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you - 너를 꿈꾸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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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you -3-
"엄마..."
낡은 흑백사진 속에는 고운 얼굴을 한 여인과 그녀의 품에 안겨 밝게 웃는 사내아이가 있었다. 재훈은 손에 든 빛 바랜 사진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재훈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진 세상을 등졌다. 고아라는 이유로 혼인신고도 하지 못했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식구들에게 쫓겨나 허름한 여관방에서 재훈을 낳았다. 그리고 몸도 추스르기 전에 찾은 곳이 진숙의 가게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어머니가 위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녀가 죽고 난 후, 재훈은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재훈은 사진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진을 넣은 후 재훈은 자시의 앞에 있는 낡은 구두코를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재훈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놓고 가셨어요."
"..."
선우의 손에는 그가 카페에 놓고 간 돈다발이 들려있었다. 재훈은 그제야 자신이 카페에서 돈을 옆에 내려두고는 그냥 뛰쳐나온 사실을 깨달았다. 재훈은 선우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선우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재훈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 돈을 재훈의 옆에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골목 저편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게문이 열리고 눈 밑이 부은 영란이 빼꼼히 고개를 내 밀었다.
"오빠.. 누구... 오빠?!"
재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선우가 사라진 골목을 향해 뛰었다. 영란은 알 수 없는 재훈의 행동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뭐해?"
"덕구오빠?"
"재훈이 없냐?"
"그게..."
언제 나타났는지 덕구가 재훈을 찾았다. 재훈을 찾는 덕구에게 영란은 말 대신 재훈이 사라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덕구도 영란을 따라 재훈이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재훈이는?"
"없던데?"
"없어?"
"어... 영란이는 애가 반쯤 정신이 나갔던데?"
"그년은 왜 또?"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런데 엄마는 재훈이는 왜 그렇게 찾아?"
"니가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냥..."
"뒹굴 거리지 좀 말고 좀 돌아 댕겨. 오늘 학교 안가?"
"오늘 강의 없어."
"너나 재훈이나, 이 동네에 오래있어 봤자 좋은 거 없어..."
"엄마..."
진숙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덕구도 그런 진숙에게 더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훈의 생각...
"헉헉... 존나 빠르네..."
거미줄 같은 골목을 얼마나 뒤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선우의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골목에는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조차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재훈은 이미 온 몸에 힘이 없었다. 재훈은 선우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재훈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선우가 집안으로 발을 들여놨다. 불하나 켜지지 않은 어두운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하지만 선우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어두운 집을 지키던 사람은 선우의 어머니, 현자였다.
"선우니?"
"예."
"늦었구나."
"예, 저녁은 드셨어요?"
"그럼 내가 끼니 거르는 거 봤니? 너는?"
"저도 먹고 들어왔어요."
"만난다는 사람은 만나고?"
"예."
"목소리가 피곤하게 들린다. 쉬어라."
"예. 어머니도 편히 쉬세요."
현자는 선우를 보며 자상하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현자의 두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는 익숙한 듯 벽에 한 손을 대고 조심스럽게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지만 불켜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아주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지직 거리는 노랫소리만이 고요한 집안에 맴돌고 있었다.
요를 깔고 그 위에 몸을 누인 선우는 피곤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질 않았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순간 자신이 그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처음 그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선우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때였다. 선우의 눈에 골목 저 쪽 끝에 벽에 기대어 담배연기를 내 뿜는 한 사내가 들어왔다. 텅빈 것 같은 검은 눈동자에 내뿜은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그를 감싸 돌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두려웠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만큼은 두려움이 아닌 조금은 다른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를 지연의 가게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선우는 오늘 밤, 쉬 잠들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눈을 감았다.
"선영아, 니가 알아서 시간 되면 개시해라."
"삼촌, 어디가게?"
