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you - 너를 꿈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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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you -2-




"오빠 뭐해?"

방문이 열리고 영란이의 얼굴이 살그머니 방안으로 들어왔다. 재훈은 영란을 쓰윽 보고는 물고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리고는 리모콘을 들어 TV볼륨을 높였다. 영란을 무안했는지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영란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재훈은 TV를 꺼버렸다. 
재훈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남자를 지연이 있는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계속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재훈은 고개를 돌려 방구석에 처박아둔 돈뭉치를 쳐다보았다. 한동안을 그렇게 물끄러미 돈뭉치만 바라보던 재훈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선영아."
"바빠!"
"이년이 미쳤나."
"뭔데?"
"아까 그 샌님 갔냐?"
"누구? 아! 지연이 찾아온 애? 방금 나갔어."

그가 갔다는 소리에 재훈은 지연이 있는 방으로 갔다. 문을 열자 멍하니 앉아있는 지연이 눈에 들어왔다. 문여는 인기척에 놀라 재훈을 바라보는 지연의 눈은 젖어있었다. 재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렇게 담배연기가 방안에 펴지자 재훈이 입을 열었다.

"누구냐..."
"..."
"가족이냐?"
"..."
"짐 싸라. 내일 나머지 오백 가져오면 계산 끝난다."
"친구예요..."
"?"

끝내 입을 열 것 같지 않던 지연이 입을 열었다. 재훈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뒤통수만 보인 체로 지연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한때는 애인이었어요. 그 사람 가진 게 없어서 차버렸어요. 나 지금은 이 꼴이지만 한땐 잘 나가는 집 딸이었으니까..."
"..."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던데 아버지 사업 망하고 여기까지 오는데 일년도 안 걸렸어..."
"..."
"하하하.. 웃기죠? 저 병신 같은 게... 나한테 차인 주제에... 내가 여기 있다는 소리 용케 듣고 그동안 모은 돈 가지고 왔데요..."
",,,"
"저.. 병신이.. 저 병신이... 나 구한다고 지가 고생고생해서 모은 돈을 가지고 왔데..."
"..."

타 들어가는 담배를 물 생각도 못하고 있는 재훈의 앞에서 지연은 그렇게 입에는 웃음을 띄고는 눈으로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재훈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겁에 질려 이 골목까지 찾아 들어와 이젠 몸을 파는 옛 애인을 사가는 남자... 재훈은 조용히 일어나 그 방을 빠져나왔다. 문을 닿을 때쯤 방안 여인의 눈물은 통곡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삼촌, 지연이 진짜로 보낼꺼야?"
"그럼 돈 받고 사간다는 미친놈 있을 때 팔아버려야지..."
"그래? 아.. 부럽다..."
"왜? 너도 가고 싶냐? 그럼 너도 어디 가서 미친놈 하나 물어와라. 내가 싸게 팔 테니까."
"난 왜 싸게 파는데?"
"니가 얼굴이 되냐? 나이가 젊냐? 어서 처분해야지..."
"삼촌!"

선영이의 물음에 농을 하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재훈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비싼 값에 산다는 구매자가 나왔으니 팔아버리고 더 좋은 물건을 들여놓으면 된다는 정말 간단한 이치를 재훈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가게 밖으로 나와 주머니를 뒤졌다. 빈 담뱃갑만이 손에 잡혔다. 애꿎은 담뱃갑만 구겨 쥔 재훈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어느새 맞닿은 처마와 처마사이 좁은 하늘에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 Trrrrr... Trrrrrr... -

"여보쇼"
"어제 찾아갔던 사람입니다."
"어제 여기 온 남자가 한 두명이야?"
"지연이..."

밤장사하고 눈을 붙이고 얼마쯤 지났을까. 시끄러운 전화벨에 잠을 깬 재훈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어제 지연을 찾아온 그 사람이었다. 순간 재훈은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나머지 오백을 건네기 위해 만나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단 지연이 자신을 더 이상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기에 따로 만나서 돈을 줄 테니 지연을 보내달라는 이야기였다. 만날 약속을 하고 재훈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재훈은 지연의 방문을 열었다. 지연은 어젯밤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밤새 한 숨도 자지 않았던 모양이다.

"짐은 다 쌌냐?"

재훈의 물음에 지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하고 나와라."

