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 #1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부부 [夫婦, married couple]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남녀의 신분

우리 사이에, 분명히 사랑은 있었다. 우리 두사람 모두 사랑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도 힘이 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시퍼런 강물위에서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는 나를...

"여보! 아침 먹어요!"
아침. 잠에 찌든 몸을 씻어내고, TV를 멍하게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진다. 부엌에서 풍겨지는 구수한 국냄새보다도 그녀의 목소리가 먼저 내 코를 타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 우리 부부는 중매로 만나게 되었다. 맨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의 풋풋한 미소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첫만남 후, 5개월 간의 교제를 마치고,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20대 후반을 서로 보내고 있었다.
"다녀와요. 운전 조심하구."
"응."
난 무척이나 그녀를 사랑한다. 결혼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가 내 앞에 있을때의 가슴 설렘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도 직장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회사원이라는 직업.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 세일즈맨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는 것 역시 쉬는 일이 아니다. 이럴때 내가 큰 위안이 되어주는 친구 녀석이 있다. 한준수. 오늘도 그녀석과 함께 사내식당 밥을 먹는다.
"야, 어제 우리 마누라가 동창회 갔다가 늦게 온다고 하길래, 비디오 가게 가서 무지 찐한 걸로 하나 빌려 왔거든? 캬... 정말 죽이데... 근데 그날 갑자기 마누라가 빨리 들어오는 바람에, 나 어제 밤에 죽는 줄 알았다. 으휴.. 인제 아주 마누라가 무섭다니까. 어찌나 적극적인지.."
"흠... 그래..."
준수는 결혼 1년차. 아이가 하나 있다. 그래... 한참 끓어 오를때지... 하지만... 우리 사이엔 아이가 없다. 결혼 3년차 인데도... 그건...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아내는 내 자켓을 벗기고 가방을 받아준다. 3년동안 살면서 그러니까 1095일 동안 그녀는 이 일을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늦은 밤. 둘만 있어 적적한 때에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막 눈을 붙이려는데...
"여보... 오늘 괜찮은데..."
"......"
아내가 조심스럽게 내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나는 아내를 껴안았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키스를 나누었다. 난 긴 파자마 아래로 손을 넣어 아내의 속옷을 벗겨냈다. 그리고 그렇게 한 20분간 아내의 온몸을 애무했을까... 아내는 벌써부터 가느다란 신음을 흘려내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 일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렇다. 아내와 제대로 된 관계를 가져본 것이 일년에 두세번쯤..? 그것도 만취했을때... 도무지 제정신으로는 아내와 관계를 가질 수가 없다. 흥분이 되질 않는다. 도무지.. 도무지... 항상 아내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행복하게 사려고 노력하는 아내에게 항상 감사했다. 하지만 이제 아내의 인내심도 극에 달했던 것일까... 얼마후 아내는 흥분된 목소리로 눈물 범벅이 되어 나에게 달려왔다.
"당신 왜 그래?! 응?!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싫어?! 아니면, 내가 여자로 안 보여?! 응?! 대체 왜 그래!!!"
병원에 가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비뇨기과에 정신과까지 다녀봤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육체와 정신을 가졌다고 진단을 받았다.
"미안해..."
아내는 내 앞에서 주저앉아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통곡을 한다. 결혼 3년째. 1년에 한두번하는 부부생활에 만족할 리가 있겠는가... 그동안 버텨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지금이라도... 해볼래?"
"됐어."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다음날 아침까지 나오지 않았다. 회사에 나가기 전, 나는 문을 두드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나... 회사 갈께... 미안해..."
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걸까. 무엇이... 그 이후, 아내는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서로 각방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날. 내가 회사에서 돌아왔을때, 아내는 집에 없었다. 아내에게 핸드폰을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이런 나를 원망하며 슬퍼했다. 나 때문에 집을 나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정말... 너무도 미안했다.
"그래... 어쩌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는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인지도 몰라..."

-계속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ms0083" data-toggle="dropdown" title="노호혼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노호혼</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ht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재미있을거 같네요.
기대할게요.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