고 싶어지더군. "
" ... 그게 다에요? "
" 그럼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내 장난에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해. 말로는 기분을 풀수 없다면 한대 쳐도 좋다! "
담담한 상민 선배의 말에 나는 긴장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절망했다.
' ... 역시나 그런 거구나... 혹시나 하고 마음이 두근거렸던 내가 바보였어... '
나는 말하고 싶었다. 단순한 장난인지 모르지만 나는 선배를 사랑한다고...
그러나 말할 수 없었다. 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데 말해 무었하랴... 헛물만 켠 것이다. 그래 이걸로 된거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챙피하게도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내 뺨에 눈물이 흐르기 전엔 내가 울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처럼 멍했다. 황급히 손으로 눈물을 훔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재빨리 돌아섰다. 바보 같은 모습은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가 갑자기 뒤에서 나를 안았다.
경직되어 있는 나에게 선배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 사내 자식이 울기는! 날 좋아하기라도 한거냐? "
" ... ... "
" 농담이야, 임마! 화풀어. "
상민선배는 전에 없이 다정한 표정으로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얼굴에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선배의 한없이 따스한 표정은 분명히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선배도 사실은 내게 끌리는 것이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선배를 와락 안았다. 선배는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나를 밀어냈다.
" 쓸대없는 생각하지마라. 그냥 내 좋은 후배로 있어줘라. 나도 되도록 선배 역할 할수 있도록 할테니까. "
" 그 이상은 안되나요? "
" ... 그 이상은... 곤란해... 왜냐하면... "
상민 선배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얼굴 숙여! "
나는 상민 선배의 말에 운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일행이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이라 그냥 지나쳤다.
" 선배! 나도 사실은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선배를... "
" 그만! 곤란하게 하지마.... 나도 네가 싫지는 않아.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어. "
나는 상민 선배가 완강히 차갑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선배의 태도로 보아 오늘 밤엔 차갑게 뿌리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체적 접촉부터 조금씩 수위를 올려가고 싶었다. 선배가 내가 싫지만 않다면 그러는 동안에 나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것이다.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은 딱 꼬집에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선배가 좋기는 하지만 게이가 되는 것은 싫다. 선배가 좋은 거지, 모든 남자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
" 선배, 오늘 밤에... 그때와 같이 장난도 치고 놀아요. "
내가 대담하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결코 말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선배의 안색은 굳어지지 않았다.
" 그 장난에 네가 지나친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심각해 지지 않는다는 약속만 한다면. "
" 네. 그러죠. "
선배의 마음도 나와 같고 다만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 나는 믿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점점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나중에 선배의 마음에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임을 알게된다. 하지만, 그것은 훗날의 일이다.
그렇게 선배의 승락을 받은 나는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힘든 시간은 다 지났다...
그때는 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내 편견이었다.
나는 겨우 내 인생의 첫발을 내딛었고, 어른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수능을 치고 지방의 대학이지만, 그럭저럭 원하는 대학에 붙고 ...
이젠 걱정거리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취업난이라지만. 그건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다.
1년 정도는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우리 대학은 그렇게 명문도 아니니까... 뭐 1학년은 그렇게 힘들이지 않아도 보낼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군대가기 전엔 걱정없이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 나서 모든 것이 부질 없는 생각임을 알았다.
... 아! 그를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를, 아니 그 선배를 처음보았을 때 나의 느낌은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듯하다.
눈처럼 깨끗한 피부에 크고 선명한 눈동자...
무엇보다 쌍꺼풀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남자는 처음보았다. 눈동자를 보고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려 보기는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당황한 것은 나였다.
입학하고 여자친구까지 벌써 하나 만든 나였다. 물론 그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그런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여자를 처음 사귄것은 대학에 올라와서 처음...
여자에게 깊이 끌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쉽게 단정할 일은 아니었다. 뇌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그의 모습에 죽을 만큼 괴로운 나였다.
무엇보다 이번에 복학한 그 선배는 내가 우연히 든 동아리의 선배였다. 차라리 그 후로 보지 않았으면 잊혀질 것을 우연으로 다시만난 것은 최악이었다!!!
난 인연이라는 것에 약하단 말이야!!
