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생긴 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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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을 또 바꿨습니다. 거기서 거기지만...
 어제 시간이 좀 나서 챗을 하다가 제가 여기에다 글을 올린다고 말했더니...
 "야한 내용 있어요?" 라는 질문은 받았습니다.
 "아직은 없는데... 곧 넣을건데요..."했더니...
 "에이... 그러면 사람들 안 읽어요."라고 한다.
 어쩌면 이제 고정적으로 읽으시는 분들은 없고, 어쩌다 클릭해서 보시는 분들만 아닌지...

 재원5
 "엄마~~ 나 만원만..."
 "왜?"
 "점심 사먹게..."
 "도시락 싸줄게."
 "싫어!!! 어제 엄마 도시락 뚜껑 꽉 안 닫아놔서 개망신 당했단 말이얏!!!"
  그랬다. 어제 확인 결과... 반찬통에는 김치가 들어있었는데, 보온 도시락인데다가 뚜껑이 꽉 안 닫혀 있어서... 김치가 익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김치찌개 냄새가 나에게서 나던 것일 줄이야...
 
 "자~"
 "뭐야!!! 2000원이잖아!!!"
 "그거면 됐지.. 돈 십원 안 벌어오는 주제에 무슨 만원이야!!!"
 "나 오늘 점심 약속 있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7살 먹은 아들한테 이천원이 뭐야? 내가 무슨 초딩이야?"
 "닥쳐..."
 엄마의 눈매가 심상치 않다. 팔뚝에는 불끈 힘줄까지 솟아있다. 잘못하면 쌍코피 나도록 쳐맞는 수가 있다. 일단은 도망가자...

 도서관 가는 길에...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생각할 수록 쪽팔리네... 그 이야기하려고 불러낸건데 혼자 들떠서는...
 그런데 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걸까? 아직 그럴 사이는 아닌데...
 그나저나 더치 페이 하자고 하면 어떻하지?
 편의점가서 삼각김밥 먹을 수도 없고... ㅠ.ㅠ

 오늘도 내가 먼저 도착했다.
 어김없이 87번 자리.
 조금 있으니 그 사람이 온다. 역시 91번 자리에.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어휴... 웃는 모습 너무 귀여워요... 살인 미소가 별건가...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기요... 점심 몇 시쯤에 드세요?"
 "아..전 아무때나..."
 "그럼 1시쯤에 먹을까요?"
 "네..."

 아이고 이제 8시 20분인데 1시까지 어떻게 참지... 뭐... 당신 얼굴 보면서 참아야지 뭐...ㅋㅋㅋ
 그래도 오늘은 공부 좀 했다.
 하도 농땡이치는 모습만 보여줘서... 공부하는 모습도 좀 보여주려고... 지적인 면도 있음을 보여줘야지...
 그러면서 간간히 그 사람을 살폈다.
 역시 어제랑 같은 옷.
 그런데 소매를 걷었다.
 우와...섹시한 팔뚝.
 근육질은 아니지만... 검은 털이 숭숭숭~~~ 손가락에도...
 저 팔뚝에 안겨봤으면... ^^

 1시가 거의 다 되어서 그 사람이 같이 나가자고 한다.
 암요~ 그대와 함께라면 세상 끝까지라도...ㅋㅋㅋ
 "뭐 드실래요?"
 "아...전 아무거나..."
 "제가 살게요. 좋아하는거 말씀하세요."
 오호... 좋아하는 거? 나 퐁듀 뮤쟈게 좋아해...그거 사줄래?
 "칼국수 드실래요?"
 ㅠ.ㅠ 나도 양심이 있지...

 칼국수 집에서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어제 일 죄송하기도 하고... 실은 제가 집이 이쪽이 아니라서 친구가 없어요... 자주 오시는 분인 것 같아서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요..."
 "아.. 네... 어젠 제가 죄송했죠... 집은 어디세요?"
 "지금은 평촌에 살아요."
 엥? 평촌에서 수원까지?
 "제가 아는 선배가 하는 학원에 나가고 있는데, 학원이 수원에 있어요."
 아..그러시구나... 그런데 이 사람...말씨에 사투리가 묻었다.
 "고향은 어디세요?"
 "전남  순천이요."
 아하~ 순천이라고라...허벌나게 반갑소잉~ ㅋㅋㅋ 장차 시댁... ^.^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네...전 권재원이라고..."
 "전 김현애예요. 몇 살이세요?"
 "27이요..."
 "전 30이거든요.."
 "네.. 말 놓으세요."
  "차차 놓기로 하죠."

 평소 같으면 무자비하게 칼국수를 공략했을건데, 그 사람 앞에서 그런 모습을 차마 보일 수 없어서 그릇에 덜어서 후루룩 소리 내지 않고 먹느라 입천장이 홀라당 다 까졌다.
 그런들 어떠랴...입천장이 아니라 이마가 까진들 그대와 함께라면... ^.^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은 형님과 같이 살고 있으며... 전공은 화학공학이라고 했다. 3남 3녀중 막내이고,  학원에 나가기 위해서 도서관에서는 2시쯤에 일어난다고...

 중요한걸 안 물어봤다.
 "애인 있으세요?"
 "네."
 두둥~~~
 마른 하늘에 날벼락... 깜빡했다.
 이 사람은 일반이라는 사실을... 애인이 있을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 날 이후...
 우린 정말 친형제처럼 지내게 되었다.
 서로 말도 놓고... 힘든거 있으면 이야기 하고...전화 통화 자주 하고... 도서관에서 같이 차도 마시고... 형이 11시에 퇴근을 하면 같이 술 한 잔 할 때도 있고...
 형은 정말 날 편한 동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은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이 자꾸만 자꾸만 커져 갔다.
 당신을 좋아해... 좋아해...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더니... 내 마음을 모르는 당신 때문에 당신이 더욱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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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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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정적으로 읽고 있답니다. 아주 웃기고 재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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