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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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철물전을 지나, 언덕이 시작되는 길에서 다시한번 심호흡을 했다.
5분쯤을 걸어올라야
이 험한 세상에 내 좁은 등어리 편히 뉘일수 있는 작은 공간이 보일게다.
며칠을 간간이 내린 눈이 언덕길을 다소 빙판으로 만들어 놓은터라
초저녁 마신술의 취기가 가신지 오래인데도 마냥 오르기가 쉽지가 않다.
자주 들락거리는 털보네 비디오대여점앞을 지나
골목을 돌면 내가 살고 있는 옥탑방이 있는 골목이 나온다.
저기 위에서 해드라이트 빛이 강렬하게 나를 향한다.
섬찟.
등골이 오싹할만큼 놀란건,
그놈의 검은 소나타가 내 옆을 바짝 스쳐지난 탓이 아니라
해드라이트 불빛에 스친 전봇대 아레 검은 그림자였다.
사람이 확실했다.
2월도 하순이긴 하지만, 얼어죽기에 어렵잖은 새벽날씨에
용감하게도 잠이들었다.
어깨에 메고있던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툭툭 발끝으로 건드려보았다.
예상대로 아주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저씨.
이거봐요 아저씨.."
잔뜩 웅크린 어깨를 젖혀보니. 아주 오랜시간 여기서 이러고 있진 않았나보다.
약간 곱슬한 머릿결사이로 유난히 흰얼굴이다.
참, 정신없는 양반하고는....
그냥갈까? 잠시고민했지만, 역시 그럴일은 아니다.
"아저씨..
어허... 참 아저씨!"
그제서야 슬며시 눈을 뜨는 시늉을 하는 이 아저씨 말좀보자.
"뭐야? 너 누구야?"
"ㅎㅎ 참나... 여기서 주무시는 아저씨는 누굽니까?'
"나? 난 강정길이지. 강정길.
넌 누구야?"
아주. 묻는 태도가 당차다 못해 어이가 없다.
"ㅎㅎ 내가 누군건 됐고. 아저씨 여기서 자면 얼어죽으니까
빨랑 일어나서 집으로 가시죠."
이젠 아주 끄떡도 않는다.
슬쩍 고개를 들어보더니 자기집이 아니란걸 알은듯 한데도
옆에 사람이 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아저씨를 안심시켜버린듯
보란듯이 잠들려고 한다.
"에라~ 전 아저씨 깨워봤습니다.
먼저 죽어서 저 원망하며 기다리지 마시고.
전 갑니다."
초저녁에 먹어둔 술기운인지. 낯선 중년앞에서 내 말투도 사뭇 당당했다.
보란듯이 몇걸음을 옮겼다.
휘휘~ 휘파람도 불어가면서....
"어이~ 이것봐 그렇다고...그냥가면 섭하지..."
수유동 강씨.
내가 그를 알게된건 대략 그렇게였다.
때는 월드컵의 환상이 현실화되어가던 2002년 2월.
종암동 언덕을 자기네 동네로 착각하고 오르다 잠든 강씨와의 처음만남.
그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파문이 되어갈지
때는 몰랐으며, 단순히 오랜만에 착한짓이라며 취객을 깨우다가.
난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숨어있던 또 다른 나를 깨우고 있었다.
5분쯤을 걸어올라야
이 험한 세상에 내 좁은 등어리 편히 뉘일수 있는 작은 공간이 보일게다.
며칠을 간간이 내린 눈이 언덕길을 다소 빙판으로 만들어 놓은터라
초저녁 마신술의 취기가 가신지 오래인데도 마냥 오르기가 쉽지가 않다.
자주 들락거리는 털보네 비디오대여점앞을 지나
골목을 돌면 내가 살고 있는 옥탑방이 있는 골목이 나온다.
저기 위에서 해드라이트 빛이 강렬하게 나를 향한다.
섬찟.
등골이 오싹할만큼 놀란건,
그놈의 검은 소나타가 내 옆을 바짝 스쳐지난 탓이 아니라
해드라이트 불빛에 스친 전봇대 아레 검은 그림자였다.
사람이 확실했다.
2월도 하순이긴 하지만, 얼어죽기에 어렵잖은 새벽날씨에
용감하게도 잠이들었다.
어깨에 메고있던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툭툭 발끝으로 건드려보았다.
예상대로 아주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저씨.
이거봐요 아저씨.."
잔뜩 웅크린 어깨를 젖혀보니. 아주 오랜시간 여기서 이러고 있진 않았나보다.
약간 곱슬한 머릿결사이로 유난히 흰얼굴이다.
참, 정신없는 양반하고는....
그냥갈까? 잠시고민했지만, 역시 그럴일은 아니다.
"아저씨..
어허... 참 아저씨!"
그제서야 슬며시 눈을 뜨는 시늉을 하는 이 아저씨 말좀보자.
"뭐야? 너 누구야?"
"ㅎㅎ 참나... 여기서 주무시는 아저씨는 누굽니까?'
"나? 난 강정길이지. 강정길.
넌 누구야?"
아주. 묻는 태도가 당차다 못해 어이가 없다.
"ㅎㅎ 내가 누군건 됐고. 아저씨 여기서 자면 얼어죽으니까
빨랑 일어나서 집으로 가시죠."
이젠 아주 끄떡도 않는다.
슬쩍 고개를 들어보더니 자기집이 아니란걸 알은듯 한데도
옆에 사람이 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아저씨를 안심시켜버린듯
보란듯이 잠들려고 한다.
"에라~ 전 아저씨 깨워봤습니다.
먼저 죽어서 저 원망하며 기다리지 마시고.
전 갑니다."
초저녁에 먹어둔 술기운인지. 낯선 중년앞에서 내 말투도 사뭇 당당했다.
보란듯이 몇걸음을 옮겼다.
휘휘~ 휘파람도 불어가면서....
"어이~ 이것봐 그렇다고...그냥가면 섭하지..."
수유동 강씨.
내가 그를 알게된건 대략 그렇게였다.
때는 월드컵의 환상이 현실화되어가던 2002년 2월.
종암동 언덕을 자기네 동네로 착각하고 오르다 잠든 강씨와의 처음만남.
그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파문이 되어갈지
때는 몰랐으며, 단순히 오랜만에 착한짓이라며 취객을 깨우다가.
난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숨어있던 또 다른 나를 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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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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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맘먹고 이곳에 글을써봅니다.
많이 부족한거
많이 읽어보시고. 또 많은 질책을 하시든.... 그건 자유고...
아무튼 한번 써봅니다.
많이 부족한거
많이 읽어보시고. 또 많은 질책을 하시든.... 그건 자유고...
아무튼 한번 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