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eer Romace № 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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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는 음악과 함께 감상해 주세요 ^^ >
제 8 부
진우는 내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그저 술만 삼켜 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저 친구끼리의 장난거리로만 치부 하는 듯 했고,
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긴.. 어느 누가 진우가 내게 맘이 있어서 그랬다고 말한 듯 믿을까..
희미한 조명아래로 보이는 녀석의 모습은 오늘따라 더욱 더 슬퍼 보인다..
처음 만났을 땐 그저 편하고 잘 웃는 녀석인 줄만 알았는데,
서서히 알게 되면서 느낀 그의 외로운 모습.. 슬픈 그림자..
단순히 여자친구와의 문제 때문 인줄 알았는데..
"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
" 아.. 아니.. "
나도 모르게 진우를 뚫어져라 쳐다 봤던 모양이다.
날 쳐다보는 녀석의 눈동자는 이미 힘이 풀려 있었다..
" 이제 술 그만 마시지..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
" ......걱정 해 주는 거냐......? "
"... 그래 ... 친구잖아... "
"... 친구 ..."
" 그래.. 친구.. "
" 그래 그렇구나.. 친구야, 나 술 한잔만 더 따라주라~ "
" 많이 마셨잖아. 그만 마셔. "
" 친구라며......"
" ... "
" 친구가 원한다는데.. 그 정도도 못해줘? "
" 너 너무 많이 마셨잖아.. "
" 그런 것 하나도 못해주시겠다? "
"... 억지 부리지마... 걱정 하는 거잖아... 친구니까.... "
"... 후 ... 그래... 친구니까... "
" 그래.. 친구...... 소중한...... "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녀석에게 나도 너와 같은 이반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진우는 내 지금 이대로를 좋아하는 걸 텐데..
내가 이반인걸 알고도 그 마음이 그대로 일까.. 하는...
너무..이기적인 생각..
그리고..
이반인데도 불구하고..
진우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든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단 하룻밤 인연으로 2년이나 그 사람을 가슴에 담고 있는 날..
이해해 줄까..
차라리 이반에게 거절당하는 것 보단..
녀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반인 채로 거절하는 게..
진우에겐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미안.. "
힘들게 입을 열었다.
" 미안해.. "
진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터질 것 같은 슬픔이 그의 눈동자에서 묻어 나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뭐가...... "
"... 미안 ...."
" 그러니까...... 뭐가...... "
" 나...... 못해...... "
" .... "
" 니 마음 받아 주는 일......같은 거.. 못해.. "
" ... 받아주지 않아도.. 좋아.. "
" .... "
" 그래도 좋아...... 어쩔 수 없어.. "
" 내가 널 영원히 받아줄 수 없어도? "
" 그럴 수 없단 거.. 네가 날 받아주지 않을거란거.. 그런 생각 무수히 많이 했어......"
" 그런데.. 그런데도 날 왜.. 계속...... "
" 널 가지는걸 바라는 게 아니니까...... "
" .... "
" 널 차지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 "
" .... "
" 그냥 네 웃는 모습 보는 게.. 좋을 뿐이야.. "
" .... "
" 친구라도 좋아.. 난 괜찮아.. "
" .... "
" 다만.. 조금만 널 더 보여줘...... "
" .... "
" 밀어내지마.. 날...... 싫어하지 말아줘.. "
".. 바보야.. 내가 널 왜 싫어하겠어... "
" .... "
" 내가 널.. 왜 밀어 내겠어.. 그러지 않을거야....... "
" ...그래..... "
" 넌 도대체 내 어떤점이 좋은 거야..
나처럼 별 볼일 없는 애를.. "
" .. 나도 몰라.. "
" .. 몰라? "
" 어.. 모르겠어..
그냥 널 처음 봤을 땐..
그저 웃음이 예쁜아이란 생각 밖엔 별다른 감정 없었어.. "
" .... "
" 그러다가..어느날.. "
" .... ? "
" 네가 우는걸 봤어.. "
" 내가? 우는 거? ... 언제? "
" 입사하고 한달 정도 지난 뒤에.. 창고에서... "
" 아........ "
희미하게 그 때 일이 떠올랐다..
매장에서 물건을 팔다가 엄마와 비슷한 차림새의 여자를 보고
그만 너무 엄마가 보고싶고 슬퍼져서..
