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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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형과 통화를 끝내고, 나는 왠지 모르게 허전한 가슴을 스스로 달래야만 했다.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현재는  전혀 없고 곁에 의지하면서 푸념이라도 지껄여야 속이 후련한 심정이다.
곰팡이 냄새나는 방구석에서 쓸쓸하게 어둠의 적막을 뒤로 하고 낮에 널어 두었던 이불이며, 옷가지를 차곡차곡 개고 있었다. 청승맞게 사내 혼자서 하는 행동 치고는 따분하리 만큼, 지루한 하루를 보내는 심정에 답답한 마음을 달랠길 없어 밖을 나가 보았다.
그새 옆방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노크를 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담배만 물어대고 하염없이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유난히 저녁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누구의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중에 하나는 나의 별, 또 유독 반짝이는 별은 진욱이 형 별 일것이 분명하였다.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일 서두르면서 일찍 여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은 오지 않고, 죄 없는 담배만 축내고 있는 자신도 어딘지 모르게 허전함 마음을 달래면서 내일을 위해 나만의 공간에서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설레임으로 가득찬 두뇌에서 연실 형의 얼굴을 그려 보았지만, 못내 설 잠으로 밤을 새우고 있는 자신이 분주하리 만큼 또 하루의 장막을 올리고 있었다.
먼 뒤안길에서 열차의 기적소리가 요란하리만큼 적막을 흔들고 있었고, 새벽인 듯 밖에선 벌써부터 재잘거리는 사내들의 말소리에 눈을 떴다.
멍한 생각에 머리에서 쥐가 나고 있었다.
설 잠을 자서인지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육체를 지탱하면서 또 한끼의 식사를 해결해야만 하는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면서 저녁에 먹다 남은 찬밥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녁에 너무 많이 담배를 축내서 인지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찬물에 찬밥을 들이켜 밑 반찬으로 또 한끼의 아침을 채우고 있었다.
비록 나의 창자에게 미안감이 들었지만, 나의 한끼 식사는 지겨우리만큼 귀찮고 건너뛰기 일수였다.

모든 사내들이 다 그렇게 생활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유독 음식 만드는 데는 취미가 없었다.
배가 고파 억지로 창자에 때가 대면 넣어보긴 하지만, 이렇게 한달만 생활하다보면 영양 결핍증에 병원엘 입원하기 안성마춤이다. 그런걸 알면서도 식사하기가 여간 곤욕이 아니라, 한번 쌀을 씻으면 세끼 분량으로 해서 매일 그 반찬에 그 반찬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찬밥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몸단장을 해야겠다 생각하여, 근처 사우나에서 모든 잠념을 잊고 진욱이 형을 만난다는 부푼 가슴에 나도 모르게 얼굴에는 함박꽃이 연실 피어대고 있었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대고 있었다.
서서히 출발할 시간인 것 같다.
준비할건 없었지만 그래도 형에게 동생이 되고나서 처음 찾아보는 것이라 이것저것 멋있는 옷을 다 걸쳐보다 싶이 하면서 나만의 특유한 컨셉으로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래도 청바지가 제일 멋스러워 보였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터미널로 몸을 향했다.
얼마만의 여행인 듯, 들뜬 가슴을 여미면서 주둥이에는 콧노래 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큰 기대만큼 형이 나를 따뜻하게 대해 준다면 바랄것이 없는데 하는 생각뿐,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버스에 몸을 실고 차창으로 보이는 가을 들녘을 쳐다보면서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기도 하고 있었다.
간간히 도로에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참새 떼들이 곡식을 축내기라도 하듯 뛰엄뛰엄 허수아비도 눈에 들어오고,  역시 가을인가 싶었다.
오랜만에 서울에 가는 느낌이라 그런지 내가 형이 일러준 대로 잘 찾을수 있을지 조마심이 나고 있었다.
화면에서만 접한 서울이라 그런지 막상 터미널에서 내려보니 시장판처럼 만원 이었다. 뭐가뭔지 모든 것들이 새삼스러워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붐벼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안 되고, 흐르는 시냇물처럼 사람이 많이 움직이는 곳으로 발길을 잡았다.
지하철을 타려는 것인지 모두들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 타는 지하철이라 두리번 하면서 사람들 틈에 끼어 나도 모르게 형이 일러 준대로 물어물어 가면서, 지하철 승강장 입구까지는 다 달았는데 이쪽에서 타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편으로 타야 되는 것인지 종잡을수가 없어 옆에 지나가는 사내에게 물어 보았다.
저,
이곳을 가려면 어디에서 타야 되나요?
그래도 사내는 상냥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저쪽 반대편으로 가서 타시면 되고, 안내방송에서 “강변”이라는 곳이 나오면 그때 내리시면 됩니다
내가 지금 촌티를 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우선 종착지를 찾아 가는게 급선무여서 다급해진 육체를 가다듬고 쉴새없이 뛰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다급했는지는 모르지만 배에서는 또 다시 점심을 요청하고 있었다.
배에 배고픈 귀신이 들었나?
혼자 꿍시렁 대면서 허우적 대며 맞은편으로 몸을  움직였다.
촌놈 티를 없애기 위해 그래도 멋을 부린답시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이 서울와서 나의 두상이 일그러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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