진숙의 밑에서부터 같이 일하지도 벌써 5년이 지난 선영은 가끔 재훈의 좋은 파트너였다. 그녀는 이 바닥 일에는 오래 전부터 도가 터, 가끔은 재훈보다도 더 좋은 수완을 보여주곤 했다. 비록 재훈에게는 삼촌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다른 이들을 의식한 것이었고,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는 둘은 친구나 다름없었다.
가게를 선영에게 맡긴 재훈은 정처 없이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땅바닥만 보며 걸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어느새 재훈은 큰길에 나와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재훈은 아무런 목적지고 없이 사람사이에 묻어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때었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재훈은 태어나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북적이는 거리, 사람들 사이로 재훈의 뒷모습이 점점 사라져 갔다.
"나갔다구요?"
"방금 나갔는데? 무슨 일이야?"
"아닙니다. 안녕히 계세요..."
선우는 선영에게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천천히 걸었다. 재훈이 없다는 얘기에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여기까지 오는데도 망설이고 또 망설이며 찾아왔던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황선우.. 너 미친거야.. 만나서 뭐하게... 할말도 없잖아...'
선우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재훈을 만나면 뭐라고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일까. 지금까지 단 세 번 만난 사람이다. 그것도 결코 좋은 기억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기억만 남긴 사람인데... 하지만 선우는 그냥 그 어떤 생각보다도 그저 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아..."
낮은 한숨이 선우의 입에서 새어나와 땅에 부딪혀 튀어 올랐다.
"황선우... 너 미쳤구나..."
재훈은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름 모를 거리의 한 복판,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새워져있던 조각처럼 굳어버렸다. 얼마나 걸었는지.. 어디까지 걸어온 건지... 여기가 어디인지... 재훈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자기 자신조차도 지워져 가는 것만 같았다. 재훈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아... 성재훈... 이 병신새끼, 니가 드디어 맛이 가는구나...."
우두커니 서있는 재훈의 머리 위, 빌딩들 사이로 저녁 해가 붉은 노을로 타오르며 꿈꾸는 듯 했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 3편 end -
"엄마..."
낡은 흑백사진 속에는 고운 얼굴을 한 여인과 그녀의 품에 안겨 밝게 웃는 사내아이가 있었다. 재훈은 손에 든 빛 바랜 사진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재훈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진 세상을 등졌다. 고아라는 이유로 혼인신고도 하지 못했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식구들에게 쫓겨나 허름한 여관방에서 재훈을 낳았다. 그리고 몸도 추스르기 전에 찾은 곳이 진숙의 가게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어머니가 위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녀가 죽고 난 후, 재훈은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재훈은 사진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진을 넣은 후 재훈은 자시의 앞에 있는 낡은 구두코를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재훈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놓고 가셨어요."
"..."
선우의 손에는 그가 카페에 놓고 간 돈다발이 들려있었다. 재훈은 그제야 자신이 카페에서 돈을 옆에 내려두고는 그냥 뛰쳐나온 사실을 깨달았다. 재훈은 선우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선우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재훈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 돈을 재훈의 옆에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골목 저편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게문이 열리고 눈 밑이 부은 영란이 빼꼼히 고개를 내 밀었다.
"오빠.. 누구... 오빠?!"
재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선우가 사라진 골목을 향해 뛰었다. 영란은 알 수 없는 재훈의 행동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뭐해?"
"덕구오빠?"
"재훈이 없냐?"
"그게..."
언제 나타났는지 덕구가 재훈을 찾았다. 재훈을 찾는 덕구에게 영란은 말 대신 재훈이 사라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덕구도 영란을 따라 재훈이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재훈이는?"
"없던데?"
"없어?"
"어... 영란이는 애가 반쯤 정신이 나갔던데?"
"그년은 왜 또?"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런데 엄마는 재훈이는 왜 그렇게 찾아?"
"니가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냥..."
"뒹굴 거리지 좀 말고 좀 돌아 댕겨. 오늘 학교 안가?"
"오늘 강의 없어."
"너나 재훈이나, 이 동네에 오래있어 봤자 좋은 거 없어..."
"엄마..."
진숙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덕구도 그런 진숙에게 더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훈의 생각...
