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정사 - AFTER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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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비운 접시를 씽크대 속에 넣으며 여(余)가 물을 틀어 설겆이를 하려 한다.
"그냥 놔둬요. 나중에 일하는 아주머니가 올겁니다."
"...그래도 몇 개 안되는데..."
자신이 이곳에 머물렀던 흔적을 타인에게 알리기 싫어 설겆이를 할 생각이었다.
"괜찮다니까요. 이리와서 앉아요"
중년의 완강한 이끌림에 여는 테이블이 놓인 의자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보답으로 마사지 해드릴까요?"
"마사지 잘해요?"
싫지 않아보여 여는 중년의 뒤로가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제가 아귀힘이 좀 센 편이라서 다들 시원하다고 하네요. 잘하지는 못해요"
여는 중년의 어깨와 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좋은데요?. 하하"
"고맙습니다."

말이 마사지지였지 3분도 안되서 여는 중년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댄다.
중년이 뒤를 돌아 보았고, 다시 여는 중년의 입에 키스를 했다.
중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비켜내고 둘은 재회의 입맞춤을 한다.
"사실 오늘 처음부터 이걸 하고 싶어서 정말 혼났어요."
여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중년의 뒤로 가서 그를 힘껏 안았다.
"하~~~"
중년의 깊은 신음소리가 나올 때쯤 뒤에서 여는 중년의 셔츠를 벗겨냈다.
그리고 중년의 앞으로 와서 그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여가 무릎을 꿇고 중년의 기계를 입에 넣은 폼이 어린송아지가 어미소의 젖을 먹는 듯하다.
송아지처럼 머리를 디미는 바람에 중년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중년이 여를 일으켜 세우며 손을 잡고는 방으로 갔다.

방에는 요와 이불이 몇채 있었고, 맨 위에 있는 요를 중년이 정성스럽게 펼쳤다.
둘은 그 위에 다시 누웠다.
다시 격렬한 키스가 오갈 때 쯤 갑자기 중년이 제지했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이미 중년의 기계는 번데기가 되어 쪼그라 있었다.
"더 못하겠는걸요? 그만하죠. 미안해요" 중년이 백기를 들었다.
"왜요? 무슨일이 있나요?"
"....."
"네 그러세요. 어찌되었든 이렇게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전 만족해요"
여는 애써 미소지으며 깔려져 있던 요를 정리했다.
"약속이 있어요. 우리 나가지요"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라 당황할 새도 없이 둘은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다음엔 우리 노래방 갈까요?"
지하철역에 다다를 때쯤 중년이 여에게 제안을 해 왔다.
"헛. 노래방 안간지 1년이 넘었지만 원하신다면 저야 대 환영이죠."
"그래요 내가 전화드리지요. 저기 보이는게 지하철역 입니다."
"아 네.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제게 너무도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니 나 또한 고맙군요. 연락드리지요"
지하철역 입구에 내리자마자 여는 중년의 뒷모습을 보는게 아쉽고, 안타까워 뜀박질을 했다.

연락을 해 준다던 사람이 아직 연락이 없다. 벌써 8일이 넘었다.
그 동안 신곡들을 검색해서 많이도 외우고 불러보곤 했는데 이젠 소용없는 짓인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이틀만 더 기다려 볼 생각이다.
며칠전부터 한 시인의 싯구가 여의 입가에서 맴돈다.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류시화

바람이 어디에선가 불어오고 있다.
며칠 전에 불던 그 바람이 아닌듯 차갑게 빰을 훑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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