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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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따먹기1
 

아시안 게임이 열렸던, 저 80년대의 어느 날, 난 그와 예기치않았던 재회를 한다.

적당히 그을린, 윤기나는 구릿빛 피푸에 꺼풀없이 큰 눈은 서글서글한 웃음을 담고 있었다.

해병 자원 입대 후 가지는 말년 휴가라했지만, 저 까마득한 초등생 시절 이후, 처음 보는 그.

강. 민.호.그는 나의 소년시절의 한때, 나의 우상이었고 형제였으며 사랑....이었다.


어색한 웃음과, 멋쩍은 인사치레가 오가는 동안, 난 그의 눈에 일렁이는 반가움과 그리움을 

읽어낼 수 있었으며 그 정겨운 감정을 어떻게 풀어 내야하는가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몇 순배 술이 도는동안, 술이 올라 더욱 붉어진 그가 유난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줍게 미소 지을때,난 까다로운 계산에 잔뜩 찡그리며 주판알을 튕기다가, 마침내 마감을 한 

고리대금 업자같은 확신에차올랐다.  ㅡ 오늘밤 녀석을 따먹으리라!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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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호랑 성수가 붙었다아~!"

  누군가가 소리쳤고, 오전에 이미 반 이상은 해치우고 나머지의 도시락을 일찌감치 까먹은
  대부분의 급우들을 제외한, 나처럼 미련하게 도시락은 점심시간에 까먹어야 한다고 믿는
  소수의 샌님들 몇만이 미처 다먹지 못한 도시락을 먹고 있을 즈음이었다.

  결투장은, 열대지방의 스콜만큼이나 요란스레 몰려 들던 때와는 대조적으로, 입을 닫은 채,
  숨을 죽인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 팽팽한 긴장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인간의 기억은 늘 믿을게 못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본인의 편의대로 털어내고 덧칠을하게 되는,
  그래서 그 용량에 훨씬 못 미치는 미미한 것을 저장 할 때에도 인간의 기억(뇌)은 항상 '과장과
  왜곡'이라는 보너스를 덤으로 얹어주곤 한다.
  이제 막 열살을 넘긴 그들의 결투가, 내 뇌 속엔 김두한과 하야시의 그것처럼 저장되어 있듯...

  학년당 5클라스를 넘지 않는, 이제 막 '시'로 승격한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그는 전교
  1등의 성적이었으나 '쌈'에서만큼은 늘 넘버 2의 꼬리표를 달고 있어야했다.
 
  그에게 김성수라는 아이는 극복해야 할 산같은 존재였다.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그들의 결투는 번번이 그가 코피를 흘리고 피섞인 침을 뱉어내며
  '씨바...'를 중얼거리며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었다.

  언젠가, 녀석의 품에 안겨 난 요구했었다.  '성수 넘을 단 한번만이라도 때려 눕혀달라'고, '
  절라도 깽깽이' ' 애비없는 후레자식''갈보년 아들' 등의 더러운 말들을 쏟아내며, 주위를 맴도는
  놈을 난 매일밤 잔인하게 살해하는 꿈을 수도 없이 꿨지만, 아침이 되면 여지없이 학교로
  내몰려야했고,놈과 마주쳐야했으며 그의 비아냥을 수치심에 벌벌 떨며 들어야했다.

  " 야, 니검마 어젯밤엔 누구랑 빠구리 탓냐, 조합장? 김소장? 야,깽깽아, 말해 부르랑깽~"

  " 이 개같은 넘...." 이를 바드득 갈며 일어나 봤댔자, 번번이 내 멱살은 걸레짝이 됐으며
    멱살을 쥐고 몇번 흔들었다 놓으면 난 맥없이 꼬꾸라졌다.
    그리곤, 쥐어 팰 가치도 없는 약골이라는 듯 나둥그러져있는 날 한번 툭 차고
    지들끼리 우와~하고 뛰쳐나가버리곤 했다. 차라리 실컷 얻어 터지기라도 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부들부들 치를 떨며, 난 체념을 배웠고,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순응하는 법을 익혔다, 그건 철저한 외면과 무관심이었다.

    난 아직까지도 아이들의 순수함을 믿지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그 순수함만큼 악마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있는 야누스적인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제 부모들의 '얘들 들을까봐 쉬쉬'하며 뱉어낸 가십을 무관심한 척
    뻔뻔스런 순진함을 가장하고 듣고있다가, 그걸 '레크레이션.으로 재창출 해낼수 있으리만큼...
    맙소사,그래서 지금도 난 가끔씩 마냥 천진한체, 순결한 눈망울로 날 쳐다보는 아들 놈을
    빤히 들여다보곤 한다. '왜?'라고 묻는듯한 얼굴로 아들 녀석 또한 날 빤히 바라볼 때면
    나도 몰래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진저리를 치곤 한다.

