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술 한 잔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으...춥다.."
단골이 되어버린 작은 bar의 문을 열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로 안 추울거라더니...얇게 차려입은 옷차림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bar의 안은, 한껏 연말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문가와 창문엔 작은 전구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한 구석엔 아직 여러 색깔의 방울과 장식을 단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예쁘죠? 저래뵈도 진짜 전나무랍니다."
"아...."
늘 그렇듯, 난 bar의 구석 쪽에 있는 창가와 맞닿은 자리를 택했다. 나와 마주앉은 풍경은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고, 때가 되어 불을 밝힌 가로등과 한산한 거리였다. 시계를 보니, 10시께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즈음이면....bar의 주인은 내게 이야기를 걸어오곤 했다.
"오늘도 늘 하시던 걸로?"
"예 뭐..."
주인은 담담한 미소를 띄우곤, 같이 일하는 이에게 눈짓을 했다. 그리곤 곁에 앉아 같이 창밖을 바라 보았다.
"마침...잘오셨네요. 오늘은..특별 이벤트가 있는 날인데.."
"예?"
"제가 마음에 드는 손님에게 대접을 하는 이벤트이지요."
"아...정말로요?"
"대신...조건이 있답니다."
"?"
"그만큼의 대가가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말이지요."
하하...나는 멋적게 웃음을 지었다. 그가 흥미있어할 만한 이야기의 대가로 한 잔 목을 축일 수 있다면야, 썩 나쁘지만은 않은 조건인듯 싶었다. 그를 쳐다보니, 어딘지 허전해 보이는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다. 연말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 맘때가 되면.....우리들은 비슷비슷한 심정을 느끼는 것 같다. 가져온 잔을 조심스레 한 모금 들이키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나는 고심하기 시작했다.
문득, 내가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흠...이런 이야기도 좋을까..
"첫사랑...이야기는 어때요?"
"..하하.."
그는 나를 보며 장난기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괜찮으신건가라는.
"아직..나이가 많은 편은 아닌 듯 한데....어쩜 최근의 이야기일수도 있겠군요?"
"뭐...그럴지도.."
나는 물끄러미 잔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1996년. 겨울.
그 당시, 나는 세상에 무척 회의감을 품고 살아가던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그다지 유복하지 않은 환경 탓도 많이 하고, 막연히 나에 대해 미래를 생각해 보면....눈앞이 캄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다 포기한 채 살아갔던 건 아니었다. 나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불량스런 행동은 일체 하지 않았다.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고, 어둑해져 집에 돌아가는 날이면....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곤 했다. 버스를 타고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했던 산골 동네.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던 동네.
더욱 싫었던 건, 집에 돌아가도 별 다른 게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에, 매일같이 방에 누워, 병마에 찌들은 얼굴로 술나발만 불어대던 아버지, 지독한 현실에도 단지....남자였기 때문에 아무 말없이 동생에게 모든 걸 양보하고, 공장에 다니던 누나. 솔직히, 나보다는 누나가 더 공부를 잘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상도 곧잘 받아오곤 했었는데..
그래서일까. 난 친구들과 그다지 원만한 우정을 나누기 힘들었다. 어쩜, 친구라고 할 수 있었을지...그들은 엘리트들이었다. 항상 반등수에 신경을 쓰며,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자신이 걸어가야할 길은 다 준비되어 있었다. 나처럼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굶주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 하는 건 그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들과 나를 이어주는 건.....
우정이라는 감정 보다는, 살아가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동료였었던지도 모른다. 그 때까지만 해도...
친구란 그런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도, 하나의 꿈이 있었기에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
서울. 그곳에만 가면, 모든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이렇게 살아왔던 날들에, 하나의 인연이 얽혀들어왔다. 담임의 심부름으로 학생 주임실에 가게 되었다. 솔직히 그곳과는 인연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거기엔 '미친 마빡'이라고 불리던 학생 주임이 있었는데, 불량학생들만 전문적으로 다루던 선생님이었다. 그 사람에게 한번 붙들혔던 학생은, 다음날이면 헬쓱해진 얼굴로 나타나곤 했었다.
똑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퍽! 퍽!"
이 앞에만 오면, 늘 듣는 소리. 아마, 또 누군가가 재수없게 마빡의 성질을 건드렸나보군.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드르륵...
