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인간 - 악덕남녀를 평정하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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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변신을 시작했다.
날 그저 단순한 강간범인 줄만 알고 있던 그녀의 눈이 공포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옆구리와 엉덩이에서 굵디굵은 문어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했으니 무리도 아니겠지! 이제야 그녀는 형편없이 쪼그라든, 아니 아예 사라져버린 자신의 유방을 바라보며 경기(驚氣)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라진 것을 슬퍼하면 무엇하랴! 공 수레, 공 수거! 그것이 인생이거늘!
우레탄 고무처럼 징글징글하게 탄탄한 나의 문어발이 그녀의 옆구리와 엉덩이, 종아리를 드세게 휘감았다. 내가 문어발의 빨판에 힘을 주자 그녀가 다급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의 피가, 에너지가, 세포 하나 하나가, 빨판의 무지막지한 흡입력에 빨려 내 몸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하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복숭아처럼 탱탱하던 엉덩이가 금새 홀쭉해지며, 노인네의 고환처럼 찌그러진다. 그리고 오만과 공포를 넘나들던 그녀의 얼굴이 점차 보랏빛을 띠더니, 삽시간에 썩은 곶감처럼 변해버렸다. 단 몇 초만에 40kg의 체액을 빨아들인 나는, 잠시 흡혈을 멈추고서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온몸의 기운을 빨려버린 그녀가, 그저 수 천 년 된 10kg짜리 미이라처럼, 개미만큼 쪼그라든 눈동자로 간신히 나를 올려다본다. 그러더니, 방귀처럼 푸쉬시한 개스를 입으로 토하더니, 공기 빠진 풍선처럼 납작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힘차게 빨판을 흡입하자, 그녀의 딱딱해진 동공이 팝콘처럼 허공으로 튀었다.
이제 그녀의 몸뚱이는, 미대 초년생이 만들다만 고무 괴물이라고 해도, 쉽사리 믿지 못할 만큼 흉측하고 황당하게 변해있다. 난 액체라곤 한 방울도 없이, 건포도처럼 말라비틀어진 그녀의 몸뚱이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려, 복도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약탕기에서 빠져나온 대추처럼, 쭈글쭈글해진 그녀의 몸뚱이가 힘없이 구겨지며 쓰레기통 바닥에 떨어졌다.
참으로 맛있는 식사(!)였다. 단숨에 성욕으로 달아오른 50kg의 여성을 말 그대로 '빨아 먹어버린'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열기와 힘을 억제하지 못하며, 콘크리트 벽을 드세게 강타했다. 튼튼한 벽이 과자처럼 부서지며, 거미줄 같은 금이 천정까지 쭈욱 타고 올라간다.
팔목시계를 본 난, 튀어나온 문어발을 몸 속으로 끌어들이며 크게 한번 기지개를 폈다. 새벽 4시-! 미련하고 부지런한 간호사들은 잠시 후면 출근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오늘은, 쓰레기통속의 진실을 알아낼 이가 없겠지만, 그래도 안전이 제일! 그렇담, 방심도 금물! 숨을 한 번 고른 나는, 증기엔진처럼 팽창하는 내 다리근육의 탄력을 느끼며, 단 3초만에 20층부터 1층까지의 계단을 씽 주파해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빈대떡처럼 퉁퉁 부은 얼굴로 하품을 하며 출근하던 간호사 하나가, 총알처럼 달려가는 내 모습을 보며 발라당 넘어지고 만다. 니가 허깨비를 본 거라고 쳐, 이 여자야! 이렇게 빠른 인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디 잠이 오겠니?
난 지나가는 모범택시 한 대를 잡아타며, 일산 행임을 밝힌 다음, 시트에 기대며 잠을 청했다. 수지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기사가 싱글거리며 비위를 맞추려든다. 아마도 말쑥한 정장 때문인지, 날 벤쳐 업계 청년대표쯤으로 아는 모양이지? 아닌가? 그야 아무렴‥
어쨌거나‥ 이로써 비열한 악당(아니, 악녀로군!) 한 명이 또 사라진 것이다.
과연 그녀와 강대표의 죽음이 밝혀질 지나 모르겠지만! 사실 그 두 남녀의 몸뚱아리들을 보고서, 살인이 일어났다고 판단할 이도 많지는 않을 게다. 누가 장난으로 만든 껍데긴줄 알고 퍼뜩 갖다 버리겠지.
근데 내가 좀 잔인했나? 그러나 세상의 균형을 지키려면, 까짓 이 정도의 만행은 필수 악이다! 관습과 질서, 정의를 가벼이 알며 코웃음치는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상식적인 벌칙'이란 아무 효과가 없다.
하기사 누가 그걸 모르나? 문제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정의의 심판을 실행으로 옮기기는 '탭스' 만점 받기만큼이나 어렵다는 데에 있는 것이지! 하지만, 그래서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지배자중 하나이자, 세균처럼 증가하는 악(惡)을 먹어치우는 해결사이다.
난 크라켄 (craken), 이른바 유전자 변형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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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멋져요. 저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생기면 문어인간에게 연락할께요. ㅋㅋㅋ
앞으로 생기면 문어인간에게 연락할께요.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