    혼식을 강요받던 시절!
    보리쌀이 3할 이상 섞이지않은 도시락은 먹지 못하고 도로 싸가게했던  골때리던 유신시절,
    희디 흰 쌀밥 위에 미리 익혀놓은 보리쌀을 살짝  덮는걸 식모 계집애
    (우리 집에 얹혀살며 잡안일을 해주던 육촌누이를 기분이 나쁠때면 난 그렇게 불렀다)가
    깜빡할 때,(왜 그리도 그 누나는 숱한 나의 구박에도 그걸 깜빡 했던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누이가 내게 할수있는 유일한 복수였을 거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
    그 누이는 얼마전 평생 고생고생하다 먹고 살만 하니까 세상을 버렸고, 쪽팔리게도 난
    진심으로 많이 울었다. 그건 그녀의 푸르던 시절을 가위 눌리게 한 하나의 요인으로 내가
    있었던데에 대한 진정한 참회의 눈물이었다!)면, 은근슬쩍 넘어가주려는 담임의 호의를
    무시하고 난 점심을 굶어 버리곤 했던 일이 빈번했는데, 그 날도 그렇게 도시락 뚜껑을 덮고
    나가려는 내 책상 위에 민호는 제 도시락을 던져 놓으며 '같이 먹자'고 했다!

    요샛말로 '왕따'의 원조였던 나는, 볼살이 통통하게 오른 예쁘장하고 뽀얀
    도회적 이미지와는 달리 절라도 사투리를 쓰는 전학생인데다,
    제가 먼저 친화력을 발휘해야 마땅함에도 웬지 모를 오만함을 풍기는 건방진
  ㅅ ㅐ 끼였으며 전교 석차 팔십 몇등에서 어느날 4등으로 껑충 뛰어오른 징한 놈이었고
    향수 냄새 풀풀 풍기며 수시로 학교를 들락거리는 읍내('시'로 승격되었음에도 사람들은
  '읍내'로 말하고 있었다)에 새로 생긴 '고급 비어홀의 쥔 마담' 아들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암행어사의 박진감 넘치는 줄거리를 주고 받으며
    '타잔'과 제인의 키스씬에 키득댈 때, 듣도보도 못한 '카사블랑카'나
    '바람과함께 사라지다'를 얘기하고싶어 하는(한번도 들어준 적은 없지만)
    재수없는 놈이었다.이지메의 대상이 될만한 충분한 자격을 갗춘 셈이었다.
    더러는, 같은 처지의 쪼다들이 호기심과 선망으로 다가올 때,
    매몰차고 비정하게 대하는 꼴값도 서슴치않는 넘...

    "아니, 너나 먹어!" 밥위에 계란 프라이가 덮여있지도, 반찬으로는 미제 햄은 커녕
    진주햄.쏘세지도 아닌 젖깔내 풍기는 김치 뿐인 도시락을 경멸하듯 내려보며
    난 수돗가로 가 물로 배를 채웠다.
   
    "김성수 좆나 얄밉지?"

    화장실 건물 뒷벽에 기대고 섰는 내게 어느새 다가온 녀석이 물었다.
    그 따가운 정오의 햇살때문이었는지, 한번도 누구와 함께하지 못했던 점심 시간에
    다가온 호의의 감동이었는지 모를 눈물을 쏟아내며 난 아무 대꾸도 하지않았다.

    그렇게 녀석은 내게 다가왔다.
    그 사건 이후로 급속도로 가까워진 우리는 곧잘 붙어다녔고 김성수는 그런 우릴 가끔씩
    고개를 외로 꼰채 쳐다보긴했지만,전교에서 1.2등이라는 '쌈질'의 서열은 언제든 바뀔수있는
    완고하지 못한 것이어서 그가 민호에게 먼저 시비를 한다는건 너무나 위험한 모험이었다.

    성수 그자식이 선두에 서지만 않는다면, 다른 쪼다들이야 애초에 내게 시비한다는 건
    가소로운 짓이 었으므로 우리의 평화는 당분간 보장 받을수 있었다.
     
    그래서, 난 그와 연애를 시작했다!