"저....김삼훈 선생님 심부름으로....와..왔는데요."
문을 연 순간, 난 눈 앞이 아득해졌다. 하필이면....그곳에서 맞고 있던 있던 이는 우리 학교에서도 싸움질로 등수를 다투는....김응철.
"씩...씩..."
그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한 겨울인데다, 웃통을 벗고 런닝 셔츠 인채 인데도, 어찌나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는지 얼굴이며 상체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땀은 바싹 마른 마룻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친 마빡은 표정 변화가 전혀 없이 그를 내려치고 있었다.
"퍽! 퍽! 퍽!"
"......"
순간 나는 눈을 움찔거릴 수 밖에 없었다. 한번도 보지도 겪지도 못한 광경이었기에. 그런데도 응철은
숨만 거칠 뿐 신음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일어나. 나가."
응철은, 아무 말없이 고개 한번 꾸벅 하곤 절뚝거리며 문을 나섰다.
"어, 그래. 거기가 놓고 가렴."
마빡은 나를 보며 빙긋 웃으면서 책상을 가리켰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나는 애써 응철의 눈길을 피하며, 주임의 책상 한 구석에 던져 놓곤 잽싸게 튀어나갔다. 고개를 저으며.
나는, 행여나 학교 밖에서도 소문난 싸움꾼과 마주칠 새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시나 튈지 모를 불똥때문에.
"야. 너. 거기 서봐."
누가 그랬던가. 불길한 예감은 하려하지 노력하면 현실이 된다고. 나는 뒤에서 무어라도 당긴 듯,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곤, 서서히 몸을 돌렸다. 응철은, 아무 말없이 복도 벽에 비스듬이 기대서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처음으로 김응철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성장이 빨라서인지, 중학생임에도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키. 반듯한 턱선과 굵은 눈썹.
"......."
난 아무말 없이 그를 보고 서 있었다. 그 역시 아무말 없이 나를 보고만 있었다.
"따라와."
그는 절뚝거리며,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옥상이었다. 아직, 아침 기운이 가시지 않아 햇볕이 눈부신. 그는 자신의 마이를 땅바닥에 펼쳐놓고는
그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그리곤, 나에게 바세린 통을 쥐어주곤
"그것 좀 발라줘."
"어디에?"
"......"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대신......바지 벨트를 끄르더니, 팬티를 벗어 옆에 놓고는 엉덩이를 내비추었다.
"......아프겠다."
"약이나 발라."
마빡에게 난도질당한 응철의 엉덩이는, 온통 매자국이었다.
"아따가..."
끈적한 바세린을 손가락에 묻히곤, 울퉁불퉁하게 부어오른 그의 엉덩이를 문질렀다. 그 당시에, 그는 다른 애들보다 성장이 빨랐었던 것 같다. 나는 문득 응철을 보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학교였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의 인상착의 정도는 알았는데, 유독 응철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마이를 벗어 드러나는 탄탄한 어깨선. 어른만큼이나 굵어진 허벅지와 팔뚝.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아무 말없이 팔배개를 하곤 누워있었다. 그 때였다.
"으...으음.."
꿈을 꾸는지, 그는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했다.
그가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얀 입김을 뿜으면서....내 손도, 그의 엉덩이를 따라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하아..으...으...음..으.."
서서히...그가 들썩일 때마다 나 역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의 힘차게 꿈틀거리는 엉덩이 근육들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서서히..기분좋은...나른함. 서서히 나도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 순간..
"헉!"
나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아, 손을 떼었다. 그는, 온몸이 경직되어, 엉덩이를 꼿꼿이 세운채 신음을 뿜어내었다.
"...하아!! 아...하아.."
당황한 난 그저 뒤로 물러나, 그가 대자로 뻗어 입맛을 다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그는 나를 보고 휴지 있냐고 물었다. 나는 품속에 넣어둔 휴대용 휴지를 꺼내주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아랫도리를 벌거벗은 채로 나에게 돌아섰다. 그 순간, 나는 움찔했다. 그의 그것은, 야구 방망이 휘두르듯 내쪽으로 돌아섰다. 좀 징그러웠다. 그는 이미 많이 성숙해서 털로 뒤덮힌데다, 이미 다 자란듯 우람하게 뻗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아직 털도 나지 않았던 거 같은데...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대가리에 허연 액체를 매달고, 뻣뻣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보던 말던 휴지를 꺼내 바로 코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슥슥 문질렀다.