창고로 뛰어가 울었었다..
그걸 진우가 봤을줄이야..
" 넌.. 아무도 없는 줄 알았겠지.. 그래서 난 니 본 모습을 알 수 있었어.. "
" 본..모습? "
" 그래.. 니 진짜 모습..
매장에서 활발한 척 웃음짓느라 고생하는 니가 아니라..
...진짜 너.... "
" 진짜..나...? "
" 서있는것 조차도 너무 슬픈 너....
소리 없이 ..
하염없이 ..
울고 있던 너..
그런 네 모습을 지울수 없었어... "
" .... "
" 네 슬픔을 나도 느꼈어...
끝없는 어둠... 그 속에서 우는 너.. "
".... 끝없는 어둠... "
" 그래.. 끝없는 어둠.. "
숨기고 있던 내 모습을 진우가 알고 있단 사실에 너무 놀랬다..
언제나 웃고 활발한 척 했던 내 모습이 거짓이였단걸 알고 있었던 것도..
그런 내 슬픔을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그래서.. 슬퍼 보여서..
...동정했던 거야..? "
" 아니.. 슬퍼 보여서..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
" .... "
" 나도 아니까... 그런 슬픔.... "
" .... 넌...왜..... "
" 나..... 부모님이 없어... "
" .... "
" 벌써 8년 전 일이야. "
" .....그래...몰랐어..
... 그랬구나.. "
" 어.. "
" 왜.. 돌아가신 거야.. 두분.. "
" IMF때 .. 아버지.. 사업부도 나시고...
매일 술에 취해 사셨었어..
그러다가.. 사고가 났어..... "
" ... "
" 음주운전... "
" .... "
" 아버진...
죄 없는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가셨어.. "
" 어린아이..? "
" 어.. 술에 취해.. 운전하시다가..
어린아일.. 치어 버렸어.. "
" .... "
" 남겨진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수많은 죄들을 다 짊어 매야 했어..
물질적인 빚과.. 사회적인 비난.. "
" 많이...힘들었겠구나... "
" 어.. 힘들었어.. 죽고 싶을 정도로.... "
" .... "
" 그래도 난 참을 수 있었어.. 난 강한편 이니까.. "
" 그래.. "
" 근데.. 어머닌.. 강하질 못하셨어.. "
" .... "
" 어머닌.. 그냥 가셨어.. 아버지 따라..."
" .......진우야... "
" ...슬픈 표정 짓지마..
난 괜찮으니까.. 강하니까..
살아올 수 있었어.. "
" ..... 그래... "
" 그래도 가끔씩 깊은 어둠에 남겨진 날 발견해.. 지워버릴 수 없는 분노를.. "
" .... "
" 그리고.. 남겨진 자의 슬픔... "
" ........ "
" .. 그래서 난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날 보는 거 같아서.. "
" .... "
" 널 가지고 싶다거나 안고 싶은 그런 추악한 본능이 아니야..
그냥 .. 니가 웃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난 행복해질 수 있어... "
" ..... "
" 그래서.. 미안해... 이런 말 해서.. 괜히 너한테 부담을 준거 같아서.. "
" 아냐.. 진우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
" 미안해... 근데 말하고 싶었어.... 거절 당해도 말하고 싶었어.... 혹시 ...
만약 혹시...
너도 날 사랑 할 수도 있으니까.. ㅎ.. 웃기지? .. 웃길 거야... "
" 아냐.. 안 웃겨... "
" 그래...
그래......
그래.......... "
진우는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잠이 들고 말았다.
바보 같은 진우...
왜 하필 나일까...
난 녀석을 모질게 밀어낼 수도 ..
받아들일 수도 없는데..
내 마음을 왜 이렇게 흔들어 놓을까..
바보...
녀석에 술에 너무 취한 거 같으니 집에 데려다 줘야 할 거 같다.
그전에 화장실부터 잠깐 다녀 와야지.
헉..... ㅡㅠㅡ 으웩..
화장실은 사람들의 구토물로 난장판이었다.
작작 들 좀 마시지!!!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세수를 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진우는 내 두눈뒤에 감춰진 슬픔들을 보았다고 했다..
아무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내 과거..