    유난히 숙성했던(그것이 녀석에게 파이터라는  타이틀을 걸어 준 유일한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녀석은, 지금과는 달리 모든 초등생 아이들이 알몸으로 냇가에 뛰어들던 그때,
    녀석은 절대 빤쯔를 벗지 않았다. 난 그게 약올라 냇가에서 자맥질을 할때면,
    훌러덩 벗은 알몸으로 그 의 앞에 서서 꼬추를 내어밀며,종종 그에게 최후의 것을
    벗고 놀 것을 요구했지만 벌건 얼굴로 한번도 응해주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어느날이었던가!  거의 둘만의 비밀장소가 되어버린 외딴 물가에서 장난으로 시작된
    '나 잡아봐라'놀이에서 그는 나를 와락 안고 아직은 내가 알수없었던 냄새와 신음을 풍기며
      풀밭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마지막 옷을 벗어 던졌다.
     
      지금 기억으로도 생생한 그의 꼬추는 이미 열두살 아이의 그것이 아니었고,
      애비없이 자란데다 남자 형제도 없던 내게 녀석의 그 거대하게 부풀어진 것은
      이상한 경외감을 가지도록 강요하는 듯 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 수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빼곡한 L.P. 진열장 쪽으로 걸어가며,

다소 우쭐한 우월감내지는 문화적 허영에 찬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심수봉 있냐?"


도로씨 무어와 글래디스 나잇 그리고 엘라 핏제럴 쯤에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LP를 고르려던 나는

무언가에 데인 듯, 흠칫하며 녀석을 돌아보았다.  심수봉이라....


"없으면 김수희나 조용필이라도..."

"이거 함 들어볼래? 김수희도 없는데....미안하다!"


말은 그랬으되, 별로 미안한 감 없이  그래도 무난하면서도 애절한 오티스 레딩를 걸었다.

< I've been loving you~ too long ~>

얼음을 채운 잔에, V.I.P.를 따르며, 스멀스멀 피어오르려는 경멸을 애써 감추며 그에게 잔을 건넸다.


"어머님은..."

"야! 울 꼰상 간제가 언젠데!"

" 돌...아 가셨단 말야?"

"엉! 그만하자... 그 얘긴!"

"이거 좀 독하다... 사실 양주 처음인데... 그 왜 있잖냐.. 캡틴 큐.. 그것 말고는..."

"이것도 양주 축에 끼겠냐! 싸구려 국산이야... 하다못해 듀얼스나 와일드 터키도 구하기 힘들잖냐,

이 나라는!"


같잖게도.... 조금 더 우쭐해진 나는 약간 더 거만해진 표정으로 걸상이 아닌 싸구려 카핏이 깔린

방바닥에 철퍼덕 앉아있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약간은 심기가 불편한 듯, 혹은 음악이 따분한 듯 길게 하품을 하는 그를 보며 음악을 바꿨다.


<귀를 기울여요.. 바람타고 스며드는 신문팔이 아이의 새벽 알리는소리...>


"아! 좋다... 먼 노래..우웁....."



가사가 모국어로 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듯, 하품을 걷어내며 물어 오는 녀석의 입술을 급작스럽지만

너무 쉽게 덮쳐버렸고 녀석 또한 예상했다는 듯, 너무 쉽게 적당히 굵어진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았

다. 어이없게도 녀석은 소리없는 행동만으로 내게 애널을 요구했고, 난 응했다.... 

그는 탑이고 싶어했지만 내가 대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에게 여자의 역할이 아닌 남자의 역할을 해얀다고... 꼭 그래야한다고 취할수록 또렷해지는

내 의식이 속삭였다. 넌 더이상 화장실 건물 뒷 벽에 기대어 울던 나약한 꼬맹이가 아니라고....

저  적당한 근육을 소유한 구릿빛의 살덩이를, 박 박 기며 획일화된 규범과 의무에 몸을  맡기는

마조히즘이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는 놈을, 그 젖도 아닌 마초의 관념을 깨부수라

말하고 있었다.

난 무의식적이기는 커녕 점점 더 말짱해지는 머리와 서늘해지는 가슴으로 샅샅이 그를 유린했다.

내 가랑이 사이로 제 것을 넣고 싶어하는 스킨쉽도 허락치 않은 채,등 뒤에서 쑤셔대는 행위에 만족

못한 내가 녀석을 바로 눕히고 다리를 쳐드는 체위로 옮기려할 때 쯤, 녀석은 몇차례 움찔하며

수치심을 표했지만 이미 힘으로 그를 제압할 수도 있는 나였다.

녀석이 숙성의 꼭지점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웃고 있을 때, 난 부지런히 그가 서있는 정상을 향해

기어 올랐으며, 목표에 이미 도달한 나는 이제 그 능선을 타고 넘는 희열을 느끼며 그를 취했다.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은 그의 입술에 푸쉬업을 멈춘 내 남자의 그것을 갖다 대었을 때에야,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 섰으며, 일순 승리감에 도취해 있다 당황한 나는 '미안'을 말하며

'심수봉'을 당장이라도 구해올 듯한 반성의 태도를 취하며 그를 진정시켰고, 그칠것 같지않은

엄청난 양의 정액을 그의 안으로 쏟아부은 후에야 깊은 잠에 빠져 들수 있었다.