"....너 처음 보냐?"
"..뭘?"
".......피식"
그는 아무 말없이 한번 웃곤, 내 머리를 부볐다. 그리곤, 비교적 정중한 어투로 나에게 마이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나는 마이를 집어들기 전에 그가 누워있던 자리를 살펴 보았다. 길게 뿜어진 허연 물. 나는 쭈그리고 앉아 이게 뭘까...하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다,눈살을 찌푸리곤 손가락으로 한번 찔러보았다. 길게....늘어지는 이상한 액체.
"아, x발...빨리 안가지고와! 남의 좆물갖고 뭐하는 거야 너!"
대충 휴지로 문지르고 그를 따라갔다. 그는 약간 눈을 누그러뜨리곤 비슬비슬 웃고 있었다.
"너 몇반이냐?"
"....2반인데."
"앞으로 아는 체좀 해라."
"어 그래."
그 날 밤, 난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응철이가......
그리곤, 다음 날 아침 그가 말하는 좆물을 보게 되었다.
"아하하하하"
주인은 내 얼굴을 보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나는 이해한다는 심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리곤, 아쉬운 마지막 모금을 넘기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들어가봐야겠네요."
"하하..아, 저 잠깐만요."
"예?"
"이야기는...끝인가요?"
"그럴리 없겠지만...."
"?"
"내년에 똑같은 이벤트를 하게 된다면 들려드리지요."
주인은 약간 얼띤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
"내일...이라도. 손님이라면 똑같은 이벤트를 마련해 놓도록 하지요. 하하.."
"뭐...바라던 바군요."
"하하..간만에 만만치 않은 손님이군요. 살펴 가십시오."
"예 그럼.."
Bar의 문을 닫곤, 장갑을 끼었다. 서서히 몸을 돌이킬 때, 모처럼 그 때의 추억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가....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아쉬운 한 모금처럼 이내 돌이켜지지 않는 몸을 돌리며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단골이 되어버린 작은 bar의 문을 열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로 안 추울거라더니...얇게 차려입은 옷차림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bar의 안은, 한껏 연말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문가와 창문엔 작은 전구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한 구석엔 아직 여러 색깔의 방울과 장식을 단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예쁘죠? 저래뵈도 진짜 전나무랍니다."
"아...."
늘 그렇듯, 난 bar의 구석 쪽에 있는 창가와 맞닿은 자리를 택했다. 나와 마주앉은 풍경은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고, 때가 되어 불을 밝힌 가로등과 한산한 거리였다. 시계를 보니, 10시께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즈음이면....bar의 주인은 내게 이야기를 걸어오곤 했다.
"오늘도 늘 하시던 걸로?"
"예 뭐..."
주인은 담담한 미소를 띄우곤, 같이 일하는 이에게 눈짓을 했다. 그리곤 곁에 앉아 같이 창밖을 바라 보았다.
"마침...잘오셨네요. 오늘은..특별 이벤트가 있는 날인데.."
"예?"
"제가 마음에 드는 손님에게 대접을 하는 이벤트이지요."
"아...정말로요?"
"대신...조건이 있답니다."
"?"
"그만큼의 대가가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말이지요."
하하...나는 멋적게 웃음을 지었다. 그가 흥미있어할 만한 이야기의 대가로 한 잔 목을 축일 수 있다면야, 썩 나쁘지만은 않은 조건인듯 싶었다. 그를 쳐다보니, 어딘지 허전해 보이는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다. 연말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 맘때가 되면.....우리들은 비슷비슷한 심정을 느끼는 것 같다. 가져온 잔을 조심스레 한 모금 들이키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나는 고심하기 시작했다.
문득, 내가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흠...이런 이야기도 좋을까..
"첫사랑...이야기는 어때요?"
"..하하.."
그는 나를 보며 장난기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괜찮으신건가라는.
"아직..나이가 많은 편은 아닌 듯 한데....어쩜 최근의 이야기일수도 있겠군요?"
"뭐...그럴지도.."
나는 물끄러미 잔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1996년. 겨울.