다행스러운 것은 그 선배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동아리 사람들하고 별로 친한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모임에 자주 나오는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별다른 말도 없고 조용히 있다가 갈 뿐이다. 눈에 띄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그것 역시 나에겐 최악이었다. 조용한 그의 아름다운 모습은 나를 더욱 흔들리게 했다.
그에 대해 알수 없을 수록 그에 대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던 것이다.
어느 날은 부실에서 그 상민선배와 함께 단둘만 남아 학교 신문에 올릴 원고를 쓰게 되었다. 사실은 내가 먼저 와서 기사를 쓰고 있는데 그 선배가 갑자기 들어온 것이다.
" 안녕하세요. "
내 어색한 인사에, 상민 선배는 나를 힐끔보더니 그냥 아무말 없이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말 없이 두 사내가 조용히 글쓰고 있었다. 이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선배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나는 기사도 제대로 못쓰고 쓰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 자꾸만 선배의 모습에 눈이 갔다.
상민 선배는 키도 작은 편이고 체형도 작은 편이다. 얼굴도 작고 손도 작다. 큰 것은 오직 눈망울 뿐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쁘게 보였다^^:: 미치겠다....
그러다 선배와 눈이 마두쳤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 황급히 말을 꺼냈다.
" 선배, 음료수 안 드실래요? "
" ... 콜라. "
상민 선배는 대뜸 500원짜리 동전을 내게 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게 선배와 나눈 첫번째 대화였다.
나는 그래서 별로 멀지 않은 자판기에 가서 음료수를 빼왔다.
선배는 콜라를 조금씩 마시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말했다.
"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
" 아... 아뇨. "
" 그럼 쳐다보지 마. 난 그런 시선 별로 안 좋아해. "
" 네... 주의하겠습니다. "
최악이었다. 나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매우 당황했다. 선배는 잠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시간이 늦은 것을 그제야 눈치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선배가 갑자기 물었다.
" 어디 살아? "
" 네? XX동이요. "
" 그래? 그럼 XX까지는 방향이 같겠구나. 거기까진 태워줄께. "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나는 상민 선배의 차에 탔다. 선배는 거울을 통해 나를 힐끌 쳐다보며 말했다.
" 아까 한말은 신경쓰지마. 내가 원래 성격이 좀 그래서 그래. "
" 네... 괜찮아요. "
다행이 상민 선배가 무슨 눈치를 챈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xx까지 별다른 말도 해보지 못하고 도착했다. 나는 좀 뻔뻔스럽지만 그 이후 상민 선배에게 자주 차를 얻어타게 되었다.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단순히 호감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남자에게도 호감이 생길 수는 있잖아...
그 이후로 한달이 지나도록 상민 선배와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선배가 너무나 말수가 적었고,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선배 앞에만 가면 말을 못했다. 무엇보다 선배는 어떤 상황에도 동요가 없었다. 일부러 농담이나 혹은, 선배의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배는 별로 표정의 변화가 적었고 감정의 표현도 거의 없었다. 사교성이 부족한 성격이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런 면에 더 글렸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사건이라면 사건이 생긴 일이 있다.
우리 동아리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선배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셨다. 말없이 술을 마셨기에 나는 감히 조금 마시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선배는 평소에 술을 조금만 마시는 것에 비해 의외로 주량이 쎈 편이라 별로 취하지는 않았다. 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너무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나는 선배가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계단에서 재빨리 부축을 했다. 자칫하면 발을 헛디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배가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매몰차게 팔을 뿌리쳤다.
" 놔, 안취했어. "
나는 당황했지만 선배가 걱정되어 뒤따라갔다. 선배는 비틀거렸지만 쓰러지거나 하진 않았다. 선배가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내가 말렸다.
" 선배, 음주운전은 안되요! "
" 짜증나게 하지 말고 가! "
선배가 무뚝뚝하긴 해도 함부로 남을 대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나는 더욱 당황했지만, 선배를 말려야 했다. 다행이라면 선배가 크게 소리치진 않았다는 것이다.
" 네가 무슨 상관이야! "
" 상민 선배, 이러지 마시구요. ... 차라리 제가 운전할께요. "
선배의 차가운 태도에 나는 무섭기(?)까지 했는데 의외로 선배는 대신 운전하겠다는 말에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다행히 면허를 일찍 따두었기에 운전석에 올랐다. 나는 선배와 늘 가던 xx까지 차를 몰고 말했다.
