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you - 너를 꿈꾸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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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you -4-
"미친 새끼..."
"..."
"이번엔 또 뭐야? 이번엔 또 뭐냐구?"
"..."
"너 정말 왜 이러니?"
"..."
"야! 이 병신새끼야! 주둥아리는 폼으로 달았냐?"
"..."
"너 지금 나 가지고 장난하는거지? 너 심심하니? 나랑 놀고싶어?"
"..."
"야! 이 미친 새끼야!"
진숙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나게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 앞에 앉은 재훈의 아무렇지도 않는 모습에 진숙은 한층 더 사나운 말들을 뱉어냈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진숙은 중학교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학교에 불려 다녔다. 겨우겨우 사정을 해 중학교 졸업장은 받아냈지만 고등학교는 무리였다. 어떤 날은 죽기 직전까지 패기도 했었고, 붙잡고 앉아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누르고 타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재훈은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았다. 결국 지는 쪽은 언제나 진숙이었다.
진숙이 제풀에 지쳐 가분 숨을 몰아쉴 때 였다. 재훈이 구부정하게 앉아있던 몸을 앉아 기지개를 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재훈을 말없이 쳐다보는 진숙을 향해 재훈은 한마디만 남긴 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 문열러 가우."
진숙은 기가 막혀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멀어져가는 재훈의 뒤통수만 바라보았다. 문뜩 정신을 차린 진숙의 분노는 어느새 한숨으로 바뀌어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던 진숙은 오래되 낡은 앨범하나를 선반에서 내렸다.
앨범을 열고 몇 장을 넘기자 빛 바랜 사진 하나가 보였다. 손을 마주잡고 앉은 두 여인... 사진 속의 한 여인은 분명 진숙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잡고 있던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재훈의 어머니였다. 진숙의 거친 손이 맑은 사진위로 스쳐 지나갔다. 좁은 방안 가득히 진숙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윤희야... 이 박복한 년아... 니 아들 좀 잡아봐라. 어? 너도 눈이 있으면 저 새끼 꼬락서니 좀 봐라... 저게 사람새끼냐? 낮도깨비지... 이 년아... 이 박복한 년아...."
눈물조차 말라버린 진숙의 눈에는 그리움과 이미 오래 지난 옛 기억들만이 쓸쓸하게 묻어났다.
"뭐하냐?"
뿌옇게 흩지는 담배연기를 뚫고 재훈에게 말을 건낸 이는 덕구였다. 덕구를 한번 쳐다본 재훈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덕구에게 내 밀었다. 하지만 덕구는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재훈은 담배를 거둬 다시 주머니 속에 구겨 넣었다. 덕구는 아무 말 없이 재훈의 옆에 앉았다. 둘 사이의 이 침묵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속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이 고요함을 깨려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귀찮게 구는 법도 없었다. 둘은 말은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를 알 수 있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는 않았지만 둘은 형제였다. 그렇게 복잡한 골목의 한 귀퉁이에 담배연기만 뿌옇게 흩어졌다.
"덕구오빠..."
"왜?"
대낮의 골목은 조용하다. 밤 장사하는 곳이라 대부분 사람들은 낮이 밤이다. 어두운 재훈의 27호 가게에도 따사로운 볕이 드는 곳이 있다. 손바닥만한 창이지만 그곳으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은 제법 쓸만했다. 그 햇살 속에 덕구가 한가롭게 누워있었다. 그 옆에서 손톱에 정성스럽게 매니큐어를 바르던 영란이 덕구에게 물었다. 그녀는 신경을 반은 손톱에 반은 덕구에게 묻는 질문에 나눠두고 있어서 그런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요즘... 재훈... 오빠... 무슨일... 있어?"
"재훈이 새끼? 글쎄다... 하긴 괴팍하던 놈 더 괴팍스러워지긴 했다."
"이상..해..."
"뭐가?"
"요즘... 오빠가... 내 방에... 안 와..."
"딴 년이 생겼나보지... 얼빠진 거 보니까 그년이 재훈이 싫다고 그러나보네.. 클클"
"딴 년!"
바닥에 놓아둔 매니큐어 통이 엎어져 붉은 매니큐어를 노오란 장판 위에 피처럼 토해놓았다. 갑작스러운 영란의 반응에 누워있던 덕구가 벌떡 일어났다. 덕구는 영란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분노에 찬 영란의 눈빛에 덕구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영란이 재훈을 저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 선생님!"
"어!?"
"무슨 생각하세요?"
"아니야.. 왜?"
"이것 좀 봐주세요."
