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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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건, 신춘문예 당선작이 문화면을 가득 메우던
올 초였다. 미칠 만큼 문학에 심취해 본 적은 없어도 채 식지 않은 열정 탓에
나는 그 날 유달리 마음이 설렜다.
당선작을 꼼꼼히 읽어 보고, 작은 사진 옆에 짤막하게 소개된 당선 소감문에
특히 주목하면서. 하지만 정작 유달리 마음이 설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그 날은 내 운명이 어느 한 쪽으로 판가름 나는 날이었다.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수험 번호를 대기까지. 아, 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오히려 천둥은 참을 만 했다. 그리고 이어서
재차 수험표를 확인하던 안내원. 면상 앞이었다면 그 뭉그적거리는 거동에
발길질을 해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예민했던 만큼이나 기쁨은 컸다.
하복부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희열을 나는 좀처럼 가눌 수 없었다.
어떤 공간이 필요했다. 소리의 잔향이 부딪히지 않고 곧게 뻗어나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마음껏 달려도 미친 사람 보듯 뜨악하게 뵈지 않을 공간.
그 희열은 이미 전화선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였던 거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던 거다. 그리고 거기서 그를 만난 거다.
집에 돌아온 나는 여전히 들떠 있었지만 그게 진심인지는 스스로도 의심스러웠다.
전신에 비친 내 얼굴은 여전히 들떠 있었지만, 그건 배우의 표정이었고 몸짓이었다.
가족과 함께 나간 외식 자리에서는 헷갈리기까지 했다.
아버지가 내민 소주잔을 연거푸 받아 마신 덕에 흥건하게 취한 후에는
허망한 마음까지 들었다. 무엇이 그 자리를 들뜨게 만드는지…, 식구들은 모두
알고 있다는 표정인데 정작 본인은 알 수 없었을 정도였으니.
“내일은 시간 비워 둬라 먼저 정장부터 두어 벌 맞춰야겠다.”
“우리 막내, 선생님 되신 거 축하해.”
“처음부터 애들은 단단하게 잡아야 한다.”
“그러다가 애 잡을 일 있어? 적당히 하라고.”
“어디 쟤 성격이 애 잡을 성격이야?”
평소에는 거의 입에도 되지 않던 소주를 두 잔이나 마신 어머니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연신 내 등을 쓰다듬었다.
올 초였다. 미칠 만큼 문학에 심취해 본 적은 없어도 채 식지 않은 열정 탓에
나는 그 날 유달리 마음이 설렜다.
당선작을 꼼꼼히 읽어 보고, 작은 사진 옆에 짤막하게 소개된 당선 소감문에
특히 주목하면서. 하지만 정작 유달리 마음이 설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그 날은 내 운명이 어느 한 쪽으로 판가름 나는 날이었다.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수험 번호를 대기까지. 아, 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오히려 천둥은 참을 만 했다. 그리고 이어서
재차 수험표를 확인하던 안내원. 면상 앞이었다면 그 뭉그적거리는 거동에
발길질을 해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예민했던 만큼이나 기쁨은 컸다.
하복부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희열을 나는 좀처럼 가눌 수 없었다.
어떤 공간이 필요했다. 소리의 잔향이 부딪히지 않고 곧게 뻗어나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마음껏 달려도 미친 사람 보듯 뜨악하게 뵈지 않을 공간.
그 희열은 이미 전화선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였던 거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던 거다. 그리고 거기서 그를 만난 거다.
집에 돌아온 나는 여전히 들떠 있었지만 그게 진심인지는 스스로도 의심스러웠다.
전신에 비친 내 얼굴은 여전히 들떠 있었지만, 그건 배우의 표정이었고 몸짓이었다.
가족과 함께 나간 외식 자리에서는 헷갈리기까지 했다.
아버지가 내민 소주잔을 연거푸 받아 마신 덕에 흥건하게 취한 후에는
허망한 마음까지 들었다. 무엇이 그 자리를 들뜨게 만드는지…, 식구들은 모두
알고 있다는 표정인데 정작 본인은 알 수 없었을 정도였으니.
“내일은 시간 비워 둬라 먼저 정장부터 두어 벌 맞춰야겠다.”
“우리 막내, 선생님 되신 거 축하해.”
“처음부터 애들은 단단하게 잡아야 한다.”
“그러다가 애 잡을 일 있어? 적당히 하라고.”
“어디 쟤 성격이 애 잡을 성격이야?”
평소에는 거의 입에도 되지 않던 소주를 두 잔이나 마신 어머니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연신 내 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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