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 02 -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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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시작되는 가을, 슬슬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할즈음 한 청년이 길가로 나왔다. 짧은 머리에 머리는 잘 다듬어 졌지만, 갓 샤워를 끝낸 촉촉한 물기는 아직 얼굴에 남아있었다. 아직 잠을 덜 깬듯 입을 크게 벌리곤 하품을 해댔지만, 그런 것이 젊음이라 생각될 만큼 청년의 또래는 생기가 있었다. 귓가에 꽂은 헤드폰에선 좋아하는 음악이 흐른듯 간간히 손장단을 해대는 청년은 주변 학교 여학생들이 한번은 시선을 줄 만큼 스타일이 좋았다.

  거리로 나올무렵 졸음기가 가득하던 얼굴은 H대근처에 도착할 즈음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젠 간간히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고, 내젓는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힘일 실려 있었다. 아직 술집이 문을 열기는 좀 이른시간인데도 청년은 지하의 한 클럽으로 들어갔다. 안에선 이미 다른 사람들이 와 있는듯 문을 열기전에도 이미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어 어서와."

  "인환이 왔냐?"

  고만고만한 또래의 4-5명의 청년들이 그가 들어가자 모두 인사를 했다. 모두 서로가 아는 사이인듯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몇몇과는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야야 대충하고 얼른 앉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아 말도 마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

  이제 막 들어온 인환은 이야기의 내용을 몰라 궁금해 할즈음 다음얘기를 재촉하던 노란머리에 붉은색 야구점퍼를 입은 우열이 정환에게 설명을 해줬다.

  "야 민규가 전에 작업들어간다던 아저씨 있잖아. 드디어 어제 따먹었덴다, 그런데 이... 천하의 민규가 애무를 해줬는데도 반응이 없더래. 그러더니 자기는 옷입고 하면 안돼겠냐고 하더랜다. 크크크~"

  내용을 듣던 정환은 냉큼 답을 하기 시작했다.

  "야 옷입고 해달라는건 강간해 달라는거네 뭐. 그러니까 옷입고 하자는거 아냐? 대충 옷입혀 놓고 X아주지 그랬어. 와이셔츠도 좀 찢어놓고... "

  "그러게... 크크크"

  다른 몇몇 청년들도 의견이 같은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그랬나보네....'

  "야 나도 첨엔 그럴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확실히 힘으로 눌러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잖냐. 아저씨한테 진정한 남자의 힘을 보여줄려고 그랬었지."

  힘 소리에 자랑이라도 하듯 민규는 자신의 왼팔을 굽혀 보였다. 볼록하게 잘 솟아오른 팔에는 작은 혈관들이 드러나 있었다.

  "아 그랬는데 아저씨가 잠시 기다려보라더니, 왠 가방에서 옷을 꺼내는거야."

  "엥? 왠 가방? 그래서?"

  "그런데 아 X발~ 거기서 가발이랑 망사스타킹이 나오잖아."

  일시에 청년들은 자지러졌고, 몇몇은 테이블을 쳐대며 웃기 시작했다.

  "야야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죽겠더라고... 가뜩이나 돈아니면 볼거없는 꼰댄데 그나마 힘들게 세운 X에 시동이 꺼지잖아. 옷갈아 입는동안 열심히 포르노 생각하고 X쳤잖아."

  "그래서 결국엔 어쨌는데? X아줬어?"

  "그래 X발~ 결국엔 깃대꽂았잖아. 나중엔 오기가 생기더라고... 그런데 웃긴게..."

  "응?"

  "나중엔 나도 기분에 못이겨서 머리카락 잡아 당기고, 욕까지 했거든..."

  "야 그런건 보통 인텔리들 싫어하지 않냐? 섹스하면서 욕하고 하는거?"

  "아니 좋아하던데? 그런데 웃긴게... "

  "엉...?"

  "내가 'X발 놈' 이라고 할땐 반응이 없는데, 'X발년'이라고 하니까 반응이 오더라?"

  ..................................................................................................................................

  낮부터 시작된 술은 늦은저녁늦게까지 끝나지 않고 있었다.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 클럽에서 5명의 청년들은 마치 저희들만의 공간인양 활개를 쳐댔지만, 다들 체격이 좋아보이는 아이들이라 누구하나 싫은 소릴 하진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즐기다, 다들 혀도 발도 꼬여갈때쯤 청년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X발~ 우리 꼰대가 자기집 근처에 방얻어준단다. 차라리 차나 사주지. "

  "야야. 재물 받지 마라. 이 바닥에서 매장당한다. 우리가 제비냐? 말그대로 로열 클럽아니냐. 가만있자... 야 지금 누가 클럽킹이냐?"

  "지금은 정우가 제일 많지 않냐? 야 이정우 니가 젤 많지?"

  약간 긴 머리에 이제 막 담배불을 붙이던 청년이 고개를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아마 그럴껄?"

  "다음이 인환이냐?"

  "응 다음이 나... 이제 정우랑 한게임 차야."

  몸에 달라붙은 붙는 반팔셔츠를 입은 민규는 추운듯이 이내 몸을 부비고는 정우를 보며 말을 했다.