지연의 방문을 닫고 재훈은 그 앞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어 물었다. 담배가 반쯤 타 들어갔을 때 방문이 열리고 여행용가방을 든 지연이 나왔다. 그녀는 옷장 속 깊이 감추어 두었던 수수한 스커트를 입고, 한 손에는 검은 구두를 들고 고개를 숙인 체 말없이 재훈을 따랐다.
두 사람은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에 닿을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큰길가에서 둘은 발걸음을 멈췄다. 재훈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봉투하나를 꺼내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연에게 건넸다. 놀란 눈으로 재훈을 올려다보는 지연의 눈을 피하며 재훈이 입을 열었다.

"당장 갈 곳도 없는 거 안다. 천이야. 받아둬라. 다신 만나지 말자..."

재훈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체, 멍하니 사라져 가는 재훈을 보는 눈만 젖어가고 있었다. 재훈이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뒤돌아 사람들 사이로 걸어나갔다.



"여기 오백이에요."
"..."

한낮의 인적이 드문 카페 안에는 알 수 없는 외국 노래가 낮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그는 재훈이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재훈을 맞았다. 식어버린 에스프레소 한잔이 그가 이곳에서 기다린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재훈은 이 곳이 불편했다. 그 거미줄 같은 골목이 그의 세상이었고 이런 밝은 세상은 그는 대해본 적이 드물었다.
악다구니 쓰는 사람들과 곳곳에 쏟아 놓은 오물들... 습한 공기 가득한 그 골목 밖 밝은 세상이 재훈은 부담스러웠다.
앞에 앉은 남자가 내민 돈꾸러미를 옆에 내려놓고는 재훈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재훈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앞에 앉은 남자에게 묻고 말았다.

"이름이 뭐냐?"

남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랐지만 곧 시선을 내려 깔고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황선우라고 해요."
"..."

재훈은 참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선우는 아무 말 없이 식어버린 커피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오랜 침묵을 힘겹게 깨고 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연이는..."
"보냈다. 어디로 갔는지는 나도 몰라."
"예."
"..."
"..."

다시 침묵이 두 사람을 감싸안았다. 재훈은 자기 자신을 알 수가 없었다. 받아야 할 오백도 받았고 계산을 끝났다. 하지만 쉬 일어날 수가 없었다.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선우를 물끄러미 보고있는 가슴이 답답해져만 가는데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순간 재훈은 선우가 오래 전, 저 세상 사람이 된 어머니를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선우를 바라보던 재훈에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지금도 사랑해?"
"예?"

지금도 사랑 하냐는 말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내색은 안 했지만 재훈은 속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래도 자리를 발리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를 하려고 하는 순간 선우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사랑하지 않아요."
"..."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대답에 재훈은 그 자리를 일어날 수가 없었다.

"너 또라이 아니냐? 병신아니냐구? 사랑하지도 않는 년을 삼천오백씩이나 주고 구해?"
"..."
"이거 완전 돌은 새끼 아니야?"

순간 재훈은 알지 못할 분노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서둘러 그 카페를 빠져나왔다. 참을 수가 없었다. 앞에 앉은 선우에 비해 더러운 자신이 비춰져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선우의 미련스러움이 아니라 그런 선우와는 너무나 다른 자신의 모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재훈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뿐이었다. 재훈은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있어야할 곳은 이런 밝은 땅이 아니라고...



"오빠, 어디갔다..? 오빠? 왜이래? 이거 놓고 가!"

가게 문 앞에 앉아있던 영란이 자리에서 다 일어나기도 전에 재훈은 영란의 팔목을 거칠게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재훈이 떠난 자리에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던 선우는 건너편 자리에 놓여있는 돈꾸러미를 발견하고는 창 밖으로 재훈이 사라진 거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는 돈꾸러미를 주워 가방 속에 넣고는 자신도 카페를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재훈이 사라져버린 방향을 쫓아 발걸음을 옮겼다.




"허억... 허억... 허억..."
"오빠! 아파!! 아악! 오빠아!!!!"
"아악!!! 하악... 하악.. 하앗... 하아...."
"흑.. 흑흑... 흐윽... 오빠아...."
"하아.. 하아..."

방안 여기 저리 널려있는 영란과 재훈의 옷가지들을 사이로 몸뚱이만 남은 영란의 몸 위에 쓰러져 재훈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영란의 눈에서는 말간 눈물이 흘러 눈가를 적시고 재훈의 뺨까지 적셨다. 영란의 입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신음도 한숨도 아닌 것이 낮게 쏟아져 나왔다. 재훈은 모든 걸 지워버리고 싶었다. 재훈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대로 잠들어 버리고 싶었다.
 




- 2편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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