난 내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증오심으로 1년 동안 벗어날 수 없는 어둠에 갇혀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봐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길줄은.....
...
잊어버릴 수 있을까...
그 사람을...
기준이의 사랑으로 생긴 상처는 사랑으로 치료해야 된다는 말..
진우로 인해서.. 잊을 수 있을까...
진우가..
더 이상.. 슬퍼하면서 살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에휴...
모르겠다.. 모르겠어..
대충 씻은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고 나서 밖으로 나올 때 였다.
" 꺄악!!!!!!!!!!!!!! 불이야!!!!!!!!!!!!!!!!!!!!!!!!!!! "
콜록콜록!! 웬 연기가...
문을 열자마자 연기로 가득 찬 나이트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웬 불이야....
연기 때문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 듯이 뛰어나가는 사람들에 치여 정신도 없었다.
그저 희미하게 보이는 비상문 표지만 따라서 걸어갔다.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고 눈에선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다행히 화장실이 입구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난간을 붙잡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밖엔 직원들이 콜록거리며 여기저기 주저 앉아 있었다.
순간 .. 잠을 자고 있던 진우가 생각났다..
내 가까운 곳에서 주저 앉아 있던 미란씨에게 외쳤다.
" 진우는? 진우 못 봤어요? "
" 진우씨요... 모르겠는데... "
" ...... "
순간 눈앞이 캄캄해 졌다.
진우가 자고 있던 자리는 나랑 대화하기 위해 옮겼던 거의 구석 자리였다.
비상구와는 전혀 반대 방향인 자리..
진우.. 술에 많이 취했었는데..
" 진우야!!.. 진우야!! "
시체처럼 널 부러져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진우의 이름을 외쳤다.
" 진우야아!!!!!!!!!! 박진우!!!!!!!!!!!!!!!!!!! "
사람들속에 진우는 없었다..
설마..설마...
계속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안돼 진우야...
얼른 들어가서 진우를 데리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연기 속을 헤치고 나이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주위사람들이 날 말렸다.
" 미쳤어요? 지금 들어가서 뭘 어쩌려구요!! "
" 안돼요!! 아직 진우가 안에 있어요!! 자고 있다구우!!!! 구해야 돼요!! "
" 현수씨! 못 들어가요!! 여길 어떻게 들어가요!! "
" 이 손 놔!!!!! 저리 비켜!!!!!!!! "
" 현수씨!!! 이봐요!! 이리와서 현수씨좀 말려요!! "
사람들은 내 팔과 다리를 붙잡고 들어가지 못하게 날 말렸다.
난 몸부림을 치며 그들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두세 명이나 되는 남자들을 이길 수 없었다.
" 진우야!!! 진우야!!!!!!!!!!!!!!!!!!!! "
혹시나 진우가 안에서 듣지나 않을까..
듣고 목소리를 듣고 따라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난 더욱더 세게 진우를 불렀다.
" 진우야!!!!!!!!!!!!!!!!! 진우야아!!!!!!!!!!!!!!!!!!!!!!!!!!!!!!!!!!!!!!!!! "
이럴 줄 알았다면.. 술을 더 못 마시게 말릴걸..
잠들게 내버려 두지 말걸..
슬프게 만들지 말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동안 진우가 내게 해줬던 일들이 떠올랐다.
별난 녀석이라고 느낄 정도로 내게 잘 해줬던 진우..
나에게 장난도 많이 쳤지만 항상 날 생각해줬던 진우..
왜 몰랐을까..
왜 진작 눈치 채지 못했을까...
왜 난 그를 홀로 슬프게 만들었을까...
솔직히 진우가 키스해줬을 때.....
너무 두근거렸는데..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나도 널 싫어한 게 아닌데..
널 좋아하는데..
" 누가 좀!!!! 진우 좀!!!!! 누가 구해줘요!!!! 제바알!!!!!!!!!!!!!!!!! "
너도 날 이렇게 남겨두고 떠날 거니?
진우야...
너도 엄마처럼 내게 마음의 족쇄를 채우고 떠날 거야..?
나 아직 못한 말이 많은데..
할말이 너무 많은데..
진우야...
난 널 보낼수 없어...
이대론 보낼수 없어....
진우야...
