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길들이기(1)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감사합니다...정말..."
그는 내게 연신 감사의 말을 건네며 그 뜨거운 소머리국밥을 게걸스럽게 입 속에 들이 붇는다.
"체 하겠어요. 천천히 드세요."
"습관이 돼서... 죄송합니다...."
방금 사우나를 하고 나서인지 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린 피부지만 제법 광택이 났다.
조금 전만 해도 땟국물 줄줄 흐르는 얼굴이었는데...
지저분한 옷말고는 그의 어디를 보아도 노숙자 같지 않았다.

 회사 근처 오피스텔로 이사 온지 6개월...
도보로 출퇴근하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항시 지나다니던 역 앞...
그곳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는 그들을 눈여겨보게 하는 이유는 대여섯명의 사람중...
노숙자라 하기엔 너무 앳되고 귀여운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퇴근하는 길에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나의 호의에 감사하듯 시키는 대로 먼저 목욕과 이발을 하고 나서 식사를 하는 중이다.

 "히힛~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술 한잔하겠어요??" 토요일인데...
"저야 좋지만...초면에 너무 많은 실례를..."
 그의 겸연쩍은 미소엔 감사와 어색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 어색함이 나를 더욱 소년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그를 이끌고 근처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았다.
소주병이 비어 가면서 그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그동안 살아온 그의 어려웠던 일들을 들려  주었다.

그의 이름은 강 동필, 나이 36세...178에 85...다부진 체구의 소유자다.
그는 친한 친구들과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부채만 잔뜩 가진 신용 불량자가 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여자고 결혼이고...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여자 손 한번 안 잡아봤다는 그...
술 때문인지 홍조를 띄운 그의 얼굴... 사회에 대한 그의 열변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가 나를 또다시 소년시절로 돌려보내고 있다.

내 나이 이제 마흔...
그와 엇비슷한 키와 몸무게지만 내 배는 그와는 딴판인걸...
언제 그리 세월이 빨리 지나갔는지...
마음은 아직도 까까머리에 학생모를 눌러쓴 그 시절 그대로인데...
거울을 통해본 내 모습은 영락없는 중년의 셀러리맨 그자체인 것을...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살고도 싶었지만 남자를 좋아하는 나로선 혼자의 삶을 택했다.
후회는 없다. 그동안 나를 스쳐간 몇몇의 가슴아픈 남자들...
이젠 사람 만나는 게 겁이 난다...
하지만, 그를 본 후엔 억눌린 나의 욕망이 다시 꿈틀거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지막이다. 작심을 하고 그에게 대시 해 보는 거야...
그래... 마지막 희망이다 싶어 그를 이반으로 길들여 보기로 한 것이다.

소주 세 병을 비운 뒤 자리를 접었다.
둘 다 기분이 좋을 만큼 취기가 생겼다.
서로의 어색함도 없어지고...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나는 그를 내 오피스텔로 안내했다.

"와~~ 형님 멋진 곳에 사네요..."
"남자 혼자 사는 집 다 그렇지뭐..."
"에잉~~형님 넘 깔끔떤다...혹시 숨겨 논 형수 있는 건 아니에요?"
"자식~~ 옷이나 벗어서 여기 담아놔... "

검은 비닐봉투 하나를 건네곤, 나도 옷을 벗었다.
내가 술상을 차리고있자 그는 지저분한 허물을 하나둘씩 벗어 비닐봉지에 접어 넣었다.
둘 다 팬티차림으로 앉아 맥주 잔을 기울이며 못 다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그가 말을 하는 동안 내시 선은 자꾸만 그의 가랑이 사이로 흘러갔다.
아닌 척 아닌 척 하면서 나의 시선은 그의 전신을 훑고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건성으로 대화를 하며 나의 머릿속엔 온통 그의 나체를 상상하고 있었다.
툭하니 불거져나온 그의 사타구니...
어슴푸레 그 윤곽이 잡히는 듯 하다.
언뜻 보기에도 상당한 대물인 듯 했다.
'어떻게 하지??' 도무지 무얼 어떻게 그에게 설명 해야하나...
남자와의 잠자리를 그가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괜히 섣부르게 행동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는데...
재미난 이야기라도 나올 참이면 박장대소를 하며 그의 허벅지 부근을 만져보았다.
전기가 오는 듯 짜릿하다...
가슴은 두방망이질을 해대고 마른침을 겨우 넘겼다.
어쩌지....이젠 어쩌지....

"형!! 형!!"
"어 왜?"
다른 생각에 빠져 그의 말을 놓친 모양이다.
"에잉~~ 술 떨어졌어요~~수~울!!"
아직도 술이 부족한지 발그레한 얼굴로 말했다.
"동필아! 니가 나가서 좀더 사올래? 난 한번 들어오면 귀찮아서..."
"형님도 참! 저기 조오은 술이 즐비한데 뭐하러 나갔다와요!!"
동필이 손짓한곳은 장식장에 모아놓은 양주들이었다.
좋은날 좋은 사람과 같이 먹고 싶었기에...
동필이 나의 좋은 사람이 되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취하기만 한다면...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