  "야 이정우, 너 요새는 작업하는 사람 없지?"

  "어 없다. "

  "X발 잘됐다. 저 새끼 따라잡아버려야지. 다들 남자보는 눈이 없지. 왜 나같은..."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떨어내며 정우는 슬그머니 웃더니 말을 했다.

  "몰랐어? 난 너보다 덜 근육질이라서 인기 좋은거야. 넌 너무 마당쇠 같거든. 하하하..."

  듣고 있던 민규는 발끈한듯 정우에게 쫒아가서 목을 감았다.

  "두고봐 새꺄. 내가 따라잡아 버릴테니까."

  "켁켁켁~ 그래 새꺄... 용되라. 용돼..."

  "자자 다들 그만하고.. "

  5명중에서 유일하게 안경을 쓴 재광이 말을 꺼냈다.

  "이제 각자헤어지자고, 내일은 주말이라 또 바쁠거잖아. 다들 애인관리 잘하고, 아 그나저나. 인환이 너 반지 가지고 왔지?"

  "어."

  점퍼 안주머니에서 감색의 조그만 상자를 꺼낸 인환은 재광에게 건냈다.

  "이게 네 생일날 받은 반지였지? 우리들꺼중에서 제일 예뻐."

  "새꺄 뭐가 예뻐. 전에 내 꼰대가 줬던 다이아가 잴 비싸지 않냐?"

  정우의 목을 조르던 민규가 큰소리로 외쳤다.

  "저새끼는 말끝마다 욕이야. 야 이 새꺄 누가 비싼거 얘기했어? 이게 젤 예쁘다구 새꺄.인환이 애인이 한 심미안 하잖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반지보니까 눈에 보인다고..."

  "제일 비싼게 젤 좋은거지 저 새낀 보는 눈이 없어."

  궁시렁 거리는 민규를 두고 재광은 아쉬운 듯 인환에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팔기 아깝다. 차라리 내가 사고 싶을 정도야. 그런데 그러면 안돼겠지? 원래 내께 아니니까."

  "그래.. 그냥 팔아버려."

  "그래...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사람도 아까웠어."

  "그래 진짜 네가 할 말이 아니네... "

  정환의 얼굴에서 슬쩍 아쉬운 빛이 지나갔다. 이 이별은 친구들과의 약속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젊음대한 치기였을까? 정환의 마음도 밝지만은 않았다. 

  그때 민규에게서 벗어난 정우가 다가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아까우면 네가 다시 꼬셔."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재광을보며 정우가 말을 이었다.

  "왜? 왜 안돼? 남이 가졌던거라 걸려?"

  "야 그런게 아니고 도리가 아니잖아. 어떻게 다시 또 그사람을 꼬시냐?"

  "도리는 무슨 우리가 무슨 형제 지간이냐? 도리 찾게? 다시 남자대 남자로 만나는건데 뭐 어때?"

  "야 어떻게 한번했다가 끝난사람한테 또 작업들어가냐? 이번에도 또 상처입히면 그건 좀 너무한거 아냐?"

  잘 깍인 턱선이 슬쩍 옆으로 돌려지며 잠시 껄껄 웃는다.

  "상처주는게 싫으면 로열클럽을 못하지 안그러냐? 넌 무슨 수로 작업하냐?"

  "내 말은 다시 그러는건 좀 아니지 않느냔 말이지."

  정우는 발끈한 재광을 보며 그나마 다행스럽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다. 다소의 객기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비정상으로 발달할 녀석들은 아니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도감에 슬적 웃어보인 정우는

  "그럼 다시 꼬실땐 안 차면 돼지."

  "뭐 뭐?"

  뭔가 반박할 말을 찾던 재광은 지나칠 정도의 어이없음에 말을 이어나가질 못했다. 의외에 말에 인환도 놀란듯 했다. 적어도 남자꼬시는 걸 명얘로 아는 로열클럽내에서 그것도 제일 잘 나가는 클럽 킹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줄은 몰랐다.

  "내말이 틀렸냐?"

  남은 무리들을 뒤로 한 채. 정우는 정류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뭔가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인환은 다시금 가슴한편이 싸해오는걸 느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져버릴 사람은 아니었다고 다시금 느끼고 있었다.

  "야 저새끼 뭐 잘못 먹었냐? 오늘 왜 저렇게 엇박자 타냐? 연타로 맞으니까 어이가 없네."

  "..."

  "그나저나 인환이 너 집 먼데 피곤하면 우리집에서 자고가지? 넌 찬물로 샤워해도 괜찮잖아."

  문득 인환은 한여름에도 열기로 가득한 목욕탕을 생각해내고는 쓰게 웃었다.

  "아니 이제는 찬물은 추울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늦어도 그냥 집에 갈란다."

  "그럴래? 그럼 잘 가고... 야 민규. 우열이 그만 놔주고 일루와. 왜 자꾸 우열이한테 시비야?"

  이번만큼은 인환의 가슴에도 짧은 상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재광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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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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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우와~~~ 근 한달만에 올리시는 글이네요. 
설마 앞으로도 한달에 한번꼴로 올리시는거는 아니겠지요?
바쁘시겠지만 님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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