난 그저 주저 앉아서 진우의 이름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레 울려 퍼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제 8 부
진우는 내 앞에서 아무 말 없이 그저 술만 삼켜 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저 친구끼리의 장난거리로만 치부 하는 듯 했고,
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긴.. 어느 누가 진우가 내게 맘이 있어서 그랬다고 말한 듯 믿을까..
희미한 조명아래로 보이는 녀석의 모습은 오늘따라 더욱 더 슬퍼 보인다..
처음 만났을 땐 그저 편하고 잘 웃는 녀석인 줄만 알았는데,
서서히 알게 되면서 느낀 그의 외로운 모습.. 슬픈 그림자..
단순히 여자친구와의 문제 때문 인줄 알았는데..
"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
" 아.. 아니.. "
나도 모르게 진우를 뚫어져라 쳐다 봤던 모양이다.
날 쳐다보는 녀석의 눈동자는 이미 힘이 풀려 있었다..
" 이제 술 그만 마시지..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
" ......걱정 해 주는 거냐......? "
"... 그래 ... 친구잖아... "
"... 친구 ..."
" 그래.. 친구.. "
" 그래 그렇구나.. 친구야, 나 술 한잔만 더 따라주라~ "
" 많이 마셨잖아. 그만 마셔. "
" 친구라며......"
" ... "
" 친구가 원한다는데.. 그 정도도 못해줘? "
" 너 너무 많이 마셨잖아.. "
" 그런 것 하나도 못해주시겠다? "
"... 억지 부리지마... 걱정 하는 거잖아... 친구니까.... "
"... 후 ... 그래... 친구니까... "
" 그래.. 친구...... 소중한...... "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녀석에게 나도 너와 같은 이반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진우는 내 지금 이대로를 좋아하는 걸 텐데..
내가 이반인걸 알고도 그 마음이 그대로 일까.. 하는...
너무..이기적인 생각..
그리고..
이반인데도 불구하고..
진우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든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단 하룻밤 인연으로 2년이나 그 사람을 가슴에 담고 있는 날..
이해해 줄까..
차라리 이반에게 거절당하는 것 보단..
녀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반인 채로 거절하는 게..
진우에겐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미안.. "
힘들게 입을 열었다.
" 미안해.. "
진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터질 것 같은 슬픔이 그의 눈동자에서 묻어 나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뭐가...... "
"... 미안 ...."
" 그러니까...... 뭐가...... "
" 나...... 못해...... "
" .... "
" 니 마음 받아 주는 일......같은 거.. 못해.. "
" ... 받아주지 않아도.. 좋아.. "
" .... "
" 그래도 좋아...... 어쩔 수 없어.. "
" 내가 널 영원히 받아줄 수 없어도? "
" 그럴 수 없단 거.. 네가 날 받아주지 않을거란거.. 그런 생각 무수히 많이 했어......"
" 그런데.. 그런데도 날 왜.. 계속...... "
" 널 가지는걸 바라는 게 아니니까...... "
" .... "
" 널 차지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 "
" .... "
" 그냥 네 웃는 모습 보는 게.. 좋을 뿐이야.. "
" .... "
" 친구라도 좋아.. 난 괜찮아.. "
" .... "
" 다만.. 조금만 널 더 보여줘...... "
" .... "
" 밀어내지마.. 날...... 싫어하지 말아줘.. "
".. 바보야.. 내가 널 왜 싫어하겠어... "
" .... "
" 내가 널.. 왜 밀어 내겠어.. 그러지 않을거야....... "
" ...그래..... "
" 넌 도대체 내 어떤점이 좋은 거야..
나처럼 별 볼일 없는 애를.. "
" .. 나도 몰라.. "
" .. 몰라? "
" 어.. 모르겠어..
그냥 널 처음 봤을 땐..
그저 웃음이 예쁜아이란 생각 밖엔 별다른 감정 없었어.. "
" .... "
" 그러다가..어느날.. "
" .... ? "
" 네가 우는걸 봤어.. "
" 내가? 우는 거? ... 언제? "
" 입사하고 한달 정도 지난 뒤에.. 창고에서... "
" 아........ "
희미하게 그 때 일이 떠올랐다..
매장에서 물건을 팔다가 엄마와 비슷한 차림새의 여자를 보고
그만 너무 엄마가 보고싶고 슬퍼져서..
