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01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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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흰 천정의 벽지보였다. 사방무늬로 펼쳐진 벽지는 흔들리는 시선에 맞추어 무늬와 무늬 사이에 공간을 지우고 한줄로 연결되어 마치 길게 연결될 끈처럼 보여졌다. 시작이든 끝이든... 어디든 끊어진 곳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계속 무늬는 혼자서 움직이며 온 천정을 헤메이고 있었고, 잠시라도 멈출라치면 이네 조각으로 부서져 그 모습을 감춰버리고 말았다. 정수의 어께로 고개를 파뭍고 있던 남자가 다시 신음소릴 내며 제법 묵직해보이는 넓은 등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도 허리 아래로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골반에 맞춰 정수의 몸도 리듬을 타 흔들리고 있었고, 그런 정수를 바라보던 남자는 들어올려진 정수의 다리를 다시 자시의 가슴으로 끌어당기고 만족한듯 허릴구부부려 정수에게 키스하려 했다. 천천히 내려오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 닿기 직전의 순간에 정수는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고, 예상치 못한 거절에 잠시 주춤한 듯했지만 다시 허리를 들어 정수의 몸을 타 넘고 있었다.
온몸에 들러붙는 듯한 공기가 한동안 배회하더니 남자의 움직임이 거칠어지며 조명대신 켜놓은 촛불에 방안을 돌아다니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이내 짧은 신음이 폭발적으로 사내의 가슴에서 터져나왔다. 사내는 정수의 몸에 몸을 누이며 자신의 등을 정수가 안아주길 바랬지만 정수는 침대의 살을 더듬고 있었다.
남자가 화장실로 들어간 후 정수가 제일 먼저한 것은 침대 시트를 걷어내는 일이었다. 그리곤 벽장으로 가 가지런히 잘 정리된 베개보와 이불들 중에서도 가장 밑단에 놓아둔 시트를 꺼내 침대위에 펼쳐두었다. 문소리가 나고 남자는 채 머리를 다 닦기도 전에 침대를 정리하고 있는 정수를 봤다.
"뭐해요?"
"시트 갈려구요."
멋적은 사내를 두고 눈도 한번 돌리지 않는 정수의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재단하듯 칼같은 주름을 잡고 구겨님 없이 펴지는... 좀전의 시트가 잃어버린 색의 의미를 정수는 깨끗하게 재현해 내고 있었고, 그렇게 갈아치워지는 시트를 보며 사내는 못내 서운했다.
"내가 땀을 많이 흘렸나봐요?
다시금 이미 닦았던 어깨를 문지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내에게 정수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아뇨...제쪽도 땀은 많아요..."
"그런가...?"
더이상 사내는 말을 잊지 못하고 그냥 냉장고로 가 물병을 꺼내들었다.
"컵은 갈색컵을 써주세요."
"아...? 예 "
'이거야 원 가시방석이 따로 없군...'
어색하게 주춤거리는 사내를 보며 정수는 다소 미안한 감이 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더 큰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수는 자기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사내에게 다가갔다.
"현관 열쇠에요."
"???"
"전 지금부터 씻으러 들어갈께요. 나가시면서 문 잠궈주시고 열쇠는 아래쪽 우유배달구에 던져넣어주세요. 전 오래씻고 요즘 아파트에 도둑들이 많다네요.그럼 안녕히 가시구요..."
냉큼 수건을 들고 화장실 문 뒤편으로 사라지는 정수를 보며 사내는 어이가 없었다.
더운물을 맞추느라 쏟아지는 물소리에 사내의 발자국 소릴 들을 순 없지만 잠시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진동이 왔다. 잠시 물을 잠그고 문쪽으로 고개를 돌려 열쇠가 잠기는 소리 그리고 배달구 함이 딸깍 거리는 소릴 듣고는 다시 물을 틀어 온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형 지금은 여름이라고... 시원하게 찬물로 하지 왜 더운여름까지 온수야.'
'난 찬물로 샤워못해. 숨이 멎을 것 같아서 싫어.'
'남자가 대범하지 못하게... 그게 뭐냐? 허약해 가지구선...'