" 선배, 집이 무슨 동이에요? "
" ... ... "
선배는 그 사이 곤히 자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나는 선배를 흔들어 깨웠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하긴 그렇게 마셔댔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나는 일단 우리집으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주차할 곳이 있어서 안전하게 주차를 마치고 선배를 업었다. 엘레베이터까지 멀지 않았기에 집에 도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침 집에는 여동생만 있어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다만 누구냐는 말에 학교 선배라고 간단히 대답해 주면 되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선배를 눕히고, 옷의 단추를 풀어 느슨하게 해주었다. 나는 간단히 세안을 하고 선배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 보다가 바닥에 누웠다. 이렇게 내 방에서 선배의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잠시 나쁜 생각을 했다. 선배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나는 민망한 생각을 황급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나는 그냥 선배로서 상민 선배를 좋아하는 거다.
나는 아쉬움을 접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해할수 없는 일이다.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보니 상민 선배가 침대에서 내려와 나를 등뒤에서 껴안듯이 하고 누워 있었다.
나는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배는 힘주어 나를 껴안았다. 순간 온몸이 후끈 달아올라 정신이 아찔하다.
혹시 선배도 나를? ... 하지만, 그런 것 같지 않던데?
그 동안 선배를 쭉 보아왔지만,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차에 태웠다는 것 정도 뿐이다. 그건 단순히 방향이 비슷했을 뿐...
어떤 따스한 시선도 말도 느끼지 못했다.
선배가 나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에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
혹시 내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내가 처음에 자주 시선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조심을 했다. 나의 마음을 눈치챌 만한 어떤 행동도 한 기억이 없다.
아... 선배의 손이 나의 가슴을 더듬고 있다. 더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유야 어쨌거나 너무 기분이 좋았다.
뭔가 본능적인 거부감을 밀어내는 선배의 매력이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유발시키며 쾌감을 극대화 하고 있었다. 옷 위로 조금 만지는 것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침을 삼키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흥분되었다.
나는 몸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슴 근육이 있었다. 선배는 그 감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운동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거울을 보며 하던 자기만족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 거기에 있었다. 그 느낌을 무어라 말해야 좋을까?
왜 그렇게까지 황홀하게 느껴졌는지 나도 그 순간의 이유를 알수가 없다.
선배가 갑자기 혀로 내 귀를 건드렸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 움직일 뻔했지만, 가까스로 가만히 있었다. 따스하고 촉촉한 느낌...
낯설고 당혹스런 자극이 느껴진다. 무언가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피하고 싶기도 한 묘한 느낌이다.
선배가 내 몸을 당기며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입술이 맞닿으며 옅은 키스는 점점 깊어지며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누구와도 그런 딥키스는 처음이었다. 처음 사귀었던 여자친구도 내가 선배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낀 후 죄책감이 들어 헤어졌다.
저항하지 못하는 나에게 선배는 깊은 키스를 했다. 키스는 열정적이고 길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배가 지금의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키스를 하는 도중에 선배의 손이 나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 이번엔 옷위에서 만지는 것이 아닌 피부와 피부가 만나는 진한 접촉이었다. 선배가 가슴을 만지자 나는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숨길 수가 없었다. 선배도 느꼈을 것 같지만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자는 척 할수 밖에 없었다. 무엇을 하기엔 내가 너무 순진했고 경직된 상태였던 것이다.
선배의 손이 배꼽을 지나 그대로 팬티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찔할 만큼 부끄러웠지만, 피할수 없었다. 선배의 손이 이미 부풀어 오른 내 물건을 함부로 만졌지만 나는 어찌 할수 없었다. 아니 솔찍히 오히려 좋았다...
선배의 애무에 너무 흥분한 나는 그만 일찍 사정을 해버렸다. 뜨끈한 정액이 팬티를 적시며 선배의 손에도 뭍었다. 챙피한 느낌이다.
선배는 티슈 같은 것으로 내 물건을 닦아내 주었다. 선배가 내 물건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볼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선배는 나를 꼭 안고 잠들었고 나도 어느세 잠이 들었다.
나는 감히 선배가 한 행동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선배의 마음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두려웠다. 선배는 예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나를 대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후로도 선배가 나를 만져주길 바랬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동아리에서 엠티를 가게 되었다.
