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과 축구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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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밥 먹었으면 내무반에 올라갈 것이지, 왜 다른 소대 식사하는 곳에서 얼쩡 거립니까?”

당시 식기조 라는 것을 하고 있던 나의 짬밥 이기에 제일 늦게 식사를 하고, 남아서 정리를 하고 있을 라치면 이 밤톨 머리 녀석은 언제나 이렇듯 옆에 붙어 앉아 있는게 어느새 당연한 일과가 되어 버려다.

덕분에 고참들에게 “둘이 사귀냐...?” “징그럽다 이 녀석들아” 등의 말을 듣고 있지만 왠지 그 소리가 그리 듣기 싫지 않다.
솔직히 너무 좋다. 녀석이 아무말없이 내가 정리 할 동안 기다리고, 특히 말없이 나를 무안할 정도로 가만히 보고있는 모습이 참 좋다.

그렇게 무섭게 붙어 있던 녀석이 오늘은 근처에도 오지 않는다..
‘뭐지...? 괜시리 불안한 생각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틱틱 거려서 화가 났나?’
‘우씨~~ 좀 잘해줄걸’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도통 일이 되지 않는다.
손으론 일을 하면서도 정신은 온통 멀리 떨어져 있는 녀석의 행동에 머리 털 하나까지도 뻗어 있는 듯하다.
하긴 뻗칠 머리도 없지만.....

녀석이 걸어온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리 하고 나가려는 동작을 취하는 나( 좀 짜증나네요 제가 생각해도..)
“잠간만, 너 이거 갔다 놓고 사격장으로 잠간 올래?”
‘왠 사격장 심각한 얘기를 하려고 하나...?'
“예.. 근데 뭐 안좋은 일 있습니까?”
“아니야.. 그냥 나중에 얘기하자. 갈게”

자식이 저리 서두르면서 갈 건 뭐람.
오늘 따라 무지 아쉽다.
조금 있다 만나겠지만 무시 서운하다.

무슨 정신에 사격장까지 갔는지, 녀석의 의외의 행동에 내가 이렇게 흔들리다니..

“저 나 부탁이 있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밤톨머리..
우물우물~~ 거리면서 말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라는 생각이 든다.

“뭔데 그럽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던지듯 말하는 나..
 ( 뭔데..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내가 오늘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묻고 싶었다.)
“ 나 담배 끊고 싶어 ”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담배를 끊고싶음 끊으면 되지, 그거 가지고 오늘 하루 나로 하여금 온갖 생각에 시달리게 만들다니..
무슨말을 들을지 온갖 걱정에 터벅 거리며 사격장에 왔는데 겨우 그 이유때문에...
허탈해진 나, 한마디 던진다.
“아 끊음 되지, 그거 말하려고....”
“있잖아.. 근데 그게 잘 안돼...그냥 누군가가 도와 주었음 하고”
“본인의 참아야지 그걸 누가...?”

“나 혼자서는 끊기 힘들거 같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담배 피지 말라고 하면 그 사람이 원하는 일이다 생각하고 담배 피지 않으려고...”
순간 화가 났다, 괜히 걱정해 주었다라는 생각과 묘한 배신감에 툭 한마디 뱉었다.
“아~~ 그럼 그 여자한테 가서 말하지 왜 저한테 말하십니까?”
괜히 울어 버릴거 같다.
무지 서운하다.
그때 조용히 애궂은 풀 하나를 뽑으며 녀석이 말한다
“그게 넌 데”
순간 멍~ 해 진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좋아한다라는 말과 사랑한다라는 말에 의미차이를 알고 하는 말일까?’
하여튼 좋다. 세상이 내 것인 것 마냥 좋다.

풀잎을 만지작 되던 녀석, 다른땐 잘도 얼굴을 보더니 오늘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수그리고 있다.
“ 나 봐,  담배 피지마... 너가 담배피면 나도 필거야..? 너가 하나 피면 담배 못피는 나도 한나씩 따라 필거야. 내가 담배 피고 힘들어 하는거 싫지...? 나 힘들게 하지 않으려면 담배 피지 마..”
지금껏 한번도 하지 않았던 반말을 해 버렸다.
말을 하고선 나도 무안해 고개를 수그린다.
그렇게 사격장엔 두 군바리 녀석들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다음날..
오늘은 집에서 면회를 오는 길이다.
미리 전화를 해서 부모님께, 밤톨 머리의 ‘가라 면회’를 부탁했다.
오늘 드디어 녀석과 처음으로 같이 내일까지 있을수 있다.
부모님이 처음으로 면회를 오신다라는 것보다 녀석과 같이 있을수 있다라는게 더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부모님은 면회만 시켜 주시고, 초저녁까지 걱정하시다 내려가셨다.

드디어 이제 둘만의 시간이다.
면회를 나오면 군바리들은 꼭 목욕탕을 먼저간다.

무슨 연례행사도 아닌데..
약속이나 한 듯이 그렇게 목욕탕-> 식사 -> 술 -> 여관에서 잠자기...
위의 순서가 면회의 일상적인 그림이다.

어머니를 보내고 돌아서는 나를 뚫어져라 보는 녀석....
앞을 보며 쑥스러운듯 한마디 한다.

“ 난 왜 너 가 이렇게 좋은거지..? 세상에 태어나서 누군가를 이렇게 많이 좋아할 수가 있구나란 생각에 무지 신기해,”
“나도 좋읍니다. 무슨감정인지 몰라도 같이 있으면 참 좋습니다”

그렇게 두 녀석은 아무도 다니지 않은 다리 밑 길을 길인 것 마냥 걸었다, 유치하게 손까지 꽉 잡은 체로..

목욕탕을 가는게 순서였지만, 둘이 있고 싶은 마음에 지나치듯 흘려 말했다.
“ 시간도 좀 늦고, 목욕탕 가면 사람 많으니.. 그냥 여관가서 씻고 밥 먹으러 갑시다”
“ 그래 뭐..”
여관으로 들어가는데 왜 이렇게 떨리지.
키를 받아들고 문을 따고 들어갔다.
“저~· 그냥 시간없으니까.. 같이 샤워 하고 나가죠.. 남자끼린데 어떻읍니까?”
“그래도 좀 쑥스러운데..?”
“에이 참~~ 남자끼린데... 뭐 어떻다고?”
끝까지 남자끼린데 란 말로 무마하는 나 (안쓰럽다)

“먼저 샤워 하십시오, 저 옷 챙기고 들어가겠읍니다. 배 고파서 빨리 샤워 하고 나가요”
밥이니 시간이니 남자끼리니 하며서 밤톨 머리를 떠 밀 듯  욕실로 밀었다.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처음 자대배치 받던날 짧은 체육복을 입은 녀석의 모습에,
내 몸 일부가 뻐근 해 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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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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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려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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