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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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런 사람도 있나요?”
기습적인 질문을 받고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질문의 의도가 ‘그런 사람’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라면, 분명 그 앞에
‘그런 사람’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가 있을 법한데 미처 듣지 못했던 거다.
“그런 사람이라니?”
나는 귀담아 듣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그런 일이 잦다. 도무지 한 곳에 의식을 집중할 수가 없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두툼한 쇠몽댕이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아찔했다.
내 의식과는 별도로…, 아니 분명 어떤 의식의 결과로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벌써부터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그런데 문득,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얼까.
지금 대화와 터럭의 일단도 관련을 맺지 못하고 있는 그가 어떤 연유로 해서
이 대화 속에 의미 있는 한 관계자로 등장하려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만약 이 대화가 ‘건강을 위한 아침 운동’이거나 ‘체격 조건이 좋은 남성’에 관한
것이었다면 무방하였을 거다. 그랬다면 그 사람은 좋은 선례적 인물로
충분히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질문을 한 학생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밖에 다른 녀석들은 별 관심 없다는 듯 저희들끼리 히히덕거리며
나를 외면했다.
군계일학, 문자 그대로 질문을 마친 학생은 뭇 아이들과는 뭔가 남달라 보였다.
꼭 유난한 피부 때문에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날렵한 턱선과
오똑한 코와 서구적으로 깊숙이 들어간 눈두덩 때문만도 아니었다.
주먹을 맞대고 서 있는 사내들이 그렇듯 학생의 두 눈에서는 강렬한 안광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이 녀석을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녀석만이 지닌 특별함을 설명하기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건 말하기 곤란한 어떤 감(感)이라고 생각한다. 녀석이 지니고 있는 기운과
내가 지닌 기운이 천공에 떠올라 서로 감응하는 중, 그 여파로 스르르
깨달아지는 그런 것 말이다.
강한 안광을 내쏘던 녀석의 볼이 발갛게 익었다.
처음엔 목 주위만 눈에 띨 듯 말 듯 발갛게 변색하는가 싶더니 이내
얼굴 전체로 확산되어 어느 순간 녀석의 얼굴은 시뻘건 하게 익어 있었다.
평소 내성적인 학생들이 대개 그런 경향을 보였다.
질문 한번 하고는 그 대답도 미처 알아들을 수 없을 만치
혼자 당황해 버리고 마는. 나 역시도 그런 인간형이니까.
그 때 만약, 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녀석의 몸은 어떻게 됐을까.
시뻘건 불이 되거나 재가 되고 말았겠지.
그러나 정작 종이 울리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녀석을 그리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지금 여기에 앉아 바쁘게 주둥이를 놀리고 있는 나 자신임을.
나는 녀석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차라리 뚫어 버리려고 했던 거다.
기습적인 질문을 받고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질문의 의도가 ‘그런 사람’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라면, 분명 그 앞에
‘그런 사람’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가 있을 법한데 미처 듣지 못했던 거다.
“그런 사람이라니?”
나는 귀담아 듣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그런 일이 잦다. 도무지 한 곳에 의식을 집중할 수가 없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두툼한 쇠몽댕이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아찔했다.
내 의식과는 별도로…, 아니 분명 어떤 의식의 결과로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벌써부터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그런데 문득,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얼까.
지금 대화와 터럭의 일단도 관련을 맺지 못하고 있는 그가 어떤 연유로 해서
이 대화 속에 의미 있는 한 관계자로 등장하려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만약 이 대화가 ‘건강을 위한 아침 운동’이거나 ‘체격 조건이 좋은 남성’에 관한
것이었다면 무방하였을 거다. 그랬다면 그 사람은 좋은 선례적 인물로
충분히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질문을 한 학생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밖에 다른 녀석들은 별 관심 없다는 듯 저희들끼리 히히덕거리며
나를 외면했다.
군계일학, 문자 그대로 질문을 마친 학생은 뭇 아이들과는 뭔가 남달라 보였다.
꼭 유난한 피부 때문에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날렵한 턱선과
오똑한 코와 서구적으로 깊숙이 들어간 눈두덩 때문만도 아니었다.
주먹을 맞대고 서 있는 사내들이 그렇듯 학생의 두 눈에서는 강렬한 안광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이 녀석을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녀석만이 지닌 특별함을 설명하기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건 말하기 곤란한 어떤 감(感)이라고 생각한다. 녀석이 지니고 있는 기운과
내가 지닌 기운이 천공에 떠올라 서로 감응하는 중, 그 여파로 스르르
깨달아지는 그런 것 말이다.
강한 안광을 내쏘던 녀석의 볼이 발갛게 익었다.
처음엔 목 주위만 눈에 띨 듯 말 듯 발갛게 변색하는가 싶더니 이내
얼굴 전체로 확산되어 어느 순간 녀석의 얼굴은 시뻘건 하게 익어 있었다.
평소 내성적인 학생들이 대개 그런 경향을 보였다.
질문 한번 하고는 그 대답도 미처 알아들을 수 없을 만치
혼자 당황해 버리고 마는. 나 역시도 그런 인간형이니까.
그 때 만약, 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녀석의 몸은 어떻게 됐을까.
시뻘건 불이 되거나 재가 되고 말았겠지.
그러나 정작 종이 울리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녀석을 그리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지금 여기에 앉아 바쁘게 주둥이를 놀리고 있는 나 자신임을.
나는 녀석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차라리 뚫어 버리려고 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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