그 날밤 나는 내 과거를 녹화한 필름 한편을 보았다. '꿈'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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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기어이 해냈다!

내 앞에서 성수를 흠씬 두들겨 패 준 것이다.  그건 일종의 룰을 깨버린 '반칙 게임'같은 것이기도 했다.누군가의 코피가 터지고 입술이 깨지면 멈추게 되어있던, 누구도 정한 바 없지만, 아이들의 싸움이란게 양아치들의 그 것처럼 처절하지 않을수 있었던 안전장치였으나, 민호는 그날 그 룰을 거부했으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여반장처럼 뒤엎을 수도 있는 실효성없는 룰에 지나지않음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여늬 때처럼,  상대의 타겟인 면상을 더 내어준 결과,당연히 민호의 입술이 먼저 깨지고 코피가 먼저 터졌을 때, 동시에 안도인지 실망인지 모를 탄식이 졸망한 구경꾼들 틈에 터졌으며, 그건 이미 '껨 오버'였고 실제로도 몇몇 관람객들은 등을 돌린 후였다.

승자인 성수가 약간은 미안한 듯한, 또 약간은 비열한 승자의 조소로 몸을 돌릴 때,  아.... 난 그 장면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상업적으로 대단히 잘 만든 헐리웃의 필름에서 보게된다!
'터.미.네.이.터.'!  과장 말라고?  말했잖은가!  어차피 인간의 기억력은 스스로의 각색에 의해 때가 타게 되는 거라고...

녀석은 3대 맞고 1대 때리며 끝까지 버텼고 코피가 터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만신창이 되버린 얼굴로성수가 울음을 터트렸을 때(그의 울음은 경이롭기 까지 했다. 그도 쪼다처럼 울수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날 착잡하게 만들기까지 했으니까....) 진정한 승자는 가려졌다.

"다시는 우리 재기 건드리지 마!"
채 승전고가 울리기도 전에, 전리품을 수습하기도 전에 그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의 입에서 공식적으로 내 이름이 튀어 나왔으며 앞에 '우리'라는 소유격이 붙어 있음을
난 두고두고 감사했다.

그날 밤,
난 그를 위해 그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고했던 아몬드 몇 알과 유효 기간이 지나지않았을까 의심되어도 단지 미제라는 이유로 맛있어 해얀다고 강요 받았던 비스킷 한봉지와, 달콤하고 뜨거운 핫 초컬릿 한잔을 준비한 후 그를 초대했다.

내 방문 열면 죽여버린다고 친척 누이에게 어름장을 놓은 다음, 얼마전 일요일 날  엄마의 밍크 코트 안주머니에서 빼낸 지폐 몇장(나는 질이 나쁜 아이가 아니었으므로 그런 류의 도둑질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을 가지고 생각보다 훨 가까운 서울 변두리 싸구려 극장에서 보았던 주현. 이효춘 주연의 '내시의 아내' 패러디를 찍었다.

욕정에 눈을 뜰 새도 없이 사디즘의 노리갯감으로 전락 해버린 내시의 아내, 어느날 벌거벗은 채, 빨래를 하던 노총각 머슴을 목격하게 되고 밤마다 성적 환상에 사로 잡히는데...결국 둘은 랑데뷰에 성공하게 되고 비극적 결말을 맞고마는 조선판 '채털리 부인'이었다.

난 수줍게 '나 잡아 봐라!'를 하는 이효춘이었고 욕정에 목마른 머슴에는 그를 캐스팅했다.
다짜고짜 나를 끌어안고 미지근한 온돌 방의 이불 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뒤엉키던 열세살의
소년들에게 그것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난 아직도 여기에 답을 찾을수가 없다.

그의 막 돋아나기 시작한 음모를 낄낄거리며 간지르면 그는 그런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건 성인의 그 행위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또 난 기억한다. 미친듯 내 가랑이 사이에서 자맥질한 후, 오줌보다는 탁하고 코보다는 묽었던 녀석의 정액. 충분히 비위를 상하게함에도 도데체 그것의 정체를 몰라 어리둥절하던 나..

자꾸만 그게 뭐냐고 묻는 내게 너도 곧 알게 될거라고 어른처럼 말하던 녀석...
난 아직 사정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 이미 내게서 인생의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나가고 있음을, 그리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또다른 배경과 공간이, 그'시절'이 준비되어 있음을 문득 잠이 깬 새벽에 까닭없이 흐느끼며, 그걸 희미하게 감지해 내곤 했다.