"그래. 한 번 보자."
선우는 요 몇 일 사이, 넋을 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이상하게도 대부분 어렴풋이 누군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는 선우 자신조차도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여기랑 여기가 톤이 똑같지? 여기는 꺾이는 부분이니까 그림자가 확실하게 들어가 줘야해.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지?"
"예."
학원에서도 선우는 말이 별로 없었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닌 그 이상의 수다를 떠는 법이 드물었다. 그래서 선우가 보조선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학원에 다른 누구보다도 실력 있고 가르치는 일만큼은 누구보다도 꼼꼼하기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단지 대하기 어려운 사람일뿐...
선우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앞에 놓인 캔커피를 만지작 걸리다 놓고 다시 만지작거리고... 누가 보아도 평소의 선우와는 확연히 틀린 모습이었다.
"선우선생? 어디 아퍼?"
학원 전임강사인 윤경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녀는 선우가 학생신분으로 이 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를 가르치던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재미있고 유쾌했으며 싹싹한 사람이었다. 내성적인 선우가 학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 것도 그녀였다.
"아니요."
"아니긴? 흐음.. 집에 안 좋은 일 있는 거야?"
"아니요.. 아니에요."
"그래? 어깨 좀 펴. 비 쫄딱 맞은 동네 똥개 같잖아..."
"예? 똥개요?"
"농담이지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농담을 하는 윤경의 모습에 어느새 선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지각하지말고.... 내일 보자."
밤 10시 학원이 끝나고 시끌벅적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내놓고 선우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선우의 눈에 공중전화부스가 보였다. 순간 선우는 주머니 속 지갑에 손이 갔다. 그때, 신호등에 파란불이 틀어왔다. 파란불의 신호등과 공중전화부스를 번갈아 쳐다보던 선우는 고민을 끝내고 내리고 걸음을 옮겼다.
- Trrrrr... Trrrrr.... -
공중전화부스 안...
선우의 앞에는 들은 것이라곤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몇 장밖에 없는 그의 낡은 지갑과 접었던 자국이 선명한 종이 위에 적힌 전화번호이었다.
"여보쇼?"
익숙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선우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렇게 한마디도 말하지 못한 선우의 손에 들린 수화기 넘어로 어느새 차가운 기계음이 새어 나왔다.
- 4편 end -
"미친 새끼..."
"..."
"이번엔 또 뭐야? 이번엔 또 뭐냐구?"
"..."
"너 정말 왜 이러니?"
"..."
"야! 이 병신새끼야! 주둥아리는 폼으로 달았냐?"
"..."
"너 지금 나 가지고 장난하는거지? 너 심심하니? 나랑 놀고싶어?"
"..."
"야! 이 미친 새끼야!"
진숙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나게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 앞에 앉은 재훈의 아무렇지도 않는 모습에 진숙은 한층 더 사나운 말들을 뱉어냈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진숙은 중학교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학교에 불려 다녔다. 겨우겨우 사정을 해 중학교 졸업장은 받아냈지만 고등학교는 무리였다. 어떤 날은 죽기 직전까지 패기도 했었고, 붙잡고 앉아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누르고 타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재훈은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았다. 결국 지는 쪽은 언제나 진숙이었다.
진숙이 제풀에 지쳐 가분 숨을 몰아쉴 때 였다. 재훈이 구부정하게 앉아있던 몸을 앉아 기지개를 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재훈을 말없이 쳐다보는 진숙을 향해 재훈은 한마디만 남긴 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 문열러 가우."
진숙은 기가 막혀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멀어져가는 재훈의 뒤통수만 바라보았다. 문뜩 정신을 차린 진숙의 분노는 어느새 한숨으로 바뀌어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던 진숙은 오래되 낡은 앨범하나를 선반에서 내렸다.
앨범을 열고 몇 장을 넘기자 빛 바랜 사진 하나가 보였다. 손을 마주잡고 앉은 두 여인... 사진 속의 한 여인은 분명 진숙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잡고 있던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재훈의 어머니였다. 진숙의 거친 손이 맑은 사진위로 스쳐 지나갔다. 좁은 방안 가득히 진숙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윤희야... 이 박복한 년아... 니 아들 좀 잡아봐라. 어? 너도 눈이 있으면 저 새끼 꼬락서니 좀 봐라... 저게 사람새끼냐? 낮도깨비지... 이 년아... 이 박복한 년아...."
눈물조차 말라버린 진숙의 눈에는 그리움과 이미 오래 지난 옛 기억들만이 쓸쓸하게 묻어났다.
