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정사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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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늦었는데도 아들에게 연락이 없었다.  먼저 전화를 하려다가도 병원에 있기에 선뜻 전화하지 못하고 기다렸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약간은 울먹이는듯한 목소리에 직감처럼 손자가 잘못되었을것이라는 예감이 스쳤다.  아버지라고 몇번을 반복하더니 아들은 울먹였다.  그이상은 아들이 내게 했던 말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
손자가 잘못되었으면 태어날 아이때문에 참고 있을 며느리가 아들과 헤어질것이라는것은 뻔한 일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깨끗해 졌다.  아무런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나는 옷을 대충걸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들도 며느리도 그저 내 잘못으로 인하여 안타까울 뿐이었다.    며느리를 붙잡고 싶었다.  아들에게 며느리가 지금 가장 힘들때니까 잘해주라고 충고해주고 싶었다.  그러면 내가 생각했던 결론처럼 일이 생기지 않을수도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싶었다.

병원입구에 아들은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모금 한모금 깊이 들이마셨다가 한숨처럼 또 깊이 내쉬는듯 보였다.  먼저 아들에게 가 위로했다.
" 지 운명대로 태어나는것이란다...."
" 아버지 얘기가 너무 불쌍해요.."
이미 죽어버린 아이를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 이놈아!  살아있는 니 마누라한테나 신경써라.  그리고 니 몸이나 챙겨... 자식은 또 가지면 되는것 아니냐?"
" 네..."
아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무슨말이냐고 되물었다.
" 얘기가 잘못된것 아니었어?"
아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아버지 아녀요!  지금 인큐베이터에 있어요..."
" 뭐라고..."
내가 너무 아들과 며느리의 관계를 호전시킬 매개체로 손자를 기대해서였을까!  아들의 울먹임에 그 이상은 듣지 않고 나름대로 유추해 아이가 죽었을거라고 생각해버린것이었다.
아들이 데리고 간 신생아실 한쪽에 인큐베이터 안에 주먹만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체중도 채 2kg이 못되는 아이에게 링거를 꽂아 놓았으니 보는것만으로 힘들어 보였다.  손자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엄마와 아빠를 연결해 주는 사랑의 전령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빌었다.

다음날 아들은 출근해야 한다며 지방으로 갔다.  며느리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는 아이의 외할머니가 계셨지만 퇴근시간이면 며느리에게 들려서 왔다.  아들이 옆에 없기에 나라도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일주일 후 며느리는 퇴원했지만 손자는 아직도 인큐베이터에서 나올려면 한참이 걸린다고 했다.  며느리를 친정으로 퇴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 너 며느리에게 그렇게 모질게 하면 천벌 받는다...."
" 얼마나 불쌍한 사람이냐?... 그리고 너는 니 자식 걱정도 안되냐..."
술취한 사람처럼 아들에게 한동안 떠들었다.
" 오늘도 저 전화통화는 했어요."
내말에 기가 죽은 아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했다.
" 전화 한통이면 모든게 다 되는줄 알아... 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러면 좋아... 그리고 오늘은 니 마누라 퇴원하는 날이다.  힘들어도 집에 와야 하는것 아니냐?"
내 호통을 들은 아들은 내일 올 계획이었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아들도 보통의 사람처럼 가정생활을 하는게 내 소원이었다.  하지만 며느리에게 하는 모양새를 보면 내가 며느리라도 싫다는 생각이 들겠다 싶었다.  다만 아이가 있으니 선뜻 결심은 하지 못할것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몇일후 그날도 여느때처럼 퇴근길에 손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들렸다 오려고 병원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아이의 외할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울고 있는 며느리를 보았다.  나는 며느리에게 달려갔다.
나를 본 며느리는 내게서 뒷걸음치며 나를 피했다.  사돈께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 죽었데요"
내 옆에서 며느리는 오열을 하더니 내게 두눈 부릎뜨며 소리질렀다.
" 아버님은 이중인격자여요.  정말 너무하셨어요.  제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나요..."
옆에서 부축하던 사돈이 말리는데도 며느리는 한맺힌 사람처럼 질러댔다.  나는 아무말 할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서서 며느리가 하는 말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것 아닌가?  오열하는 며느리가 참으로 안스러웠다.
나는 뒷처리를 친구에게 부탁하고는 차를 동해안으로 몰았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하지만 창문을 열어놓고 과속카메라에 연신 찍혀대며 차를 내몰았다.
가슴이 답답해서 뻥뚤린 동해바다를 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고함이라도 치고 싶었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보이지도 않는 수평선을 바라다 보았다.  11월이라 하지만 밤공기는 겨울 못지않게 차가웠다.  잠시 두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 개인의 욕심으로 인하여 아들에게나 며느리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안긴것이 되었으니.....

다음날 회사에 몇일간 출근하지 못할것라 전화를 했다.  그리고 철지난 민박집에 박혀 잠을 잤다.  밥도 잊고서 나오지 않는 내게 무슨일이 있는지 가끔씩 주인은 확인하고 돌아갔다.  그러길 몇일째 상경하는 길에 나는 아들집에 전화를 했다.  며느리가 받았다.  아들은 집에 있지 않다는 말만을 하고선 전화가 끊겼다  아들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아들목소리와 함께 상무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를 상무님댁으로 몰았다.  목덜미가 땡겼다. 

상무님댁에 도착했을때 나는 다짜고짜 옆에 있는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들을 향해 휘둘렀다.  아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면서도 반항하지 않았다.  다만 머리만을 두손으로 감쌀뿐이었다.  내 몽둥이를 맞고 있는 아들이 두눈에 들어왔다.  내 흥분이 조금은 가라앉은듯 싶었다.  아들이 다칠까봐 엉덩이와 다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렸다.  그리고 손에 있던 몽둥이를 바닥에 내 던졌다.
그리고 웅크려있는 아들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들이 따라 나왔다.
" 아버지!  저도 미치겠어요.  저도 힘들어요...."
나는 흥분이 멈춰져 버린것인지 차분하게 말했다.
" 그럼 니가 왜 여기 있는것이냐?  니가 지금 있을곳이 여기냐?'
" 그럼 전 어떻게 해요... 아버지는 전화도 안받고 제가 누구한테가서 하소연을 해요.."
아들은 의논할 상대가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오해했던 모양이었다.
" 죽이되든 밥이되든 니 마누라와 해라..."
" 니 지금 니 마누라 놓지면 천벌받는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말 못들었냐?  니 마누라 지금 가장 힘들때다.  가서 위로해줘라.  그리고 헤어지더라도 그 다음에 헤어져..."
흐느적 거리는 아들을 집에 태워다 주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제 모든것이 끝나버린것이다.
아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던 것은 역시 내 무리한 소원이었더란 말인가.....

그 뒤 한동안은 아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전하를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상무님을 뵈어도 형식적인 인사만 할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들내외가 이혼한다는 말을 할날이 몇일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확인하고 싶지가 않아 사람들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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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계속 우울한 쪽으로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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