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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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몸을 추스리는 중년은 생각보다 굉장히 큰 키였다.
너울너울 아주 몸을 추스리는데도 10분은 걸릴듯하여
다시 다가가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어이없게도 수유동이란다.
종암동 언덕이랑 비슷한 언덕위 수유동에 사는지...
"여기선 다시 택시잡기 힘들겁니다
조기 아레 큰길로 가셔서 ..."
"그래 맥주한잔 더하까?
조~오치!"
아주 갈길이 먼 아저씨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듯하더니 그새 또 엉뚱한 소릴한다.
어쨌든 큰길까지 가보자고 몸을 부축하는데
육중한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별반 봐줄만한 몸은 아니어도 힘꽤나 쓸줄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이런 상태의 사람을 태워줄 서울택시도 흔치 않을테고....
만취의 중년은 '넌 누구냐?'와 '맥주로 할래? 소주로 할래?'를 반복하고 있었다.
발갛게 불을 켜둔 큰길앞 포장마차는
밖에서 보이는만큼 따뜻하진 않았다.
10대가 넘는 택시가 그저 고개를 젓고 지나고 난후,
정말 아저씨의 말대로 포장마차에 들어서고 말았다.
쏘주하나 우동하나
멋지게 주문하고는 아주 폼좋게 기대어 잠들어 버린다.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하는데
포장마차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다.
친구놈이랑 자주 들리는 포장마차라 얼굴이 익숙하다.
허허 그냥 웃다가 생각나서 "강정길이랩디다."했더니
쥔장도 웃어보인다.
덕분에 운에도 없는 소주를 한병 더 마셨다.
곧바로 파장하는 쥔장의 도움으로 결국 완전 맛이간 강정길을 내 옥탑방에 뉘었다.
새벽 5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더운물에 샤워를 하고, 잠이들려하는데
옆에서 코를 고는 아저씨가 아침에 나보다 먼저깨서 황당해 할것이 웃겨서 잠이 안온다.
혹여 모른다 싶어 간략히 메모를 해두고 잠을 자기로했다.
'이러이러하여 이곳에서 잠들었습니다.'
잠이들면 누가 업고가도 모르는 체질인지라....
누군가 옆에 같이 잠을 잔다는게 참 낯설었다.
것도 전혀 모르는 아저씨에,
서울생활을 시작하고 이방에 누가 같이와서 잠을잔건 손가락으로 셀법도 한데....
굵은 팔뚝하나 내 가슴위로 떡하니 올려놓는다.
살며시 들어서 본인의 가슴위로 올려놓았다.
다시와서 툭 하고 내 가슴위에 떨어진다.
무지 아프다... 우씨.
이번엔 내팽게치듯 본인의 가슴위로 올려놓았다.
어수룩 창밖의 불빛으로 비치는 얼굴빛이 만취한 사람치고는 참 정갈하다.
그러고보니 운동을 많이한거 같지는 않으나 원체 마당쇠스타일인지
덩치도 크고 기골이 장대한 아저씨가
단추 몇개 풀려진 사이로 가슴에 털도 수북해 보인다.
잠이 들었나 싶었다.
내 방에서 잠들면서 이토록 어색한기분으로 잠을 청하다니...
이번에는 아주 가슴채 나를 향해 돌아누워버린 강씨에게서
독한 소주냄새가 지독하다.
어찌나 기운이 좋은지 밀어내도 좀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슬쩍돌아누워서 도망가려해도 하나밖에 없는 이불을 차마 완전히 혼자덮기는 미안해서
약간의 틈만 두고 있었다.
한참을 잔것 같았는데 또 스르르 잠이 깬다.
밖은 아직 어둡다.
왜이렇게 잠을 설치나 했더니 등뒤에서 아주 아버지라도 되는 냥 날 포근히 안고있다.
소매가 걷혀진 팔뚝이 마냥싫지만은 않지만,
어색한 기분에 살살 그 팔뚝을 등뒤로 내려놓다가
무언가 내 손길 안으로 색다른 감촉을 주는 딱딱한 물건....
허...
아저씨도 참....
하고 다시돌아누워 잠을 청하는데 자꾸 엉뚱한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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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취객을 옥탑방 까지 움직인 다는건 장난이 아니죠 남들은 파출소에 인계할텐데 대단하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