나는 선배가 간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당연히 엠티에 참석을 했다. 나는 솔찍히 기대를 했다.
엠티를 가면 밤에는 선배와 자게 된다. 모르는 척 선배에게 당해주고 싶었다. 사실 나는 그날 이후로 선배를 생각하며 자위도 했다. 죄책감은 있었지만, 그냥 자위하는 것보다 자극이 강했기에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선배는 술을 별로 마시지도 않았고, 엠티 첫날 선배 옆에 눕기는 했지만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덤빌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정체성에 대해서도 아직 부정하고 시픈 마음이었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마음에 선배를 안고 자기만 하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안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매몰찬 반응이었다. 선배가 매몰차게 뿌리쳤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그 때의 그 일은 단순한 장난이었던 것일까?
그것이 선배의 단순한 장난이라도 좋다. 그래도 좋으니 딱 한번만 선배를 안고 싶다.
이제 선배는 그런 장난을 하고 싶지 않은 걸까?
나는 마음이 몹시 혼란스럽고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선배를 이미 많이 좋아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미 그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 단순한 호감이라고 자신을 속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많은 성격이 아닌데... 오히려 남자답다는 소리를 듣는데...
나는 바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다음날 나는 선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날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혹시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어보지 않고서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선배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에 기회를 잡는 것은 쉬웠다.
" 상민 선배. "
" 왜? "
" 그 날은 왜 그랬나요? "
다행히 선배는 무슨 말이냐고 되묻거나 부인하지도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마음이 약해져 오히려 내가 얼버무렸을 지도 모른다.
"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그냥 그날은 널 만지고 싶어지더군. "
" ... 그게 다에요? "
" 그럼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내 장난에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해. 말로는 기분을 풀수 없다면 한대 쳐도 좋다! "
담담한 상민 선배의 말에 나는 긴장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절망했다.
' ... 역시나 그런 거구나... 혹시나 하고 마음이 두근거렸던 내가 바보였어... '
나는 말하고 싶었다. 단순한 장난인지 모르지만 나는 선배를 사랑한다고...
그러나 말할 수 없었다. 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데 말해 무었하랴... 헛물만 켠 것이다. 그래 이걸로 된거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챙피하게도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내 뺨에 눈물이 흐르기 전엔 내가 울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처럼 멍했다. 황급히 손으로 눈물을 훔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재빨리 돌아섰다. 바보 같은 모습은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가 갑자기 뒤에서 나를 안았다.
경직되어 있는 나에게 선배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 사내 자식이 울기는! 날 좋아하기라도 한거냐? "
" ... ... "
" 농담이야, 임마! 화풀어. "
상민선배는 전에 없이 다정한 표정으로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얼굴에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나를 바라보는 선배의 한없이 따스한 표정은 분명히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선배도 사실은 내게 끌리는 것이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선배를 와락 안았다. 선배는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나를 밀어냈다.
" 쓸대없는 생각하지마라. 그냥 내 좋은 후배로 있어줘라. 나도 되도록 선배 역할 할수 있도록 할테니까. "
" 그 이상은 안되나요? "
" ... 그 이상은... 곤란해... 왜냐하면... "
상민 선배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얼굴 숙여! "
나는 상민 선배의 말에 운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일행이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이라 그냥 지나쳤다.
" 선배! 나도 사실은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선배를... "
" 그만! 곤란하게 하지마.... 나도 네가 싫지는 않아.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어. "
나는 상민 선배가 완강히 차갑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선배의 태도로 보아 오늘 밤엔 차갑게 뿌리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체적 접촉부터 조금씩 수위를 올려가고 싶었다. 선배가 내가 싫지만 않다면 그러는 동안에 나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것이다.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은 딱 꼬집에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선배가 좋기는 하지만 게이가 되는 것은 싫다. 선배가 좋은 거지, 모든 남자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
" 선배, 오늘 밤에... 그때와 같이 장난도 치고 놀아요. "
내가 대담하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결코 말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선배의 안색은 굳어지지 않았다.
" 그 장난에 네가 지나친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심각해 지지 않는다는 약속만 한다면. "
" 네. 그러죠. "
선배의 마음도 나와 같고 다만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 나는 믿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점점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나중에 선배의 마음에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임을 알게된다. 하지만, 그것은 훗날의 일이다.
그렇게 선배의 승락을 받은 나는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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