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처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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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교육대 1
3일간의 간단한 검사-밖에서 들었던 뒷구멍 검사는 하지 않았다.-와 예방주사 그리고 필요한 생활품을 받고 그렇게 보충대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에... 오늘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자대배치를 받고 각 사단의 신병교육대로 떠나게 됩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여러분들에게 심하게 했던것들 죄송하고 어딜가서나 무사히 군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오지훈병장은 자기가 언제 그렇게 욕을 했냐는듯 태연한 미소를 머금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신병교육대라는 곳은 부대별로 틀리겠지만 이곳과는 판이하게 다른곳이니 모두들 유의하십시요. 그럼 자신의 부대를 불러드리겠습니다."
"XXX... XX사단"
"XXX... XX사단"
"..."
"신재영...호..좀 빡센데 걸렸네. 흐흐.. 고생좀 하것는데.. XX사단"
그동안 오지훈병장은 알게 모르게 나한테 관심을 써주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도 그가 그냥 아는 형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나에겐 말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오지훈병장의 말로는 내가 배치받은 곳은 최전방부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은 알아준다는 부대였다. 두려움반 설레임반으로 오지훈병장에게 물었다.
"거기요...힘듭니까?"
어느새 군대 말투가 입에 붙었나보다. '다. 나. 까.' 군대에서는 끝말이 이 세글자로 끝나야한다나... 그렇게 말을하면 말들이 웃기는게 많았다. 처음 애를 먹었던것은 누가 무슨말을 할때 잘들리지 않으면 '예?'하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들 때문이었다. 이말은 생각해두었던게 아니고 무조건 반사처럼 그냥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라 쉽게 적응시키기 힘들었다.
내 질문에 오지훈병장은 씨익 웃으며 답해주었다.
"글쎄 나도 잘은 모르는데 소문은 그래. 다른 곳보다는 빡세다고 하더라. 근데 군대라는데가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따라 편할수도 아님 힘들수도 있어. 그러니까 재영이 너도 그냥 편하게 맘먹고 앞서지도 뒷서지도 말고 중간만 하면 금방 갈꺼다."
"금방이라....흠"
아직 시작-물론 보충대의 3일도 있긴하지만-도 안했는데 벌써 끝을 생각하니 까마득하기만 했다. 그동안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오지훈병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뒤로하고 같은 부대로 배치받은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으로 갔다.
나를 포함하여 그부대로 배치받은 100여명은 우리를 실어나르기 위한 버스가 도착하여 그곳을 떠났다.
"빨랑 빨랑 내려...다리보인다..."
"이것들이 소풍왔어?...빨랑 안움직이지"
부대도착과 함께 분위기를 살필 여유도 없이 검은 하이바에 '조교' 두글자가 적힌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리를 다그쳤다. 처음 보충대를 들어갈때 들었던 훈육들의 태도와는 어딘가 다르게 그들의 모습은 우리 마음속 하나하나에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었다.
"거기 입벌리는 놈 나왓!! 박어!!"
여기저기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한 그들의 행동에 우리는 제압당할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사열대 앞에 줄을 맞추어 정렬하는데 걸린 시간은 채 몇분도 되지않았다. 이렇게 빠를수 있다는데 스스로들 놀라며 차렷자세로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여러 제군들 우리 XXX부대에 온것을 환영한다."
사열대위엔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서 계급이 젤 높아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배가 나와 군복단추가 잘 안잠기는듯 그의 군복은 빵빵해 보였다.
"본인은 XXX부대 신병교육대를 맡고있는 대대장 김기훈중령이다. 여러분은 앞으로 6주간의 교육으로 새로운 국가의 자원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중대장 이하 간부, 조교들의 명령을 내말과 같이 절대 복종하여 미미한 사고가 한건이라도 나지 않고 무사히 마칠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연병장이 떠날갈듯한 함성으로 우리는 대답을 하였다. 기타 여러교육에 관한 일들과 내무생활에 관한 일들은 중대장이라고 불리는 최규민대위가 설명해주었다.
"자 이제 너희가 입고있는 옷을 모두벗는다. 실시!!"
지금 입고 있는 옷으로는 훈련을 받지 못하니 훈련복으로 갈아 입히려고 하였다. 180cm의 키로 난 내가 서있는 줄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렸을적 학교 다닐적엔 키가 작은사람이 맨앞에 섰는데 군대에선 키가 큰 순서로 줄을 세웠다. 이렇게 줄을 맞추어 서야 사열대 위에서 보면 보기가 좋다는게 이유였다.