숙취에 짜증을 내면서도 내 방으로 건너온 어머니는 그 까닭을 묻곤했다.

"악아,  왜 우냐? 뭔일 이다냐 으이? 오매, 먼일 이다냐 잉! 악아, 어디 아프냐?"
난 연신 고개를 저을 뿐 되도록 숨직이며 섪이 섪이 울음 울곤 하였다.




흐드득 흐드득 흐느끼다, 잠에서 깨어 났다.

녀석은 이미 가고 없었지만, 서러운 꿈의 여운도, 놈이 없는 허전함도 느껴지진 않았다.

단지, 간밤의 그 악마적 탐닉을 떠올리기엔 너무도 화사한 햇살과, 고요한 평화의 정적!

사실은... 간밤의 경험은 꿈의 선상에 서있는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킁 킁 냄새까지 맡으며 두리번거렸으나 그 질척하고 어두운 욕의 지꺼기들을 찾아 낼 순 없었다.


그러나,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정리하려 할 때에서야 발견한 시트 커버 위의 얼룩들과

아무렇게나 쑤셔 박혀있는 더러운 휴지 조각들이며, 방바닥이며 테이블에 널려있는 술잔들은

그 냄새나는 일들이, 전역을 앞 둔 해병 넘 하나를 따먹은 것이, 거짓은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안도인지 실망인지 모를 착잡함이 일었다. 


하지만, 활짝 창을 여는 순간 몰려든, 초가을의 신선한 바람을  취하며, 또한 만족한 섹스 후의 숙면과

그 후의 나른한 상쾌함을 맛보며 그 묘한 씁쓸함을 날려버렸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컵들과 접시들을 싱크대에 쳐넣고 쓰레기들을 쓰레기통에 쳐박은 후,

커피 뽑기가 귀찮아 개스 불에 물을 올리고,모짤뜨의 심포니 40번 1악장을 턴 테이블에 걸었다.

초가을의 바람과, 모짤뜨는 쉽게 어우러지며 뒤엉켰다.

토스타에 빵을 넣고 냉장고에서 꺼낸 오렌지 주스를 컵에 따를 때까지도 난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노릇노릇 잘 구워진 빵에 마자린을 바르고 한 입 베어 물며 너무 연하다 싶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을 때에도, 오늘은 벼르던 남대문엘 가서 비프이터와 드라이 버무쓰와 앱솔룻을 몇 병이나

사야할까?, 나간 김에 페페로페즈 따위의 좀 싼 데낄라를 찾아봐야지. 호세로는 남는게 없으니 원..

할 때까지도, 그나저나 데모들좀 그만하면 안되나, 씨바껏덜! 서슬 퍼런 유신 때보다야 백번 

나아졌을텐데도, 뭔 지들이 세상을 바꾸기라도 할건가... 그나저나 미스터 황 그넘은 아무래도

짤라야겠어!  나이 처먹은게 뭔 벼슬인지,손님들에겐 물론 내게조차 싹싹하지 않은 넘을 본보기로

라도... 지난번엔 날 보고도 인사도 안하고 빤히 쳐다봤잖아!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건지, 어려도

사장은 사장인데 괘씸한... 젖두 못생긴게...빠 아이들 중 그래도 미스 민이 젤 나아... 어쨌든,

오늘은 '친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강조'하는 일장 연설을 해야겠는데...

좀 부드럽게 해얄지 근엄하게 해야할지... 할 때에도 몰랐다. 식성을 자극하는 냄새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일지않아, 숙취때문일거라 생각하며 이럴 땐 그저 콩나물 국이 제일인데 하며, 커피나 한잔

더 마셔야지 했을 때에야 문득, 아주 문득! 난 그의 목소리를 기억해 내고 말았다.


잠결에 들은, 시리도록 파아란 색깔이 묻어나던 그의 음성. "악아 왜 근다냐?"며 안타깝게 묻던

어머니의 음성에 오버 랩 되던 그의 낮고 우울한 목소리 '미안하다'고도  '잘 살으라'고도 했던 것

같은.... 미안은, 무슨!  푸훗~  내가 더 미안하지!  미친 눔....

과장된 몸짓으로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다 마시고 비어있던 커피 잔이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하마터면 주스를 엎지를 뻔 했다.

좀 쌀쌀함을 느껴 열어 뒀던 창을 닫으려 창가 쪽으로 가다가...

더 이상은, 상쾌 하지않은 휑한 바람 소리로 돌변해 귓가를 때리며 방안을 휘젓는 모짤뜨의 심포니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를 아주 잃었다는 것을 생각 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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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니넘마 껌둥이 디게 좋아하나 보다!"