창고로 뛰어가 울었었다..
그걸 진우가 봤을줄이야..
" 넌.. 아무도 없는 줄 알았겠지.. 그래서 난 니 본 모습을 알 수 있었어.. "
" 본..모습? "
" 그래.. 니 진짜 모습..
매장에서 활발한 척 웃음짓느라 고생하는 니가 아니라..
...진짜 너.... "
" 진짜..나...? "
" 서있는것 조차도 너무 슬픈 너....
소리 없이 ..
하염없이 ..
울고 있던 너..
그런 네 모습을 지울수 없었어... "
" .... "
" 네 슬픔을 나도 느꼈어...
끝없는 어둠... 그 속에서 우는 너.. "
".... 끝없는 어둠... "
" 그래.. 끝없는 어둠.. "
숨기고 있던 내 모습을 진우가 알고 있단 사실에 너무 놀랬다..
언제나 웃고 활발한 척 했던 내 모습이 거짓이였단걸 알고 있었던 것도..
그런 내 슬픔을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그래서.. 슬퍼 보여서..
...동정했던 거야..? "
" 아니.. 슬퍼 보여서..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
" .... "
" 나도 아니까... 그런 슬픔.... "
" .... 넌...왜..... "
" 나..... 부모님이 없어... "
" .... "
" 벌써 8년 전 일이야. "
" .....그래...몰랐어..
... 그랬구나.. "
" 어.. "
" 왜.. 돌아가신 거야.. 두분.. "
" IMF때 .. 아버지.. 사업부도 나시고...
매일 술에 취해 사셨었어..
그러다가.. 사고가 났어..... "
" ... "
" 음주운전... "
" .... "
" 아버진...
죄 없는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가셨어.. "
" 어린아이..? "
" 어.. 술에 취해.. 운전하시다가..
어린아일.. 치어 버렸어.. "
" .... "
" 남겨진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수많은 죄들을 다 짊어 매야 했어..
물질적인 빚과.. 사회적인 비난.. "
" 많이...힘들었겠구나... "
" 어.. 힘들었어.. 죽고 싶을 정도로.... "
" .... "
" 그래도 난 참을 수 있었어.. 난 강한편 이니까.. "
" 그래.. "
" 근데.. 어머닌.. 강하질 못하셨어.. "
" .... "
" 어머닌.. 그냥 가셨어.. 아버지 따라..."
" .......진우야... "
" ...슬픈 표정 짓지마..
난 괜찮으니까.. 강하니까..
살아올 수 있었어.. "
" ..... 그래... "
" 그래도 가끔씩 깊은 어둠에 남겨진 날 발견해.. 지워버릴 수 없는 분노를.. "
" .... "
" 그리고.. 남겨진 자의 슬픔... "
" ........ "
" .. 그래서 난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날 보는 거 같아서.. "
" .... "
" 널 가지고 싶다거나 안고 싶은 그런 추악한 본능이 아니야..
그냥 .. 니가 웃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난 행복해질 수 있어... "
" ..... "
" 그래서.. 미안해... 이런 말 해서.. 괜히 너한테 부담을 준거 같아서.. "
" 아냐.. 진우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
" 미안해... 근데 말하고 싶었어.... 거절 당해도 말하고 싶었어.... 혹시 ...
만약 혹시...
너도 날 사랑 할 수도 있으니까.. ㅎ.. 웃기지? .. 웃길 거야... "
" 아냐.. 안 웃겨... "
" 그래...
그래......
그래.......... "
진우는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잠이 들고 말았다.
바보 같은 진우...
왜 하필 나일까...
난 녀석을 모질게 밀어낼 수도 ..
받아들일 수도 없는데..
내 마음을 왜 이렇게 흔들어 놓을까..
바보...
녀석에 술에 너무 취한 거 같으니 집에 데려다 줘야 할 거 같다.
그전에 화장실부터 잠깐 다녀 와야지.
헉..... ㅡㅠㅡ 으웩..
화장실은 사람들의 구토물로 난장판이었다.
작작 들 좀 마시지!!!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세수를 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진우는 내 두눈뒤에 감춰진 슬픔들을 보았다고 했다..
아무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내 과거..