어쨌든 이렇게 벌건 대낮에 운동장에서 모두 벌거벗고 있는 모습이란.... 동네 아줌마라도 이모습을 봤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20대 초반의 건장한 사내들의 알몸들..흐흐... 말은 길었지만 모두가 옷을 다벗는데는 단지 몇초가 걸린것 같았다. 군복만을 갈아입히는데 이렇게 불알까지 내놓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다만 팬티나 런닝속에 담배나 기타 사제품을 소지하고 있는지 검사하는게 그이유가 되었다.
"물건좋다...자식"
내앞에 놓인 옷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던 조교가 내물건을 쳐다보곤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적 친구들과 누구의 것이 더 큰지 내기를 하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항상 이기는 것은 나였다. 그렇다고 난 내물건에 대해 크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다만 보통보다는 크다라고 가끔 생각을 했던 적은 있었지만... 여름이라 그런지 이놈의 물건이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축늘어져 있었는데 조교가 서지도 않은 내물건을 보곤 대번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그동안 많은사람들의 물건을 봐서 척보면 척인가 싶었다.
소지품검사가 끝난듯 내뒷사람에게로 가던 그조교가 슬쩍 내물건을 건들고 지나갔다. 평소 밖에서 그랬다면 난리 났겠지만 현재 분위기론 그가 내물건을 잘라가 버린다고 해도 별소리 못할것 같았다.
소지품검사가 모두 끝나고 훈련복이 나누어지고-치수가 따로 없다. 그냥 대충 키대로 앞에서 부터 주면 차례대로 입으면 끝이었다.- 각조가 나뉘어 졌다. 나누는 기준이 지금 서있는 기준대로 한줄이 1조가 되고 두개조가 묶여 한내무실을 쓰는 것이었다.
"각자 지정받은 내무실로 튀어드가..
"지금부터 각자의 관물대를 지정해 주겠다. 모두 아까 섰던대로 줄맞춰 서"
줄을 맞추라는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리는 재빠르게 줄을 섰다. 우리는 이것이 무척 빠른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교에게는 무지 느렸다고 생각된듯 줄을 서는 와중에 벌써 두명이 그의 군화 채였다.
"줄다섰으면 뒤로 돌아!!"
앞에 보이는 것은 그냥 대충 짜놓은 듯한 9칸의 책장이었다.
"모두 군화벗고 침상에 올라가는데 1초...흠 모두 그대로 자리에 앉아...다시.. 앉을때 구호는 '편히 쉬겠습니다.' 그리고 지상에서 30cm 점프를 한후 바로 앉는다. 모두 제자리에 앉아"
"편히 앉겠습니다.!!"
"그럼 눈동자 돌리지 말고 귓구멍만 열고 얘기 듣는다. 본조교는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6주간의 내무실을 함께쓰며 생활하게 될 홍석민이다. 계급은 계급장을 보면 알수 있듯이 병장이다. 앞으로 6주간의 교육을 통해 너희들은 군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처음 내무실을 들어올땐 몰랐는데 그의 목소리가 낯익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나의 물건을 칭찬(?)해 주던 그조교의 목소리 같았다. 하지만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감히 그의 얼굴은 쳐다볼수가 없으니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후로 그는 6주간 우리가 받게될 교육내용과 부대시설에 관한 얘기를 마치고 각자의 새로운(?) 옷에 주기표-번호가 적힌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다. 주기표를 왼쪽가슴에 바느질하는 건 우리의 몫이었다.
'2-13' 내게 새로 주어진 이름이었다.
"13번 훈병 신!재!영!"
각자의 관등성명을 한번씩 시키고 있던 그는 내차례가 오자 나의 앞에 섰다.
"물건은 큰것 같은데 목소리는 영.. 작네.. 신재영"
"13번 훈병 신!재!영!"
아 언제던가?...이렇게 소리쳐 본적이...맞다 작년 가을 한국시리즈 응원할때 목이 다 쉬어버렸지...
"앞으로 그렇게 항상 최선을 다해 대답해라.."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며 그와 살짝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를 보내주었다. 가까이 있던 그를 처음으로 자세히-물론 1~2초였지만- 볼 수가 있었다.
잘생긴 얼굴이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꽤 괜찮은 얼굴이었다.
'밖에서 여자 꽤나 울렸겠구만...근데 여자가 니가 이렇게 성격 더럽다는 알고도 사귀자고 하것냐? 가만...그럼 아까 그놈이 이놈 맞네... 두고보자 감히 그 누구도 함부로 못건드리는 나의 물건을 만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어떻게 밥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조차 생각할 시간도 없이 취침시간이 돌아왔다.
각 내무실은 번호대로 2명씩 2시간씩 불침번을 세웠다. 오늘은 나의 차례까지는 오지 않아 난 좋았다. 첫날부터 불침번이라니...몸이나 정신이나 그냥 편히 쉬고 싶었다.
그렇게 신병교육대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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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