샘 쿡이며 냇 킹 콜 따위의,도나쓰 판이라 불리던 싱글 음반(EP)을 만지작거리다 수프림스의

쟈켓에 눈을 박은 채,민호가 말했다.


" 야, 만지지 마!"


나꿔채듯 그것을 뺏어든 나는 몹시 기분이 나빠져 녀석을 쏘아봤다.

웬지 녀석의 "껌둥이 좋아하냐?"는 질문에 모욕을 느껴서였는데,녀석은 예의 그 벌건 낯 빛으로

무안해 했다. 조금 누그러진 나는  흰둥이도 있다며 브룩 벤튼이며 맷 먼로,엘비스를 보여줬고,

녀석이 좋아할 것 같은 패티 페이지. 도리스데이 카니 프란시스등의 흰둥이 여자들도 보여줬다.


"이건 뭐야?"


녀석은 몇장 되지않는 클래식 소품들을 우르르 쏟아낸 후, 그 중 한장을 집어들고선 미안함을

대신한 멋적음으로 물었다. 관용과, 우쭐함의 표정으로 '모짜르트'라고 가르쳐 준 후,

'아이네 클라이네 나흣 무지끄'를 들려 주었고 이어서 '터키 행진곡'을 들려 주었더니

녀석은 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다는 우등생다운 표현을 했었다 


[아아.... 나는 그 한참 후에, 뽈 드 센느빌과 올리비에 투쌩을 업고, 혜성처럼 나타난 리차드 클라이 
 
더만 이라는 유럽의 팝 피아니스트 레파토리 중에, 정말로 통 통 구슬이 혹은 탁구공이 튀는듯한 곡
 
을 들으며 얼마나 그를 생각 키웠던가 ㅡ 그 곡은 '황인용. 강부자'가 진행하던 래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로도 씌였었다]

 
흥미를 갖는 듯한 그를 보고 신이 난 나는, "이건 빗방울 소리같다고 엄마가 그러드라!" 며
 
쇼팽을 들려 주었으나, 그는 이내 흥미를 잃고 어느 틈에 보그지의 비키니 금발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습관처럼 내 손을 제 빤쯔 속으로 집어 넣었으며, 이내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고 날 끌어 안는 바람에, 좀 어이 없어진 난 키득거리며 밀쳐냈지만, 결국엔 그가 내 엉덩이며
 
가랑이에 제 것을 부벼대도록 허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그 아이는, 좀 어이없는 말을 한다! 

 
"남자끼리니 괜찮다!"는...
 
 
저나 나나 철없는 아이들이긴 마찬가지 였겠고, 당시에는 그따위 말 신경도 안 썼으나 시간이 흐를수

록 ( 특히 중,고교 시절에)  난 두고두고 그 '남자끼리니 괜찮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부질없는

짓거리를 하곤 했다.
 
어쨌든 난, 열세살의 나이에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백 그라운드 뮤직으로 깔고 섹스를 한 경험을
 
가진 저 '키레네의 후예'의 가능성을 가지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셈이었다.
 
'내 기억으로',그 날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말한다면 역시 좀....작위적이 되겠지..!


 
여기서, 잠시 내 어머니란 여자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하는 것이 순서일 듯 싶다!

 
인간에게 있어, 어머니란 존재는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정한다면,
 
또한, 이 글을 읽는 이들이 화자인 내게 최소한의 관심을 가져주는게 도리라는걸
 
인정한다면, 내게 있어 '어머니'는, 내가 막대한 영향을 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들로서, 혹은 딸로서(?), 어쨌든.... 자식으로서!

 
어머니 얘기한다고선....잠깐 딴청을 부려 보자.

 
가끔씩 이반들은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한다.
 
 
<얌마, 니네 엄마는 너 낳고 아들 낳다고 좋아라고 미역국 드셨겠지?
   
사실은 딸인 줄도 모르고 말야! 크하하핫~>

 
또는, 이런 엉뚱한 주장마저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종로 왕마담이라 불릴만큼 나름대로의 아성을 구축한 치인데...
 
그 이 왈,
 
< 얌마,니가 때짜라고해서 온전한 남자라고 생각하냐? 혹은 졸라 떽떽하니까? 젖 까지 마! 니가
     
남자 젖을 빠는걸 즐기는 한,니가 남자라는 성을 사랑하는 한, 넌 온전한 남자가 아니야, 니가
     
때짜던 마짜던 니 속에는 니가 그토록 완강히 거부하는 여자가 살고 있어! 좋게 말해주까?
     
