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생긴 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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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리플에 대한 답변 조금 하고 시작하죠...
 먼저... 배경이 수원이다보니 제가 수원 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거 같은데...
 저 수원 딱 2번 가봤구요... 수원에 도서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그리구... 이 이야기는 제가 16부로 계획했는데, 아마 20부 정도 되어야 끝날 것 같네요.
 갈 수록 초반과 다른 분위기로 나갈 것 같습니다. 많은 클릭 부탁드립니다...

 재원7
 그  날 밤... 그 사람은 내게 물었다.
 "남자랑 사귈 수 있겠어?"
 난, 대답할 수 없었다.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 순간 내가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데미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게 내가 무엇이든 난 그 사람 곁에 있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 사실은... 너 좋아했다. 그런데, 그 감정이란게 뭔지 잘 몰랐다. 그냥 조카들 볼 때처럼... 귀엽고... 동생같고... 이런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니가 키스를 해 줄때... 난 느꼈다... 그 어떤 키스보다 흥분됨을... 나 너 좋아하나보다..."
 난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눈물을 떨구지 않기 위해서 난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 나랑 사귈래? 너 사귈 수 있겠냐... 나 사실... 게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데... 널 보면 좋다... 널 보면 너무 안고 싶다... 나 서툴지만... 우리 좀 더 깊게 사귀어 볼래?"
 결국 눈앞이 반짝하더니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형... 고마워요... 저... 형 첨부터 좋아했어요..."
 울먹이며 말했다. 그런 날 그 사람은 꼭 안아주었다.

 그 후로 우리는 도서관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앉는 일이 없어졌다.
 난 항상 그 사람 맞은 편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다가 따분해지면 그 사람에게 장난을 걸었는데, 그 사람은 공부하는 도중에는 절대로 한 눈을 팔지 않았다. 내가 장난을 걸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나도 쉬는 시간만 기다리면서 열심히 책을 보게 되었다.
 쉬는 시간에는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정말 싱겁지만, 난 그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 사람이 마시는 공기를 나도 마시고 있고, 그 사람의 중후한 목소리가 내 귓바퀴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 사람에게는 여친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우리 둘은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로 꺼내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에게서 그녀를 떼어버릴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그냥 이 날 아껴주는 자체로 만족했다.
 그 사람은 주말에는 이따금씩 그녀를 만나는 것 같았는데, 나도 이해를 하고 오히려 조심했다.
 내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 내가 그의 퍼스트가 되든, 세컨드가 되든... 그 사람 마음에 내가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며칠 뒤...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너 주말 저녁에 뭐하냐?"
 "응? 뭐 별 일은 없어. 왜애~? *^.^*"
 "어.... 나...나랑 데이트 할래?"
 으하하... 겨우 그 말하면서 얼굴이 벌개진다.
 역시 순진한 사람이다. 너무 귀엽다.
 "ㅎㅎ 데이트...? 그런 표현은 좀 닭살이다... 그냥 같이 놀러갈래하면 되지..."
 "아무튼! -_-;;;;"
 당혹스러워서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한다. 아...열라 귀여...^^
 "알았어...하자..."
 "그래... 내일 오후 2시에 수원역 앞으로 나와. 밥 먹고 나와. 밥 사먹는 돈 아까워."
 "알았어. -_-;;;"
 이렇게 무드가 없어서야...-_-;;;;

 약속한 토요일 오후 2시.
 괜히 마음이 들떠서 아침에 목욕탕 가서 때밀고, 미용실 가서 머리하고, 집에서 팩까지 하고 왔다.
 최대한 예쁘게 보여야지...
 이 인간... 지금 2시 8분인데 안 온다. 난 원래 5분도 못 기다려서 조금만 늦어도 1분 단위로 전화를 하는 성격이다. 하지만...참는다...
 성질 내봤자..좋을 것 없다...

 2시 12분이 되어서야 그 사람이 나타났다.
 분노를 간신리 가라앉히며... 그 사람을 보는데... 푸하...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이 사람...무슨 70년대도 아니고...
 데이트 한다고 양복을 입고 나왔다.
 "ㅋㅋㅋ 뭐야? 왠 양복이야?"
 "어...그냥... 양복을 입어야 될 것 같아서..."
 "중매라도 하는 모양이지? -_-;;"
 "아니... 니가 저번에...  나 양복 입은 모습 보고 싶다고 해서..."
 아.. 그랬구나...
 어휴 착한 사람...^^
 양복 입은 모습 귀여워 죽겠네. 이 자리에서 확 입술을 깨물어주고 싶네.
 그래도 첫만남에 양복은 너무 올드 패션이다. 누가 촌놈 아니랄까봐...-_-;

 너무 좋다. 이런 시간만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가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하던가?
 그 시계를 앗아오고 싶다. 우리 둘만 이 시간에 남겨질 수 있게...
 하지만... 꽃도 시간이 지나면 바래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이다... 영원하지 못할 것을... 내 스스로도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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