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시작되는 사랑과 운명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시작하며..

에드바르트 뭉크의 걸작 ‘절규'를 들여다보는 한 사내의 눈길이 느슨한 늦여름 열기처럼 우수에 젖어 있는 듯 하다. 타오를 듯 끈임 없는 붉은 시선을 담아두기엔 뜨거웠는지 눈물이 한가득 메워져 식히고 있다. 누가 그렸는지 어떠한 의도로 그렸는지 알지는 못해도 붉게 칠해진 유화 사이로 단절된 타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낯 설은 바닷가 앞의 붉은 태양이 그의 그림인 것처럼 어색한 울음을 쏟아내고 있다. 서너 시간 동안 의식을 잃어 가는 다리를 붙잡고 참을 수 없는 후회의 미소 또한 한 줄기 흘리고 있다. 다른 건 참을 수 있어도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난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하늘을 바라보며 침묵의 외침으로 몸부림을 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란 것은 어디에나 존재 하는 것인가? .
늘 운명과 인연이란 단어를 두고 그 사이에서 많은 남자들을 조롱해 왔던 나였던 만큼 한 사람에게 정을 쏟는 일이란 쉽지 않다. 전생에 그에게 내가 지었던 죄였을까? . 아님 그가 나에게 지었던 죄였을까? 쉽사리 그 와의 만남을 인정 할 수 없는 나였다.

1984년 그 해 겨울은 서민들에게 있어 유난히도 따듯한 겨울 바람이 불어왔다고 한다. 없이 살던 시대라서 이정길이 암행어사 역할로 정의로움의 대명사로 떠올랐고, 지금은 TV에서 못 보면 서운할 만큼 요소 요소에서 친근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임현식의 출세작이기도 한 <암행어사>가 어려운 계층에게 힘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암행어사도 자신의 반쪽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가슴에 부는 겨울 바람은 잡아가질 못했다.

"아이고.~! 영수 애비야 살 사람은 살아야제.~!"
" 니 봐라~! 여그 남은 느그 자식 새끼들은 우짤라고 여기서 이렇게 넋 놓고 있나?"
"우짯든 간에 니가 정신 챙기고 살아야 느그 자슥들도 잘 살거 아이가?."

하염없이 내리는 눈물은 겨울 바람마저도 녹여버릴 만큼 뜨거운 애절함이어서 그 옆을 지나가는 다른 상여의 소리 마저도 멈칫하게 만들었다.

"아이고 영수 엄마야.! "
"그렇게 니 가뿔면 느그 새끼들 나 혼자 어찌 키우라고 그라노.?"
"그렇게 혼자 가는게 서러워서 눈도 못 감은 니가 어떻게.... 어떻게...."

사내는 차마 말을 잊지 못한 채 하염없이 고개만 떨구고 시린 가슴을 쥐어 뜯는 시늉을 보였다. 영호, 민정이 남매는 자신의 아빠가 왜 그리도 슬피 우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주위 사람들이 울어서 같이 크게 울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영호는 지쳤는지 옆에서 눈시울 붉히며 울고 있던 고모에게 빼빼로 하나 달라고 금새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그걸 보던 동생 민정이도 덩달아 빼빼로를 외치며 연신 고모의 옷을 끌어댄다. 조금 있다가 사준다며 남매를 달래느라 어쩌지 못하는 고모를 보고는 6살 먹은 영수가 가만히 있으라며 따끔하게 야단치고 아버지 곁에 가서 겨울바람이 가져다준 허전함을 막고 곁을 지키고 있었다.


" 영수 애비야 "
" 정 안되면, 니 누나들이 삼남매 나눠서 키운 준다고 하드라.!"
"새 장가 한번 들어 보는게 어떻겠노?"
"싫습니다. 야들 지 애미 잃은지 십 년이 된 것도 아니고 이십 년이 된 것도 아인데..
고작해야 이제 반년도 안됐는데 무슨 결혼을 하라고 하십니까?. 그리고 나중에 죽어 야들
애미 만날 때 죄스러워서 그렇게도 안됩니다 "

아버지 앞에서 먼저 간다는 소릴 했으니 상놈하는 소리라...
하여 아차 싶었던지 영수 아버지는 금새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했다. 허나 그도 잠시 영수 할아버지께서 재차 애비에게 물어본다.

"그럼 그러지 말고 선이라도 한번 보거라!"
"니는 야들 애미 생각한다고 하지만, 어린 이것들 한테는 애미 하나 있어야 되지 않긋나?
"만일 새로 들어올 며느리가 싫다면 니 누나하고 동생이 하나씩 맡아서 살아준다 안카나"
"그래도 그러는게 아이다. 여자는 혼자서 10년이고 20년이고 수절하면서 살아가도 사내는
그렇게 안된데이.. 남자한테는 여자가 하나 있어야 되는거다. 야들 두고 먼저간 영수 애
미 한테는 미안하지만, 니도 그렇게 평생 혼자 사는 것 아인기라.!"

5남매 가운데 세째 외아들로 태어나서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누나들 귀염을 받아 살아온 터라 짝 없이 혼자 지내는게 아쉬워 누나들이 영수 할아버지께 먼저 말을 넣었다. 영수 애비 선 보게 해서 짝 지어주는게 어떻겠냐고, 그 말에 할아버지도 동감하셨는지 그렇게 하자며 영수 애비에게 말을 꺼냈지만, 듣기만 할 뿐 단 한번도 선을 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말을 넣어봤으면 돌부처도 돌아 앉을 판이건만 어찌하여 그렇게 미련스러운지 답답한건 누나들과, 영수 할아버지도 매 한가지였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novel?sca=&amp;sfl=wr_name,1&amp;stx=moongke" data-toggle="dropdown" title="moongke 이름으로 검색" class="sv_guest"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moongke</a> <ul class="sv dropdown-menu" r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지난번에 이모션 포맨님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지난번엔 오리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내용의 틀린점을 몰랐는데, 님 지적으로 인해 틀린부분 수정 했습니다..앞으로도 틀린부분 있으면 지적좀 부탁드릴게요..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