'여성 성!'>

 
왈칵, 혐오감과 수치심이 치민다구요! 그러실 수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치의 주장이 턱없는 것이라는 근거를 산더미처럼 코 앞에 쌓아 놓이신들
 
그 치는 그 치대로 그런 사고를 가지며 살겁니다.
 
그래서 누가 그러더군요. 우리들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먼저 배워야 한다!'구요.
 
그러니 그치에게 욕설은 퍼붓지 마십시오! 
 
열라 나이도 많은데다, 사실은 예전에 이미 제가 바락바락 욕을 해 주었답니다!



 
지금까지도 난, 가끔씩 도데체 어머니는 어디서 그런 것들을 구해 왔던 것일까는 대답없는
 
질문을 하게된다.  타 지역에서 살기엔 치명적 결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가르쳐 준,
 
그 억센 호남 사투리에 걸맞지않게,울 엄마는 충분히 세련됐었지만 결코 미인이랄수는 없었다.

 
지적이고 우아하게 보이려 애썼지만 가끔씩은 경박했고, 더러는 천박하기까지 했다.
 
그런 어머니는 가끔씩 내 앞에서 무슨 큰 교양이나 지식이라도 전수하는 것처럼,
 
혹은 연인이나 친구를 대하는 나른한 표정으로, 비비안 리와 나탈리 웃의 가련한 청순미를
 
얘기했으며 브리짓 바르도와 마릴린 먼로의 관능미를 찬양했고, 그레이스 켈리와 오드리 헵번의
 
우아함을 흠모했다.

 
찰튼 헤스턴과 말론 브란도의 남성미를 얘기했고, 로버트 와그너와 록 허드슨이 얼마나 잘 생겼는
 
가에 내 동의를 구했고 그레고리 팩과 클락 캐이블의 지성미를 닮으라고도 말 해주었다.

 
그녀의 서구 문화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었고, 그러므로 보그나 로드쑈 따위의 아마 한번도
 
제대로 읽지 못했을 잡지들로 집안은 어지로웠지만, 아마 그 무엇도 그 녀의 허영을 채워주지는
 
못했으리라.

 
진한 화장과 향수로 치장을 하고 에메럴드와 사파이어, 밍크 코트로 무장을 해도 그 녀의 정신과
 
영혼은 나날이 피폐해져 갔으며 그 허허로움은 지나친 음주와 약물 복용으로 이어졌고 끝내는
 
거의 유일한 진실이며, 사랑이던 제 아들에게 '아버지를 말 해주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만다.


그 녀가 남긴 것 중, 그나마 값을 쳐줄 수 있는 것이 있었다면, 직접 운영하던 룸쌀롱이 딸린

작은 건물과 평생 벗 삼을 수 있는 약간의 음반들이 전부였다. 

모전자전이라고 그 외의 허영기나, 도를 넘는 자존심(흔히들 이걸 오만함이라 부른다) 따위는

개도 물어가지 않을 악덕 들이었을테니....


자~,  잠시의 탈선을 바로 잡아, 그와 나의 이야기로 돌어가기로 한다!


 
나의 평화도, 그와의 열애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그 평화체제가 깨지고 우리의 사랑이 절단 나게 된 발단은, 화장실 벽면에 온통,'강민호와 이경희가
 
빠구리 탔다!'는 가십이 과장된 ㅈ ㅏ지와 ㅇ지의 삽화가 곁들여진 낙서로 도배가 되면서 시작된다.

 
무슨 악연으로 그와 나, 그리고 망할 눔의 김성수는 5학년에 이어 6학년에도 한 반이 된 것인지...
 
물론, 학년당 다섯 학급 밖엔 되지 않았고, 아직은 '남녀 칠세 부동석'의 유교 사상이 어느정도
 
유효했던 때라, 4학년 이상의 상급반들은 원칙적으로 남. 여반이 구분되었던 시절이었으나
 
의술의 발전에 가속이 덜 붙은 때여서였는지, 그 당시 우리 학교는 비슷한 성비를 보였었고
 
홀수인 학급수로 운영되던 때라 한 학급의 남녀 합반은 피할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 때의, 그 곳 아이들이란 왜 하나같이 그리 내숭적이고 악마적이었는지....

 
합반이 된 아이들은 남녀 불문하고 큰 치욕을 당한 것처럼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며 웅성였다.
 
