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2부 [10 - 드디어 최종회입니다.]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이제는... 제2부 [10] 최종편 - 이제는...
습관처럼 11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잠들때 켜둔 텔레비젼에서는 그렇고 그런 성인물이 나오고 있다.
빗소리에 창가에 서서보니, 빗줄기가 제법 힘이 느껴진다.
낡은 여관다운 비좁고 불편한 욕실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며,
저녁을 기다리지 않고 술을 먹어도 나쁘지 않을 날씨라고 생각해본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잡고 놓아주지 않는지....
내 깊은 실체를 위한 방황인것 같지만, 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대로 세상에서 사라져버려도 좋을만큼 내 자신이 모호해지고 있다.
거부할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했던가?....
은행에 들러 그동안 조금 밀려있던 숙박비를 계산하고, 오랜만에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왔다.
비가와서 더욱 한산해진 도로로 나섰지만, 마땅히 갈곳도, 기다리는 곳도 없다.
이리저리 차를 몰고 다니다가, 뒷주머니에서 걸리적거리는 통장을 꺼내보니
아까 확인한대로 잔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날짜로 기재된 7월 3일이 낯설게만 느껴지지만 별반 감흥도 위기감도 느껴지질않는다.
다시 차를 몰다보니 나도 모르게 전농동 어귀에 이르러있다.
양주임의 집앞....
설사 이것이 내 은연중의 욕구라 해도 이젠 그 욕망의 크기가 너무도 작다.
거침없이 차를 돌렸다.
종암동에 살때 가끔씩 오르던 K대학의 뒷산, 체육공원이 생각나서 그곳을 향한다.
조금씩 그쳐가던 비가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듯 멎어버린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한가하게 자리잡은 휴식처가 있다.
크고작은 건물들이며 아파트숲이며 검은 아스팔트도로들을 저기 아레로 볼수 있게 해 주는....
막 그친 비에 뭇 풍경들이 낯설정도로 정갈하고 깔끔하다.
그래, 이젠 ,,,, 이제는 나도 다시 잠에서 깨어야 할 시간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도 오랜시간동안 방황이란 핑계로 나를 버려둔건지도 모른다.
여름을 맞은 공원의 나무들이 오전내 내린 빗줄기에 산뜻하게 반짝거린다.
무얼 먼저 해야 할까.....
다시 차를 몰고 시내로 나와서 회사를 그만두며, 정지시켰던 핸드폰을 다시 구입했다.
은행잔고는 그야말로 며칠을 버티기 힘들만큼 밖에 남질 않았다.
궂이 입력해두어야할 전화번호도, 모닝콜시간도 없다.
그 사실이 얼마나 홀가분한가.
맘을 먹고 청담동을 향했다.
무얼 어떻게 하든 일단, 내 자리를 찾아야한다.
아주 오랫동안 비원둔 오피스텔 실내에서 약간의 곰팡이 냄새가 난다.
여기저기 몇달을 할일없이 돌아다니고도 홀홀단신으로 다시 오피스텔로 들어서니
느낌이 뭐랄까....
며칠정도 휴가를 다녀온듯 아무렇지도 않다.
냉장고 안은 의외로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다.
침대위에 메모지가 눈에 들어온다.
"회사도 그만두었더구나, 연락도 되지 않고, 무슨일이 있는지..
무지하게 걱정하다가 돌아간다.
무슨일인지는 모르나 정리되는대로 내게 연락좀 부탁한다."
그사이 형님이 다녀갔었나보다.
아, 그제서야 서랍장에 넣어둔 형님이 준 통장이 기억났다.
조금 안심이 된다.
메모에 남겨진 연락처를 본다.
그래...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궂이 고통스럽게 어지러운 생각속에 잠겨있어도 어쩔수 없다.
나는 나일뿐....
내가 나를 인정하는 순간, 어쩌면 모든게 해결될지도 몰라.
샤워를 하는동안 내내 그런 생각을 했지만, 도무지 다시 내생활에 활기를 찾을만한
실마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화를 들었다.
"뚜우- 뚜우-..."
길게 신호음이 울리더니 이내 저쪽에서 변함없는 그 목소리가 들린다.
"모시모시,"
왜 이럴까, 갑자기 가슴이며 머리끝이며, 흔들리듯 울컥하며
뺨위로 뜨거움이 흘러버니다.
"모시모시?"
".... 접니다. 형님..."
"석훈이? 석훈이구나 그렇지?"
이렇게 가슴 가득히 밀려올수 있는 바다가, 내겐 있었다는걸.....
스스로를 어둠속으로 밀어버리고 싶었던 많은 날들속에선, 망각하고 있었다니...
".... 네, 저예요."
"어찌된 거야?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아냐아냐 됐어, 이렇게 연락도 되고 그럼된거지 뭐.
아 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임마?"
".... ㅎㅎ 죄송해요."
그래, 태어날때부터,
아니, 태초에 '나'라는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의 탄생이 예정된 시기부터
난 이런 놈이었는지도 몰라.
그런걸 스스로 부인하거나, 혹은 불안해 하거나 한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을테지.
정신없이 남자들을 탐닉하던 순간들속에서 그랬듯 난 그렇게 살아야할 운명이라 믿어도 되는거였어.
어느순간,
이전에 몰랐었던 나를 보았고, 그것이 끔찍할만큼 더럽고 추해보였다해도
어쩔수 없지 그게 나야....
날도 어두워지고, 배도 고픈듯 하다.
그러나 침대위에 걸터앉은채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강정길]....
어느 술취한 저녁 귀가길에서 마주친 엄청난 운명의 만남.....
남들이 보기에 그가 내 인생을 송두리채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하여도.
괜찮아.
이제는....
몇시나 되었을까.
현관문을 향해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할때쯤 '딩~동,' 벨이 울린다.
심호흡을 하고 들릴만큼의 크기로 말했다.
"열려 있습니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고, 그가 모습을 보인다.
[강정길]
단숨에 바다를 건너와 준 나의.
저 넓은 어깨와 나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과
건장하면서도 섬세한 여유를 지닌 사람.
말없이 성큼성큼 침대로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눈물이 서려있다.
내가 걸터앉은 침대맡에 무릅을 꿇고 말한다.
"니가 없이는 안돼겠어, 예전에 했던말 다 취소하고.
석훈아, 그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나만 봐줘라. 니가 사라진 몇달간 확고히 느꼈다.
날 위해 그렇게 해주길 바래..."
그렇게 말하곤, 내 두 다리위로 얼굴을 부빈다.
그제서야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신하며, 한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이 다시 밀려온다.
그의 머리위에 내 떨리는 손을 올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곱슬거리는 부드러움을 향해 나즈막하게 속삭였다.
"형님, 사랑합니다...."
큰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피곤함과 눈물이 범벅이된 얼굴을 들고 형님이 웃어보인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긴장이 풀린듯한 표정으로
"바보같은놈, 그걸 이제야 안거야?"
그러게, 나는 그걸 이제서야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제는 그런 나를 두번다시 놓지 않을만큼의 시련이 지난 후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가슴가득히 밀려오는 뜨거움만큼
날 위해 바삐 달려와준 그를 안아주고 영원히 안아줄수 있을것 같다.
=======================================================================================
어줍잖은 마무리 죄송합니다.
ㅎㅎ 별반 훌륭치도 못한 글이 양만 방대해서 미안하구요.
그동안 처음부터 쭉~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jadu44" data-toggle="dropdown" title="착한통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착한통</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ht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집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더운날씨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기쁜나날되세요^^
더운날씨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기쁜나날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