난 내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증오심으로 1년 동안 벗어날 수 없는 어둠에 갇혀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봐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길줄은.....
...
잊어버릴 수 있을까...
그 사람을...
기준이의 사랑으로 생긴 상처는 사랑으로 치료해야 된다는 말..
진우로 인해서.. 잊을 수 있을까...
진우가..
더 이상.. 슬퍼하면서 살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에휴...
모르겠다.. 모르겠어..
대충 씻은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고 나서 밖으로 나올 때 였다.
" 꺄악!!!!!!!!!!!!!! 불이야!!!!!!!!!!!!!!!!!!!!!!!!!!! "
콜록콜록!! 웬 연기가...
문을 열자마자 연기로 가득 찬 나이트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웬 불이야....
연기 때문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 듯이 뛰어나가는 사람들에 치여 정신도 없었다.
그저 희미하게 보이는 비상문 표지만 따라서 걸어갔다.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고 눈에선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다행히 화장실이 입구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난간을 붙잡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밖엔 직원들이 콜록거리며 여기저기 주저 앉아 있었다.
순간 .. 잠을 자고 있던 진우가 생각났다..
내 가까운 곳에서 주저 앉아 있던 미란씨에게 외쳤다.
" 진우는? 진우 못 봤어요? "
" 진우씨요... 모르겠는데... "
" ...... "
순간 눈앞이 캄캄해 졌다.
진우가 자고 있던 자리는 나랑 대화하기 위해 옮겼던 거의 구석 자리였다.
비상구와는 전혀 반대 방향인 자리..
진우.. 술에 많이 취했었는데..
" 진우야!!.. 진우야!! "
시체처럼 널 부러져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진우의 이름을 외쳤다.
" 진우야아!!!!!!!!!! 박진우!!!!!!!!!!!!!!!!!!! "
사람들속에 진우는 없었다..
설마..설마...
계속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안돼 진우야...
얼른 들어가서 진우를 데리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연기 속을 헤치고 나이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주위사람들이 날 말렸다.
" 미쳤어요? 지금 들어가서 뭘 어쩌려구요!! "
" 안돼요!! 아직 진우가 안에 있어요!! 자고 있다구우!!!! 구해야 돼요!! "
" 현수씨! 못 들어가요!! 여길 어떻게 들어가요!! "
" 이 손 놔!!!!! 저리 비켜!!!!!!!! "
" 현수씨!!! 이봐요!! 이리와서 현수씨좀 말려요!! "
사람들은 내 팔과 다리를 붙잡고 들어가지 못하게 날 말렸다.
난 몸부림을 치며 그들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두세 명이나 되는 남자들을 이길 수 없었다.
" 진우야!!! 진우야!!!!!!!!!!!!!!!!!!!! "
혹시나 진우가 안에서 듣지나 않을까..
듣고 목소리를 듣고 따라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난 더욱더 세게 진우를 불렀다.
" 진우야!!!!!!!!!!!!!!!!! 진우야아!!!!!!!!!!!!!!!!!!!!!!!!!!!!!!!!!!!!!!!!! "
이럴 줄 알았다면.. 술을 더 못 마시게 말릴걸..
잠들게 내버려 두지 말걸..
슬프게 만들지 말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동안 진우가 내게 해줬던 일들이 떠올랐다.
별난 녀석이라고 느낄 정도로 내게 잘 해줬던 진우..
나에게 장난도 많이 쳤지만 항상 날 생각해줬던 진우..
왜 몰랐을까..
왜 진작 눈치 채지 못했을까...
왜 난 그를 홀로 슬프게 만들었을까...
솔직히 진우가 키스해줬을 때.....
너무 두근거렸는데..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나도 널 싫어한 게 아닌데..
널 좋아하는데..
" 누가 좀!!!! 진우 좀!!!!! 누가 구해줘요!!!! 제바알!!!!!!!!!!!!!!!!! "
너도 날 이렇게 남겨두고 떠날 거니?
진우야...
너도 엄마처럼 내게 마음의 족쇄를 채우고 떠날 거야..?
나 아직 못한 말이 많은데..
할말이 너무 많은데..
진우야...
난 널 보낼수 없어...
이대론 보낼수 없어....
진우야...
난 그저 주저 앉아서 진우의 이름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레 울려 퍼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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