"헉헉... 존나 빠르네..."
거미줄 같은 골목을 얼마나 뒤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선우의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골목에는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조차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재훈은 이미 온 몸에 힘이 없었다. 재훈은 선우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재훈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선우가 집안으로 발을 들여놨다. 불하나 켜지지 않은 어두운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하지만 선우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어두운 집을 지키던 사람은 선우의 어머니, 현자였다.
"선우니?"
"예."
"늦었구나."
"예, 저녁은 드셨어요?"
"그럼 내가 끼니 거르는 거 봤니? 너는?"
"저도 먹고 들어왔어요."
"만난다는 사람은 만나고?"
"예."
"목소리가 피곤하게 들린다. 쉬어라."
"예. 어머니도 편히 쉬세요."
현자는 선우를 보며 자상하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현자의 두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는 익숙한 듯 벽에 한 손을 대고 조심스럽게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지만 불켜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아주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지직 거리는 노랫소리만이 고요한 집안에 맴돌고 있었다.
요를 깔고 그 위에 몸을 누인 선우는 피곤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질 않았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순간 자신이 그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처음 그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선우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때였다. 선우의 눈에 골목 저 쪽 끝에 벽에 기대어 담배연기를 내 뿜는 한 사내가 들어왔다. 텅빈 것 같은 검은 눈동자에 내뿜은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그를 감싸 돌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두려웠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만큼은 두려움이 아닌 조금은 다른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를 지연의 가게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선우는 오늘 밤, 쉬 잠들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눈을 감았다.
"선영아, 니가 알아서 시간 되면 개시해라."
"삼촌, 어디가게?"
진숙의 밑에서부터 같이 일하지도 벌써 5년이 지난 선영은 가끔 재훈의 좋은 파트너였다. 그녀는 이 바닥 일에는 오래 전부터 도가 터, 가끔은 재훈보다도 더 좋은 수완을 보여주곤 했다. 비록 재훈에게는 삼촌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다른 이들을 의식한 것이었고,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는 둘은 친구나 다름없었다.
가게를 선영에게 맡긴 재훈은 정처 없이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땅바닥만 보며 걸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어느새 재훈은 큰길에 나와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재훈은 아무런 목적지고 없이 사람사이에 묻어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때었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재훈은 태어나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북적이는 거리, 사람들 사이로 재훈의 뒷모습이 점점 사라져 갔다.
"나갔다구요?"
"방금 나갔는데? 무슨 일이야?"
"아닙니다. 안녕히 계세요..."
선우는 선영에게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천천히 걸었다. 재훈이 없다는 얘기에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여기까지 오는데도 망설이고 또 망설이며 찾아왔던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황선우.. 너 미친거야.. 만나서 뭐하게... 할말도 없잖아...'
선우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재훈을 만나면 뭐라고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일까. 지금까지 단 세 번 만난 사람이다. 그것도 결코 좋은 기억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기억만 남긴 사람인데... 하지만 선우는 그냥 그 어떤 생각보다도 그저 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아..."
낮은 한숨이 선우의 입에서 새어나와 땅에 부딪혀 튀어 올랐다.
"황선우... 너 미쳤구나..."
재훈은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름 모를 거리의 한 복판,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새워져있던 조각처럼 굳어버렸다. 얼마나 걸었는지.. 어디까지 걸어온 건지... 여기가 어디인지... 재훈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자기 자신조차도 지워져 가는 것만 같았다. 재훈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아... 성재훈... 이 병신새끼, 니가 드디어 맛이 가는구나...."
우두커니 서있는 재훈의 머리 위, 빌딩들 사이로 저녁 해가 붉은 노을로 타오르며 꿈꾸는 듯 했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 3편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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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프롤로그..............
일필휘지 처럼 느껴 집니다.
단번에 세편을 읽고 나니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지금 후편을 쓰시는지 기대 합니다.
일필휘지 처럼 느껴 집니다.
단번에 세편을 읽고 나니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지금 후편을 쓰시는지 기대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