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장이 고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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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들의 반란”을 단편에서 장편으로 재 구성했읍니다.)

 번데기가 되어버린 고추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상하리 만큼 피곤한 몸을 일으켜 학교로 향했다.
피곤함이 누적되서 인지 졸음이 연거퍼 옴몸으로 스며들고 있다.
어제저녁에 동우와 한 행동을 친구들 한데 물어보기도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병"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데,
그리고 동우아빠께서 한 말이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종례시간에 선생님한테 동우가 물어보기로 하였다.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담임선생님은 삼십 넘은 노처녀 선생이었다.
여선생님이라 물어보기도 뭐하고.......
내일 신체검사 날이니 목욕좀 하고 창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어보기로 약속을 한 동우가 벌떡 일어나 선생님에게 말을 건넸다.
어제 밤에 있었던 것을.......
선생님 .....
저 아빠가 그러는데 남자는 씨가 튼튼해야 된대요....
무슨 뜻인지 말씀해 주세요,........
순간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순진한 나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선생님을 바라보는 동우도 어리둥절했다.
이동우,
네........
아빠께  말씀 드리면 잘 알려 줄거야.......
하면서 홍조로 되어버린 선생님 얼굴은 종례도 다하지 못하고
꼬랑지가 빠지도록 도망을 쳤다.
이동우.....
그것도 모르냐?
사내놈이.....
글쎄......
무슨 뜻인데.......
아직은 몰라도 돼.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면 알아......
등치가 큰 재호가 말했다.
..........

한바탕 난장판이 된 교실을 멀리하고 동우와 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꾸 뒤에서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그일 때문인가 싶어, 창피함만 앞서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 채 줄행랑이라도 치듯, 밑을 딱지 않은 똥개 인량, 걸음거리를 재촉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내일 신체 검사라.......
온몸을 깨끗이 씻어야지 창피를 안 당하지?
하면서 동우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동우가 받았다. 저녁 먹고, 욕탕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낮에 있었던 생각에 마음만 뒤숭해진 나를 물꾸러미 형이 쳐다보더니,
무슨 고민 있어?
고2인 형이 묻는 것이었다.
아니........
저....형,
사내의 씨가 뭐야.....
동우 아빠가 사내는 씨가 튼튼 해야 된데.....
그런데 그 뜻을 몰라서 어떻게 하면 궁금증이 풀리려나 하는뜻 에서 형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갑자스레 형의 오른 주먹이 나의 머리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왜 때려....
다음에 커면 알려 줄께.
하는수 없이 궁금중을 풀지 못하고 욕탕으로 향했다.
동우는 벌써 와 있었다.
좀 늦었네........
동우가 말을 던지고 들어가는데  입구부터 시장판이었다.
어떻게 씻지....?
왜이리 많탐......
내일 신체검사라 우르르 몰려와서 장사진을 이렀다.
막 고개들은 풋고추들이 반란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궁시렁 대는 풋고추들의 반란은 때아닌 잔치집 분위기였다.
낮에 있었던 일도 생각할겸, 유심히 고추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동우야.......
이리와봐......
동우와 나는 하나 하나 고추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야..저기봐...
저기는 말뚝이다.....
되게 크네..........
그러게.
저기는 아예  번더기구나......
누구야?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인데.........
재호다....
아까 우리를 윽박지른 재호것이 번데기라.........
등치는 남산만한 것이 고추는 번데기라.......
웃음만이 터져 나왔다.
웃음도 잠시 뒤로한채,
박사처럼 탐구라도 하듯, 고개를 두리번 하면서 하나하나 조목조목 관찰을 했다.
별다른 것은 없고...........
아기고추, 번데기고추, 풋고추, 꽈리고추, 붉은고추 가지가지다.............
욕탕에 모인 고추들을  눈요기 하고 밖을 나왔다.
살 것 같았다.
때아닌 시장판이라 밖을 나오니 가슴이 확 튀었다.
어떻게 알아볼까.......
둘이 고민하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동우를 우리집에서 자기로 하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이런저런 궁금증을 더해면서..........
저편에서 형이 데이트를 하는 모양이었다.
형이 앤과 데이트를 하는 데 초나 치고 가자.........
형 .....
누나가 별룬데.....
형 눈이 좀 낮네........
둘은 형을 약 올리면서 집으로 와 싱숭생숭한 생각을 다 잊고, 책을 폈지만 공부는 딴전이었다.
밤도 깊어가고 해서 잠자리를 청하는데 형이 갑자기 문을 열었다.
진모야........
왜.........잘려는데......
너 아까 고민 해결했어.......?
아직.......
내가 가르켜줘.......
금새 잠이 달아났다. 옆에 있던 동우도 눈이 동그래졌다.
으음.........
사실 고추가 튼튼 해야되는 것은 자주 고추를 크게 하는거야......
밤마다. 조물락, 조물락 하면서........
그럼 커지잖아?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오늘도 너희 들 고추 좀 키워서 힘자랑 좀 해봐라.........
형.
고마워.
하면서 동우와 나는 꼭 껴안고 어제 못다한 키재기를 다시 시도 했다.
피곤해서 하기 싫었지만 튼튼해야 하는 형의 고추이야기를 듣고, 안 할 수가 없어 누가 먼져냐가 아니라 동시에 말을 한 것 같다.
한참을 문지르다 보니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풋내기 고추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어제보다 더커진 느낌을 받아서 인지, 나는 커질대로 커진, 고추를 연실 주룰렀다.
자 한번 대보자........
동우 것보다 내가 한수 위였다.
동우가.......
조금만 더 있다 재자.
3분후에 말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열심히 문질렀지만 더 이상 커지는 기미가 없었다.
왜이리 3분이 긴것인지 새삼 느껴보았다.
자 빨리 재봐........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어제 같아........
진모야....
나도 그런데..  동우야......
자,  빨리.........
재는 순간 또 고추들이 동시에 오열을 하였다.
기분은 이상야리꾸리 했지만, 기운이 쑥 빠지듯 졸음이 몰려왔다.
재보지도 못하고 키재기 시늉만 한 동우와 나는 허탈했다.....
서서히 잠이 오고 있었다.
다음날 형이 불렀다.
너희들 어제저녁에 무슨일 있었지?
갑자기 하는 질문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쪼그만 자식들이 벌써부터 까지갔고, 못하는 행동이 없어..........
그래 재미는 있었냐?
형의 말이 또 무슨 뜻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창피함만 앞서있었다.
오늘은 꼭 물어봐야지.......
형한테........
사내의 씨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 하고,
동우와 키재기를 할때 묘한 기분에  대한 병명도 들어보고...
오늘 왜이리 시간이 더디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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