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도둑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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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세탁소에 들렀다.
그래,
가위는 찾았어?
아니,
시치미를 떼면서 친구에게 가위를 찾았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그 헌 가위가 정이 들어서인지 그 다음날부터 아내가 힘이 없어지고 일할 기분이 나지 않아 가위를 찾는 것이거든.
익숙하지 않은 새 가위로 일을 하다보니, 일이 서툴러지고 손에 익은 가위로 일을 해야 능률도 있다고 하는데 도저히 찾을수가 있어야지,
걱정이구나.
아무것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슴 한켠에 무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현관문에 걸려있는 가위를 쳐다보았다.
그래,
다 필요없어,
괜한 우정에만 금이 가고 친구 볼 면목서 안설테고 해서, 가위를 현관문에서 내려놓았다.
이 가위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신문지에 주섬주섬 가위를 싸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째거나 가위를 돌려줄 요량으로 밖으로 나와 세탁소를 향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어떻게 돌려줘야 되나 고민도 되고, 선뜻 돌려주면 면박을 받을게 분명한데................
별 잡생각을 하면서 두리번대고 있었다.
아직까지 세탁소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둑고양이처럼 세탁소에 시야를 집중하고 있었다.
혹시 가게를 비우고 배달이라도 가면, 그 틈을 이용하여 재빠르게 가위를 돌려줄 생각으로 꿈쩍도 하지 않고 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세탁소 문이 끔쩍도 하지 않더니만, 친구가 배달을 준비하는듯하다.
가게 앞에서 자전거를 손보고 있었다.
잘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서두르는 것을 보니 제법 배달할 옷이 많은 것 같았다.
전등을 내리고 문은 잠그지 않은 듯 하다. 이 틈을 이용하여 살며시 문을 열고 구석진 탁자가 있는 곳에 가위를 내려놓고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을 쳤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듯,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뚜벅뚜벅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세탁소에 가보았다.
조깅을 한답시고 세탁소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친구가 다가와 말을 하였다.
일찍 왠일이야?
으응,
약수터에 들렀다가 지나가는 길에 잠시 찬 한잔 얻어먹으려고,
그래 들어와
그제서야 세탁소 문을 열고 있었다.
덩달아 친구 아내도 뒤따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얼떨결에 찬 한잔 얻어먹으면서 드라마 같은 연극을 하기 위해서, 가위를 갖다 놓은곳을 몸으로 숨기면서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

저게 뭐야,
여기에 있었던 가위를 가지고 며칠동안 찾아댔으니......
여보,
가위를 찾았어,
어머나,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여기 있었구나,
친구아내는 가위가 어디에 있었는지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단지 익숙해진 가위를 만지면서 안도감으로 얼굴빛이 분홍색으로 변하고, 낮선 모퉁이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 듯 가위를 소중하게 쓰다듬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는 아내는 나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고 있었다.
현관문위에 걸어놓은 가위 어디 갔어?
무슨 가위?
혹시나 하는마음에 아내가 가위에 관심이 있었는지 나에게 가위의 행방을 묻고 있었다.
늦었으니까 저녁에 얘기하자구.
얼버무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비록 내 잘못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집을 사겠다고 구경 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슬픈 동화같은 얘기일수도 있고, 미신일수도 있었지만, 나의 바램은 하루 빨리 이사를 해야만 하는 처지이고 그렇게 되야만 새 둥지에서 보금자리 찾아 가장 노릇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며칠이 지나고 한동안 가위에 대한 것을 잊어가고 있을 무렵,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나야,
이 시간에 왠 일로 전화를 했어,
어,
집이 팔릴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아침에 젊은 부부가 다녀갔는데, 맘에 든다면서 내일 계약 하잖은거야.
신랑하고 상의한다고 하고 연락처를 받아놓았거든,
그래,
잘되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모임때 친구가 이야기한 가위 생각을 해보았다.
비록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내가 한 행동으로 인하여 집이 팔리려나 하는 착각도 덩달아 하고 있었다.
다행한 일이지만, 이런 상황을 아내에게 한번 이야기하면 아내도 배꼽잡고 웃어대겠지?
나 스스로 너털웃음을 자아내면서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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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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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이트에서 이런 삽화를 읽다니... 벌써 이만큼 와있는 가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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