"뭐하냐?"
뿌옇게 흩지는 담배연기를 뚫고 재훈에게 말을 건낸 이는 덕구였다. 덕구를 한번 쳐다본 재훈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덕구에게 내 밀었다. 하지만 덕구는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재훈은 담배를 거둬 다시 주머니 속에 구겨 넣었다. 덕구는 아무 말 없이 재훈의 옆에 앉았다. 둘 사이의 이 침묵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속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이 고요함을 깨려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귀찮게 구는 법도 없었다. 둘은 말은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를 알 수 있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는 않았지만 둘은 형제였다. 그렇게 복잡한 골목의 한 귀퉁이에 담배연기만 뿌옇게 흩어졌다.
"덕구오빠..."
"왜?"
대낮의 골목은 조용하다. 밤 장사하는 곳이라 대부분 사람들은 낮이 밤이다. 어두운 재훈의 27호 가게에도 따사로운 볕이 드는 곳이 있다. 손바닥만한 창이지만 그곳으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은 제법 쓸만했다. 그 햇살 속에 덕구가 한가롭게 누워있었다. 그 옆에서 손톱에 정성스럽게 매니큐어를 바르던 영란이 덕구에게 물었다. 그녀는 신경을 반은 손톱에 반은 덕구에게 묻는 질문에 나눠두고 있어서 그런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요즘... 재훈... 오빠... 무슨일... 있어?"
"재훈이 새끼? 글쎄다... 하긴 괴팍하던 놈 더 괴팍스러워지긴 했다."
"이상..해..."
"뭐가?"
"요즘... 오빠가... 내 방에... 안 와..."
"딴 년이 생겼나보지... 얼빠진 거 보니까 그년이 재훈이 싫다고 그러나보네.. 클클"
"딴 년!"
바닥에 놓아둔 매니큐어 통이 엎어져 붉은 매니큐어를 노오란 장판 위에 피처럼 토해놓았다. 갑작스러운 영란의 반응에 누워있던 덕구가 벌떡 일어났다. 덕구는 영란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분노에 찬 영란의 눈빛에 덕구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영란이 재훈을 저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 선생님!"
"어!?"
"무슨 생각하세요?"
"아니야.. 왜?"
"이것 좀 봐주세요."
"그래. 한 번 보자."
선우는 요 몇 일 사이, 넋을 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이상하게도 대부분 어렴풋이 누군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는 선우 자신조차도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여기랑 여기가 톤이 똑같지? 여기는 꺾이는 부분이니까 그림자가 확실하게 들어가 줘야해.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지?"
"예."
학원에서도 선우는 말이 별로 없었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닌 그 이상의 수다를 떠는 법이 드물었다. 그래서 선우가 보조선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학원에 다른 누구보다도 실력 있고 가르치는 일만큼은 누구보다도 꼼꼼하기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단지 대하기 어려운 사람일뿐...
선우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앞에 놓인 캔커피를 만지작 걸리다 놓고 다시 만지작거리고... 누가 보아도 평소의 선우와는 확연히 틀린 모습이었다.
"선우선생? 어디 아퍼?"
학원 전임강사인 윤경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녀는 선우가 학생신분으로 이 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를 가르치던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재미있고 유쾌했으며 싹싹한 사람이었다. 내성적인 선우가 학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 것도 그녀였다.
"아니요."
"아니긴? 흐음.. 집에 안 좋은 일 있는 거야?"
"아니요.. 아니에요."
"그래? 어깨 좀 펴. 비 쫄딱 맞은 동네 똥개 같잖아..."
"예? 똥개요?"
"농담이지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농담을 하는 윤경의 모습에 어느새 선우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지각하지말고.... 내일 보자."
밤 10시 학원이 끝나고 시끌벅적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내놓고 선우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선우의 눈에 공중전화부스가 보였다. 순간 선우는 주머니 속 지갑에 손이 갔다. 그때, 신호등에 파란불이 틀어왔다. 파란불의 신호등과 공중전화부스를 번갈아 쳐다보던 선우는 고민을 끝내고 내리고 걸음을 옮겼다.
- Trrrrr... Trrrrr.... -
공중전화부스 안...
선우의 앞에는 들은 것이라곤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몇 장밖에 없는 그의 낡은 지갑과 접었던 자국이 선명한 종이 위에 적힌 전화번호이었다.
"여보쇼?"
익숙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선우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렇게 한마디도 말하지 못한 선우의 손에 들린 수화기 넘어로 어느새 차가운 기계음이 새어 나왔다.
- 4편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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