어떤 여자 아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고, 사내 넘들은 넘들대로 전학 보내 달란다며
 
쥐랄들을 해댔다.<그 당시도,서울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 사실은 얼마 후,
 
서울로 전학을 하며 자연스런 체험으로 알게 된다. 아마, 시골도 도시도 아닌, 개발이 덜 된
 
소규모 위성 도시의 특성을 아이들도 그대로 닮아,'까지다가 만'ㅡ내 편견에 의하면ㅡ것이
 
아니었나 짐작 될  뿐이다.>

 
나 또한 그래야할 것만 같아, 평소에 입에 잘 담지않는'씨바'운운하며 불쾌해 했는데,
 
유독 민호만큼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아니 어찌보면 녀석은 그걸 바라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난 그게 뭔지 딱 찝어낼 수는 없었지만, 아주 희미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여하튼, 나와 민호 성수는 한 반이 되었고 민호는 지난 5년 동안 그랬듯 반장에 선출되었으며
 
이경희라는 계집애가 부반장이 되었고 난 어린이 회의를 주관하는 회장이 되었다.
 
치맛 바람좀 날린 울 엄마 덕이기도 했겠지만, 몇달 사이 나는 민호와 앞을 다툴 정도로 성적
 
또한 부쩍 올라 있었는데 난 그걸 사랑의 힘이라고 믿었었다.

 
어쨌든, 횡설수설은 이쯤하고,화장실 낙서 사건으로 돌아가서 얘기를 다시 풀어 보자.

 
1교시가 시작되기도 전, 어딘가를 다녀온 이경희가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어댔다.
 
선생님이 등장하고 우당탕탕 난리 부르스를 추던 아이들도 잠잠해졌지만,
 
이경희의 애절한 흐느낌은 그치지 않았다.
 
 
벌쭘한 반장(민호)이 그래도 "차렸, 열중 쉬엇"을 한다. 잠깐...이라는 제스츄어로 반장을 제지한
 
선생님은 이유를 묻지만, 이 여우는 계속 고개도 들지않은 채, 막무가내로 울어 댈 뿐,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차마, 제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겠다는 듯!  이 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향단이가 나선다.

 
"저겨... 샌님... 화장실에여... 누가, 이경희랑 강민호가 머..했..다구여..."

 
"뭐를 해?"

 
형광등인건지, 순진한 척하는 능청스런 아이들의 연기에 속아주는 배려를 보이는건지
 
선생님은 또한번 물었고. 이제 이경희의 흐느낌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차라리 통곡을 해라. 통곡을!'하며 그녀의 연기를 경멸하 듯 쏘아봤다.
 
다른 아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순결의 얼굴을 하고 멀뚱멀뚱 이경희와 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가증스런 것들 이미 그들은 그 내막을 다 알고 있을 터였다.
 
저 계집애가 왜 저리 쌩쑈를 하는지...

 
민호와 아무런 연관이 없을 때에도 난 그녀와 별로 친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나름대로 땟국물 줄줄 흐르는 아이들은 무시하면서도 같은 임원 진 걸
 
은근히 강조하며 깔끔한데다 좀 있어보이는 내게 관심을 보이려 애썼지만 난 그녀에게 냉담했다.
 
그랬더니.... 맙소사, 이번에는 젠틀한 우리 민호에게 마수를 뻗치는 것이었다.
 
아니,뭐... 어쩌면 그건 내 오해였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난 우리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듯한 그녀가 그렇잖아도 얄미웠고 불안했다.

 
"강민호하고 이경희가 빠구리 친다구여~!"

 
그 나이까지 콧물을 질질 흘리는 어떤 쪼다가 그렇게 소리치자, 교실은 우아악~하는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우리의 아씨가 더욱 더 통곡한 건 뻔한 거고....

 
내가 선생님께 간청해서 민호와 짝궁이 된 덕(짐작컨데 요즘에 이랫다간 당장 호모가 어쩌구
 
하지 않을까싶다)에, 난 민호의 표정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었다.그 넘의 얼굴이 벌개졌을 건
 
너무나 뻔한 얘기고 그 이글거리던 눈동자는 연인인 나조차도 섬찟하게 만들었다!
 
흘깃 성수 쪽을 돌아보던 그의 눈에는 살의마저 느껴졋다. 아마도 민호는 범인으로 성수를
 
지목한 듯 했다.

 
그 날, 그 둘은 다시 한번 세기의 결투를 벌이고 난 인생의 아주 중요한 고비를 맞는다!


 

  P.S.
 
인간은 누구나 한가지씩은,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지니고 산다 들었다.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이반들에게 있어 그 말은 맞는 것일게다.
 
그런데, 난 내가 게이라는 사실말고도 아주 사소한 하나의 비밀을 더 가지고 있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그걸 털어 놓고자한다! 

그 화장실의 낙서는.....



 
 내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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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문학 싸이트에 '해병대 따먹기'란 제목으로 작년에 올라왔던
글인데..... 동일한 분인지......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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