그 당시, 나는 세상에 무척 회의감을 품고 살아가던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그다지 유복하지 않은 환경 탓도 많이 하고, 막연히 나에 대해 미래를 생각해 보면....눈앞이 캄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다 포기한 채 살아갔던 건 아니었다. 나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불량스런 행동은 일체 하지 않았다.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고, 어둑해져 집에 돌아가는 날이면....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곤 했다. 버스를 타고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했던 산골 동네.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던 동네.
더욱 싫었던 건, 집에 돌아가도 별 다른 게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에, 매일같이 방에 누워, 병마에 찌들은 얼굴로 술나발만 불어대던 아버지, 지독한 현실에도 단지....남자였기 때문에 아무 말없이 동생에게 모든 걸 양보하고, 공장에 다니던 누나. 솔직히, 나보다는 누나가 더 공부를 잘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상도 곧잘 받아오곤 했었는데..
그래서일까. 난 친구들과 그다지 원만한 우정을 나누기 힘들었다. 어쩜, 친구라고 할 수 있었을지...그들은 엘리트들이었다. 항상 반등수에 신경을 쓰며,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자신이 걸어가야할 길은 다 준비되어 있었다. 나처럼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굶주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 하는 건 그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들과 나를 이어주는 건.....
우정이라는 감정 보다는, 살아가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동료였었던지도 모른다. 그 때까지만 해도...
친구란 그런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도, 하나의 꿈이 있었기에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
서울. 그곳에만 가면, 모든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이렇게 살아왔던 날들에, 하나의 인연이 얽혀들어왔다. 담임의 심부름으로 학생 주임실에 가게 되었다. 솔직히 그곳과는 인연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거기엔 '미친 마빡'이라고 불리던 학생 주임이 있었는데, 불량학생들만 전문적으로 다루던 선생님이었다. 그 사람에게 한번 붙들혔던 학생은, 다음날이면 헬쓱해진 얼굴로 나타나곤 했었다.
똑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퍽! 퍽!"
이 앞에만 오면, 늘 듣는 소리. 아마, 또 누군가가 재수없게 마빡의 성질을 건드렸나보군.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드르륵...
"저....김삼훈 선생님 심부름으로....와..왔는데요."
문을 연 순간, 난 눈 앞이 아득해졌다. 하필이면....그곳에서 맞고 있던 있던 이는 우리 학교에서도 싸움질로 등수를 다투는....김응철.
"씩...씩..."
그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한 겨울인데다, 웃통을 벗고 런닝 셔츠 인채 인데도, 어찌나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는지 얼굴이며 상체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땀은 바싹 마른 마룻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친 마빡은 표정 변화가 전혀 없이 그를 내려치고 있었다.
"퍽! 퍽! 퍽!"
"......"
순간 나는 눈을 움찔거릴 수 밖에 없었다. 한번도 보지도 겪지도 못한 광경이었기에. 그런데도 응철은
숨만 거칠 뿐 신음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일어나. 나가."
응철은, 아무 말없이 고개 한번 꾸벅 하곤 절뚝거리며 문을 나섰다.
"어, 그래. 거기가 놓고 가렴."
마빡은 나를 보며 빙긋 웃으면서 책상을 가리켰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나는 애써 응철의 눈길을 피하며, 주임의 책상 한 구석에 던져 놓곤 잽싸게 튀어나갔다. 고개를 저으며.
나는, 행여나 학교 밖에서도 소문난 싸움꾼과 마주칠 새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시나 튈지 모를 불똥때문에.
"야. 너. 거기 서봐."
누가 그랬던가. 불길한 예감은 하려하지 노력하면 현실이 된다고. 나는 뒤에서 무어라도 당긴 듯,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곤, 서서히 몸을 돌렸다. 응철은, 아무 말없이 복도 벽에 비스듬이 기대서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처음으로 김응철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성장이 빨라서인지, 중학생임에도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키. 반듯한 턱선과 굵은 눈썹.
"......."
난 아무말 없이 그를 보고 서 있었다. 그 역시 아무말 없이 나를 보고만 있었다.
"따라와."
그는 절뚝거리며,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옥상이었다. 아직, 아침 기운이 가시지 않아 햇볕이 눈부신. 그는 자신의 마이를 땅바닥에 펼쳐놓고는
그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그리곤, 나에게 바세린 통을 쥐어주곤
"그것 좀 발라줘."