'그런데 왜 그걸 가지고 시비야?'
'가뜩이나 더운데 형이 먼저 샤워한뒤에 목욕탕에 들어가면 열기가 확 느껴지잖아. 그때 얼마나 짜증나는데... '
한참을 더운물 밑에서 샤워하던 정수는 다시 천천히 찬물쪽으로 수도꼴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찬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물이 아닌 몸에서 옅은 김이 배어나올무렵 정수는 물을 맞는 그대로 바닥에 앉기 시작했다.
들썩거리는 어깨만 보일뿐 정수가 내는 어떤 소리도 물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온몸에 들러붙는 듯한 공기가 한동안 배회하더니 남자의 움직임이 거칠어지며 조명대신 켜놓은 촛불에 방안을 돌아다니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이내 짧은 신음이 폭발적으로 사내의 가슴에서 터져나왔다. 사내는 정수의 몸에 몸을 누이며 자신의 등을 정수가 안아주길 바랬지만 정수는 침대의 살을 더듬고 있었다.
남자가 화장실로 들어간 후 정수가 제일 먼저한 것은 침대 시트를 걷어내는 일이었다. 그리곤 벽장으로 가 가지런히 잘 정리된 베개보와 이불들 중에서도 가장 밑단에 놓아둔 시트를 꺼내 침대위에 펼쳐두었다. 문소리가 나고 남자는 채 머리를 다 닦기도 전에 침대를 정리하고 있는 정수를 봤다.
"뭐해요?"
"시트 갈려구요."
멋적은 사내를 두고 눈도 한번 돌리지 않는 정수의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재단하듯 칼같은 주름을 잡고 구겨님 없이 펴지는... 좀전의 시트가 잃어버린 색의 의미를 정수는 깨끗하게 재현해 내고 있었고, 그렇게 갈아치워지는 시트를 보며 사내는 못내 서운했다.
"내가 땀을 많이 흘렸나봐요?
다시금 이미 닦았던 어깨를 문지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내에게 정수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아뇨...제쪽도 땀은 많아요..."
"그런가...?"
더이상 사내는 말을 잊지 못하고 그냥 냉장고로 가 물병을 꺼내들었다.
"컵은 갈색컵을 써주세요."
"아...? 예 "
'이거야 원 가시방석이 따로 없군...'
어색하게 주춤거리는 사내를 보며 정수는 다소 미안한 감이 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더 큰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수는 자기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사내에게 다가갔다.
"현관 열쇠에요."
"???"
"전 지금부터 씻으러 들어갈께요. 나가시면서 문 잠궈주시고 열쇠는 아래쪽 우유배달구에 던져넣어주세요. 전 오래씻고 요즘 아파트에 도둑들이 많다네요.그럼 안녕히 가시구요..."
냉큼 수건을 들고 화장실 문 뒤편으로 사라지는 정수를 보며 사내는 어이가 없었다.
더운물을 맞추느라 쏟아지는 물소리에 사내의 발자국 소릴 들을 순 없지만 잠시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진동이 왔다. 잠시 물을 잠그고 문쪽으로 고개를 돌려 열쇠가 잠기는 소리 그리고 배달구 함이 딸깍 거리는 소릴 듣고는 다시 물을 틀어 온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형 지금은 여름이라고... 시원하게 찬물로 하지 왜 더운여름까지 온수야.'
'난 찬물로 샤워못해. 숨이 멎을 것 같아서 싫어.'
'남자가 대범하지 못하게... 그게 뭐냐? 허약해 가지구선...'
'그런데 왜 그걸 가지고 시비야?'
'가뜩이나 더운데 형이 먼저 샤워한뒤에 목욕탕에 들어가면 열기가 확 느껴지잖아. 그때 얼마나 짜증나는데... '
한참을 더운물 밑에서 샤워하던 정수는 다시 천천히 찬물쪽으로 수도꼴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찬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물이 아닌 몸에서 옅은 김이 배어나올무렵 정수는 물을 맞는 그대로 바닥에 앉기 시작했다.
들썩거리는 어깨만 보일뿐 정수가 내는 어떤 소리도 물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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