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그리고 돈에 팔린 육신(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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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알리려는지 가을비가 촉촉이 젖어 내린다.
어느새 가을이 이만큼 다가왔는지 정말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이다.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져버린 산동네의 오르막길도 이젠 힘겨움 없이
오를 수 있다. 간혹 어둠을 밝혀주는 백열가로등의 불빛...그 불빛에
나를 뒤따르는 그림자 뿐 ...................

“형, 이제 끝난 거야?”

“응”

“오늘은 좀 늦었네?”

“응”

“저녁은?”

“응, 대충........”
“다빈이는 저녁 먹었니?”

“형 오면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지”

"미안, 잠깐 기다려 저녁 차려다 줄께."

“아, 아,  아니야. 괜찮아, 그냥 저녁 한 끼 굶지 뭐” 
“저녁 한 끼 굶는다고 죽나!”

“어서 먹어”

“지원이 형 두 같이 조금먹자?”

“늦게 먹어서인지 생각이 없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천국을 가보진 않았지만 만약 천국의 천사가 있다면 우리 다빈이를....
아니 나의 다빈이를 천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이다.

“형은 좀 씻고 들어올게.”

“응”


밤색 다라이에 받혀있는 물을 바가지에 담아 뿌리는 순간
냉기가 돌았다. 아직 초가을의 문턱이지만 차가움이 느껴진다.
아니, 비를 맞고 들어와서인가, 조금씩 한기가 몸으로 느껴진다.
정말 피곤한 하루........긴 하루였다.

“형 다 먹었어. 설거지는 그냥 둬, 내일 일어나서 내가할게.”

“알았어, 어서 자.”

알았다고 말을 건 넷 지만 그건 내 본심은 아니다. 사랑 그 하나만으론
안 된다는 세상이 아닌가? 하지만 그 사랑 하나만으로 지켜가고 싶었다.
영원히....................그를...................





선배의 소개로 업소가 하나 더 잡혔다. 미사리의 ‘해적’이란 곳이다.
무명가수란 타이틀로 십 오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 오면서 힘든 시간도
짧은 행복도 만끽 했었다.내가 좋아 시작 했던 일 아니던가. 후회도 누굴
원망 하지도 않는다. 집안의 반대로 .... 아버지의 반대로 딴따라의 길을
가지 못 할까봐 도망 아닌 도망을 시도했다. 그것이 이 시간 까지 나를
이 곳 으로 데려다 주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 이지만 항상 새로 시작하는 첫 업소의 첫 스테이지는
긴장이 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세 번째 스테이지를 맡게 된 정 지원입니다.
좋은 시간들 되 시구요. 듣고 싶으신 노래가 있으시면 주저마시고 테이블 위에
마련 돼 있는 메모지를 이용하시구요. 딸랑 한곡만 적어주시면 안 됩니다.
간혹 모르는 노래도 있으니까요. 아울러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은 통기타 치는
가수에게 rap song을 부탁 한다거나 하시는 분은 미워 할 겁니다. 예를 들어
통기타 가수가 싸이의 ‘챔피언’을 노래한다고 생각해 보세요.얼마나 웃기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럼 오늘 이시간도 ‘해적’에서 좋은 시간들 되 시구요.
첫 곡 전 해 드리겠습니다.“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 보내 드리겠습니다.”


‘안개비가 하앟게 내리던 밤
그대 사는 작은 섬으로 나를 이끌던 날부터
그댄 내게 단 하나 우산이 되었지만
지금 빗속으로 걸어가는 나는 우산이 없어요.

이젠 지나버린 이야기들이 내겐 꿈결 같지만
하얀 종이위에 그릴 수 있는 작은 사랑이어라.
라라 라라리라  랄랄라리라...............‘


신청곡 메모지가 들어온 것을 받아들었다.  가수 아저씨 정말
노래 잘 하시네요. ‘당연하지. 십 오년을 이 바닥에서 굴러 왔는데.’
아저씨의 목소리로 조 관우님의 ‘실락원’ 이란 노랠 신청해도 될 런지요.
‘해적’에서 오늘부터 알바 하는 종업원입니다. 정다빈입니다.
여자는 아니 구요. 이름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습니다.
누차 들어온 얘기지만 정말 조관우의 목소리랑 똑같다는 소리를
너무도 많이 들어오던 터라 조관우의 노래는 꾀 차고 있었다.
간혹 직원들이 신청곡을 띄워주곤 한다.
하루 일과를 적어놓은 메모와 함께 .............
오늘은 여자친구와 싸웠어요.  등등..........
 

어느덧 40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무사히.


“가수 아저씨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감사드려요. 제 신청곡 불러주셔서...........”

“아니요, 천만에요. 제 일인걸요^^”

“조관우 보다 훨씬 잘 하시던 걸요.”

“고마워요. 잘 들어줘서”

그러면서 물 한잔을 건네 왔다. 이럴 때 정말이지 행복을 느낀다.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

“그럼 오늘은 여기가 마지막 인가요?”

“아니요, 아직 두 군데 남아있어요.”

“그러시구나. 그럼 운전 조심하시구요. 내일 또 뵙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명랑한  친구였다. 그래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말 붙임이라던가.
그냥 웃음이 나온다.
이 만남이 그와의 첫 단추였다. 다음 업소로 발길을 옮긴다.
95.9Mhz에서  호세페르시아노의 ‘RAIN'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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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실락원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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