"어디에?"
"......"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대신......바지 벨트를 끄르더니, 팬티를 벗어 옆에 놓고는 엉덩이를 내비추었다.
"......아프겠다."
"약이나 발라."
마빡에게 난도질당한 응철의 엉덩이는, 온통 매자국이었다.
"아따가..."
끈적한 바세린을 손가락에 묻히곤, 울퉁불퉁하게 부어오른 그의 엉덩이를 문질렀다. 그 당시에, 그는 다른 애들보다 성장이 빨랐었던 것 같다. 나는 문득 응철을 보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학교였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의 인상착의 정도는 알았는데, 유독 응철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마이를 벗어 드러나는 탄탄한 어깨선. 어른만큼이나 굵어진 허벅지와 팔뚝.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아무 말없이 팔배개를 하곤 누워있었다. 그 때였다.
"으...으음.."
꿈을 꾸는지, 그는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했다.
그가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얀 입김을 뿜으면서....내 손도, 그의 엉덩이를 따라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하아..으...으...음..으.."
서서히...그가 들썩일 때마다 나 역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의 힘차게 꿈틀거리는 엉덩이 근육들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서서히..기분좋은...나른함. 서서히 나도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 순간..
"헉!"
나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아, 손을 떼었다. 그는, 온몸이 경직되어, 엉덩이를 꼿꼿이 세운채 신음을 뿜어내었다.
"...하아!! 아...하아.."
당황한 난 그저 뒤로 물러나, 그가 대자로 뻗어 입맛을 다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그는 나를 보고 휴지 있냐고 물었다. 나는 품속에 넣어둔 휴대용 휴지를 꺼내주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아랫도리를 벌거벗은 채로 나에게 돌아섰다. 그 순간, 나는 움찔했다. 그의 그것은, 야구 방망이 휘두르듯 내쪽으로 돌아섰다. 좀 징그러웠다. 그는 이미 많이 성숙해서 털로 뒤덮힌데다, 이미 다 자란듯 우람하게 뻗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아직 털도 나지 않았던 거 같은데...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대가리에 허연 액체를 매달고, 뻣뻣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보던 말던 휴지를 꺼내 바로 코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슥슥 문질렀다.
"....너 처음 보냐?"
"..뭘?"
".......피식"
그는 아무 말없이 한번 웃곤, 내 머리를 부볐다. 그리곤, 비교적 정중한 어투로 나에게 마이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나는 마이를 집어들기 전에 그가 누워있던 자리를 살펴 보았다. 길게 뿜어진 허연 물. 나는 쭈그리고 앉아 이게 뭘까...하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다,눈살을 찌푸리곤 손가락으로 한번 찔러보았다. 길게....늘어지는 이상한 액체.
"아, x발...빨리 안가지고와! 남의 좆물갖고 뭐하는 거야 너!"
대충 휴지로 문지르고 그를 따라갔다. 그는 약간 눈을 누그러뜨리곤 비슬비슬 웃고 있었다.
"너 몇반이냐?"
"....2반인데."
"앞으로 아는 체좀 해라."
"어 그래."
그 날 밤, 난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응철이가......
그리곤, 다음 날 아침 그가 말하는 좆물을 보게 되었다.
"아하하하하"
주인은 내 얼굴을 보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나는 이해한다는 심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리곤, 아쉬운 마지막 모금을 넘기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들어가봐야겠네요."
"하하..아, 저 잠깐만요."
"예?"
"이야기는...끝인가요?"
"그럴리 없겠지만...."
"?"
"내년에 똑같은 이벤트를 하게 된다면 들려드리지요."
주인은 약간 얼띤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
"내일...이라도. 손님이라면 똑같은 이벤트를 마련해 놓도록 하지요. 하하.."
"뭐...바라던 바군요."
"하하..간만에 만만치 않은 손님이군요. 살펴 가십시오."
"예 그럼.."
Bar의 문을 닫곤, 장갑을 끼었다. 서서히 몸을 돌이킬 때, 모처럼 그 때의 추억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가....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아쉬운 한 모금처럼 이내 돌이켜지지 않는 몸을 돌리며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